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만 54세인 최경주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역대 최고령 우승자가 됐다. 최경주는 지난달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 동·서 코스(파71)서 열린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 마지막 날 4라운드서 3타를 잃어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로 박상현과 동타를 이룬 뒤 2차 연장전서 승리했다.
상금 2억6000만원을 받은 최경주는 2005년 KT&G 매경 오픈서 최상호(50세 4개월 25일)가 세웠던 KPGA 투어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SK텔레콤 오픈서만 네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최경주는 KPGA 투어 통산 승수를 17승으로 늘렸다.
구관이 명관
2라운드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뽑아내며 7언더파 64타를 기록한 최경주는 공동 2위 그룹과 무려 6타를 앞선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3라운드까지 2위 그룹에 무려 5타 앞선 단독 선두로 일찌감치 우승을 예감했다.
하지만 우승은 쉽지 않았다. 샷이 급격하게 흔들리며 2위 그룹에게 추격을 허용했고, 4번 홀(파5)과 7번 홀(파4)에서 연속으로 보기를 범했다. 여기에 12번과 13번 홀(이상 파4)에서도 보기를 범하며 추격을 허용했다.
그 사이 박상현은 뒷심을 발휘하면서 최경주를 추격했다. 지난해 연장전서 임성재를 꺾었던 박상현은 올해 후반전에 강한 면모를 보였고, 마지막 홀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 펼쳐졌다. 결국 운명의 18번 홀에서 최경주는 세컨 샷을 벙커에 빠뜨리면서 1타를 잃었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18번 홀에서 펼쳐진 1차 연장전서 최경주는 두 번째 샷을 그린에 못 미친 페널티 구역으로 보냈다. 물에 빠진 것 같았던 공은 워터해저드 내 러프 위에 있었다. 가로 2m, 세로 1.5m에 불과한 작은 섬 위에 공이 기적적으로 올라간 것이다. 최경주는 세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 위에 올려 파로 막았다.
박상현도 이 홀에서 파를 잡으면서 승부는 2차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같은 18번 홀에 속개된 경기서 박상현의 파 퍼트가 빗나간 반면 최경주는 1m 파 퍼트를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했다.
최경주는 “이 대회를 위해 애쓴 모든 분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후배들과 경쟁을 펼치게 돼 기뻤다”며 “두 번째 샷이 물에 들어갔는데 갤러리 반응으로 살아 있음을 느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 PGA 투어 챔피언스서 뛰고 있는데, ‘찰스왑컵’서 톱10에 진입하는 게 목표”라며 “식단은 물론이고 체력을 유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경주는 54번째 생일날 우승을 확정지으면서 기쁨이 배가 됐다. KPGA 투어에서 생일에 우승한 건 2010년 토마토저축은행 오픈서 정상을 차지했던 김도훈 이후 14년 만이다.
‘SK텔레콤 오픈’ 정상 차지
연장 접전 끝 통산 17승
SK텔레콤이 후원하는 선수가 올 시즌 승전보를 전한 건 최경주가 두 번째다. SK텔레콤 소속인 김재희는 지난 3월10일 싱가포르서 열린 하나금융투어 최종 4라운드서 버디만 6개를 잡아내며 생애 첫 우승을 기록한 바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 같은 기세를 이어 올여름 파리올림픽서도 후원 아마추어 선수들이 선전을 펼치길 기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과 최경주의 아름다운 동행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SK텔레콤은 2010년부터 한국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최경주를 후원했고, 단순한 ‘선수-스폰서’ 관계를 넘어 장학사업과 ESG 활동을 함께해 왔다. SK텔레콤과 최경주 재단은 20 14년부터 ‘장학꿈나무’ 육성 사업을 함께 진행했다.
이 사업은 전국 저소득층 가정의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연간 15~20명의 장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총 301명의 장학생을 도왔다. 최근 독일 괴테극장서 <모짜르트의 마술피리> 오페라 부지휘자로 발탁된 김성욱씨도 이 사업의 수혜자였다.
또 2018년부터 최경주 재단이 주최하는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뉴저지 대회를 공식 후원하고 있다. 이 대회는 국내 골프 꿈나무들이 미국 무대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해주며,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매년 SK텔레콤 오픈 본 대회에 앞서 열리는 ‘재능나눔 행복라운드’도 최경주의 주도로 시작됐다. 최경주는 프로 골퍼가 주니어 선수에게 골프 기술과 경험을 전수하는 이 프로그램에 2017년부터 3년간 멘토로 참여했다. 특히 올해는 2018년 주니어 선수로 참가했던 정찬민 선수가 프로 골퍼로 돌아와 멘토로 참가하면서 나눔의 선순환을 실현했다.
선한 영향력
최경주는 ‘SK텔레콤 채리티 오픈’에 3년 연속 참가하면서 이 대회 기부금으로 치러지는 발달장애인 골프대회 ‘SK텔레콤 어댑티브 오픈’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골프를 통한 선한 영향력 확산 차원서 매년 열리는 이 대회는 SK텔레콤과 최경주의 오랜 인연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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