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처 폭행’ 공방전 김병만

진흙탕서 벌어지는 생존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개그맨 김병만이 전처를 상습폭행했다며 고소당해 검찰로 송치됐다. 경찰에선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하지만 전처인 A씨가 언론에 폭로하며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김병만도 소속사와 변호사를 통해 폭로 내용을 전면으로 반박하며 진흙탕 싸움을 시작했다. 팬과 연예인의 결혼으로 관심을 받던 이들의 말로는 파국이 됐다.

개그맨 김병만이 전처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혼 후 사문서 위조 등으로 김병만에게 고소당한 전처인 A씨는 해당 사건이 불기소가 되자 김병만을 상습폭행, 가정폭력으로 맞고소했다. 10년간 별거에 이어 이혼까지 한 이들은 아직도 진실공방 중이다.

10년 별거
다른 기억

김병만은 지난 1996년 연극으로 연예계 입문한 뒤 2002년 KBS 제17기 공채 개그맨으로 선발돼 방송에 데뷔했다. 그는 코미디계와 일반 예능계서 모두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김병만의 인생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였다. 그는 1975년 전라북도 완주서 태어나 힘든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으며, 학교 졸업 후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방송인이 되기 위해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 생활도 쉽지 않았고, 개그맨으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약 10년 간의 무명 시절을 거쳐야 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부터 KBS2TV <개그콘서트>서 활약하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달인’ 코너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 대표작 SBS <정글의 법칙>을 통해 여러 나라의 정글을 탐험하며 도전에 맞섰고, 이를 통해 대중에게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던 중 <정글의 법칙> 조작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이열음이 프리다이빙으로는 잡기 힘든 대왕조개를 들고나온 사건으로 인해 제작진들이 미리 사냥감을 풀어 놓은 것이 아니냐는 갑론을박까지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은 방송국이나 PD 등이 주로 비판받지만, 문제는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이고 김병만을 주축으로 성립된 예능이라는 점에서 김병만에 대한 비판도 들끓었다.

굴곡진 인생을 살던 김병만은 팬과 결혼하며 화제를 모았다. 김병만의 열렬한 팬이던 A씨는 김병만과 7개월간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왔다. 김병만보다 7세 연상이었던 A씨의 직업은 교사였고 중학생 딸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목을 끌었다. 

김병만은 그동안 각종 인터뷰 및 방송 등을 통해 A씨와 딸을 언급하며 각별한 애정을 과시해 왔다. 김병만은 재혼이었던 아내를 향해 쏟아지는 관심 속에 “생활을 보호해주고 싶다”며 아끼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혼인신고를 서두른 이유에 대해 A씨의 딸 성(姓)을 바꿔주기 위함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김병만은 방송서 A씨와 행복하다며 결혼 생활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3년 SBS <정글의법칙 in 히말라야> 촬영 당시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고산지대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법 긴 시간 동안 통화를 나누면서 티격태격 장난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김병만은 와이프의 애칭이 ‘뚱뚱이’라고 자랑하는가 하면 아내가 자신을 ‘땡깡이’라 부른다면서 “내가 하도 투덜거리니까”라 밝혀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김병만과 A씨는 지난 2019년 이혼소송을 하며 행복의 막을 내렸다. 그의 갑작스러운 이혼 소식에 많은 누리꾼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방송서 이혼 이유 밝히자…
상습폭행·가정폭력 폭로


김병만은 지난달 방송된 채널A <4인용 식탁>서 2011년 결혼했지만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약 10년 동안 별거해 왔다고 털어놓으며 이혼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사랑의 끈을 이어주는 게 아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나한테 피가 섞인 친자식이 있었으면, 나는 나의 미니미가 있길 바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결혼식 사회 부탁을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정말 힘들었다”며 “남의 행복을 축복하는 자리에 가는데 정작 나는 행복하지 않고 별거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병만은 “사랑은 잠깐이고 뭔가 이어갈 계기가 있어야 했다. 나는 아이를 간절히 원했다. 그게 없다 보니 집에 들어가도 혼자인 것 같았다”며 당시 감정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물론 그 사람의 아이가 있었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데 충분히 지원했다고 생각한다. 아이 위해 이사도 갔다.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내 갈 길을 가기 위해 여러 차례 이혼을 제안했지만 (전처가)차단해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김병만과 전처는 부부의 연을 맺은 지 약 1년 만인 2012년부터 10년간 별거 생활에 들어갔다. 별거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그는 “무명부터 시작해 열심히 꿈을 갖고 달려온 게 무너질까 봐, 한순간에 상처받아 무너질까 봐 두려웠다”며 “서로 갈 길을 가야 하는데 끈은 끊어지지 않고 정리가 안 되니까 계속 체한 몸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2019년 이혼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합의가 안 되니까 법의 힘을 빌렸다”고 말했다.

이혼소송을 마치고 완전히 결별하게 된 당시 김병만은 “별거한 지 10년이 넘었다”며 “아내와 떨어져 산 기간이 길었기에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다”며 “소송을 하긴 했지만 끝에는 잘 마무리해 서로 응원하는 사이로 남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이혼한 후에도 김병만과 A씨의 갈등은 계속됐다. 김병만은 이혼 2년 뒤인 지난 2022년에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절도,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해당 사건이 지난 9월에 불기소 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굴곡진
인생사

김병만의 고소에 A씨는 김병만을 상습폭행으로 맞고소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지난 7월 김병만을 폭행, 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2월 김병만이 2010년 3월부터 2019년 6월 사이에 전 아내를 20여회 이상 폭행하고 상해를 입혔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를 진행했다”며 “다만 실제 폭행이나 상해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어 김병만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병만이 전 아내를 폭행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지만,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제7조에 따라 가정폭력 범죄는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하더라도 무조건 검찰에 송치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의정부지검은 현재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거의 마무리됐으나, 아직 기소·불기소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이 불거진 것은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자 A씨가 한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드러났다. A씨는 “그 사람(김병만)은 연예인이니 묻어두려 했지만 우리 가족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혼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 잡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별거에 합의한 적도 없다. 집에 오지 않는 날들이 길어지면 그냥 바쁜가 보다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혼 소장이 왔다. 결혼 생활 동안 상습적으로 폭행을 저질렀고, 김병만이 현재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라며 폭로했다.

김병만은 소속사를 통해 반박했다. 스카이터틀은 지난 12일 “김병만의 전처 A씨가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혼소송서 A씨가 ‘김병만과 결혼 생활 중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김병만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김병만은 해외에 체류 중이었다. A씨가 소송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거짓 주장을 했다. 법원서도 인정하지 않았고 검찰도 불기소 의견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워진 사랑
결국 돈 문제

그러면서 “A씨에게 20대 중반 아이가 있다. 이혼소송이 끝난 만큼, 파양해야 하는데 A씨가 그 조건으로 김병만에게 3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혼소송 후 재산분할을 해주지 않기 위해 김병만을 허위 고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병만은 A씨가 김병만의 생명보험을 20여개나 들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병만의 법률대리인인 임사라 변호사는 “김병만이 A씨와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이혼이 성립됐다. 재산분할은 미처 받지 못했는데 어제까지도 상대방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A씨가 김병만의 사망보험을 수십개를 들어놨다는 걸 알았다”라며 이혼소송의 마무리 단계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병만이 재산분할로 받아야 될 돈이 4억5000만원 정도인데 상대방이 계약자로 가입한 보험이 24개, 그중 거의 대부분이 다 사망보험이었다. 종신보험이 대부분이어서 사망보험이라 판단했다. 연금보험이나 재테크보험도 이름만 다를 뿐이지 피보험자가 사망하게 되면 수익자나 상속자에게 보험금이 가는 거기 때문에 사망보험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김병만은 이혼할 때까지 이런 사망보험의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임 변호사는 “이혼을 진행하는 가운데 서로의 재산이 어떻게 되는지 법원 금융거래 정보 명령 신청을 하게 되면 본인 명의의 보험, 예금이 어떻게 가입돼있는지 금융사에서 회신이 온다”며 “그 회신을 보고 보험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보험을 알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김병만 명의로 된 보험의 수익자는 대부분 A씨나 A씨의 친딸이자 김병만의 입양딸인 자녀로 돼있었다. 임 변호사는 “A씨가 김병만이 위험한 일을 하다 보니 가입했다는 주장하던데 수익자가 김병만으로 된 보험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채널 ‘연애뒤통령 이진호’는 김병만과 A씨의 입장이 극명하게 다르다며 반박 영상을 올렸다. 

이씨는 A씨가 김병만에게 파양의 대가로 30억원을 요구한 사안에 대해서 “말에 어폐가 있다”며 “A씨가 김병만에게 30억을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30억 요구설’이 나온 이유에 대해 “A씨가 김병만씨의 수입을 전적으로 관리해 재산의 상당 부분이 A씨 명의로 돼있었다”며 “김병만이 재산분할로 받아야 하는 금액은 무려 20억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파양 대가 30억원·보험 20여개나 들어”
첨예한 갈등 장기전…결국엔 증거 싸움

그는 “A씨가 결혼 과정서 7억원을 이체했는데 이혼하는 시점서 이자가 3억원가량 불어났다. 그래서 재산분할 20억원과 A씨가 이체했던 7억원과 그 이자까지 합쳐서 30억원이 만들어졌고, 김병만씨 측은 이혼소송으로 A씨와 협의하는 과정서 ‘이 권리를 포기하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이 부분이 파양의 대가로 나온 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병만에게 분할하라고 결정된 재산분할액 20억원 가운데 15억원가량은 이미 가압류 등을 통해서 김병만 측으로 넘어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김병만 소속사 측이 폭로한 수십개의 생명보험도 일부 사실과 다르다고 꼬집었다.

그는 “김병만 자신도 모르게 아내가 들었던 수십개의 생명보험, 결국 사망보험에 대한 입장 역시 양측의 생각이달랐다”며 “김병만 이름으로 20개 가까운 보험이 들어져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모두 사망보험으로 보기는 어려웠다”며 “김병만이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보험들을 비롯해서 재테크보험, 연금보험, 생명보험 등을 모두 합친 수가 수십개에 달했다. 일반적인 상황보다 굉장히 다수의 보험을 든 것은 사실로 보인다. 다만 수십여건이 아닌 10여건인 데다가 사망보험은 그 가운데 일부였다”고 말했다.

김병만과 A씨 사이의 첨예한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 싸움은 결국 ‘증거’가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들의 진실공방을 다루고 있는 이씨도 “전처의 폭로로 시작된 이번 논란서 지금까지는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증거 싸움이다. 양측이 누가 먼저 핵심적인 증거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언급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미 경찰서 김병만의 폭행 사건에 대해 증거가 없어 불기소 처분으로 송치한 것을 보면 검찰서도 불기소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A씨가 요구하는 30억원과 생명보험과 관련된 증거가 진흙탕 싸움을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정적인
증거 나올까

임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재산분할서 김병만에게 20억원가량의 변제 의무가 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김병만은 A씨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일부 재산을 압류해 왔지만 여전히 재산 분할금 지급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이번 논란이 불거지자 김병만은 A씨의 재산 은닉 및 변제 거부와 더불어 이번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해 추가적인 법적 공방을 검토 중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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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