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착한가격업소는 소상공인을 살리는 동시에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좋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직접 찾아가 본 착한가격업소는 실속 없는 인증마크였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말까지 착한가격업소를 1만개로 확대할 예정이지만, 숫자 늘리기에 급급해 업소 관리에는 부실한 실정이다.
지속적인 고물가 시대. 부담되는 식사 비용을 저렴한 가격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착한가격업소를 찾았지만 “그 메뉴는 지금 팔고 있지 않다” “카드는 안 받는다” “이게 아니라 다른 메뉴다” “해당 메뉴는 이전에 가격이 올랐다”는 등의 말에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착한가격업소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로 음식점에 갔지만 가격이 다르거나 주문이 불가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헛걸음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착한가격업소를 올해 말까지 1만개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인 가운데 서울의 한 지자체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착한가격업소란 지속적인 물가 상승 속에서도 지역 내 평균가격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를 말한다.
<일요시사>가 서울 동작구 지역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 외식업 6곳, 이·미용업 6곳을 확인한 결과, 외식업 6곳 중 2개 착한가격업소 이외에는 착한가격으로 지정된 메뉴를 팔고 있지 않았으며 나머지 각 업소들은 홈페이지에 명시돼있는 가격과 다르거나 다른 메뉴가 착한가격으로 잘못 표시돼있었다.
또 이·미용업 6곳 중 5개의 업소가 카드를 받지 않거나 착한가격업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가격보다 높았다.
서울시 착한가격업소는 동작구가 121개 업소로 가장 많으며, 뒤이어 관악구(102개), 구로구(99개) 순이다.
지난 5일, 동작구 소재의 착한가격업소로 선정된 외식업 A 업소(한식·일반)를 방문해 착한가격(주요품목) 메뉴 주문이 가능한지 문의하자 “지금은 그 메뉴를 팔지 않고 있다”는 업주의 답변을 들었다.
A 업소와 같은 메뉴를 팔고 있는 B 업소(한식·일반)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B 업소를 찾아 착한가격 음식 메뉴를 주문했으나 업주는 “지금은 안 한다”고 말했다.
A·B 업소의 착한가격 메뉴가 현재 팔 수 없는 메뉴인지 확인하기 위해 해당 메뉴를 팔고 있는 인근 C 음식점에 확인한 결과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C 음식점은 착한가격업소가 아니었지만, A·B 업소서 팔고 있지 않은 착한가격 메뉴 주문이 가능했다.
직접 가보니 팔지도 않아
업소 늘리기만 신경 쓴다
또 다른 착한가격업소를 찾아갔으나 앞 상황과는 달랐다. D 업소(한식·육류) 업주에게 착한가격업소 홈페이지에 공개돼있는 메뉴를 보여주며 가격이 맞는지 묻자 당황했다. 해당 업주는 “여기에 나와 있는 메뉴가 아니라 다른 건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D 업소의 착한가격 메뉴는 다른 메뉴가 표시된 셈이었다.
이후 찾아갔던 E 업소(한식·일반)는 홈페이지 메뉴 가격보다 2000원이 비쌌다. E 업소 업주에게 가격이 언제 올랐는지 묻자 “지난 6월 초에 올랐다”고 답했다. 가격을 인상한 지 2개월이 지났으나 홈페이지에 가격 반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미용업의 경우 메뉴나 가격엔 문제가 없었으나 결제 방법이 상이했다. 외식업에 비해 착한가격으로 지정된 주요품목 서비스가 불가하거나 잘못 표시된 것은 없었지만, 6곳 중 5곳이 카드 사용이 불가했고, 현금 결제나 계좌이체를 요구했다. 나머지 한 곳은 카드 사용이 가능했으나 홈페이지에 게재돼있는 가격서 2000원을 더 지불해야 했다.
또 일부 이·미용업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 외에는 착한가격업소라는 것을 알아보기도 쉽지 않았다. 착한가격업소로 선정되면 표찰이나 스티커를 업주에게 제공하는데, 방문했던 일부 이·미용업소의 내·외부에선 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착한가격업소 선정 시 인증 표찰이 교부되고 종량제봉투 구입비 및 수도요금, 맞춤형 인센티브(85만원 상당) 등을 지원받으며, 관할 지자체 및 착한가격업소 홈페이지에 사진과 함께 게시된다. 또 홈페이지·소식지·SNS 등을 활용한 가게 홍보도 지원해 준다.
착한가격업소는 영업자가 지정 공고 확인 후 신청을 하면 공무원, 민간인 등이 현지실사를 통해 지정 기준 55점 만점 중 평가점수 40점 이상이면 선정 가능하다. 지정 기준 항목에는 가격, 위생·청결, 공공성이 들어 있다.
착한가격업소는 3월과 9월 일제정비를 통해 평가기준에 따라 신규 및 재지정 심사를 하고 있으며, 3, 6, 9, 12월에는 현행화를 통해 업소별 변동사항 등을 홈페이지에 반영하고 있다.
홈페이지 가격보다 비싸
현행화 기간에도 올라
그러나 착한가격업소의 선정 기준과 현행화 실시일이 있음에도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가격인상을 직접 확인해야 알 수 있었고, 착한가격 메뉴가 잘못 표시된 사실도 모르는 업주도 있었다.
또 일부 업소는 혜택만 챙기고 착한가격 메뉴를 팔고 있지도 않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카드 사용에 대한 의무화는 없다”며 “카드 사용은 세무 당국의 권한이라 착한가격업소와는 다른 결”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카드 사용이 보편화돼있고 영업소득에 대한 탈루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착한가격업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정보와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관할 지자체가 가게로부터 정보를 받아 행안부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직접 수정할 수 있도록 돼있는데, 현행화 문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착한가격업소는 홈페이지 기준 7000~8000개인데, 이를 매일 가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반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착한가격업소로 선정된 가게에 교부되는 표찰이나 스티커 미부착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를 관리하는 부분에 있어 부착은 의무화가 맞다”고 말했다.
동작구청의 한 관계자도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 가게에 카드 사용 여부를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며 “지정기준에 카드 사용 불가 시 신규 신청 제한이라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시민들의 불편을 고려해 향후 카드 사용을 권장하도록 업소에 안내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착한가격 메뉴를 판매하고 있지 않은 경우 지청 취소 사유로 볼 수 있다”며 “수시로 점검하기보다는 상·하반기에 일제 점검을 통해 조치할 예정이고 현행화를 분기별로 실시해 파악되는 대로 수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겉핥기
지난 2011년 물가안정을 위해 전국서 저렴한 가격과 위생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2497개 업소를 착한가격업소로 지정했으며, 지난 9일 기준 8054개 업소(외식업, 이미용업, 세탁업 등)를 착한가격업소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업종별 외식업에는 한식이 4962개 업소로 가장 많았으며, 기타 개인서비스업엔 미용업이 1214개 업소로 제일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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