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차린 '한국수력원자력' 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0.09 12: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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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풀린 원전관리, 고삐 풀린 직원관리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뇌물수수와 사고 은폐 이후 한수원에서 강도 높은 쇄신책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또다시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했다. 하루만에 원전 두 곳이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고 추석 연휴 직전에는 일부 직원들의 마약 투여 사실이 드러났다. 한수원은 대대적 쇄신인사를 단행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국민들의 '원전 대란'에 대한 우려는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 2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10분 100만kW급 원전인 신고리 원전 1호기 가동이 중지됐다. 원자로 출력을 제어하는 제어계통 고장이 원인이었다. 2시간여 후에는 같은 급 영광 원전 5호기가 발전을 멈췄다. 이번에도 역시 고장이 원인이었다.

원전 또 고장

이로써 영광 5호기는 지난 2002년 가동이 시작된 후 14번째 고장을 맞게 됐다. 또한 신고리 1호기는 만들어진 지 2년도 채 안 된 새 원전인데다 지난 1월2일부터 2월20일까지 계획 예방·정비를 실시한 결과, 아무 이상 없다는 판정을 받아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원전의 사고·고장 발생 건수는 총 12차례. 이는 지난해 전체 고장 건수와 같은 수치다. 현재 10월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총 원전 사고·고장 건수는 지난해 건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측은 "이번 2건의 원전 고장은 모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고·고장 등급 중 '0'등급에 해당돼 안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최근 '원전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원전 고장은 전력 당국의 허술한 원전 관리에 대한 비난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원전의 관리 책임을 가진 한수원은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원전의 고장을 사전에 막기는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수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 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특성을 감안할 때 고장을 제때 막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며 "특히 새로 지어진 원전 시설의 경우 일정 기간 적응 단계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고장이 자주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껏 발생했던 원전 고장 사례를 살펴보면 원자력 발전소의 특성이 아닌 직원 질수로 인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010년 12월에는 신고리 원전 2호기가 나사 하나가 빠져 가동이 중단됐고 지난해 2월 영광 5호기는 드라이버가 원자로 냉각재 펌프를 가동시키는 전동기에 있어 가동을 멈췄다. 또 지난해 12월에 울진 원전 1호기가 가동을 멈춘 것은 작업자가 실수로 밸브를 잠그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이처럼 원전의 고장과 사고는 한수원 직원들의 근무 태만과 도덕적 해이로 인한 병폐라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지난 9월27일 부산지검에 따르면 한수원 고리원자력발전본부 재난안전팀 직원 A씨 등 2명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9월25일 구속됐다. 지역 폭력조직인 '통합기장파' 조직원으로부터 히로뽕을 구입, 총 다섯 차례 투약한 혐의다.

구속된 직원들은 화재 등 재난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고리원전본부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소방대원들이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 중 한 명은 고리원전 사무실 안에서도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 안전을 책임지는 직원이 근무시간까지 마약에 취해있었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들 외에도 고리원전 내부에 공범이 더 있는지 확인 중이다.

한수원은 또 고액 연봉 직원들에게 학자금 수백억 원을 무이자로 대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1호기, 5호기…'원전고장 사태 잇달아 비상
 쇄신안 발표 이후에도 근무 태만·해이 여전

지난 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수원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직원 5357명에게 학자금 403억5800만원을 무이자로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무이자 대출로 한수원 직원들은 모두 23억8300만원 상당의 특혜성 혜택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 의원은 "한수원이 직원들의 복리후생 차원에서 무이자로 학자금을 지원해줬다고 해명하지만 대출자 평균 연봉이 9033만원임을 볼 때 무이자로 대학학자금 대출까지 지원해주는 것은 일반 국민 정서와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선 지난 7월 울산지검 특수부는 원전 납품업체로부터 최소 1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까지 상습적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한수원 간부 22명을 포함한 임직원 35명을 구속하거나 기관통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수원은 근무기강 확립과 조직을 쇄신하기 위해 본사 처장급 직위의 3분의 2이상을 바꾸는 등 대대적인 혁신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부장급을 본사 처장 직위에 보직하는 등 본사 처장급 주요보직에 젊고 혁신적인 인물을 발탁, 전진 배치해 과거 인사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인사를 시행했다.

특히 이번 쇄신인사에는 최근 발생한 고리원자력본부 소방대원 마약투여 사건 관련자는 해임조치하고, 지휘관리 책임을 물어 고리원자력본부장을 비롯한 경영지원 처장, 재난안전팀장 등 관련 간부들을 직위해제하는 문책인사도 포함됐다.

하지만 한수원의 쇄신안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뇌물 수수 사건 등으로 인해 비난이 커지자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강도 쇄신안을 발표했다. 일부 매체에는 약 한 달여간 사과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한국에도 소련의 체르노빌, 미국의 쓰리마일, 일본의 후쿠시마 같은 원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관리 직원에 문제가 없어도 원인 모를 이상으로 사고가 날 수 있고, 자연재해에도 자유롭지 않다. 항상 위험하고 그래서 더 긴장해야 하는 게 원전이다.

한수원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매우 크다.

민주통합당도 "정부가 전력 대란을 핑계로 땜질식으로 처방해온 결과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번 원전 고장에 대해 평가했다.

직원들 마약 적발

정성호 대변인은 지난 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추석 연휴가 끝난 날 아침부터 전해진 원전가동 중단소식에 주변지역 주민은 물론 많은 국민이 불안해 한다"며 "올해만 벌써 원전이 멈춘 것이 12번째다. 국민이 안전을 강면하는 정부와 한수원의 말을 ?지 못하는 것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또 "이번 국정감사에서 원전안전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전 사고 일지>

▲월성 1호기 1월12일 정상 운전중 원자로냉각재 1번 펌프 정지로 안전시스템에 따라 발전소 자동 정지.
▲신월성 1호기 2월2일 시운전 중 증기발생기 고수위로 인한 원자로 자동정지.
▲고리 1호기 2월9일 계획예방·정비 중 소외전원상실 및 비상디젤발전기 기동실패에 의한 교류전원 완전상실.
▲신고리 2호기 3월4일 출력상승시험 중 가압기 고압력에 의한 원자로 자동정지.
▲신고리 2호기 3월23일 출력상승시험 중 증기발생기저수위에 의한 원자로 자동정지.
▲신월성 1호기 3월27일 발전소제어계통 오작동에 따른 원자로 자동정지.
▲영광 6호기 7월30일 제어봉 구동장치 전원공급계통 출력차단기 개방에 의한 원자로 자동 정지. 
▲신월성 1호기 8월19일 제어봉제어 계통 전력제어소자 고장으로 원자로 및 터빈발전기 정지.
▲울진 1호기 8월23일 소외전력계통 교란에 따른 안전주입 및 원자로 자동정지.
▲월성 1호기 9월16일 여자변압기 고장에 의한 터빈정지 및 원자로 출력 자동감발.
▲신고리 1호기 10월2일 제어봉제어계통 고장으로 원자로 자동정지.
▲영광 5호기 10월2일 증기발생기 저수위에 의한 원자로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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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