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VS 이준석 TK 고지전

보수 텃밭서 ‘보수와 보수’ 붙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보수와 보수가 갈라져 조만간 정면으로 충돌할 조짐이다. 승리하는 사람은 다음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기회가 생긴다. 더 많이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고, 더 좌클릭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22대 총선서 살아남을 수 있다. 

국민의힘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는 뒷선으로 물러났다. 이들은 대부분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주요 요직서 떠났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 중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전 법무부 장관)을 천거했던 국민의힘은 그를 필두로 총선 승리를 간절히 원한다. 일단 여론은 나쁘지 않지만, 시작부터 인사 문제로 잡음이 발생했다. 

보수층 
갈라지나

과거 노인 비하 발언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민경우 비대위원의 논란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임명 하루 만에 ‘한동훈 비대위’ 인사가 사퇴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으나, 당의 주요 지지층의 마음을 크게 요동치게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한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 대부분을 현역 정치인이 아닌 원외 인물들로 인선했다. 중도층, 청년층을 고려한 인사로 이들 대부분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저격해왔다는 특징을 보였다. 이는 총선 국면을 맞이하면서 민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여 지지층을 결속시키겠다는 의도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한 비대위원장은 국립현충원 방문을 시작으로 대전, 대구, 광주, 경기도, 강원도 등 전국 순회에 나섰다. 자신에게 급격하게 관심이 쏠리자, 전국을 다니며 컨벤션 효과를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다. 취임 이후 국민의힘 후원금도 급증하는 등 제대로 한동훈 효과를 누리고 있어 일단 호재다. 


본격적인 정치 시작 이후 대구에 방문했던 한 비대위원장은 “대구는 정치적 출생지이자, 당의 기둥”이라며 지지층 결속을 시도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대구에 방문한 뒤 정치 참여의 계기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TK(대구·경북)는 대표적인 보수 텃밭 지역으로 통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국민의힘이 TK 지역의 25개 지역구 중 24석을 휩쓸었던 바 있다(1석은 대구수성을 무소속 당시 홍준표 후보). 

문제는 현역 의원과 대통령실 출신 인물 간의 대결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묘한 긴장감마저 흐른다.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하며 한 비대위원장이 강조한 지점은 세대교체와 헌신이다. 

‘국민의힘 간판만 달고 나가면 당선되는 지역’으로 불리는 TK 지역은 결국 한 비대위원장이 현역 의원들의 불만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일단 자신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를 두고 당내 물갈이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비대위원장은 오는 11일, 국민의힘 4~5선 중진 의원들과 오찬이 예정돼있는데, 이 자리서 총선 불출마를 요청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김기현 대표 체제에서는 김 전 대표가 험지 출마 및 불출마를 두고, 혁신위원회와 갈등을 일으켰다.

한, ‘대통령 아바타’부터 벗겨내야
호감도 높지만 ‘정치 신인’은 한계

다만, 21대 총선 당시도 초선·재선·다선 등 TK 현역 의원 교체율은 64%에 달했다. TK 지역이 인적 쇄신의 주요 대상인 만큼 이번에도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인적 쇄신을 키를 쥐고 있는 한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이른바 ‘빚’이 없는 인물이다. 이는 그가 비대위원장으로 인선된 배경 중 하나다. 문제는 현역 의원들을 대체할 대상이 대통령실 출신 인물일 경우다.


현재 윤정부 출신 TK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강명구 전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비서관과 김오진 국토부 1차관,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 조지연 행정관, 이병훈 전 행정관, 이부형 전 행정관, 김찬영 전 행정관 등이다. 일각에선 이들이 공천서 다소 불리해 현역 의원들의 컷오프(공천배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현역 의원은 무소속 출마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탄탄한 지역구 조직이 완성돼있는 이들은 무소속 출마 시 당선 가능성은 충분하다. 실제로 당시 홍준표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의원은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같은 당 이인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가 복당했던 바 있다.

결국 한 비대위원장은 현역 의원들 표심까지 챙겨야 하는 만큼 이번 총선서 TK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TK 일각에선 신당, 현역 의원의 탈당 등 보수층에 전례없던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신호도 감지된다. 집토끼 이탈 시 총선 패배는 자명해질 수밖애 없다. 

유일하게
빚이 없다

게다가 한 비대위원장이 벗어던져야 할 짐은 ‘김건희 호위무사’ 프레임이다. 현재 김 여사는 공개 행보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자신의 리스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등판할수록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야당서 언급하고 있는 ‘김건희 특검법’이라는 말조차 사용하길 꺼린다. 

또 야당이 합심해 통과시킨 이른바 ‘쌍특검법’을 ‘총선용 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민주당 등 야당은 해당 특검법을 정부로 이송시켰으나 윤 대통령은 즉각 거부권을 발동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제 국민 여론에 신경써야 할 처지다. 일각에선 ‘혹시나?’라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역시나’ 대통령의 그늘로부터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 아무리 한 비대위원장이 중도층을 노린 행보를 펼치더라도 결국 한계점에 봉착할 수 있다. 아직까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보이지 않는다. 국민이 기대하는 부분은 정치를 해본 적 없는 인물이 갈아엎는 그림이다. 아직까지는 한 비대위원장의 지지율이 윤 대통령과 연계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총선이 다가올수록 민주당이 ‘김 여사’ ‘정권 심판론’을 카드로 꺼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 비대위원장이 어떤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호감도만 키워줬을 뿐, 정당 지지율은 크게 오르지 않는 모습이다. 

속도 내는
신당 창당

지난 12월27일, 탈당을 선언했던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않다. 아직까진 돌풍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정치를 시작한 지 12주년 된 이 위원장은 이날 탈당 선언문을 통해 대통령과 겪었던 갈등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미래’를 보고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위원장의 신당 창당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으나, 결국 최근 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등 창당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위원장을 붙잡지 않았으며, 본인 역시 국민의힘으로 되돌아갈 퇴로를 끊었다. 그는 “국민의힘을 탈당한다. 동시에 국민의힘에 제가 갖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며 다시 국민의힘과 함께할 가능성이 낮음도 함께 시사했다. 

현재 이 위원장의 창당에는 측근 4인방 ‘천하용인’ 중 천하람 공동창당준비위원장, 허은아 전 국민의힘 의원,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이 합류했다. 

이 위원장은 첫 행보로 국립현충원 참배 후 신년에는 서울역서 신년 하례회를 갖는 등 국민의힘 탈당 후 본격 행보에 나섰으며 온라인 당원 모집도 시작했다.

이 위원장 측에 따르면 온라인 당원은 공지를 하지 얼마지 나지 않아 수만명을 돌파했다. 당명은 개혁신당(가칭)이다. 보수당 출신 인사 출신인 그는 줄곧 보수당서만 정치를 해왔다. 오는 20일, 중앙당 창당대회도 갖는 등 신당 창당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연일 중도층을 겨냥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노리는 유권층은 TK로 해당 지역서 어떤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본인도 “전국적인 정당이지만, TK를 기반으로 신당을 차리겠다”고 약속했던 바 있다.

이, 3지대 빅텐트 연대 결집
현역 참여로 총선 3번 노려


그는 “영남지역은 대부분 (신당 후보)가 출마한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이 위원장 자신도 대구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TK 지역서 신당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당이 힘을 받을 경우, 이는 곧 국민의힘에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신당 창당이 압도적 여론을 구성하고 있지는 않은 분위기다. 

다만, 천 위원장의 경우 전남 순천서 여론조사 2위를 기록 중이라는 게 고무적이다.

이 위원장은 제3지대의 지역과 ‘빅텐트’를 위한 연대를 모색 중이다. 양향자 대표가 이끄는 한국의희망과 금태섭 공동대표의 새로운선택과 물밑서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제3지대가 노리는 지점은 30% 안팎의 중도층으로 매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가 돼왔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문제는 연대 이후 총선서의 ‘지분 싸움’이다. 

또 다른 변수는 선거제도다. 국회는 선거제 방식을 놓고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 총선 당시에는 준연동형제도를 도입해 시행했으나, 위성 정당으로 도입 취지가 퇴색된 바 있다. 준연동형제는 지역구서 정당투표의 득표율만큼 의석을 채우지 못했을 때 비례대표서 모자란 의석의 절반을 채워주는 방식으로 국민의힘과 민주당 입장에선 지역구 의석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병립형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과 관계없이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로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이번 총선서 3번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허 전 의원은 “국민의힘 중진 의원을 비롯해 10명이 넘게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기면 
대선행”

이대로라면 현역 의원이 많아 총선서 국민의힘, 민주당에 이어 이 위원장의 개혁신당이 3번을 부여받게 된다. 추후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한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아바타’라는 프레임서 벗어나야 중도층을 포섭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면 이 위원장은 배신자라는 프레임을 TK서 끊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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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