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검찰 인사 막전막후

여사님을 지켜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상남자의 내 아내 지키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온 힘을 쏟아부어 검찰마저 친윤(친 윤석열) 체제를 구축해버렸다. 검찰 내부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법무부가 검찰의 고위급 간부 인사 교체를 단행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지휘 라인을 대대적으로 교체해 버렸다. 차장, 부장까지 모두 갈아 엎었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이원석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폭 물갈이했다는 점이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그의 팔다리가 다 잘려 나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만에
좌초 위기

이번 인사 발표는 이 총장이 지방에 출장을 다녀오던 중 급작스레 이뤄졌다. 당시 이 총장은 다음 날 예정돼있던 출장을 급히 취소하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4일 대검에 출근한 이 총장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라며 “검찰총장으로서 주어진 소명과 책무를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의 인사에 관해서는 무언가 할 말이 많은 듯한 표정이었으나 입을 뗀 뒤 말을 아꼈다.

상당히 불편한 마음과 심기가 한번에 드러난 장면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강대강 매치의 데자뷔가 느껴지던 순간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김 여사 방탄용’ 인사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 여사 수사 지시를 내리자 갑자기 검찰 인사가 났다”며 “전날 김 여사가 153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참 공교롭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검찰총장의 동의 없이 진행된 검찰 인사가 김 여사의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방증”이라며 “김 여사는 윤정권의 불공정과 검찰 편파 수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현재 민주당은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하겠다는 의지가 상당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여사 수사를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친윤 검사의 포진 인사라는 해석도 나왔다. 여기에는 검찰 내부의 갈등,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상존한다. 두 인물의 갈등은 여의도서 상당히 회자됐던 사건이다.

윤석열 사단 2인자의 배신과 검찰 내 한 전 비대위원장 세력의 김 여사를 겨눈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던 탓이다.

수사 진행 동력 상실케 한 교체
지휘 라인 물갈이…부장·주임도?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난 시기는 4·10 총선이 치러지기 전인 지난달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이 총장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김 여사 조사를 요청한 바 있는데, 대통령실서 대규모 숙청성 인사 카드를 꺼내들려다가 선거 후폭풍을 우려해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법무부 역시 마찬가지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서 물러난 뒤 장관 대행으로 체제를 이끌어가려는 시도는 무위에 그쳤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급히 지목됐다. 박 장관은 이 총장보다 무려 10기수 선배다. 게다가 대통령실은 최근 민정수석실까지 다시 부활시켜 ‘대검 2인자’로 불리는 김주현 전 대검 차창검사를 자리에 앉혔다.

김 수석은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18기로 수료했으며, 이 총장은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27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임명 6일 만에 신속하게 검찰 인사가 이뤄졌는데, 현재 박 장관은 자신이 주도한 인사라며 김 수석을 방어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박 장관 취임 이후 이례적으로 고위직 인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총장이 인사를 미뤄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신속히 이뤄졌다는 점이다.

사실상 총장 패싱이라고 볼 수 있는데, 김 여사 수사에 대한 수사 동력을 상실케 한 인사로 해석된다. 이 총장 임기 종료인 오는 9월에 인사를 진행하면 너무 늦어진다는 판단하에 단행했지만 시기가 매우 절묘하다.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가 더욱 드러난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이창수 전 전주지검장(사법연수원 30기)은 윤 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과거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대변인을 지냈는데,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또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시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를 이끌었다. 전주지검장 시절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의 특혜 취업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김 여사 사건을 비롯해 주요 사건의 수사를 이끌어 온 중앙지검 1차장검사부터 4차장까지 전부 교체됐다. 특히 김창진 1차장의 경우,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이끌어왔는데, 한직으로 평가받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냈다.

친윤 일색
간판 얼굴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지휘해 왔던 고형곤 4차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이동됐다. 현재 이들 차장은 김태은 3차장검사를 제외하고 모두 비수사 보직으로 발령받았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산고등검찰정으로 발령났는데, 표면상 승진 및 전보 조치로 해석된다. 그 배경에는 송 지검장이 김 여사 소환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겪자 수사에서 배제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앞으로도 법조계에선 친윤보다 더한 찐윤 검사들이 전진 배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검 참모들 역시 이성희 감찰부장을 제외하고 양석조 반부패부장만 이번 인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양 부장은 윤 대통령이 국정 농단 당시 수사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특검팀에 합류했던 인물로 손발을 맞췄던 바 있다. 

주목할 인사는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 전담 수사팀장을 맡게 될 형사 1부장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맡은 반부패 2부장인데, 아직 부임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형사 1부장과 반부패 2부장이 바뀌게 되면 검찰과 법무부의 인사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수사부장,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장 등은 주요 공모 대상으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 범죄수익환수부장도 포함된다. 

차장검사 보직에는 연수원 32기 엄희준 대검찰청 반부패기획관, 박승환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배문기 서울남부지검 2차장 검사 등이 중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외에도 법무부는 차장검사 승진 대상인 사법연수원 34기에 대한 인사검증동의서를 제출받는다. 

통상 중간 간부급 인사는 고위급 인사 이후 2주 정도 간격을 두고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차장검사 및 부장검사 인사 역시 신속히 이뤄질 계획이다.

현재 대대적 인사 조치로 인해 지휘 라인의 공백을 우려해 비교적 이른 시점에 단행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시절부터 최근까지 검찰의 기수 파괴 인사는 여러 번 있었다. 이런 탓에 수사 역량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다수의 파격적인 물갈이로 고위간부들의 기수가 많이 낮아졌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도 당시에는 기수 파괴로 불렸으며, 한 전 비대위원장(사법연수원 27기)도 기수 파괴로 법무부 장관직에 올랐었다. 윤 대통령의 직접 임명은 아니었지만, 이번 검찰 인사 역시 파격적인 기수 파괴가 이뤄졌다.

뒤는 생각하지 않고 당장 가까운 앞날만 바라본 근시안적 인사였던 셈이다.

후속 인사
관심 집중

이 같은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 앞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이)자신과 김 여사를 위해 방패 역할을 하고, 무자비한 칼을 휘두를 사람을 찾고 있다”고 검찰 내부 긴장설을 제기했던 바 있다. 조 대표 주장처럼 사실상 이번 인사는 김 여사 조사를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검찰은 지난 9일, 명품백을 건넸던 최재영 목사를 소환조사했으며 지난 20일에는 온라인 매체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조사 과정상 이제 김 여사의 소환 시기가 임박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사실 검찰은 김 여사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만 해도 김 여사가 고발된 지 4년을 훌쩍 넘겼지만, 소환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진 적이 없다. 서면조사만 한 차례 이뤄졌을 뿐이다. 

본격적인 조사 기미가 뚜렷해지면서 갑작스런 인사 카드로 수사 동력이 힘을 잃은 형국이다. 김 여사 수사지휘부는 중앙지검장이, 명품백의 경우 1차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4차장이, 함께 명품백 수사를 이끌어가고 있는 형사1부와 도이치모터스를 이끌어가고 있는 반부패2부의 단계를 거쳐왔다.

추후 형사1부와 반부패2부 부장이 교체된다면 더 이상의 수사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또 직접 조사할 수 있는 직책은 부장검사와 주임검사로, 주임검사까지 바꿔버린다면 아예 조사 자체를 못하도록 막겠다는 뜻인데, 사실상 이 총장에게 스스로 물러나라는 무언의 압박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이 총장이 물러날 기미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결국 4개월 동안 시간을 끌며 이 총장이 물러난 뒤 새로운 검찰총장이 올 때까지 수사가 정체될 수밖에 없다. 후속 인사 역시 이 총장 패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검찰 내부서도 김 여사 수사를 일정에 맞게 진행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강하다는 점이다. 검찰 일각에선 사실상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내부 의견도 많은 만큼 원칙을 지키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찐윤’ 투입 후 공식적으로 행보
‘식물총장’ 가시화? 끝까지 대립?

이 지검장은 “김 여사 수사에 지장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다 취할 생각”이라며 원칙론을 앞세웠다. 그러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친윤 검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질의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 장관은 인사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검찰총장과는 (인사)협의를 다 했고, 취임 이후 수개월 간 지켜보고 인사 요인이 있는지 고민한 뒤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여권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은 “국민의 역린이 무섭다고 인지하고 (대통령이)눈치를 봤으면 좋겠다”며 “검찰 인사 교체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 후에 이뤄져 국민이 속았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해 위험했다. 특검에 명분을 줄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여사는 5개월 만에 공식 행보를 재개했다. 지난 16일 대통령실서 진행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공식 오찬 자리에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것이다. 그간 김 여사는 캄보디아 외교에 힘을 써왔다. 2022년 캄보디아 방문 당시 심장질환을 앓던 옥 로타라는 아이를 만났고, 한국서 수술을 받게 돕기도 했다. 

비공개 활동을 이어왔던 김 여사는 넷플릭스 서랜도스 공동대표와의 오찬, 제복 영웅 유가족에게 추모 편지 및 과일 바구니 선물 등 활동을 아예 멈췄던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의 사과와 검찰 인사 라인 교체 등이 이뤄지자 모습을 나타냈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자연스러운 계기를 통해 영부인으로 역할을 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밝혀왔다. 앞으로도 외교 행사, 정상회담 등 공개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충돌?
사퇴?

이로써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는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 지검장이 취임식서 “공정을 기초로 부정부패에 성역 없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건은 후속 인사 조치인데, 식물총장으로 전락하더라도 대통령실 및 검찰 내 친윤 세력과의 충돌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총장 입장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전보 및 임명된 검사장과 만나 오찬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서 이 총장은 “검찰은 옳은 일을 옳은 방법으로 옳게 하는 사람들”이라며 원칙, 기준에 입각한 업무 처리를 강조했다.

그는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결정하면서 법률가로서 원칙과 기준을 지키는 게 국민이 바라는 바”라면서 “마냥 축하만 할 수 없는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총장은 김 여사 수사를 개시한 지 불과 11일 만에 좌초를 겪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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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