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라이칭더 대만 총통 시대

양안 관계와 대 한국 파장

올해 전 세계 76개국서 거행되는 선거의 서막을 열면서 지난 1월13일 거행된 대만 총통 선거가 현 집권 민진당(民進黨) 라이칭더(賴淸德)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이로써 과거 8년간 대만을 통치했던 민진당은 비록 40.05%라는 저조한 득표율이지만 4년 집권을 연장했다.

이번 선거가 세계적 주목을 집중시킨 이유는 ‘하나의 중국’과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가 미·중 관계의 핵심 의제로 떠오르면서 대만 내 반중과 친중 세력 간의 대결로 비쳤기 때문이다. 또 2000년 이후 8년마다 선거에 의해 이뤄진 대만식 민주적 정권교체 전통을 다시 실현할 수 있을까에도 관심이 쏠렸다.

또 탈(脫)중국 독립 지향의 민진당보다는 안정적인 양안 관계를 통해 대만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상대적 친중 성향의 국민당(國民黨) 후보의 당선을 바라면서 상당한 선거개입으로 민진당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려 했던 중국 당국이 과연 선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라이칭더 당선의 함의

대만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는 ‘항중보대’(抗中保臺), 즉 중국에 대항해 대만을 수호해야 한다면서 이번 선거를 ‘민주와 독재’의 대항으로 규정했다. 국민당의 집권 시 중국과의 협력 강화라는 미명(美名)하에 대만의 독자성이 말살될 것이며 이는 곧 중국 독재와의 타협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반해 국민당은 양안 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민진당 정권의 재연장은 중국으로부터의 안전 확보는 물론 향후 대만의 장기적 발전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 ‘전쟁과 평화’를 선택하는 선거로 규정했고 33.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중도 없는 중도’라는 평을 들었던 제3의 후보인 민중당(民衆黨)의 커원저(柯文哲) 후보는 양당 정치에 싫증 난 유권자들, 특히 젊은 층을 겨냥해 ‘양안 평화와 대만 자주’라는 실용주의 중도노선을 강조하면서 26.46%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했다.

이는 민진당 통치의 종식이라는 60%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2, 3위 후보 간의 단일화 실패는 예상대로 민진당의 승리로 이어졌다. 동시에 실시된 총 113석의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국민당이 지난 회기보다 14석을 더 획득해 제1당을 탈환했고, 민진당은 10석을 잃어 제2당으로 전락했다.

민중당은 비례대표로만 8석을 획득해 캐스팅보트가 됐다. 나머지 무소속 2석은 국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당선자들로 실질적으로 국민당은 54석을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대만 유권자들은 총통 선거에선 민진당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의회는 어느 당에도 과반수 57석을 주지 않는 절묘한 견제와 균형을 나타냈다.

민중당이 성향으로 민진당에 편향돼 실질적인 집권 연대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커원저의 민중당은 민진당의 신조류파(新潮쐎派) 전횡 반대를 내세우면서 독자 세력을 구축했으므로 민진당과 민중당 간의 협력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1일 개원한 입법원 입법원장 선출서 민중당은 최종 기권을 했고, 지난 대선후보였던 국민당 비례대표 1번 한궈위(韓國瑜)가 입법원장으로 선출돼 향후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정책 협력도 어려워 보인다.

사실 미·중 간의 대리전으로 각인됐지만 대만 선거는 전통적으로 친중 대 친미 구도로 설명하기 어렵다. 현재 대만 정당 지도자들은 독립 지향적이든, 통합 지향적이든 기본적으로 80% 이상이 현상 유지가 우선이다. 친미도 현상 유지를 위한 친미고, 친중도 현상 유지를 위한 친중일 뿐이다.

민진당의 친미는 상대적 왜소성에 시달리는 대만의 안전 확보에 미국이 더 필요하다는 논리다. 국민당의 친중은 ‘한 국가, 두 체제’, 즉 ‘일국양제’(一國싓制)에는 반대하지만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현상 유지를 강조하는 상대적 친중이기 때문이다.


민중당은 이 두 정당의 중간 점을 정책으로 표방하면서 안정적인 양안 관계를 위해 친중과 친미가 모두 필요하다는 논리를 강조한다. 따라서 이번 대만 선거는 친중 친미 색채에 대해서는 논점을 상실했고, 유권자들의 관심은 민생 문제로 옮겨갔다.

그 결과 차별 없는 양안 정책을 둘러싼 콘크리트 지지층 간의 밋밋한 박스권 투표로 당락이 결정된 꼴이다.

미·중 간의 대리전?

사실 라이칭더 당선자는 자신을 ‘대만 독립을 집행하는 실무자’로 칭했을 만큼 강력한 독립 성향을 보이고 있으며, 민진당 내 강경노선을 이끄는 신조류파의 명맥을 잇는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만의 현실정치를 앞에 두고 중국과 각을 세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또 대만 정치지도자들은 일단 미국과의 관계 설정에 공을 들인다. 미국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국내 정치는 물론 대중 관계서 공간을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도 인·태 전략서 대만에 일정한 역할을 부여하면서 대중 견제를 실행하고 대만도 보호하는 이중정책을 펼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과 대만의 지도자들은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에 상호공동이익(common interest)이 있음을 항상 강조한다. 이번 선거전서도 각 당의 후보는 모두 미국을 방문해 자신들의 대중 정책을 설명했고 안정적인 양안 관계와 현상 유지를 강조하는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였다.

라이칭더 역시 대만해협 평화를 위한 국방 억지력과 경제안보 강화, 글로벌 민주주의 국가와의 동반관계 구축, 그리고 안정적이고 원칙적인 양안 지배력을 제시하면서 자신이 극단적인 대만 독립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자신의 대중 정책과 외교 노선이 현 차이잉원 총통과 다르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면서 워싱턴의 신뢰를 도모하고자 했다. 워싱턴으로서는 중국과 일정한 각을 세우면서 양안 정책을 추진하는 민진당이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를 내세우면서 양안 협력을 강조하는 국민당보다는 구미에 더 맞을 것이다.

국민당 후보의 당선으로 초래될 수 있는 양안 관계의 불확실성보다는 기존 민진당의 대중 정책 및 양안 관계 노선이 미국의 대중 정책 전개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이칭더가 맞닥뜨린 대만의 국내·외 상황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서 만일 트럼프가 다시 당선된다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대중국 압박 정책은 변함이 없겠지만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분명히 다를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가져갔다면서 대만에 대해 지원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라이칭더 시대의 대만과 한국

그러나 미국의 대만 중시는 중국의 부상을 압박하기 위한 미국적 필요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며 대만 경제가 중국서 벗어날 수 없는 점도 문제다.


라이칭더는 경제와 관련 5대 신뢰 산업 구축, 즉 반도체산업, 인공지능산업, 방위산업, 보안산업, 통신산업 발전을 제시하면서 안전하고 강인한 반도체 산업체인 구축으로 대중국 차입 투자를 확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지만, 과연 중국의 입김서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숙제 거리다.

전체적으로 이번 선거는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으며 양안 문제에 관한 새로운 논쟁거리도 제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양안 관계와 미·중 갈등의 완화가 기대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는 5월20일 거행되는 라이칭더 총통 취임식서 대만 정부가 어떤 대중국 정책을 밝힐지 주목되지만, 중국과 대만 모두 미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현재의 추세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지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거행된 미·중 정상회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당분간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이 없을 것임을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선거에 대한 인정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양국 상황을 관리하자’는 데 다시 합의했다.

중국도 단순히 라이칭더 후보 당선만으로 당장 압박을 강화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8년 통치에 이어 독립 성향의 민진당 정권의 지속 집권은 중국의 조바심을 자극할만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으로서는 라이칭더 당선인이 이례적으로 한국과의 관계 강화와 더불어 공급망 협력을 언급한 점은 주목할 만하지만, 문제는 한국도 양안 관계의 파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대만해협의 안전 문제는 한국의 안보 상황과 직결되며, 양안 갈등이 미·중 관계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한반도 정세에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게다가 미·중 갈등의 핵심 현장인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은 통상 국가 한국 물동량의 45%를 담당하는 주요 수송로(SLOC)기도 하다.


양안 간의 무력 충돌은 미·중 군사 충돌을 일으킬 수 있으며, 북한의 오판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게다가 중동 원유의 80%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은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미·중 사이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출현할 수 있고, 한·중 관계 개선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양안 문제에 너무 깊숙이 개입할 필요는 없지만, ‘어느 일방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 반대’라는 국제주의 원칙 강조와 철저한 자기방어 역량 확보가 핵심이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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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