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일상 거의 모든 부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범죄 활동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일부 학자는 지구 온난화가 초래한 기후변화가 더 많은 폭력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무더운 날씨와 폭력 범죄는 강력한 상관성을 보여주며, 폭력은 여름에 최고점에 도달한다.
몇몇 학자는 폭력 범죄와 온난한 기후의 상관관계를 더 깊이 파고 있다. 극단적인 기후 변동과 범죄사건 간 관계를 들여다보는 학자들은 기후 편차가 규칙적인 인간 활동을 상당하게 방해할 뿐 아니라, 폭력 범죄율에 큰 영향을 준다고 가정하고 있다.
이 같은 가설은 동기가 있는 범법자, 적정한 표적, 그리고 표적을 지킬 수 있는 보호가 부재할 때 범죄가 발생한다는 소위 ‘일상 활동 이론(Routine Activity Theory)’에 근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온난한 기후일 경우 사람들이 외부활동에 가담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이는 잠재적 범법자 입장서 매력적인 표적이 많아지고 범행의 기회가 많아짐을 뜻한다. 잠재적 표적이 외부활동 과정서 잠재적 범법자와 마주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더 많은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온난한 날이 더 많아지면 폭력 범죄가 그만큼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하는 것이다.
범죄와 기후변화의 관계를 설명하는 또 다른 이론도 있다. 기후변화는 전통적으로 물리적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논의됐지만, 최근에는 범죄율에 영향을 미치는 잠재성이 논의되는 흐름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의 상승과 자연재해 등이 긴장의 증대는 물론이고, 범죄 행위의 증가와 관련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결과로서 범죄 활동의 증가 추세를 최근의 연구들이 일관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이론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는데, Anomie와 일반 긴장 이론(General Strain Theory)이 대표적이다. 관습적 목표 성취의 실패, 긍정적인 생활 요인의 상실, 부정적인 생활 요인의 존재 등이 정신건강 문제와 범죄 활동에 가담할 개연성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기후변화의 결과로 사람들의 긴장 수준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는 우울, 분노,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 상태로 이어질 잠재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긴장 상태가 계속되면 범죄 활동에 가담할 개연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높은 수준의 열기와 습도가 사람들의 신체적 불편감(physical discomfort)과 심리적 편협성, 불관용(psychological intolerance)을 유발하고, 이는 충동적 범행으로 이어지는 공격적 성향을 악화시킬 수 있다.
기후 조건이 잠재적 피해자 또는 표적과 범법자 사이의 물리적, 신체적 접촉과 사회적 상호작용 기회를 형성하고, 물리적 접촉과 사회적 상호작용 동안의 감정적 대응과 행동적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범죄와 기후의 상관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기후 요인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후가 사람의 행위적 선택과 활동을 형성하고 구조화하는데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영향을 미치는 잠재성과 능력으로, 범죄에도 그 함축적 의미를 갖게 된다는 해석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