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제 버릇 남 못 준 이희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9.18 12:28:00
  • 호수 14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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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청담 부자’ 사기행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주식 투자자들에게 거짓 정보를 유포해 수백억대 손실을 끼친 혐의로 실형을 살고 3년 전 출소한 이희진. 최근 그와 친동생 이희문은 암호화폐 허위·과장 홍보와 시세조종(MM, Market Making) 혐의를 받아 또다시 구속됐다. MM은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늘려 가격을 올리는 행위를 뜻한다.

10여년 전, 경제 전문 TV에 증시 전문가로 출연했던 이희진은 자수성가한 청담동 백만장자로 이름을 떨쳤다. 당시 잘나가던 힙합가수 도끼를 ‘불우이웃’으로 비유했던 그는 하루아침에 몰락했다. 2016년 <일요시사>가 ‘청담동 백만장자 사기행각 의혹’을 단독 보도하면서 이희진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최근에는 친동생 이희문과 손잡고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어 막대한 범죄수익을 거두고 있다.

<일요시사>
단독 보도

이희진은 비인가 투자회사를 세워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 등으로 2016년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2020년 3월 만기 출소했다.

검찰은 이희진이 출소 직후, 피카코인의 발행사 피카프로젝트 공동대표 송자호, 성해중과 범행을 공모해 부당이득을 편취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카 코인을 소유하면 고가의 미술품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았다.

코인 관련 불법 시세조종(MM, Market Making)을 통한 사업 수익 역시 이씨 형제와 피카프로젝트 경영진이 나눠 가졌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지난 3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이승형 부장검사)는 이희진을 암호화폐 관련 사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했다. 검찰이 송씨의 자본시장법 위반과 사기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서 이희진의 범행 공모 정황을 포착하면서다.

피카프로젝트 공동대표 송씨와 성씨는 지난달 9일,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허위사업을 내세워 투자자를 모아 시세를 조작해 338억원을 가로챈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피해자는 1만46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피카코인은 2021년 1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상장됐으나 같은 해 6월 상장폐지(거래 지원 종료)됐다. 애초 제출한 계획 이상의 물량을 몰래 발행·유통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에서는 2020년 10월 상장된 후 올해 3월 이상거래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일 이희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달에는 친동생 이희문에 대한 소환조사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이씨 형제는 피카코인 등 총 3개 코인에 대해 허위·과장 홍보와 시세조종 등을 통해 코인 가격을 부양한 후 고가에 매도해 그 대금을 임의 사용하거나 은닉한 혐의를 받았다.

이어 서울남부지법 유환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사기,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씨 형제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인멸과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씨 형제가 운영하는 코인 발행업체 직원 김모씨도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이날 이희진은 “피카프로젝트 대표와 사기 공모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투자자에 수백억대 손실
실형 살고 3년 전 출소


앞서 1월 금융조사1부는 기노성 부부장검사 지휘하에 이씨 형제의 서울 강남 청담동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특히, 송씨의 옛 연인이자 피카프로젝트 미술품 갤러리 큐레이터를 맡았던 걸그룹 카라 멤버 박규리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씨 형제가 암호화폐 MM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2021년부터 불거졌다. 당시 이들은 미국 국적 사업가 김경남과 한글과컴퓨터(한컴)그룹 암호화폐 ‘아로와나토큰’의 시세조종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로와나토큰은 2021년 4월 거래소 빗썸에 상장한 지 30분 만에 1000배 넘게 폭등하며 시세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김상철 한컴 회장의 비자금 창구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김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이희문은 한 암호화폐 발행업체 대표와 통화서 아로와나토큰의 MM 공모를 인정했다. 지난해 3월경 이희문은 암호화폐 발행업체 대표 A씨와 한 통화서 “저희는(김경남이 아로와나토큰을)팔아 달라고 해서 팔아준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희문은 김경남과 함께 다른 암호화폐에 대한 MM도 진행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희문은 “저희가 MM 한두 개만 한 것이 아니다”며 “MM을 하루에 한 것이 아니라 일주일서 열흘 정도 (시간을 두고)MM을 했다”고 부연했다. 

A씨는 통화서 “이희문 외에 이희진도 김경남과 같이 MM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주가조작 때와 마찬가지로 겉만 번지르르한 암호화폐를 내세워 투자자들 돈을 갈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경남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영되는 ‘헤리티지DAO(탈중앙화자율조직)’의 설립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씨 형제와 관계를 부인했다. 김씨는 <시사저널>과 한 통화서 “이희진, 이희문과는 일면식도 없다”며 “협업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서는 “나와 관련된 사업체나 재단서 아로와나 토큰의 MM을 진행하거나 이를 위한 약정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며 “(이외의 코인에 대한)MM에 관여한다는 소문 역시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실형 살고도 
정신 못 차려

아로와나토큰은 2021년 4월 거래소 빗썸에 상장하자마자 폭등해 시세조작 의혹을 받아왔다. 이희문과 김경남이 시세를 올린 암호화폐는 아로와나를 포함해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형제는 피카, 아로와나코인 외에도 전기차 관련 T코인, 반려동물 관련 G코인 등 가격을 인위적으로 띄우는 등 MM으로 차익을 거둔 뒤 유용한 혐의(사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는다. MM 대상으로 거론된 일부 암호화폐는 상장폐지됐거나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이씨 형제는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해당 코인들을 국내 대형 거래소에 상장·유통했다. 이 과정서 허위·과장 정보로 코인을 홍보해 매수 심리를 일으켰다. 이어 목표 가격을 설정해 자전거래 ‘봇’으로 가격을 띄워 블록딜(대량매매) 방식으로 확보해둔 대량의 코인 물량을 고가에 팔아 수백억원대 수익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거둔 범죄수익을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 계정서 다른 코인으로 바꾼 뒤 환전업자를 통해 현금화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있다.

이번 수사를 담당한 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2016년에도 이씨 형제 사건을 맡아 재판에 넘긴 이력이 있다. 이씨 형제는 2014~2016년 비인가 투자회사를 운영하며 130억원이 넘는 불법 시세차익을 챙겼다. 또 증권방송을 통해 특정 비상장주식에 대한 허위·과장 정보를 퍼뜨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형제 모두 2016년 9월 구속 기소됐다.

2020년 1월 대법원은 이희진에 관해 징역 3년6월, 벌금 100억원, 추징금 122억여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희문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70억원의 원심이 확정됐다. 실형을 살고도 곧장 사기 범죄에 연루된 이희진은 학력부터 이력까지 숨긴 완벽한 사기꾼이었다. 

암호화폐로…
용감한 형제

2014년 한국경제TV에 증시 전문가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그는 당시 20대의 젊은 자수성가 인물로 소개됐다. 학력위조는 기본이었다. 2014년도 1월 모 언론 매체에 그가 올린 글에 따르면 자신이 명문대 입학을 했다고 적었다. 또 2014년 10월, 모 의류 회사와의 인터뷰에선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었으며 대학 시절 한 달에 과외비로 500만원을 벌었다고 직접 밝혔다.

그 후 유명해지자 “등록금이 없어 대학을 못 갔고 동생의 학자금 대출을 위해 나이트 웨이터 생활까지 했지만 주식으로 자수성가해 젊은 부자가 됐다”고 말했다. 학력 논란이 불거지자 고졸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중국 공산당과 만났다는 등 거짓말도 일삼았다. 일례로 2016년 여름, 사업 차 중국 방문 중이라며 중국 공항 사진도 올렸으나, 모 여행사의 홍보용 사진임이 드러나자 바로 삭제했다.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과 밥을 먹었다는 허위 게시물도 올렸다. 이희진은 이에 대해 같이 밥을 먹었다는 의도로 올린 글이 아니며, 상무위원급 고위인물을 만났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를 2박3일 동안 챙겨줬다는 고신동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 장쑤성 다이펑시 지부장은 중국 공산당 인원 및 정보조회 사이트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누리꾼들이 집요하게 들춰내자 이희진은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한 중국 관련 포스팅을 삭제했다.

그러면서도 주식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 자수성가했다고 알려졌던 그는 이른바 ‘청담동 주식부자’로 불렸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청담동의 고급 빌라와 부가티 베이론,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등 슈퍼카를 공개하며 이목을 끌었다. 투자자들도 그의 재력을 보고 신뢰했을지 모른다.

<음악의 신2> 등 예능까지 출연해 인지도가 상승하자, 그를 향한 관심은 분석으로 바뀌었다. 한 회계사가 그의 실체를 의심하는 댓글을 쓰면서 그의 가면도 벗겨졌다.

회계사가 가진 이희진에 관한 의구심은 “첫째, 1조원의 가치를 가진 회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조회가 왜 안되는 건가? 배 한 척만 갖고 있어도 조회가 돼야 한다” “둘째, 현재 이 회사는 자산이 얼마인지, 주주가 누구인지, 매출이 얼마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셋째, 자산이 120억원 이상이면 외부 감사 대상인데 이희진은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였다. 

이번엔 형제가 코인사기 구속 위기
피해 1000억원···학력·이력도 거짓

이희진이 “차명으로 재산을 돌린다”고 반박하자 이는 ‘불법행위가 아니냐’는 대중의 의심이 제기됐다. 그 뒤 여러 커뮤니티서 회계사의 글을 퍼간 것을 시작으로 이희진에 관련된 의혹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 중인 피해자들의 제보가 이어졌다. 2016년말 이희진은 유사투자자문사를 운영하면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장외주식 전문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투자를 잘해서 수익을 얻은 것처럼 묘사했다. 

그러던 중 “이희진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유료 회원이 최소 수천명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당시 <일요시사>가 입수한 피해자 진정서에 따르면 “이희진이 브로커와 결탁해 장외주식을 싸게 사와 회원들에게 두 배 이상 비싸게 물량을 떠넘겼다”며 “이희진이 주식 종목을 추천하면, 그의 동생 이희문이 운영하는 투자회사에서 그 주식을 회원들에게 팔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희진은 공모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회원들에게 주식을 팔아넘겨 상장하자마자 30∼50%의 손실을 떠안은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네이처리퍼블릭도 있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5년 7월 주당 17만원으로 상장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해 10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원정 도박 혐의로 기소돼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런데도 이희진은 “상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네이처리퍼블릭 주식을 회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그냥 믿었다”고 말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50∼60대 서민이 많았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증권방송에 나온 그를 신뢰했다. 당시 한 피해자는 월 99만원이라는 회비를 내고 이희진의 방송을 들었다. 어떤 이는 평생회원으로 15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씨 형제는 불법 주식거래 등 혐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구속됐다. 이와 별개로 이들에게 적용된 법인 자금횡령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피해자들
몰랐나?

사기죄로 실형을 받고 나온 이씨 형제의 암호화폐 MM으로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었으나, 이를 처벌할 뚜렷한 법적 기준은 없다. 다만 지난해 암호화폐 시세조종 사기와 관련한 사법부의 판단 기준이 처음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9월27일 특경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 한모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MM팀을 통한 펌핑(pumping·가격 상승)’ 등과 같은 비정상적 시세조종·조작을 통해 가상자산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며 투자를 유인한 경우”가 사기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회삿돈으로 변호사비?

이희진은 자신을 향해 악성 댓글을 단 사람들을 고소하기 위해 선임한 변호사 비용을 회사 자금서 지출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4월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희진의 상고심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동생 이희문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이들은 ‘주식 부자’로 명성을 얻던 2015년 인터넷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 등에 악성 댓글이 게시되자 이들을 고소하기 위한 변호사 비용을 자신들이 운영하던 회사 자금으로 지출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부터 2016년 3월까지 회사 자금 총 8500여만원을 변호사에게 지급했다며 기소했다.

1심은 “회사 자금으로 지급한 변호사 비용은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고소한 사람은 190명에 불과해 (검찰 공소사실은) 과다계상된 것”이라는 이희진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도 “이 사건 변호사 비용 지출이 피해자 회사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비용 지출 이전에 피해자 회사와 피고인들 사이에 합리적 비용분담을 사전에 검토하고 지출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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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