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안보수사단의 한계

국정원 노하우? 수십년 걸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대북 수사 업무의 지형이 바뀐 게 크다. 경찰은 안보 우려를 잠재우려 ‘안보수사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몸집을 키움과 동시에 수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 노하우’를 습득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 안보수사단이 기존 인력의 3배로 증원된다. 이들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첩보를 바탕으로 국내 주 간첩 수사를 진행한다. 해외 정보활동만 담당하게 된 국정원이 안보수사단의 파트너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사실상 전문적 대북 수사 경험이 전무한 경찰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상실로 인한 공백을 메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머드급
인력 증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산하의 안보수사단은 안보수사심의관(경무관)이 단장을 맡는다. 142명 규모, 4개의 수사대로 구성된다. 안보수사단장 아래 안보수사1과와 안보수사2과가 편성되고, 한 개 과에 각각 2개 수사대가 들어가는 식이다.

기존에도 국수본 산하에 50여명의 안보수사대가 있었지만 안보수사단 신설로 조직이 3배 가까이 커지게 됐다.

경찰은 인력 증원을 위해 일선 경찰서의 안보 경찰 정원 82명을 안보수사단으로 이관했다. 또 경험과 역량을 겸비한 안보 수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9월 ‘안보 수사 인력풀 선발’을 진행해 298명을 뽑았고, 다음달 15일까지 366명을 추가로 선발할 계획이다.


전국 18개 시도청은 소속 안보 수사 인력 191명을 증원했다. 서울청의 경우 기존 5개이던 안보수사대를 6개로 늘렸고, 조직 규모도 190명서 280명 규모로 키웠다. 앞으로 안보 수사는 시도청 중심의 광역 수사 체계로 개편하고 일선 경찰서는 탈북민 신변 보호, 안보 상황 관리, 첩보수집 등에 집중하게 됐다.

이 같은 경찰의 개편은 2020년 말 문재인정부가 국정원법을 개정해 3년 유예기간을 두고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서 경찰로 넘기면서 시작됐다. ‘정보 및 보안 업무 기획·조정 규정 개정안(대통령령)’에 따라, 국정원의 안보 수사 조정권은 대폭 축소된다.

검경 등 수사기관이 정보사범에 대한 신병처리 및 공소보류 의견을 제시할 때 의무적으로 국정원장의 ‘조정’을 받도록 한 규정을 국정원장의 ‘의견을 청취’하는 권고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정부는 ‘대공수사에서 국정원을 전면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일부 조정을 추진했다. 국정원이 수십년간 쌓아온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망) 등 해외 정보 네트워크를 사장하지 않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의 안보 수사 역량은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있다. 지난 4월 수도권에 거주하는 탈북민 A씨(44) 부부가 갑작스럽게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사례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경찰이 내민 압수수색 검증영장에는 A씨 부부가 국내 탈북민들의 의뢰로 북한에 있는 그들의 가족에게 돈을 전달한 행위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실속 없는 몸집 키우기
습득만…안보 구멍 우려

A씨 부부가 ‘재북 가족을 볼모로 탈북민을 상대로 송금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거나, 북의 가족에게 돈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반국가단체(북한) 기관원과 공모하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대공 용의점을 시사했다.


경찰은 최근 탈북민들로부터 주로 송금받은 A씨 아내를 기소 의견(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 부부는 “지금까지 탈북민을 상대로 가족 송금을 주선해주면서 문제가 불거진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처럼 탈북민 B씨도 지난달 경찰로부터 대북 송금 문제로 수사 대상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B씨는 2020년부터 2021년에 걸쳐 약 6개월간 자신의 위안화 계좌를 이용해 다른 탈북민의 송금을 도와준 적이 있는데, 이게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탈북민 대북 송금의 구조는 탈북민이 국내 브로커에게 원화계좌로 송금한 이후 국내 브로커가 중국 브로커에게 돈을 전달하게 돼있다. 중국 브로커는 이 돈을 위안화로 북측 브로커에 전달해 북한 내 가족에 전달하는 순이다.

엄밀히 말하면 외국환거래은행을 통한 정식 환전과 외환 송금이 아닌, ‘환치기’ 방식이다. 하지만 탈북민들은 중국 측 브로커가 탈북민의 돈을 북한에 전달한 내용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아 합법적 송금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특히 경찰이 탈북단체들에 관한 수사를 하더라도 대공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만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간 정부는 탈북민의 가족 대상 송금은 인도적 차원서 묵인해왔다. 경찰의 대공수사권 이관 정당성을 채우기 위한 ‘실적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북 지하조직
경험이 없다

경찰의 안보 수사력 우려가 지속되면서 정부는 국정원 소관 법령인 ‘안보침해 범죄 및 활동 등에 관한 대응업무규정’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해당 시행령은 대공수사권 이전 뒤 유관기관과의 업무협력 방식 등을 규정한다.

구체적으로 국정원은 ▲국가안보에 반하는 행위자에 대한 정보수집 및 추적 ▲안보위해자에 대한 행정·사법 절차 지원 활동 ▲경찰·검찰 등 안보침해 범죄를 다루는 유관기관의 수사에 국정원 직원 참여 ▲국가안보 침해 활동을 저지하는 과정서 습득한 유류물이나 임의로 제출받은 물품 등을 보관할 수 있게 됐다.

국정원의 협력이 뒷받침된다고 해도 경찰이 단기간 내에 충분한 대공수사 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 우려를 표하는 시각은 여전하다.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첩보수집과 깊이 있는 분석평가를 통해 정보를 생산해내는 능력 등은 단기간에 갖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그간 북한의 대남공작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온 국가 핵심 기능이 저하됨에 따라 일정 수준 안보공백 발생은 불가피하다”며 “경찰과 내수사 협업 및 직무 교육을 실시했고, 현재 ‘대공 합동수사단’을 운영하며 대공 수사기법을 경찰에 전수 중”이라며 “국가정보원법서 위임받은 직무 범위에 따라 유관기관과 직무교육 및 협업체계 구축, 합동수사 기구 참여를 통한 정보지원 등 국가 대공 역량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정보기관 출신 한 전문가는 “경찰 실적의 세부내용을 들여다보면, 단기간에 검거가 가능한 국보법 제7조(찬양, 고무 등) 위반 사범이 대부분”이라며 “직파간첩이나 북한 연계 지하조직, 고첩망 사건과 같은 중요사건은 대부분 국정원서 처리해왔다. 이는 통계가 말해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이 5년에 걸친 내사 끝에 직파간첩을 체포한 것이 일례다. C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 후 2019년 7월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트워크
처음부터?

정보당국에 따르면 C씨는 2011년 당시 북한서 중국으로 이동해 중국인 한족 D씨 명의로 된 여권을 위조, 한국으로 잠입했다고 한다. 정보당국은 C씨를 내사한 경위에 대해 수사기법이나 정보원 노출 등을 우려해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다만 국정원이 5년간 내사를 거쳐 북한서 서울로 보낸 직파간첩의 혐의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증거를 수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사를 기반으로 정보당국이 2016년 7월 안양의 한 공사장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C씨를 체포했다. 당시 C씨는 서울에 거처를 두고 있었지만 일정한 직업이 없이 일용직 등을 전전하며 생계유지를 위해 일터를 옮겨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C씨가 암암리에 남한 정세나 인물에 대한 정보수집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했을 것으로 의심했지만, C씨는 국정원과 경찰의 합동 신문서 간첩활동 유무를 묻는 질문에 대체로 부인했다.

C씨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우선 남한에 정착한 다음 한국인 여자와 결혼해서 기반이 안정되면 그때 지령을 내릴 테니 일단 기다리고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신분에 위협을 느끼거나 발각됐을 경우에 대비한 지령은 사전에 전달받았다고 한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C씨가 일종의 암호로 과천 서울대공원 앞에서 신문지를 들고 있으면 자신의 신변상태가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며 “그러면 한국에 있는 다른 요원들이 C씨와 접선해 귀국을 돕기로 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정보당국은 C씨를 검거하면서 “국내에 있는 직파간첩이 5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수본, 100명 넘게 늘려 우려 해소
“인력과 기술·수사기법은 다른 문제”

경찰은 안보수사단 인력 증원 이전에 내부적으로 아직 대공수사 역량이 미흡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의 대공수사 관련 3개 과제가 모두 ‘다소 미흡’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탈북민 보호 강화’와 ‘안보수사 활동 강화’는 다소 미흡, ‘안보 정보수집’은 미흡 평가를 받았다.

보고서는 각 과제를 ‘매우 우수’부터 ‘부진’까지 7개 등급으로 평가했는데, 대공수사 관련 과제는 모두 5~6등급에 머물렀다.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기 위한 준비 작업들이었다. 통일부와 협업해 탈북민 안전지원팀을 신설하거나, 안보수사 경력·전문성을 검증받은 수사관을 선발하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 등이 구체적으로 국민에게 미치는 기대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2월 작성됐다. 수사권 이관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임에도 대공수사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9월20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서도 국정원과 경찰로부터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와 관련한 준비 상황을 보고받았으나 준비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추가 보고를 받기로 하기도 했다.

국수본 출신 한 관계자는 “해당 문건은 올 초에 작성된 것으로 지금과 수사 역량이 비슷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면서도 “노력해야 하는 측면이 많지만 국정원과 합동수사단 및 교육·협력 과정을 통해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은 사이버 안보와 관련해서도 대응 중이다. 지난달 14일 국정원은 “중국 업체가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웹사이트 38개를 개설해 기사 형식 콘텐츠를 국내에 무단 유포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나라한
자체 평가

이달 국정원은 미국 국토안보부 소속 ‘사이버안보·인프라보호청(CISA)’과 사이버 안보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 자금원으로 알려진 가상자산 탈취와 사이버 해킹 저지를 위한 실무그룹 설치를 발표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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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