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공공기관이 민간 건설사와 함께 추진하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이하 민참사업)’서 급등한 물가로 인한 공사비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물가 급등에 따른 공사비 조정을 권고했음에도 지방도시공사의 경우 이를 철저히 외면하면서 지방 건설사를 둘러싸고 위기감이 한층 심화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지방 건설사들이 줄도산할 경우 해당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도시공사의 빠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민참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도시공사 등 공공기관이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 건설사가 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통상 공공공사의 경우 물가 상승 등 경제 상황 변화에 대비한 공사비 조정 조항이 명시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민참사업 현장은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인상 조항 없이 계약이 이뤄진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최근 1~2년 사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평균 공사비가 30~40% 급등하자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공사로 전가됐다. 이에 민참사업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최근의 물가 급등은 예측할 수 없는 수준의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란 이유로 인상된 물가를 반영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참사업은 계약 시 지역 건설사 참여 의무 비중 조항으로 인해 대형 건설사와 지방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다. 영세한 지방 건설사의 경우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PF 사태, 금리인상 등으로 기초 체력이 이미 부실해진 상황이다.
여기에 민참사업서 급등한 공사비에 따른 대규모 손실까지 떠안아야 하자 지방 건설사 사이에서 줄도산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급등 물가로 ‘민참사업’ 참여한 지방 건설사 줄도산 위기
국토부 공사비 증액 권고에도 지방도시공사 철저히 외면
“지방 건설사 줄도산 시 지역 경제침체로 이어질 것”
문제가 심각해지자 국토부는 지난해 3월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 시행지침’에 사업비 재협의 절차를 신설했다. 감사원 컨설팅을 통해 빠르게 공사비를 조정, 지방 건설사들의 숨통을 틔워 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절차 신설 이후 현재까지 지방도시공사가 건설사들의 조정 신청을 받아들인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 지침이 강제 조항이 아닌 권고 사항이기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의 사업비 재협의 절차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든 셈이다.
반면 LH의 경우 일부 민참사업에 대한 건설사의 조정 신청을 받아들여 감사원에 컨설팅을 의뢰하는 등 공사비 인상 문제를 풀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서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민간이 발주한 사업의 경우 공사비 인상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민참사업서도 속도전을 통해 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미 지방 영세 건설사를 넘어 소규모 하도급업체까지 연쇄 부도 위기가 번지고 있는 만큼,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공공기관이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업계 한 전문가는 “2010년대 기준 연 3~4% 정도 인상됐던 수준의 10배 이상의 공사비 상승이 단기간 이뤄진 만큼, 시공사뿐만 아니라 시행사도 함께 부담을 나눠야 한다”며 “영세한 지방 건설사의 부도가 실제로 발생하면 사업에 참여한 남은 업체들이 부도사 지분율을 떠안으며 사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전문가도 “이미 일부 지방에서는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관급공사에서도 체불 사례가 발생하는 등 영세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현실로 다가온 상황”이라며 “지방 건설사의 위기는 곧 지역 경제와 일자리 위기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지방도시공사들이 공사비 인상 해결에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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