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급’ 연예인 과잉 경호 막전막후

조금 떴다고 안하무인 생난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해묵은 논란이 또다시 일었다. ‘연예인 과잉 경호’ 논란이다. 과거 연예인을 경호하는 경호원이 팬들을 폭행하며 일어난 논란이 이번엔 공항 통제로 다시 일파만파 확산됐다. 법조계에서는 경호원의 법적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경호업계와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몇몇 과격한 팬으로부터 연예인을 보호하기 위한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예인들의 ‘과잉 경호’ 논란이 다시금 불이 붙었다. 인천국제공항서 배우 변우석의 사설 경호업체의 행동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과거 과잉 경호 사례와 그에 대한 법적 처벌에 대해 분석했다. 

논란은 지난 12일, 변씨가 ‘2024 아시아 팬미팅 투어 - 서머 레터(SUMMER LETTER)’를 위해 홍콩으로 출국하던 중 발생했다. 

때리기까지 
이래도 되나?

각종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당시 경호업체 직원은 인파를 막겠다며 공항 게이트를 통제했다. 경호업체 직원은 “변우석이 이따 와서 들어가면 게이트를 막을 것이다. 막는 시간은 10분”이라며 “기자들 포함, 아무도 못 들어간다. 알겠냐”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변우석이 이용하는 라운지 이용 승객이었다고 밝힌 한 네티즌에 따르면, 경호원이 승객들에게 갑자기 플래시를 쏘며 경호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변우석에게 무리하게 다가가거나 신체접촉을 한 승객들은 없었는데도 경호원이 갑자기 플래시를 비췄다고 회상했다.


게다가 라운지 인근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승객들의 항공권까지 검사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경호업체에서는 해당 행동 모두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과 공항 경비대와 협의했다고 해명했다.

경호업체 대표는 ‘게이트 통제’에 대해 “상식적으로 게이트를 10분 동안 막을 순 없고, 공항 쪽에 협의를 거쳐 공항 경비대와 최종 협의를 했다”며 “안전사고 예방 차원서 그렇게 고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는 경호 업무와 관련해 지난 몇 년간 일을 해왔다”며 “절대 팬분들과 기자분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않는다. 그 내용을 미리 전달했다”고 부연했다.

‘라운지 이용 승객의 항공권 검사’에 대해서도 “우리의 단독 결정이 아니었고, 공항 경비대와 같이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라운지 주변에 티켓이 없는데도 들어가려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혼잡했기 때문에)공항 경비대와 차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승객들을 향해 플래시를 쏜 행동에 대해선 경호원의 명백한 실수고 잘못된 행동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경호업체 대표는 이와 관련해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든 만큼 깊이 사과한다”며 “전 경호원을 대상으로 이런 상황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재발 방지 교육을 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인천공항 측이 경호업체와 협의한 적 없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재확산되는 분위기다.

인천공항 측은 “게이트의 경우 출입국 게이트가 아닌 공항버스가 운행되는 게이트를 말하는 것”이라며 “이런 출입구 게이트는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들이 출국하거나 방한할 경우, 공항경비대 측이 자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오타니가 방한했을 때가 이 경우”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변씨가 출국할 당시 사설 경호업체가 라운지서 항공권을 검사하는 등의 행위는 공항경비대 측과 협의가 이뤄진 게 없다”며 “공항경비대 또한 승객의 신분증이나 항공권을 함부로 검사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배우 변우석 경호 중 공항 통제
“폭행·강압·불법점거죄에 해당”

인천공항경찰단은 지난 12일, 인천공항서 변씨를 경호한다는 명목으로 출입구와 에스컬레이터 등을 차단하고 승객들의 항공권 등을 검사한 사설 경비업체 소속 경호원들을 내사하고 있다. 게다가 경호원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되기까지 했다.

법조계에서는 변씨의 경호업체와 경호팀이 인권침해를 넘어 법적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조계서 이들에게 적용한 죄는 크게 3가지로 ▲폭행죄 ▲강압죄 ▲불법점거다.

앞서 법원은 플래시를 상황에 따라 위험한 물건으로 판단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부산지방법원은 특수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피해자 B씨의 승용차가 상향등을 켜고 운행한다는 이유로 화가 나 B씨의 얼굴 부위를 향해 레이저 포인터와 발광다이오드(LED) 라이트를 쐈다.

법원은 레이저 포인터와 LED 불빛을 위험한 물건으로 보고 특수폭행 혐의가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인 레이저 포인터와 LED 라이트 불빛을 피해자의 눈과 얼굴 부위에 닿게 해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판시했다.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위 사건에 대해 “운전 중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커 양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레이저의 특성 때문에 법원에서는 위험한 물건으로 본다. 일반인에게 강한 플래시를 쏴서 방해했다면 폭행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도 “특수폭행은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할 때 성립하는 범죄므로, 행위 자체만 보면 충분히 특수폭행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본다”며 “실제로 판례도 레이저 포인터를 사용해 사람의 눈에 빛을 쏘는 행위에 대해 특수폭행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호원은 초상권 보호를 위해 사진을 못 찍게 할 의도로 플래시 라이트를 쐈다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당시 주변 상황에 비춰 과도한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정당방위, 정당행위로 보기에 상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법적제재
의견 보니…


형법 324조(일명 강압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변호사는 “경호원은 인천공항 라운지서 민간인의 신분증과 항공권을 검사할 권한이 없다”며 “만일 강압적으로 검사했다면 강요죄가 문제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YTN <뉴스퀘어 2PM>에 출연한 김성훈 변호사는 “중요한 점은 국가 기간시설 중 하나인 공항의 출입국 장소서 일정 부분을 경호업체가 임의로 점유했다는 것”이라며 “이런 일들을 벌였다는 점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질서를 유지하거나 이런 부분들이 필요한데 공적인 영역서의 질서유지는 공공서 담당해야 할 역할”이라며 “그런 부분을 넘어서서 임의로 사적인 권력과 사적인 집단서 임의로 폭력적으로 또는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하는 질서유지는 절대 허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호업계에서는 인기 많은 연예인의 경호는 특히나 변수가 많아 사전적인 통제가 필요한 상황인만큼 법적제재는 가혹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경호업계 관계자는 “인기 많은 연예인이 출국하거나 입국할 때는 신경써야 하는 게 많다”며 “취재진과 팬, 게다가 여행객까지 순식간에 몰려들 가능성이 있어 안전사고 예방 차원서 경호원들은 많이 예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서 해당 경호업체가 공항 측과 협의를 하지 않고 그런 행동을 한 게 문제는 맞지만 불법 점거, 폭행죄 등 법적제제를 받는 것은 가혹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사실 연예인 과잉경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나 열정적인 팬덤 규모가 큰 K팝 아이돌 시장에서는 이전부터 잊을 만하면 비슷한 논란이 불거지곤 했다. 

지난해 7월 보이그룹 ‘앤팀’이 일본 일정을 위해 김포국제공항으로 출국하는 과정서 앤팀의 경호원들이 우산을 펴 멤버들의 모습을 가린 채 지나가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이 과정서 경호팀은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오는 팬들을 밀치거나 고함을 치는 대응을 보여줘 과잉 대응 논란이 일었다.

사적인 권력
팬들이 적?

같은 달 앤팀의 대면 팬 사인회에서는 팬들을 대상으로 속옷 검사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하이브 측은 “녹음 내용이 외부에 유출돼 팬과 아티스트가 함께 곤란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녹음과 촬영이 가능한 전자장비의 반입을 엄격하게 제한해 왔다”며 “전자장비를 몸에 숨겨 반입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해 이를 확인하는 보안 바디체크가 여성 보안요원에 의해 진행됐고, 기쁜 마음으로 행사에 참석하신 팬 여러분에게 불쾌감을 드리게 됐다”고 해명·사과했다.

보안 목적 검색에는 비접촉 방식을 도입하는 등 개선안을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또 지난해 5월 보이그룹 ‘NCT드림’을 경호하던 경호원이 인천공항 제1터미널서 30대 여성팬을 밀쳐 늑골 골절상을 입힌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당시 경호원은 NCT드림 멤버가 입국 게이트로 이동하는 과정서 인파가 몰리자 여성팬을 밀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서 30대 여성팬이 벽에 부딪혀 늑골이 골절돼 전치 5주 진단을 받았다.

이외에도 지난해 12월 칭다오 항공서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의 경호 업무를 수행하던 경호원이 멤버에게 다가와 촬영 중이던 팬을 강하게 밀치는 영상이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며 과잉 경호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16년 ‘엑소’의 콘서트에서는 보안요원이 팬들이 가슴에 카메라를 숨기고 들어올지도 모르니 만져봐야 한다고 이야기해 한 팬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하는 사건과 지난 2018년 워너원 싱가포르 콘서트서도 경호업체 측이 영상과 사진을 찍는 팬들의 머리채를 잡는 등 과잉 보호 행동을 보여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아이돌 팬 싸인회가 종종 열리는 서울 동지아트홀 측은 과잉 경호 금지에 관한 내용이 담긴 공문을 내걸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동지아트홀 측은 “경호는 권력이 아니다. 경찰도 아니며 완장을 찬 통제자가 아니다”라며 “경호는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도 의뢰인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객 내지 문화 소비자를 잠재적 가해 인물로 인식하고 경계해서 노골적으로 통제, 제지, 제압, 억압, 압박, 위협, 지시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과잉 경호를 했던 경호원들에겐 폭행죄나 과실치상죄가 적용됐다.

스타도 팬도 다친 과거 사례들
“많은 인파 안전사고 대비해야”

지난해 6월엔 한 아이돌 그룹 팬을 폭행한 경호원 A씨가 폭행죄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21년 10월 경기 파주서 아이돌을 경호하다 한 팬이 사진 촬영을 하자 팬이 입고 있던 후드티 모자를 잡아당겨 넘어뜨린 혐의를 받았다. 이날 A씨는 또 다른 팬의 가슴을 밀어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A씨는 재판 과정서 경호를 위한 행위였으므로 정당하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경호 대상인 연예인들을 좀 더 가까기서 촬영하기 위해 A씨가 설정한 저지선을 넘기는 했으나, 피해자들이 연예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려고 했다거나 연예인들과 직접 접촉하려고 했다고 볼만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며 “A씨의 행동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디센트법률사무소의 진현수 변호사는 “고의로 밀쳐 폭행을 한 것이 인정되면 폭행죄, 고의는 없었고 결과적으로 팬을 다치게 했다면 과실치상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폭행죄나 과실치상죄 적용 여부는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과잉 경호의 책임을 오로지 경호업체에만 지울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들은 과격한 팬들의 행동을 제재하기 위해선 과잉 및 강압 경호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경호업계 관계자는 “의뢰인을 보호하는 것이 경호서 우리 역할인 만큼 수많은 인파 속에서 의뢰인과 팬, 그리고 일반 시민들까지 휘말리는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몇몇의 과격한 팬을 제재하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수많은 인파가 한번에 몰려 사고가 날 것 같은 순간들이 발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나왔던 얘기가 “경호원이 왜 이렇게 적냐” “경호가 왜 이렇게 허술하냐”는 것이었다.

2022년 도쿄 콘서트를 성료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스트레이키즈’ 멤버 한이 인파에 떠밀려 넘어지는 일이 벌어졌고 ‘트와이스’ 지효도 2019년 입국길에 팬들이 몰려 다리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과거 ‘갓세븐’ 잭슨은 공항에 따라오던 팬의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했으며, 트와이스 다현이 공항서 여권을 확인하는 모습을 촬영해 개인정보가 담긴 사진이 온라인 상에 떠돌기도 했다. 최근 ‘라이즈’ 팬이 공항의 자동문을 파손시킨 일도 있다.

나중에…
돈이면 끝?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보고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굴지의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공항을 가보면 ‘사고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공항서의 협조도 없어 경호업체와 소속사에서 이를 해결해야 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연예인 특혜가 아니라, 오히려 일반 승객들의 위험을 막고 사고를 방지하는 일이라고 본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조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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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이 자랑이라고···노소영 카드에 국민들 화났다

비자금이 자랑이라고···노소영 카드에 국민들 화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전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노태우정권의 비자금 논란으로 번졌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조사해 과세해달라’고 강민수 국세청장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수십년간 숨겨온 노씨 일가의 ‘안방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노소영 전 나비 관장은 ‘노태우 비자금이 SK그룹을 성장시켰고, 늘어난 자산의 상당 부분을 나눠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해 왔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 항소심을 맡은 재판부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300억원이 SK에 유입된 것으로 인정했다. 문제는 300억원의 출처와 성격이다. 자기 돈도 아니면서··· 노 전 관장 측은 항소심서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의 아내 김옥숙 여사가 1998~1999년 사이 작성한 비자금 메모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해당 메모에는 ‘선경(SK 전신) 300억원’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노 전 관장 측은 최태원 회장의 아버지인 최종현 전 선경 회장에게 비자금 300억원을 주고받은 것이라며, 지난 1991년 선경건설 명의의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에 대한 사진 등도 제출했다.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의 ‘폭력적 불법 비자금’이 노 전 관장에 의해 소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재계 인사는 “불법 비자금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조차 없이 자랑스럽게 노태우 비자금을 언급하는 노 전 관장은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고 인식되기에 충분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퇴임할 때도 ‘재산이 5억’이라며 ‘그 정도면 족하다’고 먼저 얘기했던 사람이다. 실제론 임기 동안 선경에게 불법 비자금을 거둬들이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으니 비판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도 같은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먼저 노태우정부 시절 경제수석 등을 지낸 김 전 비대위원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퇴임 이후에도 이게 과연 제대로 줄 것이냐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어 이를 확약하는 증표로서 일단 뭘 좀 주라고 해서 어음 자체를 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어음 발행일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인 지난 1992년 12월로 알려졌다. 선경건설이 당시 발행한 50억짜리 약속어음 실물 4장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에선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번 이혼소송 과정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일각선 “죽은 아버지 부관참시 꼴” 지적 국민들은 “그 아버지에 그 딸” 비웃음도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과 정혁진 변호사도 지난달 9일 방송된 <어벤저스 전략회의>서 김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 명의의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의 노후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나 ‘비자금’이 SK의 성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결했다. 노 전 관장 측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노 전 관장 측의 기여도가 크다고 보고, 최 회장이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즉각 반발했고, 최근 상고심 시작에 앞서 500여쪽에 달하는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상고이유서에 따르면 다양한 쟁점 가운데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및 후광 등은 SK그룹의 성장 과정에 오히려 손해가 됐다는 주장이다. 즉, SK가 국내 재계 2위까지 발돋움할 수 있던 배경에 노 전 관장 측의 큰 도움이 없어 재산분할 금액이 축소돼야 한다는 얘기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자금이 당시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등에 쓰였다고 판단했으나,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은 반박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다 손 명예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전달했다”며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관장 측의 “300억원이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 등으로 쓰여 SK 성장에 기여했다”는 주장에 전면 반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 과정서 SK 측은 300억원을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받은 적이 없고, 퇴임 후 그에 상당하는 돈을 노 전 대통령에게 주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관장 측이 제기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은 은닉재산마저 들춰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조성했다가 추징된 2628억원과 별도로 부인 김 여사가 관리해 온 드러나지 않은 돈이 있다는 ‘안방 비자금’ 의혹이다. 이혼소송서 제출한 904억원의 내역이 적힌 ‘김옥숙 메모’ 외에 노 전 대통령 일가서 또 다른 자금흐름이 포착된 것이다. 먼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가 원장(이사장)을 맡고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김 여사 명의로 출연금 147억원이 입금됐다. 김 여사는 지난 2016년과 2017년 각각 현금 10억원, 2018년 예적금 12억원, 2020년 예적금 95억원, 2021년 예적금 20억원을 출연했다. 특히 아들 재헌씨가 원장으로 취임한 지난 2020년 출연금 규모(95억원)가 두드러진다. 재헌씨는 2019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등 부친을 대신해 사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병세로 재헌씨가 대외 활동에 나선 시점과 자금 출연 시점이 맞물린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지난 2012년 설립된 한중문화센터서 시작된 재단으로 동아시아국가 상호 간 전략문화 협력과 청년 교류를 주요 사업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론 북방정책 평가사업 등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책 기념사업이 대부분인 사실상의 노씨 일가 재단에 불과하다. 또 다른 ‘안방 비자금’ 포착 김옥숙 여사 ‘돈세탁’ 의혹 법인결산 공시서 지난 2021년 기준 총 사업비용 3억5000만원 중 공익목적 사업비로 분류한 2억6000여만원의 쓰임새도 눈길을 끈다. 이는 노 전 대통령 치적으로 평가받는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사업과 정치적 기반이었던 대구지역 학생 장학금 등 ‘노태우 기념’ 용도로 쓰였다. 센터 자산도 대부분 김 여사의 출연금으로 이뤄졌다. 지난 2021년 기준 총 자산가액 153억원 가운데 그의 출연금(147억원)이 96%에 달한다. 재단이 지출하는 연간 사업비용은 김 여사 기부금의 이자 수준인 1~2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총사업비용은 1억9000만원이고 이 중 공익목적 사업은 5000여만원이다. 2022년도에는 총 2억4700만원 중의 사업수행 비용 중 공익목적은 1억3000만원이다. 사무실 주소는 노 전 대통령이 살았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건물이다. 이 건물은 노 전 대통령 별세 이후 부인인 김 여사가 상속받았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가 5차례에 걸쳐 출연한 거액의 자금 출처를 두고 의혹이 나온다. 김 여사가 출처 불문의 거액과 노 전 대통령의 집권 시절 조성한 비자금을 아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 여사는 280여억원을 미납 중이던 2010년, 모교인 경북여고에 5000만원을 기부해 사회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김 여사가 만약 비자금으로 아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했다면 정당성과 절차 모두 문제될 여지가 있다. 특히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에 따른 출연자 명세서에 이사장인 노재헌 원장과 기부자인 김 여사의 관계에는 모자지간임에도 ‘해당없음’으로 기재됐다. 뻔뻔히 꺼내다 이는 과세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여사가 영부인이던 시절 청와대서 대기업 총수 부인이나 여성 기업인들과 수시로 면담하면서 현금을 받았다는 의혹은 전두환·노태우정부 비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1995년에도 제기됐다. 당시 민주당 비자금 진상조사위원장이었던 고 강창성 의원은 국회서 “김옥숙 여사 친·인척이 관리하는 것은 전혀 노출되지 않는데 이 문제까지 이번에 조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씨 일가는 46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 1997년 4월 대법원서 징역 17년에 추징금 2628억96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2013년 이를 완납했으며, 이 과정서 추징금 낼 돈이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의 동생인 노재우씨와 아들 재헌씨의 처가인 신동방 측과도 소송전을 벌였다. 법조계 한 인사는 “노 전 대통령 일가가 2013년 추징금을 완납하는 과정서 돈이 없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동생 재우씨와 아들 재헌씨의 장인이었던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과 재산 환수 소송까지 벌였던 것을 되짚어보면 재단 출연금의 출처가 더 석연치 않다”며 “연간 사업비가 2억~3억원 수준인 재단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출연한 것 자체가 출처가 불명확한 자금을 편법 증여해 세탁하는 용도로 활용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에 따른 출연자 명세서에 ‘이사장(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해당없음’이라고 적시한 것을 두고도 과세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남 노재헌에 흘러간 수백억원? 정치권 “철저히 조사해 환수해야” 노씨 일가의 은닉재산 논란에 대한 국세청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국회서도 잇따른다. 국세청은 상속세 등을 부과할 수 있는지 등을 두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지난달 27일 기재위 전체회의서 노 전 대통령의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 과세해달라는 내용의 탈세 제보서를 강민수 국세청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과정서 김 여사가 작성한 비자금 메모가 증거로 인용됐다는 점을 토대로 비자금에 대해 과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김 의원은 “김 여사의 메모에 기록된 904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은 노 전 대통령이 오랜 기간 은닉하다가 가족들에게 사전 증여했거나, 사망 후 상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이혼소송서 쟁점이 된 300억원은 그 일부로, 상속세 부과 제척 기간이 남아 있어 과세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이혼소송서 드러난 300억원뿐 아니라 메모 속 기록된 채권, 금고 등에 숨겨둔 904억원의 은닉재산을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서의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김 여사가 만약 부정 축적한 ‘안방 비자금’을 숨겨왔다가 아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출연한 것이라면 과세 여부 문제를 넘어 법적 정당성과 안정성 측면서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재산분할과 위자료 등을 포함해 ‘1조3803억원과 20억원을 노 전 관장에게 주라’고 판결한 것을 두고 법무법인 평안 이상원 변호사의 역할이 컸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노태우정권서 황태자로 불렸고 노태우 대통령 부인인 김 여사의 이종사촌 동생인 박철언 전 장관의 사위다. 히든카드가 국회 이슈로 박 전 장관은 노태우정권 당시 정무 장관,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지냈다. 이상원 변호사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변호해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로 재판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1심 변호인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노 전 관장이 불법 비자금임을 알면서도 당당히 300억 카드를 꺼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