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여름나기 ①서울 우리옛돌박물관

바다를 건너간 돌사람의 귀향

우리옛돌박물관은 이름에서 잘 알 수 있듯 옛돌, 즉 우리나라 석조유물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2015년 11월 건립한 ​세계 유일의 석조유물 전문 박물관이다. 2000년 경기도 용인에서 세중옛돌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개관했으나 석조유물을 비롯해 자수, 근현대 미술작품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을 더 많은 대중에게 소개하고자 2015년 서울 성북구 성북동으로 자리로 옮겨 재개관했다.

우리옛돌박물관이 있는 성북동은 도심 속 수려하고 쾌적한 자연경관 덕분에 오랜 세월 여러 문화예술인이 교류하고 거주해온 곳이다. 한용운, 정지용, 염상섭, 조지훈, 김광섭, 신동엽 등의 저명한 문인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성북동서 창작 활동을 하며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여럿 남겼다. 

우리옛돌박물관은 성북동서 가장 높은 지대인 북악산 부근에 위치해 거대한 서울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서 2㎞ 정도 떨어져 있으나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므로 대체로 방문객은 성북02번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편이다.

예술의 도심

버스를 타면 20분 정도 소요된다. 선잠단지, 길상사, 한국가구박물관 등의 명소를 지나 종점인 우리옛돌박물관 정류장서 하차한다. 

우리옛돌박물관은 전체 부지면적 1만4000㎡ 규모의 너른 공간에 석조유물 1250여점을 전시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우리나라 석조유물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조명한다.


2001년 일본으로부터 환수한 석조유물을 시작으로 문인석, 장군석, 동자석, 벅수(장승), 석탑, 부도(부처의 사리를 안치한 탑), 석호(왕릉이나 큰 무덤 주위에 돌로 만들어 세운 호랑이), 불상, 망주석(무덤 앞의 양쪽에 세우는 한 쌍의 돌기둥), 돌하르방, 제주동자석, 제주정낭(집 입구의 양쪽에 구멍을 뚫은 돌이나 나무를 세우고 나무를 가로로 걸쳐 놓은 것) 등 한국적 힘과 위엄이 느껴지는 다양한 석조유물을 주제에 따라 전시해 관람의 재미를 준다.

재단법인 우리옛돌문화재단 천신일 이사장의 노력 아래 국내외로 흩어진 한국 석조유물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다. 천 이사장은 일제강점기와 전란을 거치며 잃어버린 문화재를 되찾아오고 싶다는 집념으로 해외로 흩어진 문화재 환수에 힘을 쏟았다.

선조 철학과 지혜 깨닫게 해주는
우리옛돌박물관의 석조유물

그 결과 2001년, 소장품 중 상태가 양호하고 뛰어난 조각기술이 엿보이는 석조유물 70여점을 일본으로부터 환수할 수 있었다. 

우리옛돌박물관은 석조유물을 단순히 고찰의 장식 정도로 여기던 기존의 고루한 시각서 벗어나 석조유물 안에 담긴 선인들의 철학과 지혜를 발견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석조유물이 전시된 야외전시장을 천천히 크게 한 바퀴 걷노라면 오랜 세월 우리 땅에 존재했던 돌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돌’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삶의 근원적 숨결이 묻어 있다. 프랑스의 과학철학자이자 문학비평가 가스통 바슐라르는 시와 예술에 잠재된 인간의 상상력이 근본적으로 물, 불, 흙, 공기라는 4가지 질료에서 비롯된다는 ‘4원소 이론’을 주장했는데, 그에 따르면 흙은 생명의 탄생, 성장, 변화, 소멸의 전 과정을 담고 있는 자연 요소로서 ‘안정’과 ‘정착’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흙은 돌의 기본이 되는 물질로서 함의하는 바가 크다. 


우리옛돌박물관은 석조유물뿐만 아니라 규방 문화의 결정체인 전통 자수작품과 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작가의 회화작품도 함께 전시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주말과 공휴일은 1시간 연장해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관람료는 성인 기준 3000원이다. 우리옛돌박물관 내 뮤지엄웨이브의 전시를 관람할 시 우리옛돌박물관 야외전시장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의 얼이 서려 있는 민족적 자존의 장소다. 1905년 백담사에서 출가한 한용운 선사는 독립운동을 강하게 탄압하던 1933년 성북동 깊은 산골짜기에 방 두 칸짜리 집인 심우장을 짓고 민족 지사와 교류하며 문학 활동을 했으나 광복을 1년여 앞두고 1944년 6월 29일 심우장서 입적했다.

심우(尋牛)란 수행자가 수행을 통해 본성을 깨닫는 10단계의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일에 비유한 심우도(尋牛圖)서 유래한 이름이다. 

수연산방(壽硯山房)은 1998년 문을 연 성북구 성북동의 유명한 전통 찻집이다. 본래는 우리나라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상허 이태준의 고택이었다. 이태준 작가가 1946년 무렵 월북 전까지 살던 가옥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전통 찻집을 운영하는 사람은 이태준의 생외손녀(누나의 외손녀)인 조상명씨. 수연산방은 한옥과 한국식 정원이 아름다운 공간으로 전통차와 한과, 단호박죽이 유명하며 하절기에는 단호박빙수도 맛볼 수 있다.

성북근현대문학관

문학 속 성북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 3월 개관한 성북근현대문학관은 성북의 문학과 관련된 자료를 종합적으로 수집하고 이용자에게 다양한 방식의 문학적 소통을 제안하는 문학 플랫폼이다. 총 4개 층으로 지하 1층은 자료열람실 및 교육실, 1층은 기획전시실, 2층은 상설전시실, 3층은 옥상으로 구성돼있으며 한용운, 정지용, 염상섭, 김동리, 박경리, 박완서 등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쓴 성북의 문인을 시기별로 소개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우리옛돌박물관→심우장→수연산방→성북근현대문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우리옛돌박물관→심우장→성북근현대문학관
-둘째 날 성북구립미술관→수연산방→간송미술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우리옛돌박물관 www.koreanstonemuseum.com
-성북근현대문학관 https://www.instagram.com/sb__mlm
-수연산방 https://www.instagram.com/sooyeonsanbang

운영 정보
-우리옛돌박물관 운영시간: 화~금요일 10:00~17:00, 주말·공휴일 10:00~18:00(17:00 입장 마감) 휴무: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휴관) 요금: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만해한용운심우장 운영시간: 9:00~18:00 휴무: 없음 요금: 무료
-수연산방 운영시간: 수~금요일 11:30~17:50(17:00 주문 마감) 토요일 11:30~21:50(21:00 주문 마감, 18:00~19:00 브레이크타임) 일요일 11:30~19:40(19:00 주문 마감) 휴무: 매주 월·화요일 요금: 무료(카페 이용료는 메뉴에 따라 상이)
-성북근현대문학관 운영시간: 화~일요일 10:00~18:00(17:30 입장 마감) 휴무: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추석 연휴 요금: 무료


문의 전화
-성북구청 문화체육과 02)2241-2652
-우리옛돌박물관 02)986-1001
-심우장 02)2241-2652(성북구청 문화체육과 문화재관리팀)
-성북근현대문학관 02)2241-1939, 수연산방 02)764-1736

대중교통
전철 수도권 전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서 하차 후 삼선교·성북문화원 정류장서 성북02번 마을버스로 환승, 우리옛돌박물관까지 약 20분 소요.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서울시교통정보시스템 https ://topis.seoul.go.kr

자가운전
성북동 주민센터→홍익대부속중고등학교 입구→선잠단지·성락원 앞→성북동성당→길상사→우리옛돌박물관

숙박 정보
-스페이스 모다: 성북구 삼선교로6길, 0507)1312-0152, https://blog.naver.com/spacemoda
-한옥 스테이 나비잠: 성북구 창경궁로43길, 0507)1376-8109, www.stayfolio.com/findstay/nabijam
-성북 은은한가: 성북구 동소문로13가길, 0507)1485-1088, www.stayfolio.com/findstay/seongbuk-euneun hanga

식당 정보
-금왕돈까스 본점(등심돈가스·안심돈가스·금왕정식): 성북구 성북로 138, 02)763-9366
-성북동누룽지백숙(누룽지백숙·들깨메밀수제비·메밀전): 성북구 성북로31길, 02)764-0707
-손가네곰국수(곰국수·설렁탕·생불고기): 성북구 성북로15길, 02)743-8937


주변 볼거리
한국가구박물관, 정법사, 길상사, 천주교성북동성당, 운우미술관, 성북선잠박물관, 선잠단지, 예향재, 삼청각, 성북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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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사건 이첩을 막을 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면 자칫 수사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불법 수사로 규정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검찰로 이첩되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쇼핑’ 논란을 자처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정을 믿겠다는 무리수로 해석된다. 수사는 끝났는데…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은 이날까지 총 세 차례나 불발됐다. 앞서 공수처는 구인 시도 첫날인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치만 하다가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전날에는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진료를 받고 오후 9시가 넘어 복귀하면서 무산됐다. 인권 보호 규정상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지난달 15일 첫 대면조사 때부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7차례에 걸친 출석 및 조사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오후 3시쯤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쯤 집행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했던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찰도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비화폰을 통해 군·경찰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기소) 요구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 불법 수사 규정 강제구인도 실패 어쩔 수 없이 이첩…구속 제외 성과 ‘0’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 왔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분위기를 봐가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을 이용해 일부분 협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 단계에선 구치소 방문 조사 등 최소 범위로 응하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공수처와 검찰 모두 법적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으며,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윤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온 것과 대응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협조도 안 했는데 검찰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초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수사해 왔고 그런 검찰에 윤 대통령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일에 출석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해 연장을 신청했다. 판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5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전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18일부터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명을 군검찰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밖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군·경찰 간부들도 조사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후배들이 나설 차례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캐물을 계획이다.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곽·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과 마주 앉아 조사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은 29기, 김종우 차장은 33기다. 수사팀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국정 농단 수사팀서 당시 팀장이던 윤 대통령 지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요인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계와 법조계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조 운영 정황을 포착해 최근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체포조 운영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 여 전 사령관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 선포됐으니까 너희 수사관 100명 우리한테 보내줘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요인 체포조를 위해 조사본부 차원서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에는 방첩사 수사관 50명과 경찰 수사관 100명도 동원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헌재 여론전 윤 믿을 건 친정뿐? 검 “대면조사 필요…봐주기 없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쪽지도 핵심 물적 증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부인했다.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이날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서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한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가도 반납 혐의 다지기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 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중 한 총리를 포함해 최 대행 등 7명을 조사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