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신경 쓰는 성신양회 오너, 왜?

경영권 지키느라 분주한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성신양회 오너 3세가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한 달 사이에 10차례 넘게 장내매수에 나서는 등 최근 들어 부쩍 분주한 움직임이다. 혹시 모를 외부 세력의 위협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부친과 동생이 쥔 회사 지분을 언제쯤 흡수하느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시멘트 업체인 성신양회는 2021년 7월경 오너 3세 경영 체제를 가동했다. 1994년 이래 30년 가까이 경영을 이끌었던 김영준 현 명예회장을 대신해 이 무렵부터 김태현 현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바빠진 행보

1974년생인 김 회장은 김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미국 루이스클락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2002년 성신양회에 입사해 경영전략실에 몸담으면서 친환경 부문 및 해외사업에 관여했다. 2014년 사장, 2018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김 회장이 중심이 된 오너 3세 경영 체제는 일찌감치 예견된 수순이었다. 김 회장은 20여년 전부터 성신양회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렸을 뿐 아니라, 회장직을 수행하기 전부터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한 상태였다.

김 회장은 2000년경 김 명예회장으로부터 주식 56만2857주를 증여받고, 장내매수로 39만8090주를 취득하면서 성신양회 지분 9.15%를 확보했다. 2012년 5월에는 1만7450주를 주당 3426원에 취득하면서 김 명예회장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주식 확보는 워런트를 전환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성신양회는 2013년 8월 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는데, 김 회장에게는 워런트가 배정됐다. 김 회장은 2016년 3월 워런트를 행사하면서 주식 47만9846주를 추가 확보해 지분율 11.98%로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부터 회장으로 선임된 시기 사이에는 주식 매수가 뜸했다. 2017년 9월 성신양회 주식 3만5300주, 2020년 2월부터 한 달간 13만5303주를 사들인 게 다였다.

한동안 잠잠했던 김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식 매입을 재개했다. 이 무렵 김 회장은 6차례에 걸쳐 장내매수에 나서 주식 10만9110주를 추가 취득했고, 이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9억4300만원이었다.

김 회장의 주식 매수는 올해 들어 한층 분주해졌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장내매수에 나선 것만 해도 12차례에 달한다.

‘동양’ 주식 매입에 바빠진 행보
경영권 방어 차원 분주한 매수

지난달 7일부터 15일까지 6차례에 걸쳐 성신양회 주식 4만2531주를 매입했으며 총 3억3804만원(1주당 평균 7948원)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6일에는 2469주를 1주당 8025원에 추가 매입했다. 

또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6일 사이 5차례에 걸쳐 2만2589주를 약 1억8021만원(1주당 평균 7978원)에 사들였다. 그 결과 김 회장이 보유한 성신양회 지분은 지난달 15일 기준 13.25%(334만6534주)에서 13.35%(337만1592주)%로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주식 매입은 경영권 방어 차원으로 풀이된다. 유진그룹 산하 건설·레미콘 회사인 ‘동양’이 위험 요인으로 부각된 이후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유진기업의 자회사인 동양은 2021년 말 성신양회 주식 148만주(6.05%)를 취득하면서 5% 이상 주주로 등재됐다. 2022년에는 성신양회 지분율을 6.89%로 끌어올리면서 김 회장과 김 명예회장에 이은 3대 주주로 등극했다.

동양은 성신양회 이외에도 ▲삼표시멘트 ▲아세아시멘트 ▲한일시멘트 등 시멘트 업체 주식을 보유 중이다. 다만 해당 회사 보유 지분은 1% 안팎에 불과하며, 투자 금액은 40억원대 수준에 그친다.

성신양회는 2022년 주주총회에서 임기를 마치지 못한 대표이사에게 퇴직금을 대거 지급하는 ‘황금 낙하산’ 조항을 주주 정관에 넣기도 했다. 적대적 M&A로 이사가 자기의사에 반해 임기 내 물러날 경우, 통상적인 퇴직금 외에도 퇴직보상으로 대표이사에게 200억원, 이사에게 50억원을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까지 동양 측은 성신양회 주식 취득을 경영 참여 의사가 없는 ‘단순 투자’라고 밝힌 상황이다. 주주총회에서도 별다른 주주 제안을 하지 않았다.

위협 요인

그럼에도 김 회장 측은 동양의 성신양회 인수 시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 회장 측 지분율은 35.33%로 추산된다. 최대주주인 김 회장을 필두로 ▲김 명예회장 ▲김 회장의 동생인 김석현 부사장 ▲김 회장 부인 유수연씨 ▲처가 기업 인성 ▲김 명예회장 개인회사 이에스파워 등이 보유한 성신양회 지분을 합한 값이다.

이를 감안하면 동양 측과 김 회장 측 사이에는 넘기 힘든 지분율 격차가 존재한다. 다만 동양 측이 제3자를 우군으로 끌어들인다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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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