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올해 6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주요 이슈는 ‘지속 가능성’이었다. 항공업계의 유엔총회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대한항공을 포함한 전 세계 항공사들은 친환경 연료 전환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기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등을 집중 논의했다.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는 이른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항공업계에도 깊숙이 들어온 모양새다.
대한항공은 친환경 연료로 항공기를 띄우고 항공 폐기물을 재활용한 굿즈(기획 상품)를 선보여 해외 항공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21년부터는 매년 ESG 보고서도 발간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올해 보고서에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 환경 파괴 등 과거부터 수없이 반복돼온 화두들은 더 이상 먼 훗날의 대응 과제가 아닌, 지금 해결해야만 하는 우리 세대의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IATA 총회서 ‘2050 탄소중립(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을 결의한 뒤 다양한 탄소 감축 수단을 도입했다. 지속가능 항공유 (Sustainable Aviation Fuel·이하 SAF) 도입이 대표적이다. SAF는 석유나 석탄 등 기존의 화석 자원이 아닌 동·식물성 기름, 해조류, 도시 폐기물 가스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항공유다.
기존 항공유보다 2~5배 비싸지만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유럽연합이 2025년부터 SAF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도입을 늘리는 추세다. 대한항공은 2017년 11월 국내 최초로 SAF를 사용해 미국 시카고-인천 구간을 한 차례 운항했고 지난해 파리-인천 구간 정기편 노선에도 SAF를 도입했다.
또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Shell)’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2026년부터 5년간 아시아·태평양 및 중동 지역 공항서 SAF를 우선 공급받기로 했다.
지난달 1일부터는 국내 항공화물 부문 최초로 ‘고객 참여형 SAF 협력 프로그램’ 운영에 나선다. 대한항공이 SAF 협력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유는 탄소배출 저감 활동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다. 특히 항공화물 고객사들이 동참해 글로벌 항공업계의 지속가능한 변화에 함께한다는 데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프로그램은 고객사에게 대한항공의 화물 운송에 쓰이는 SAF 구매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고객과 SAF 사용에 따른 탄소 배출량 저감 실적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국내 최초 지속가능 항공유 도입…연료 효율 높은 신형기 도입도
퇴역 항공기로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 하루 만에 완판
항공기 운용·제작 노하우로 UAM 개발 선도
대한항공은 연료 효율이 높은 신형 비행기 비중도 늘리고 있다. 대한항공이 최근 도입한 A220-300, A321neo, B787-9, B737-8은 좌석당 탄소배출량을 동급 기종보다. 15~25%까지 줄일 수 있는 고효율 항공기다. 오는 2028년까지 A321neo 30대, B787-9 10대, B737-8 30대 등 총 90대의 신형기를 들여올 예정이다.
신형기 도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21년 대한항공이 2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한 점도 눈에 띈다. 국내 항공사가 ESG 채권을 직접 발행한 최초 사례다.
2020년 12월부터는 화물 항공기에 탑재되는 일부 컨테이너의 경량화를 추진했다. 항공기 무게를 줄여 연료 효율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연간 약 5000톤의 화물 탑재 중량을 감소시켰고, 이는 500톤이 넘는 탄소 배출 저감으로 이어졌다.
폐기물로 버려질 뻔한 항공 자원을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초에는 퇴역 항공기를 분해해 만든 첫 업사이클링 굿즈가 출시 하루 만에 모두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23년간 총 10만 682시간을 비행한 보잉 777 동체를 분해해 만든 네임택(Name Tag) 4000개가 이른바 ‘항공 덕후’들의 입소문을 타고 매진된 것.
같은 해 9월에는 보잉 747-400 항공기를, 올해 5월에는 보잉 777-200ER 항공기 자재를 활용한 네임택과 골프 볼마커를 선보였는데 매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부분 훼손으로 다시 사용하기 어려워진 기내 담요로는 보온 물주머니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전달했다. 노후 구명조끼는 화장품 파우치로 재탄생시켰고, 그 수익금을 환경단체에 기부했다. 항공기로 화물을 실어 나를 때는 폐비닐과 플라스틱 용기 등을 재활용한 친환경 비닐을 사용한다. 기내에 싣는 물품들도 다시 사용할 수 있거나 친환경 재질로 만든 제품으로 교체했다.
항공기 운용으로 쌓은 노하우와 무인항공기 개발로 축적된 기술력을 토대로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이하 UAM) 연구개발에도 기여하고 있다. UAM은 소음과 배출가스가 적고 교통체증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교통 수단으로 각광받는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전 세계 UAM 시장규모를 오는 2040년 1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8월 인천공항공사,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연구개발 협력 협약을 맺었고, 지난해 4월에는 국토부가 주관하는 UAM 감시정보 획득 체계 연구개발에도 참여했다. 범국가적 프로젝트인 ‘UAM 팀 코리아’에도 초기부터 참여해 탈 탄소 사회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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