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빈이 국내 남자 골프 무대서 프로선수로서 첫 우승을 맛봤다. 아마추어 선수 신분으로 프로 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하고 프로 데뷔 후 번번이 우승 문턱서 좌절하다가 결국 정상에 올랐다.
장유빈은 지난달 14일 전라북도 군산의 군산 컨트리클럽(파72, 7460야드)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KPGA 군산CC 오픈(총상금 7억원, 우승상금 1억4000만원)’ 최종 라운드서 이글 1개, 버디 4개, 더블 보기 1개,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를 쳤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장유빈은 2위 정한밀(14언더파 274타)을 2타 차로 따돌리며 감격의 우승을 달성했다.
달콤한 승리
장유빈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지난해 10월 프로로 전향한 뒤에는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준우승만 3차례 기록했다. 준우승이 많다 보니 이번 대회 전까지 ‘제네시스 대상포인트’ 1위(4177.86포인트)에 올랐던 장유빈은 이번 우승으로 경쟁자들과의 차이를 더 벌렸다.
공동 2위 그룹에 3타 앞선 단독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장유빈은 전반 라운드에 기복이 심했다. 1번 홀(파4)를 버디로 시작했지만, 곧바로 2번 홀(파5)에서 더블보기로 2타를 까먹었다. 두 번째 샷이 페널티구역에 빠져 벌타를 받은 것이 뼈아팠다. 장유빈이 흔들리는 사이 선두 경쟁은 혼전에 빠졌다.
하지만 장유빈은 9번 홀(파5)에서 이글을 잡으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를 계기로 후반에 안정을 되찾았다. 10번 홀(파4)부터 13번 홀(파3)까지 파 행진을 이어간 데 이어 14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고 선두를 되찾았다. 16번 홀(파5)에서 1타를 더 줄여 사실상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장유빈은 “지난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한 대회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해 2연패를 할 수 있어 더욱 뜻깊다”며 “이번 대회 전까지 우승을 차지하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본 대회 우승으로 훨훨 털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모자랐던 한끝 드디어 채워
아마 때 1승 포함 통산 2승
이 대회 직전에 열린 비즈플레이-원더클럽 오픈서 장유빈은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에 그쳤다. 장유빈은 “마음 고생 많이 했는데 바로 다음 대회이자 타이틀 방어전서 우승한 것이 앞으로 내 골프 인생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최종 라운드 전반에 더블 보기를 범하는 등 위기에 몰렸던 장유빈은 “신기한 것이 1번 홀부터 5번 홀까지 지난해 우승했을 때 스코어와 같다. 1번 홀은 버디, 2번 홀은 더블 보기, 3번 홀은 보기, 4번 홀은 버디, 5번 홀은 파를 똑같이 적어냈다. 정말 웃겼다. ‘어떻게 이렇게 딱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뒤돌아봤다.
이어 “‘지난해 이것보다 더 힘든 상황서 우승했는데 올해도 못 할 것 없다’는 다짐으로 플레이했다”고 설명했다.
프로 입회 후 가장 달라진 건 퍼트에 대한 자신감이다.
장유빈은 “아마추어 때는 퍼트가 단점이었는데 투어서 뛰면서 퍼트가 잘되면서 자신감이 높아졌다. 올해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퍼트할 때 장갑을 끼게 된 것은 손에 땀이 많아서 그렇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퍼트 시 장갑을 착용했다”고 말했다.
KPGA는 상반기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장유빈은 “일단 휴식을 취하면서 아시안투어 출전 자격이 있는 대회가 있으면 출전할 예정이다. 또 PGA 투어 큐스쿨에 응시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대회 2연패
한편 정한밀이 2위를 차지했고, 정태양과 조민규, 최승빈이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3위 그룹을 형성했다. 시즌 2승을 기록하고 있는 김민규는 이날 1타를 잃어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해 고석완(캐나다), 장동규와 함께 공동 6위를 차지했다. 김민규는 전반 8번 홀까지 3타를 줄이며 시즌 3승을 바라보았지만 9번 홀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우승 경쟁서 밀렸다.
<webmast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