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파업 철회 후에도 별다른 대책도 없이 명분 없는 주택가 민폐 시위를 지속하면서 노조 내부서도 지도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랜시스 노조원들은 지난 18일, 서울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서 이른 오전부터 대형 현수막과 피켓을 동원한 민폐 시위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트랜시스 노조 측의 장외 집회 및 시위는 지난 10월26일부터 시작돼 이번이 11번째로, 노조 측은 지금까지 주 2회 진행하던 주택가 민폐 시위를 지난주부터 주 3회로 늘렸다.
인근 주민들의 불편은 아랑곳없이 ‘나몰라라’식 민폐 시위를 강행하는 것으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과 무관한 대다수 주민들은 출근 및 등교 등 평온한 일상에 지장을 호소하고 있다.
강행, 왜?
한남동에 거주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파업이 끝났다고 들었는데 왜 주택가서 시위가 계속 진행되는지 모르겠다. 아침 출근길에 낯선 노조원들과 과격한 구호가 담긴 대형 피켓 사이로 지나갈 때마다 불편함이 상당하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주민도 “아침 출근길에 시위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눈이 찌푸려지는 게 사실”이라며 “무슨 억울한 사연이 있는지 내막은 잘 모르겠지만 아침마다 보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주말이었던 지난 10월26일 서울 한남동서 성과급 관련 시위를 시작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일상을 방해해왔다. 이틀 후인 28일에는 노조원 1000여명이 서울 서초구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이날 집회로 극심한 소음과 교통체증, 통행 방해 등을 유발해 현대차와 기아를 찾은 방문객과 인근지역 주민, 보행자 등이 큰 불편을 겪었다.
헌법 35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국민은 국가로부터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향유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일정한 경우 국가에 대해서도 이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돼 종합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또 헌법 21조 1항과 22조 1항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지만 동시에 21조 4항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리와 그에 따른 책무를 동시에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즉,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생활환경을 위협하거나 정당한 이유없이 기업을 위기로 몰아가는 자유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파업 종료 후에도 별다른 대책 없이 주택가 민폐 시위 강행을 고집하는 노조 지도부를 향한 노조원들의 비판 목소리도 감지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효과도 없고 비판만 있는 시위를 왜 계속하느냐” “주거지 가서 그딴 짓이 명분이 있겠나” “시위할 시간에 협상 전략에 대해 고민해라” “시위 말고 대책이 도대체 뭐냐” 등 노조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한 달 이상 지속한 파업을 종료하고 지난닭 11일부터 정상 출근에 들어갔지만, 협상에는 임하지 않고 잔업 및 특근을 거부하며 임단협과 무관한 주택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파업 철회 후에도 주택가 시위 시끌
“별 효과 없다” 내부서도 비판 목소리
지난 6월 이후 회사 측은 금속노조 현대트랜시스 서산지회와 임단협 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노조가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정기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매출액의 2%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면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총액은 약 24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전체 영업이익 1169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반면 사측은 지난 10월31일, 18차 교섭서 노조에 기본급 9만6000원 인상, 경영성과급 및 격려금 400%+1200만원을 제시했다. 이는 총 재원(1075억원) 기준 현대트랜시스 역대 최고 성과급으로 지난해 영업이익(1170억원)의 92%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전액을 성과급으로 내놓는 것은 물론, 영업이익에 맞먹는 금액을 금융권서 빌려야 하는 상황으로, 회사가 빚까지 내 가면서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노조 측 요구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트랜시스 800여개 협력사들 역시 노조의 장기간 파업에 이은 잔업 및 특근 거부 등에 따른 경영 손실과 자금 사정 악화 등 경영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기아차의 생산 차질과 협력사 경영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현대트랜시스 협력사 관계자 350여명은 지난달 6일, 충남 서산서 집회를 열고 파업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한 현대트랜시스 협력사 대표는 “납품 중단이 시작되면 협력업체 대표는 직원들의 급여로 지급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로 다녀야 한다”며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높은 이자로 인한 경영손실은 고스란히 협력업체의 몫”이라고 호소했다.
다른 협력사 직원도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성과금 문제지만, 협력사들에게는 생계의 문제”라며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한 집안의 가장, 아들, 딸인 직원들을 생각해서라도 파업을 조속히 멈춰 달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트랜시스는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및 신뢰 회복을 위해 지난달 11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경영진 등 전 임원들은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하기로 하는 등 노조에 위기 극복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업계에선 노조가 무리한 요구라는 의견이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업계 전문가들은 “애꿎은 시민을 볼모로 회사 측을 압박하는 것은 과거의 낡은 시위 방식으로 공감을 얻기 어렵다”며 “노조는 보여주기식 이기적 시위를 멈추고 진지하게 임단협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력사 호소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철회해놓고도 이후 주택가까지 찾아가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노조 입장만 주장할 게 아니라 주변 협력업체들의 상황도 감안해서 양보할 건 양보하고 취할 건 취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성과금은 영업실적을 기반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무턱대고 영업이익의 2배 가까이 되는 성과금 지급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났다는 비판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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