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발’ 김건희 특검 후폭풍

여사님, 이대로 끝?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긴 시간 끝에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이라는 꽃놀이패를 손에 쥐었다. 이번 특검은 ‘정치 신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바로미터이자 4·10 총선의 지표로 여겨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다음 스텝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자칫하면 용산 전체가 ‘김건희 방탄’이라는 거대한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는 상황이다.

2023년 4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정의당이 연합해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이하 대장동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하 김건희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이른바 ‘쌍특검’으로 불리는 두 특검법은 총 240일의 심사 기간을 거쳐 마침내 본회의에 도달했다.

‘대장동 50억 클럽’은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로부터 50억원을 약속받은 법조계 전직 고위 인사들을 뜻한다. 대장동 특검법은 해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골자로 한다.

지금부터
야당의 시간

김건희 특검법의 정식 명칭은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처럼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죄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주가조작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현직 대통령 부인이 언급된 것만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도이치모터스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인 BMW 공식 딜러사다. 비상장사였던 도이치모터스는 지난 2009년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했지만 등락을 반복했다. 하락세가 이어지자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은 2009년부터 3년 동안 ‘주가조작 선수’를 비롯한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공모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웠다. 고가매수와 허위매수로 주가를 조작한 셈이다.

수사기관은 이들이 2000원대 후반이었던 주가를 8000원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했다. 의혹의 핵심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이른바 ‘쩐주(돈의 주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의 고발장은 문재인정부 시절이었던 2020년 4월 접수됐다. 검찰은 이듬해인 12월 권 전 회장과 일당 등을 재판에 넘겼다. 권 전 회장은 91명의 계좌 157개로 ▲가장·통정매매 ▲고가매수 ▲허위매수 등의 방법을 동원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에 연루된 인물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김 여사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검찰이 김 여사에 관한 수사를 일부러 지연시키고 출석 대신 서면조사만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라는 셈이다.

수면으로 가라앉았던 김 여사의 주가조작 개입 의혹은 2023년 2월 재조명됐다. 재판부가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고 인정하면서다. 법원이 작성한 판결문에는 김 여사가 시세조종과 관련해 약 48차례 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여사 계좌 3개를 비롯한 그의 모친인 최은순씨 계좌 1개가 시세조종 행위에 차명 또는 위탁 계좌로 동원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재판부는 김 여사 계좌서 이뤄진 통정·가장 매매 48건, 현실 거래 1건 등 총 49건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주가조작 사건
‘뭉그적 수사’가 불러온 패스트트랙


이를 계기로 야당에서는 엄격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계좌가 활용됐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완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대장동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함께 처리하기 위한 쌍특검 추진에 나섰다. 이를 위해 정의당과의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당초 정의당은 김건희 특검법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영부인이 연루된 만큼 이번 쌍특검이 사건의 진실규명이 아닌 여야 간 정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의당 안팎서 “검찰 수사가 부실하다”는 목소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루빨리 김건희 특검을 추진하는 쪽으로 당론이 모아지면서 민주당과 합의를 끌어냈다.

야당의 주도 아래에 쌍특검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장기간 수사가 미온적이었던 부분을 지적하며 국회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내민 셈이다.

당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제안 설명을 통해 “두 건의 특검법 신속 처리 안건 지정은 50억 클럽 뇌물수수 의혹과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중립적이고 공정한 수사와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해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안 취지에 따라 두 건의 특검법에 대한 신속 처리 안건 지정에 동의해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반대 토론에 나선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쌍특검과 관련해 “야권발 정치 야합의 산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재명·송영길 전·현직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으려는 민주당이 노란봉투법 처리를 원하는 정의당과 ‘입법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내로남불
방탄국회

쌍특검은 일괄 상정돼 무기명 투표 방식으로 표결에 부쳐졌다. 국민의힘의 부결 호소에도 대장동 특검법은 재석 의원 183명 중 찬성 183표로, 김건희 특검법 183명 중 찬성 182표, 반대 1표로 가결됐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은 강하게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하고 본회의장서 집단 퇴장했다.

12월 김건희 특검법이 초읽기에 들어서면서 국민의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거대 야당이 의석수로 본회의 표결에 부치는 걸 막을 수 없을뿐더러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까지 난관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표결 날짜가 다가올수록 국민의힘의 반발도 거세졌다. 주로 민주당이 주장하는 ‘권력형 비리 수사’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행동이었다.

먼저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주가조작이 윤 대통령이 취임하기 10년도 전에 발생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대통령 부부가 결혼하기 전 일어난 사건인 만큼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특검이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정권서 수사가 선행됐다는 점 역시 특검의 부당성과 궤를 같이한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의혹을 밝히겠다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해 수십명의 특수부 검사를 총동원했다”며 “금감원의 지원을 받아 수사했고 2년 이상 수많은 강제수사와 압수수사를 실시했지만,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한 특검 주장은 억지일 뿐이고 다수 의석으로 없는 죄도 만들어내겠다는 입법폭력”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풀이식 정치공세’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권교체 이후 이재명 대표를 향한 수사에 압박이 가해지자 기회를 잡은 민주당이 화살을 돌려 집중 공세에 나섰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힘을 실었다. 그는 “법 앞에 예외는 없다”면서도 “민주당이 원하는 시점을 특정해 만든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는 과정과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있는 조항도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악법은 국민의 정당한 선택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레임덕
트리거


그런 한 비대위원장을 두고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대변인”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이 대표 역시 “집권여당의 외면과 무시 때문에 지금까지 지연되고 오늘의 이 상황이 전개된 것”이라며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퇴로를 차단했다.

때아닌 독소조항 논란에 정의당 측은 기가 찬다는 입장이다. 특검 추천 시 이해충돌 소지가 존재하는 여당을 제외한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는 조항은 최순실·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에도 포함됐다. 수사의 날이 대통령 부부의 턱 끝까지 다다르자 다급해진 한 비대위원장의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는 당내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마지막까지 방어에 나섰다. 윤 원내대표는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날인 27일 “쌍특검은 지난 4월27일 야당이 일방적으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총선용 기획작품”이라며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윤 대통령 내외를 모독하고 이를 득표에 활용하겠다는 목표가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해 윤 대통령을 흔들어 우위를 점하려는 속셈이 투명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은 15일 이내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초기 진압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원내대표는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시절을 소환하기도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 비리 의혹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수사권은 다수당의 횡포로부터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던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막아서는 행위는 ‘완벽한 자가당착’에 지나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당당하면 받으시라” 질책에도
윤석열 ‘거부권 카드’만 만지작

이를 빌미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특검법에 여당이 협조하거나 응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 역시 김건희 특검법 관련 “‘총선을 겨냥해 흠집 내기를 위한 의도로 만든 법안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고 있다”며 특검법 수용 가능성을 차단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민주당에게 있어 꽃놀이패이지만 정부여당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만일 정부가 특검법을 받아 들고 김 여사가 무혐의로 밝혀질 경우, 야당에 역공을 가할 기회가 주어진다. 민주당의 약점으로 꼽히는 ‘이재명 방탄’ 프레임과 반대되는 행보로 중도층에게 어필할 명분도 생긴다.

그럼에도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조차 무혐의 입증에 자신이 없을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명확한 법원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서 김 여사의 리스크를 재조명하기에는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란 설명이다.

만일 수사를 통해 김 여사의 혐의점이 발견된다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건 예상된 시나리오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법안은 재투표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는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2024년 초 컷오프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탈표를 던질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전해진다.

12월 28일 결국 김건희 특검법은 거대 야당의 주도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이 퇴장한 가운데 재석 의원 180명 중 찬성 180명으로 가결됐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현재 정부는 수사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라며 “마치 특검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인데, 수사를 진행한 이후의 결과를 상당히 염려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장대로 더 이상 혐의가 없다면 당당하게 조사에 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소탐대실?
육참골단?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국민 찬성 여론이 70%를 넘어섰다. 이를 져버리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민심의 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명 후 첫 번째 시험대에 오른 한 비대위원장은 물론 총선을 앞둔 여당까지 날 선 비판을 견뎌야 할 것이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는 15일 이내인 만큼 윤 대통령은 1월 중순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시기가 길어질수록 다가오는 총선은 물론 2027년 대선에 미칠 ‘나비효과’가 커질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언제까지 두문불출?

김건희 여사가 12월 15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성탄절 예배와 미사 소식을 전했지만 김 여사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2022년까지만 해도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연말 일정에 동행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봉사 활동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했다.

대통령실 공동취재기자단을 대동해 윤 대통령 없이 단독일정을 소화하던 과거 행보와는 대조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김건희 특검’과 더불어 ‘디올백 수수’ 논란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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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