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반도체 벨트’ 경기도 화성시

“청년 잡아야 승산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서로를 겨냥해 ‘심판론’을 펼치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경기도 화성시가 최근 선거 지역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제3지대서도 많은 힘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다. 경기도 화성시에 누가 출마해 맞붙게 됐는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경기도 화성시는 최근 화성시을에 포함돼있는 동탄지역을 화성을과 정으로 분구하는 선거구획정안이 확정되면서 기존 화성갑·을·병에서 정이 포함돼 4곳으로 지역구가 늘었다. 화성시는 동북쪽으로는 수원시, 동쪽은 용인시, 남쪽으로는 오산시와 평택 등으로 둘러싸인 지역으로 이번 5·10 총선서도 상당한 선거 전략지 중 한 곳으로 불린다.

전략공천

이들 지역은 ‘반도체 벨트’로 불리는 만큼 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정당이 절대 빼앗길 수 있는 지역이다. 화성시는 인구가 지난해 12월 기준 100만명을 돌파했다. 전국서 5번째로 인구 100만 도시가 됐다. 올해 말까지 100만명이 유지된다면, 수원에 이어 특례시 자격도 얻을 수 있다.

동탄 2지구를 비롯해 다수 신도시 건설이 이뤄지면서 20년간 인구, 세대수가 꾸준히 증가한 결과다. 거주민의 평균 연령대가 38세일 정도로 젊은 층이 다수 유입된 곳이기도 하다. 

화성시는 표심을 가늠하기 힘든 지역이다. 과거에는 보수세가 강했지만,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해 곳곳에 여러 변수가 난무한다. 화성은 대선서도 민주당이 승리를 가져갔는데, 약 9%p 차로 이재명 대표가 이겼다. 지방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8개 선거구서 모두 민주당이 가져갔을 만큼 강세가 이어져왔다. 


현재 화성시는 교통과 행정 등 산적해 있는 현안들이 있다. 고질적인 문제는 화성시의 동서 지역의 불균형 문제인데 가장 큰 원인이 교통이다. 후보들은 저마다 교통 문제 해결 공약을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화성시는 반도체 클러스터로 주목받고 있는 도시다.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연구·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는 지역이다. 최근 화성시가 가장 뜨거운 이유 중 하나다. 여당은 물론, 야당서도 후보를 누굴 출마시키냐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화성갑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옥주 의원의 지역구다. 송 의원은 비례대표로 시작해 현재 화성갑 재선에 성공한 이력이 있다. 송 의원은 화성 태생으로 국회서 당직자로 일하다가 국회의원으로 입성한 케이스다.

과거 보수 성지서 민주당 텃밭으로
교통, 행정, 이전 문제 등 현안 쌓여

이번 총선서도 화성갑에 출마해 노동계와 만남, 건설 현장 방문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면서 표밭을 일구는 중이다. 그는 공천 신청 후 무난하게 단수 추천을 받으면서 3선 도전에 나서게 됐다.

경쟁자로는 국민의힘 홍형선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홍 후보 역시 국회 사무차장을 지냈다. 화성 출신의 그가 나서면서 국회 출신의 선·후배 관계이자 지역 토박이간의 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두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세운 공약은 수원 군공항의 화성 이전 문제다. 

화성갑 지역은 바로 옆에 있는 화성을 지역에 비해 비교적 낙후된 지역으로 불린다. 본래 보수세가 강했으나, 지난 총선 당시에는 송 의원이 깃발을 꽂았다. 두 인물 모두 지역에 바짝 다가가 표심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옆 지역구인 화성을 지역은 더욱 치열한 양상을 띤다. 본래 이 지역은 지난 1월10일 민주당을 탈당한 뒤, 개혁신당으로 자리를 옮긴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다. 이 의원은 선거 전략상 화성을이 아닌 화성정 지역에 출마할 예정이다. 민주당에서는 공영운 현대자동차 전 사장을 전략공천하며 일찌감치 후보를 냈다.

공 전 사장은 기자 출신으로 현대자동차 전략기획담당 사장직을 역임한 뒤 출사표를 던졌다. 2022년 퇴임한 이후 올해 초 민주당 인재로 영입된 인물이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연구소 등이 있는 지역에 적합한 인재로 평가돼 공천된 듯 보인다.

화성을은 국민의힘서 전략공천하겠다고 밝혔던 지역으로 주인공으로 삼성전자 출신의 한정민 연구원이 낙점됐다. 한 연구원은 삼성에 입사해 화성시에 쭉 거주하다가,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이후 행정안전부 소속 사회적협동조합 청년서랍 이사장을 맡았고, 본격적인 정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화성갑, 선후배 맞대결 성사
화성을, ‘이준석’ 변수 발생

지난 1월31일, 국민의힘 인재로 영입된 한 연구원은 최근 화성을 지역에 전략공천됐다. 

제3지대도 화성시를 노린다. 개혁신당의 노선이 화성을 분명한 목표점으로 삼고 있다. 개혁신당은 용인을 비롯해, 화성 등 반도체 벨트라인을 노리는 중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화성을에 전략공천을 단행한 이유도 개혁신당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지역구에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얼마 전 통탄호수공원서 기자회견을 가졌던 이 대표는 본격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같은 당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표 다지기는 비교적 수월해진 측면이 있다.

그는 평균연령이 낮은 지역에 출마해 청년층 지지세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입장서 이 대표의 출마는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개혁신당의 당초 예상 출마 지역이던 영남, 서울권도 아닌 경기권의 젊은 유권자가 자리한 지역으로 대부분 출마해 세력 구축에 나선 만큼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지지율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지지율 상승이 관건이다. 앞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이 의원이 물려준 지역구서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개혁신당이 진보적 색채를 버린다면, 국민의힘과 표를 두고 지분경쟁을 해야 하는 우려도 생긴다. 

2030 표심은?

국민의힘은 옛 보수 텃밭 탈환을 간절하게 노리고 있다. 18대 총선까지는 분명 보수의 성지였으나, 이후 젊은 층이 유입되면서 선거구도가 바뀌었다. 민주당으로선 화성의 강자인 이 의원이 떠나버린 게 아쉬울 수밖에 없다.  27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일까지 화성 지역의 후보들이 저마다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어떤 전략을 내세울 것인지 귀추가 쏠린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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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