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삼진제약이 오너 2세 체제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요직을 꿰찬 창업주의 자식들은 존재감이 한껏 커진 모습이고, 창업주들은 경영에서 완전히 멀어지는 수순을 밟았다. 물론 그냥 나간 건 아니다. 회사는 그간 공로를 고려해 창업주들에게 1년 수익의 두 배에 해당하는 거액을 건넸다.
1968년에 설립된 삼진제약은 일반의약품 ‘게보린’으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중견 제약사다. 1941년생 동갑내기 창업주인 최승주 회장과 조의환 회장은 50년 넘게 경영일선에서 활약하면서 회사를 손꼽히는 제약사로 키웠다.
배보다 배꼽
공동 경영은 자식 세대까지 이어졌다. 삼진제약은 2021년 12월 최지현 전무와 조규석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최지현 부사장은 최승주 회장의 장녀, 조규석 부사장은 조의환 회장의 장남이다. 두 사람은 2015년 이사 승진을 시작으로 2017년 상무, 2019년 전무로 나란히 승진했다.
창업주들의 둘째 자식도 같은 날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진제약은 최승주 회장의 차녀인 최지선 상무와 조의환 회장의 차남인 조규형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대신 창업주들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삼진제약은 2021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최승주 ▲조의환 ▲장홍순 ▲최용주 등으로 구성됐던 4인 대표이사 체제를 2인(장홍순·최용주) 체제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대표이사가 전문경영인으로만 꾸려진 건 삼진제약 창립 이래 최초였다.
급기야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창업주들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는 창업주들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는 뜻으로 읽혔다. 창업주들이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건 삼진제약 출범 후 50여년 만이다.
창업주들은 이 무렵 공식적인 퇴직 절차를 밟았다. 지난달 14일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진제약은 창업주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총 442억3548만원(최승주 회장 221억1774만원, 조의환 회장 221억1774만원)을 지급했다.
확실한 물갈이…물러난 창업 1세대
동종업계 평균치? “과하다” 지적
회사는 급여 3억4400만원에 퇴직소득 217억원을 지급했다. 각자 평균임금(1억670만원)에 재직기간(53년3개월)과 약 4배에 달하는 직급별 지급배수를 곱해 산정한 금액이다.
통상 퇴직금은 적립된 퇴직연금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회계처리 시 수익성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주 토론방 등에서는 “상식을 벗어난 규모로 주주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건 창업주들이 수령한 퇴직금 규모가 삼진제약 1년 수익을 가뿐히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삼진제약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05억원, 189억원이었다.
삼진제약보다 자산규모가 월등히 큰 셀트리온의 경우, 지난 2021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서정진 회장에게 퇴직금으로 58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한미사이언스에서 47년간 근무한 고 임성기 회장은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에서 퇴직금 107억원을 수령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삼진제약 창업주들의 공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너 2세 공동경영 체제가 원활히 가동 중이기 때문이다.
세대교체
조규석 부사장과 최지현 부사장은 지난해 말 사장 승진과 함께 각각 경영 총괄과 마케팅·R&D 총괄 업무를 수행 중이며, 지난 3월 창업주들을 대신해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됐다. 조규형 전무와 최지선 전무는 올해 초 나란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다만 오너 2세들은 주식 보유량 확대라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조의환 회장 측 보유 주식은 178만6702주(12.85%), 최승주 회장 측 보유 주식은 137만4365주(9.87%)다. 오너 2세 주식 보유 내역을 살펴보면 ▲조규석 사장 42만5000주(지분율 3.1%) ▲조규형 전무 42만5000주(지분율 3.1%) ▲최지현 사장 33만8692주(지분율 2.4%) ▲최지선 전무 12만주(지분율 0.9%) 등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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