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 들어간’ 피의사실 공표 논란

같은 식구라 하는 척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배우 이선균씨가 경찰 수사를 받다 세상을 떠난 지 세 달이 다 돼간다. 그의 죽음으로 불거졌던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된 조사나 처벌은 여전히 미미하다. 경찰의 실적을 위해서인지 사문화된 법조문 때문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제2의 이씨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관련자 처벌과 관련 법 개정이 절실하다.

지난해 12월, 고 이선균 배우가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다 목숨을 끊은 후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사 자료를 유출한 사람에 대한 징계와 피의사실이 유출된 사람에게 공표금지 청구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는 이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입건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수사했다. 

시끌벅적
마약 사건

수사 과정서 이씨는 간이시약 검사를 비롯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2·3차 정밀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경찰은 지난해 12월23일 이씨를 3차로 불러 19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같은 달 26일엔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의뢰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제출했다.

마약 투약 혐의 관련 증거가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뿐이라 억울하다는 입장이 의견서에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백을 주장하던 이씨는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 성북구 성북동의 한 주차장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이씨가 구체적인 수사 상황과 확인되지 않은 혐의가 실시간으로 보도되자 이씨가 심적 부담감과 절망감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봤다.

실제로 이씨 사건 당시 수사 과정서만 확보할 수 있는 진술, 자료, 수사 계획 등이 지속적으로 보도됐다. 심지어는 통상 피검사자에게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 마약 검사 상황이나 결과 등까지도 실시간으로 보도됐다. 게다가 수사 상황과 상관없는 이씨의 사생활이나 확인되지 않은 의혹까지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기도 했다.

경찰 내부서 수사 자료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이 사건과 관련한 조사, 압수, 포렌식 등 모든 수사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했고 진술을 영상 녹화하는 등 적법 절차를 준수하며 수사를 진행했다”며 “일부서 제기한 경찰의 공개 출석 요구나 수사 상황 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자 경기남부청에선 인천경찰청으로부터 이씨 사건 수사 정보 유출 경위 관련 수사 의뢰를 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경기남부청은 지난 1월18일 정식 조사에 착수하고 같은 달 23일, 이씨 수사를 진행한 인천청 마약범죄수사계와 이씨 수사 정보를 자세히 보도한 언론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재빠르게 행동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수사보고서가 유출된 것은 맞다”는 수사 유출을 확인한 것 외에는 진척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내부 문건인 수사보고서를 유출한 사람이 누군지 유출 경위는 어떻게 되는지조차 파악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를 상당히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지난 4일 기자 간담회 자리서 “수사 유출 목록 확인 등 필요한 수사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며 “추가 압수수색 여부 등 자세한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도 지난 4일 정례 간담회서 “철저하게 필요한 수사는 모두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실적 수사를 지향하고 있어 징계 절차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해 4월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서 ‘마약범죄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마약범죄 수사 유공자를 특진 임용했다.

이선균 사건 모든 수사 상황 중계 보도
징계 없이…경찰 실적 위해 처벌 안 해?

윤 청장은 “공동체를 파괴하는 테러와도 같은 마약범죄 근절을 위해 계속 노력해줄 것을 당부드린다”며 “올해 마약 특진 규모를 작년의 6배인 50명 이상으로 늘리고, 공적이 뛰어나다면 수사팀 전체도 특진시키는 등 대대적으로 포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 청장의 발언 이후 경찰의 모든 기능이 마약 수사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각 시도경찰청장(본청은 국가수사본부장)이 총괄하는 합동단속추진단 설치 구상을 내놨다. 

이런 상황서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마약범죄로 이목을 끌고 수사 결과까지 좋았다면 팀 단위 특진은 떼놓은 당상인 셈이다. 한 마약수사계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다른 사건보다 마약범죄 보도가 많이 된 것은 수사 실적을 널리 알리려는 내부적인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이씨 사건은 경찰이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서 수사가 진척됐다”며 “내부 자료를 유출하고 또 강압적인 수사를 진행해 자백받아 사건을 마무리해 실적을 올리려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목을 끈 덕분인지 인천경찰청은 지난달 역대 가장 많은 6명의 총경 승진 인사를 배출한 데 이어 전국 경찰청 성과 평가에서 ‘A’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1일 경찰청이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에 제출한 18개 시·도청 성과 평가 등급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부산청 등 4곳은 가장 높은 S 등급(상위 20% 이상)을 받았다. 인천청을 비롯해 대구·광주청 등 7곳은 A 등급(상위 40% 이상)이었다.

등급은 최고인 S부터 최하인 C까지 4개로 나뉘는데, 소속 직원의 성과급과 승진 인원에 영향을 준다.

이를 두고 부실 수사 논란과 기밀 유출 의혹에 휩싸인 인천청이 상위 두 번째에 해당하는 평가를 받은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성과 등급은 치안 종합성과 등 각 지표를 종합 판단하는 만큼 하나의 사건이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다”고 항변했다.

어디까지
진행됐나

경찰 내부에선 인천청이 실적을 인정받았는데 징계위원회가 열리게 되면 경찰청 전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어 조사나 징계위원회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피의사실공표죄가 이미 사문화된 조문이라는 의견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피의사실공표죄는 1953년 형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존재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민감한 피의사실이 공개되면 ‘여론재판’이 이뤄져 무죄추정의 원칙은 의미를 잃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상실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였다.

형법 제126조에 따르면 검찰, 경찰 그 밖에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소제기 전 공표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하지만 피의사실 공표에 관련한 형사 판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지난 10년간 검찰서 피의사실 공표로 기소한 사례조차도 없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난 2019년 5월 발표한 피의사실 공표 사건 조사 및 심의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검찰에 피의사실 공표로 접수된 사건은 347건이지만 기소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단지 검찰서도 그저 민사소송의 대법원 판례만 참고할 뿐이다.

대법원은 지난 2002년 9월24일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함은 물론 그로 인해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해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관의 발표는 원칙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해 객관적이고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 발표에 한정돼야 하고 이를 발표함에 있어서도 정당한 목적하에 수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해 공식의 절차에 따라 행해져야 하며 무죄추정 원칙에 반해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하는 등 그 내용이나 표현 방법에 대해서도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는 매우 엄격한 요건하에서만 허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공표 목적의 공익성,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피의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그 표현 방법, 침해되는 이익의 성질 및 내용 등을 두루 고려하지 않고 관행처럼 피의사실 공표를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흐지부지?

이를 두고 대한변호사협회 사법인권침해조사단 소속 한 변호사는 “기소 판단의 주체가 수사기관이라는 특이점서 온 현상”이라며 “수사기관의 편의적이고 자의적인 수사 관행을 타파하고 관련 법령체계를 합리적으로 재정비하기 위해 실정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의사실공표죄가 사문화된 것에는 법무부와 수사기관의 공보 규칙서의 많은 예외 사항이 있는 것이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예외 사항으로는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가 존재하거나 발생할 것이 명백한 경우’, ‘중요 사건으로서 언론의 요청이 있는 등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 등 6개 사항이다.

특히 ‘중요 사건’의 범위가 넓은 것도 문제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내란, 외환, 대공, 선거, 노동, 집단행동, 테러, 대형참사, 연쇄살인 관련 사건’ ‘판사 또는 변호사의 범죄’ ‘국회의원 또는 지방의회 의원 등 공직자 범죄’ ‘공안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이 여럿 있다.

‘특히 사회적 이목을 끌만한 중대한 사건’도 포함되는데, 이 또한 자체 해석에 따라 고무줄처럼 적용될 여지가 있다.

실례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현 조국혁신당 대표)의 자녀 입시 비리 수사 당시 검찰 수사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피의사실공표죄 적용을 둘러싼 논란이 있기도 했다. 

이에 법무부는 당시 기존 수사공보준칙을 폐지하고 공표 금지의 강도를 더욱 높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재개정했다.

해당 규정에는 내사 사실을 포함해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 등 형사사건 관련 내용은 원칙적으로 공개가 금지되고 공개소환 및 촬영이 전면 금지된다고 나와 있다. 예외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가 허용된 경우에도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 전문공보관의 공보와 국민이 참여하는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해 사건관계인의 인권보장과 국민의 알 권리가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익을 위해’라는 명목으로 피의사실 공표는 계속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애매모호한 규정만 있어 죄를 입증하기도 처벌을 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한다. 발표할 수 있는 사실의 범위, 구체적인 언론 대응 기준이 수사기관마다 다른 점 등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없다?
흘려도 71년 동안 기소 없어

미국의 경우는 검사의 업무 지침에 언론 브리핑 원칙이 적혀 있다. 그중 피의자의 범죄 전력, 유무죄에 대한 의견 등 편견을 낳을 수 있는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 보도자료에도 “단순한 혐의에 불과하며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는 코멘트 역시 필수로 적도록 했다.

미국 미연방대법원서도 “언론의 자유는 모든 법적 절차 과정서 최대한 보장돼야 하나 그것이 재판의 원래 목적인 공정성을 혼란시킬 정도로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피의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표돼 재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언론사와 수사기록을 흘린 사람을 법정 모욕죄에 따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의사실공표죄의 사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는 법령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재현 오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의사실공표죄의 사문화는 공보와 피의사실 및 위법성 조각 사유 사이에 얽힌 법리와 명확하지 못한 기준들도 적지 않은 원인이 됐을 것”이라며 “명확한 기준 제시를 통해 공표의 내용과 범위를 설정하는 게 규범력을 회생시키는 데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피의자의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관계를 고려해 보다 조화롭게 개정해야 한다”며 “피의사실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중대한 범죄로 인해 공익적 목적이 있거나 피의자가 공적 인물인 경우 우선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피의자의 기본권 보장과 관련한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 과정서의 일반적·절차적 사항은 공표가 가능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그는 “중요한 건 진술과 증거 내용이다. 어떤 맥락이나 관점서 해당 진술을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뒤바뀔 수 있다. 증거도 위법하게 수집됐거나 ‘전문 증거(타인에게 전해 들은 말)’일 수도 있다. 법원이 심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서 일방적 진술이나 증거가 진위 확인도 없이 공개되면 편견과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는 것”라며 “객관적 사실만을 공표할 수 있게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는 이른바 ‘이선균 금지법’ 이야기도 대책으로 꼽혔다. 지난 1월3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 소속 백민 변호사는 “수사기관 등이 피의사실을 공표한 경우 피의자가 법원에 피의사실의 삭제와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변호사는 “재판부에 선입견을 심을 수 있는 피의사실을 검찰이나 경찰이 기소 전에 공개한 것으로 의심될 때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판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도 지난해 12월 피의사실공표금지청구권을 신설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피의사실이 공표·유포·누설됐을 경우, 피의자가 법원에 언론 보도 등을 삭제하거나 앞으로의 공개도 막게 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이선균 
금지법

한편 수사기관이 흘린 피의사실을 그대로 받아적는 언론기관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이야기도 나온다.

백 변호사는 “피의사실 공표는 수사기관의 실적 홍보와 언론기관의 선정적 보도라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서로 확대, 증폭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언론사에 대한 실효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며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를 받아 위법하게 피의사실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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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