진실화해위 내부서도 “박선영 임명 무효” 성명, 왜?

직원 및 단체 “불법행위 즉시 취소돼야”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위원장 임명이 무효하다는 주장이 진실화해위 내부로부터 제기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0일, 자신을 진실화해위서 근무 중이라고 소개한 A씨는 “내란 범죄자 윤석열의 역사 쿠데타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윤석열의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불법 임명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쏟아지는 뉴스로 인해 부각되지 못하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하나 있다. 내란 중 윤석열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의 불법 임명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우두머리가 내란 중에 행사한 모든 불법행위는 즉시 취소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A씨는 “윤석열이 박선영씨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으며, 10일에 취임식을 한다. 우리는 두 가지 이유로 박씨를 위원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정당성 없는 임명 행위, 진실화해위의 설립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인사가 위원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3일 밤 10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내란을 지시했기 때문에 그 시각부터 자격을 잃은 반헌법 범죄자로 국민이 그에게 부과한 정치적, 법적 권능은 모두 사라졌다”며 “범죄자로부터 받은 진실화해위를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 역시 모두 원천적으로 무효로 정치적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관장의 권한과 권위는 역사적 정통성과 정당성, 합법성에서 비롯되는데, 내란 우두머리의 위원장 임명은 합법 여부를 따질 것도 없이 완전한 부정의에 기초한 행위므로 박씨는 위원장 자격 자체가 없다”며 “우리는 국민에게 총구를 겨눈 범죄자가 권한을 행사하는 행위는 어떤 것이라도 인정하지 않으며, 임명 역시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실화해위는 비상계엄의 위헌 위법성을 판단하고 재발 방지를 권고하는 기관이지만, 박씨는 진실화해위 설립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인사로 정상적 운영을 위해서도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A씨는 “그동안 박씨가 내뱉은 수많은 극단적 발언, 혐오를 조장하고 타자를 공격하는 태도는 단순한 ‘다른 의견’의 수준을 넘어 혐오범죄(hate crime)을 방불케 한다”며 “박씨는 박정희의 독재, 유신 행위를 옹호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윤 대통령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칼 좀 제대로 휘둘러 봐라. 본때를 보여줘라. ‘칼잡이’의 손맛을 제대로 발휘해 봐라‘ 등 윤 대통령에게 내란을 사주하는 글까지 썼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박씨의 과거 행적은 진실화해위 설립 정신과 맞지 않고 오히려 부정하고 있다. 이런 퇴행적 인사가 진실화해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것을 우리는 용인할 수 없다”며 “김광동 전임 위원장의 반인권적이며 반역사적인 횡포가 다시 되풀이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고, 정상적 조직으로 되살아나기 위해서라도 박씨의 취임과 수행은 단연코 허용돼선 안 된다”고 마무리했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정당성이 전혀 없다”며 임명 무효를 요구했다.

민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내란을 지시했다”며 “따라서 그 시각부터 윤석열은 대통령의 자격을 잃은 반헌법 범죄자이며, 국민이 그에게 부과한 정치적, 법적 권능은 모두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므로 범죄자로부터 받은 진실화해위원회를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 역시 모두 원천적으로 무효로, 정치적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기관장의 권한과 권위는 역사적 정통성과 정당성, 합법성에서 비롯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위원장 임명은 합법 여부를 따질 것도 없이 완전한 부정의에 기초한 행위이므로 박 위원장은 위원장 자격 자체가 없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아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임명 반대 인사들에게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국가의 독립조사위원장직 취임을 거부하고,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헌정 유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치주의를 말살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란행위”라며 “국가폭력 피해자들이라고 공인에 대한 폭력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내란 수괴죄’로 국회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의 진실화해위 위원장 임명안을 재가했던 바 있다.

그는 지난 3일 오후 10시30분께 “저는 북한 공산 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날 비상계엄은 6시간 만인 4일 오전 4시30분, 국회 본회의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긴급하게 통과되면서 결국 해제됐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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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