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선감도 ㉕지옥서 벗어나는 법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4.11.11 01:00:00
  • 호수 1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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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선감학원이란 그 정도로 고달픈 곳이었다. 아마 자살을 한두 번쯤 생각해 보지 않은 아이는 없을 것이었다. 그런 긴장과 공포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용운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줄곧 한 가지 생각에만 매달려 있었다.

언젠가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귀중한 자유

‘아무런 자유도 없이 개돼지처럼 목숨을 남의 손에 맡겨 놓고 산다는 것은 얼마나 서글픈 노릇인가. 잘못도 없이 이런 지옥에 갇혀 사는 건 도대체 누구의 뜻에 의한 것인가?


남의 손에 목숨을 맡기느니 차라리 내 스스로 생명을 걸고 귀중한 자유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빨리 이곳을 탈출하여 엄마를 찾아서는 그 은은하고도 정겨운 미소를 보아야만 한다!’

용운은 몸서리를 치는 상황 속에서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그의 눈은 종이꽃을 태우기라도 할 듯이 활활 타올랐다.

녹음이 절정을 이루면서 산비탈 밭엔 보리가 익고, 낮엔 뻐꾸기가 아련한 향수(鄕愁)를 자아 올리며 울고, 밤이면 숲속에서 소쩍새가 구슬피 울었다. 

그 즈음 마을의 어느 집에 굿이 있었다. 

용운은 다시 백곰 반장의 비밀스런 지시를 받고 피에로와 함께 마을로 나갔다. 피에로는 굿 음식 얻어오기, 용운은 하얀 옷을 입은 절름발이 누나에게 쪽지를 전하는 것이 주어진 임무였다.

“얌마, 꼭 희망적인 답장을 받아와야 해. 알았지? 이건 지상명령이다!”

떠나기 전 백곰은 용운을 한 구석으로 불러 지시했던 것이다.


“혹시 안 주면 어떡해요?”

“이 새끼가 정신상태가 글러먹었군. 얌마,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 신성하고 위대한 이 혁명 구호도 몰라? 무슨 수를 쓰든 꼭 답장을 들고 와야만 해. 만약 빈손으로 왔다가는 바다 속에 처넣어 버릴 거야. 알았지?”

“예.”

용운은 마지 못해 대답을 했다. 그의 위악적이고 징그러운 미소가 보기 싫어 용운은 고개를 숙였다.

“어서 가 봐.”

“그 누나가 정말 싫다고 하면 어찌해요?”

“염려 붙들어 매고 된다고 구호를 외치면서 정신무장을 단단히 하란 말이야. 허허, 내가 어젯밤에 상당히 감미로운 꿈을 꾸었으니 걱정을 마. 허허, 처남 빨리 출동하라구! 예쁜 누나한테 말이야.”

백곰 반장의 유들유들한 말을 뒤로 하고 용운은 기다리던 피에로를 향해 뛰어갔다.

여름 볕은 따가웠지만 그 속에 따스함도 간직하고 있었다. 수용소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잠시나마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그 순간이 용운은 너무나 소중하다는 듯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생기를 띠고 자라나는 들판의 벼와 푸른 산빛을 용운은 눈부신 듯 바라보았다.

“구름아, 반장이 뭐라구 했어?”

피에로의 물음에 용운은 정신이 들었다. 


백곰반장의 비밀스런 지시
그저 잠시나마 느낀 해방감

“특급비밀이라면서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래.”

“그래? 그럼 난 머릿속으로 그게 뭘지 상상해 봐야지. 마치 영화라고 생각하구서 쭉 생각해 보면…… 현재뿐만 아니라 구름이 너가 모를 미래까지도 대강 알 수 있거든.”

“형아, 어떻게 되는데? 답장을 받을 수 있을까?”

“헤헤, 특급비밀이 뭔지 알았다. 그럼 이제 가만 있어 봐. 영화 필름을 한번 돌려 볼게.”

피에로는 눈을 슬며시 감은 채로 계속 걸었다. 용운은 그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음…… 카사블랑카의 눈에 어린 눈물이 보인다……. 잉그리드 버그만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비련의 여인……. 험프리 보가트는 떠나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기 품에 남기를 바란다……. 에~ 그러나 여기는 할리우드가 아니라 선감도이기 때문에 백곰은 결국 아름다운 인어를 잡게 된다. 아! 슬픈 눈물 방울이 진주처럼 두 뺨에 굴러 내리네…….”

피에로가 변사 흉내를 내어 억양을 이리저리 바꾸며 읊조렸다.

“안 돼. 착하고 고운 누나가, 아니 인어가 백곰 같은 흉한 놈에게 잡혀서는 안 돼.”

용운은 저도 모르게 울상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피에로가 눈을 슬금 흡떠서 우스꽝스런 표정을 지었다.

마을이 가까워지자 꽹과리와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음률도 제대로 맞지 않고 또 빈약한 소리였지만, 마을 자체가 워낙 작고 고적했던지라 일종의 잔치 기분을 느끼게 했다.

피에로의 뒤를 따라가던 용운은 우선 산기슭의 그 누나 집부터 가 보려 하다가 일단 굿 장단이 들려오는 집으로 들어갔다.

작은 마을에서 그나마 가장 번듯한 그 집의 대문 앞에는 이미 낯익은 다른 사(舍)의 원생들이 꽤나 먼저 와서 눈을 번들거리고 있었다.

푸르스름한 하늘 아래 멍석을 깐 마당에서는 한창 굿이 벌어지고 있었다.

굿상 중앙에는 삶은 돼지머리가 놓였고 그 둘레에 생쌀을 수북이 담은 그릇, 시루떡, 인절미, 그리고 배, 사과, 참외 등속이 줄느런했다. 상머리 위에 붉고 희고 노란 삼색 종이꽃이 꽂혔고 향로엔 향연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나지막이 울리던 꽹과리 소리가 점점 고조되었다. 늙은 무당은 비손을 한 채 먼 허공을 우두망찰 올려다보고 있더니 사설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굿판의 임무

“에헤야~ 해동 조선국 경기도 선감도라
해신님 굿받아 은관자 옥관자 쓰고 오시네
산은 몇 넘으셨나 물은 몇 건느셨나 
에~ 오소사 오소사~ 산신님 해신님 오소사 
정성 즐겨이 받으시고 잔마다 명과 복을 실어서 
자손들이 크게 되고 부자 되게 도와주소사 
바람 불던 전날 같고 비 오다 갠 날같이 
만사를 다 도와서 요물사귀 소멸하고 
많이 받아 잡수시고 극락 가소사 에헤야…….”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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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