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여름나기 ①서울 우리옛돌박물관

바다를 건너간 돌사람의 귀향

우리옛돌박물관은 이름에서 잘 알 수 있듯 옛돌, 즉 우리나라 석조유물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2015년 11월 건립한 ​세계 유일의 석조유물 전문 박물관이다. 2000년 경기도 용인에서 세중옛돌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개관했으나 석조유물을 비롯해 자수, 근현대 미술작품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을 더 많은 대중에게 소개하고자 2015년 서울 성북구 성북동으로 자리로 옮겨 재개관했다.

우리옛돌박물관이 있는 성북동은 도심 속 수려하고 쾌적한 자연경관 덕분에 오랜 세월 여러 문화예술인이 교류하고 거주해온 곳이다. 한용운, 정지용, 염상섭, 조지훈, 김광섭, 신동엽 등의 저명한 문인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성북동서 창작 활동을 하며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여럿 남겼다. 

우리옛돌박물관은 성북동서 가장 높은 지대인 북악산 부근에 위치해 거대한 서울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서 2㎞ 정도 떨어져 있으나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므로 대체로 방문객은 성북02번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편이다.

예술의 도심

버스를 타면 20분 정도 소요된다. 선잠단지, 길상사, 한국가구박물관 등의 명소를 지나 종점인 우리옛돌박물관 정류장서 하차한다. 

우리옛돌박물관은 전체 부지면적 1만4000㎡ 규모의 너른 공간에 석조유물 1250여점을 전시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우리나라 석조유물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조명한다.

2001년 일본으로부터 환수한 석조유물을 시작으로 문인석, 장군석, 동자석, 벅수(장승), 석탑, 부도(부처의 사리를 안치한 탑), 석호(왕릉이나 큰 무덤 주위에 돌로 만들어 세운 호랑이), 불상, 망주석(무덤 앞의 양쪽에 세우는 한 쌍의 돌기둥), 돌하르방, 제주동자석, 제주정낭(집 입구의 양쪽에 구멍을 뚫은 돌이나 나무를 세우고 나무를 가로로 걸쳐 놓은 것) 등 한국적 힘과 위엄이 느껴지는 다양한 석조유물을 주제에 따라 전시해 관람의 재미를 준다.

재단법인 우리옛돌문화재단 천신일 이사장의 노력 아래 국내외로 흩어진 한국 석조유물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다. 천 이사장은 일제강점기와 전란을 거치며 잃어버린 문화재를 되찾아오고 싶다는 집념으로 해외로 흩어진 문화재 환수에 힘을 쏟았다.

선조 철학과 지혜 깨닫게 해주는
우리옛돌박물관의 석조유물

그 결과 2001년, 소장품 중 상태가 양호하고 뛰어난 조각기술이 엿보이는 석조유물 70여점을 일본으로부터 환수할 수 있었다. 

우리옛돌박물관은 석조유물을 단순히 고찰의 장식 정도로 여기던 기존의 고루한 시각서 벗어나 석조유물 안에 담긴 선인들의 철학과 지혜를 발견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석조유물이 전시된 야외전시장을 천천히 크게 한 바퀴 걷노라면 오랜 세월 우리 땅에 존재했던 돌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돌’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삶의 근원적 숨결이 묻어 있다. 프랑스의 과학철학자이자 문학비평가 가스통 바슐라르는 시와 예술에 잠재된 인간의 상상력이 근본적으로 물, 불, 흙, 공기라는 4가지 질료에서 비롯된다는 ‘4원소 이론’을 주장했는데, 그에 따르면 흙은 생명의 탄생, 성장, 변화, 소멸의 전 과정을 담고 있는 자연 요소로서 ‘안정’과 ‘정착’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흙은 돌의 기본이 되는 물질로서 함의하는 바가 크다. 

우리옛돌박물관은 석조유물뿐만 아니라 규방 문화의 결정체인 전통 자수작품과 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작가의 회화작품도 함께 전시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주말과 공휴일은 1시간 연장해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관람료는 성인 기준 3000원이다. 우리옛돌박물관 내 뮤지엄웨이브의 전시를 관람할 시 우리옛돌박물관 야외전시장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의 얼이 서려 있는 민족적 자존의 장소다. 1905년 백담사에서 출가한 한용운 선사는 독립운동을 강하게 탄압하던 1933년 성북동 깊은 산골짜기에 방 두 칸짜리 집인 심우장을 짓고 민족 지사와 교류하며 문학 활동을 했으나 광복을 1년여 앞두고 1944년 6월 29일 심우장서 입적했다.

심우(尋牛)란 수행자가 수행을 통해 본성을 깨닫는 10단계의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일에 비유한 심우도(尋牛圖)서 유래한 이름이다. 

수연산방(壽硯山房)은 1998년 문을 연 성북구 성북동의 유명한 전통 찻집이다. 본래는 우리나라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상허 이태준의 고택이었다. 이태준 작가가 1946년 무렵 월북 전까지 살던 가옥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전통 찻집을 운영하는 사람은 이태준의 생외손녀(누나의 외손녀)인 조상명씨. 수연산방은 한옥과 한국식 정원이 아름다운 공간으로 전통차와 한과, 단호박죽이 유명하며 하절기에는 단호박빙수도 맛볼 수 있다.

성북근현대문학관

문학 속 성북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 3월 개관한 성북근현대문학관은 성북의 문학과 관련된 자료를 종합적으로 수집하고 이용자에게 다양한 방식의 문학적 소통을 제안하는 문학 플랫폼이다. 총 4개 층으로 지하 1층은 자료열람실 및 교육실, 1층은 기획전시실, 2층은 상설전시실, 3층은 옥상으로 구성돼있으며 한용운, 정지용, 염상섭, 김동리, 박경리, 박완서 등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쓴 성북의 문인을 시기별로 소개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우리옛돌박물관→심우장→수연산방→성북근현대문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우리옛돌박물관→심우장→성북근현대문학관
-둘째 날 성북구립미술관→수연산방→간송미술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우리옛돌박물관 www.koreanstonemuseum.com
-성북근현대문학관 https://www.instagram.com/sb__mlm
-수연산방 https://www.instagram.com/sooyeonsanbang

운영 정보
-우리옛돌박물관 운영시간: 화~금요일 10:00~17:00, 주말·공휴일 10:00~18:00(17:00 입장 마감) 휴무: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휴관) 요금: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만해한용운심우장 운영시간: 9:00~18:00 휴무: 없음 요금: 무료
-수연산방 운영시간: 수~금요일 11:30~17:50(17:00 주문 마감) 토요일 11:30~21:50(21:00 주문 마감, 18:00~19:00 브레이크타임) 일요일 11:30~19:40(19:00 주문 마감) 휴무: 매주 월·화요일 요금: 무료(카페 이용료는 메뉴에 따라 상이)
-성북근현대문학관 운영시간: 화~일요일 10:00~18:00(17:30 입장 마감) 휴무: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추석 연휴 요금: 무료

문의 전화
-성북구청 문화체육과 02)2241-2652
-우리옛돌박물관 02)986-1001
-심우장 02)2241-2652(성북구청 문화체육과 문화재관리팀)
-성북근현대문학관 02)2241-1939, 수연산방 02)764-1736

대중교통
전철 수도권 전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서 하차 후 삼선교·성북문화원 정류장서 성북02번 마을버스로 환승, 우리옛돌박물관까지 약 20분 소요.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서울시교통정보시스템 https ://topis.seoul.go.kr

자가운전
성북동 주민센터→홍익대부속중고등학교 입구→선잠단지·성락원 앞→성북동성당→길상사→우리옛돌박물관

숙박 정보
-스페이스 모다: 성북구 삼선교로6길, 0507)1312-0152, https://blog.naver.com/spacemoda
-한옥 스테이 나비잠: 성북구 창경궁로43길, 0507)1376-8109, www.stayfolio.com/findstay/nabijam
-성북 은은한가: 성북구 동소문로13가길, 0507)1485-1088, www.stayfolio.com/findstay/seongbuk-euneun hanga

식당 정보
-금왕돈까스 본점(등심돈가스·안심돈가스·금왕정식): 성북구 성북로 138, 02)763-9366
-성북동누룽지백숙(누룽지백숙·들깨메밀수제비·메밀전): 성북구 성북로31길, 02)764-0707
-손가네곰국수(곰국수·설렁탕·생불고기): 성북구 성북로15길, 02)743-8937

주변 볼거리
한국가구박물관, 정법사, 길상사, 천주교성북동성당, 운우미술관, 성북선잠박물관, 선잠단지, 예향재, 삼청각, 성북문화원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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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