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53)승패 없는 공멸의 전쟁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10.23 08:35:04
  • 호수 14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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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피에로씨가 수십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좀 천덕스러우나마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감탄할 만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가까이서 지켜본 나로서는 약간 안쓰럽기도 했다. 그는 동자동 오동나무 하숙집에 있을 때부터 이따금 하소연을 늘어놓았었다. 

학벌의 허상

“후유, 살기 힘들군. 죽기도 전에 지옥에 내려와 지내는 것 같아. 내 별명이 무슨 피에로인가 보더라만… 뭐 나라고 해서 이 세상 무대 바닥에서 서글픈 어릿광대처럼 살고 싶겠어? 허헛, 죽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이러는 거지 뭘. 누군들 멋진 주인공으로 살고 싶지 않겠냐구? 맨정신으론 도저히 버텨낼 수 없기에 나 자신부터 희롱하지 않을 수 없다구. 나도 나름 성공철학을 연구해서 열심히 살고 있건만 내심 꽤 힘들구먼. 후유, 만약 고등학교만 졸업했더라도 한번 날갯짓을 해볼 수 있을 텐데….”

“꼭 다리를 절룩거려서가 아니라, 한 계단 올라가기가 정말 힘들어. 누군 잘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세상인데…. 중학교 졸업장은 없는 것보다 못해. 그것에 얽매이기보다 마음속으로 찢어 버리고 차라리 무학자로 행세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가진 게 없는 게 부자라는 말도 있잖어. 상상으로는 서울대 따위를 넘어 하바드나 옥스퍼드 대학도 다닐 수 있으니까 말야.” 

그는 히히 웃었다. 


“그러기보다 주경야독해서 고졸 자격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방송통신대라도 다니는 게 낫지 않을까요?”

“흥, 그래봤자 소위 SKY식 제국의 학력 노예밖에 더 되겠나. 아! 차라리 난 무학자의 인간미를 지닌 채 살고 싶구나. 흐흐흑….” 

그는 술김에 흐느꼈다. 

피에로 씨는 원래 좀 과장벽이 있긴 했지만, 학력으로 인간을 쉬이 판단해 버리는 우리 한국 사회의 병폐가 문득 가슴을 콕 찔러 왔다.

평준화된 중고등학교는 모르되 자기 능력으로 노력하여 특정 대학에 입학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대학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세칭 명문 대학을 다닌 사람들은 엘리트 의식을 평생토록 간직하는 성싶다. 

심할 경우 학교 캐릭터 즉 학격이 자신의 인격을 대체하거나 지배해 버리는 상황이 일어난다. 그것이 통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리라. 물론 좋게 활용한다면 효과가 있을 터이다.

나뭇잎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고 쉽게 타락하기도 하는 인간의 본성을 지탱해 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시절의 얘기이지 어느 특정 캐릭터에 계속 머물러 있어서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꽃피우기 어렵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하리라. 

대학의 목적은 참된 자기를 찾는 데 있는 것이지, 인간미를 냉동시키면서까지 일류 캐릭터 로봇을 만들어내는 공장은 아니잖겠는가 말이다.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피에로 씨가 절규한 ‘학력 노예가 되기보다 졸업장을 마음속에서 찢어 버리고 인간미를 지닌 무학자로 살겠다!’라는 말이 엉뚱한 희언으로만 들리지 않았다. 

통일이 되면 과연 어떨까? 김일성대가 좋니 서울대가 낫니 또 지랄치며 서로 싸우지 않을지 미리 걱정이 된다. 

학력으로 외적 판단…병든 한국 사회 
신무기 실험장 전락 위기서 벗어나야

제발 그런 유치한 희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한민국부터 우선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 북조선의 자칭 명문대학 출신들이 거드럭거릴 꼴이 싫어서라도 통일되지 말아야 한다는 농담을 언젠가 술자리에서 들은 적이 있다.

참으로 골치 아픈 나라이다. 아마 대학이 인간을 정신적인 불구자로 만들어 버리는 곳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밖에 없을 것이다. 로봇보다 못하게 변질되어 버린 인간들…. 

대다수 국민과 인민보다 소수 명문 학벌주의자들이 득세하는 세상은 민주국가도 인민공화국도 아니리라.

누군가의 중학교 졸업장과 대중가요 학원 수료증도 대학 학위증과 마찬가지로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할 만한 사회야말로 민주공화국이라 부를 수 있을 터이다. 

여대통령의 상습적인 해외 순방은 계속되고 있었다. 

무슨 중요한 외교적 성과도 별로 없이 심심하면 나들이를 다녔기 때문에, 비판자뿐만 아니라 심지어 일부 지지자 중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여행이 취미인가고 구시렁거릴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국내 여행은 그닥 즐기지 않는 듯싶었고, 아버지 박통이 자주 지방으로 현장 시찰을 다닌 것과 달리 거의 두문불출하며 청와대서조차 집무실로 잘 출근하지 않은 채 대부분의 시간을 내실[內室]에서 보낸다는 소문이었다. 


앞뒤가 맞지 않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점은 또 있었다. 입으로는 통일대박론을 외치면서 정작 국민들에게 아무 말도 없이 대북 관계망을 폐쇄해 버리고 끝끝내 고집스레 사드 배치를 강행해 남북한 하늘에 전운이 감돌게끔 만들어 놓고야 말았다.

설령 하더라도 좀 천천히 외교적으로 밀당을 하며 이해득실을 따져 결행했더라면 아버지 박통의 딸답다는 얘기나마 들을 수 있었으련만….

대체 왜 무엇 때문에 그런 어린애 불장난 같은 짓을 어린애 같은 방식으로 저질렀을까? 

전쟁을 벌여도 좋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전쟁을 PC방 오락실의 컴퓨터 게임처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현실이 아니라 청와대 내궁에서 이상야릇한 환각 상태에 빠져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6·25 전쟁의 참상을 성찰하고 반성하여 평화를 일구어내려 애쓰는 게 아니라, 현재 휴전 중이니 그날을 기념하여 다시 전쟁을 시작해서 북진통일이라도 이루어 보려는지 몰랐다.

실제로 태극기 부대원들이나 자유북한건립연합 등의 회원들은 광화문 광장 집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섞어 흔들어대며 북진 승공 통일을 절규하기도 했다. 


김일성 꽃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 또한 전쟁은 승리가 아니라 공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드로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쓸모없는 거대한 전쟁 장난감.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미국의 무기. 전시작전권을 주한미군이 틀어쥐고 있는 상황. 한반도는 지정학적 환경 때문에 신무기 실험장이 될 수도 있고 세계 평화의 희귀한 전당이 될 수도 있다.

그 방향은 우리 국민이 선택해야 한다. 남한이든 북한이든 정치꾼이나 전쟁광 군사 모리배들에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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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