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품 승계 작업과 ‘오쎄’ 활용법

황태자 받드는 지렛대 역할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정식품이 경영권 승계 절차를 밟고 있다. 후계자로 지목된 오너 3세는 발언권이 강해졌고,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보폭을 넓히는 양상이다. 후계자가 부각될수록 오너 일가 개인회사인 ’오쎄’를 주목하는 시선도 많아졌다. 승계 과정에서 지렛대로 활용될 여지가 충분한 까닭이다.

두유 및 음료 제조업체 정식품은 지난 1월 정연호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오너 3세인 정 사장은 정재원 정식품 창업주의 손자이자, 정성수 회장의 장남이다.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대 산업공학과 석사를 거쳐 스탠포드대 경영과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커지는
존재감

특히 2017년에는 정식품 부사장으로 선임된 데 이어, 기존 기타비상무이사에서 사내이사로 변경 선임됐다. 부사장 및 사내이사 선임을 계기로 회사 경영상 발언권이 한층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경영을 총괄하는 위치로 올라선 정 사장에게는 매출 확장 확대라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 상황이다. 정식품은 2017년 2014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2000억원대 매출 고지를 밟은 이후 제자리걸음의 연속이었다. 최근 5년간 매출은 ▲2018년 2017억원 ▲2019년 2218억원 ▲2020년 2174억원 ▲2021년 2215억원 ▲지난해 2193억원 등이었다.  

두유 제품에 편향된 사업구조가 외형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한 양상이다. 두유의 주원료인 대두 가격변동에 따라 회사 수익성이 급변하는 모양새다. 베지밀 의존도가 높다보니 제품 판매율이 저조하거나 제품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늘어날 경우 회사 전체 실적이 영향을 받는 상황도 계속됐다.


정 사장 체제가 보다 탄력을 받으려면 신성장 동력 마련은 필수에 가깝다. 최근 정식품이 베지밀을 제외한 제품군의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동시에 외식사업부를 안착시키고자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뚜렷한 3세 추대 분위기
내부거래로 키운 자회사

정 사장이 대표이사직를 수행하면서 확실한 성과를 낸다면, 경영 승계 절차가 일사천리로 이뤄질 수 있다. 이 경우 오너 일가 개인회사인 ‘오쎄’가 다방면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1984년 설립된 오쎄는 화장품 제조와 온라인쇼핑몰 운영, 광고대행 등을 영위하는 정식품 관계사다. 오쎄가 정식품의 관계사로 돼있는 건 이 회사의 실소유주가 오너 일가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정식품 오너 일가는 지난해 말 기준 오쎄 주식 전량을 보유 중이다. 정 회장의 친인척인 정승호씨가 35.01%로 최대주주이며, 정 회장의 아내인 박금순씨(22.16%), 정 사장(15%), 정 회장(5%) 등이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나머지 지분 역시 오너 일가 구성원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쎄는 정식품과 사업상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왔다. 2011년 정식품이 유통사업부를 따로 분리해 오쎄에 편입시키는 결정을 내렸던 게 대표적이다.

유통사업부를 넘겨받은 오쎄는 2011년 214억원이라는 기록적인 매출을 찍었고, 자산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재무상태는 악화됐고, 급기야 2014년에는 영업손실이 누적된 영향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했다. 


높은
활용도

공교롭게도 오쎄는 2015년 정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을 계기로 서서히 제 궤도를 찾기 시작했다. 이 무렵 오쎄에서 최고 경영진 교체가 이뤄졌는데, 기존 대표이사였던 정 회장을 대신해 정 사장이 경영을 총괄하는 위치로 올라선 게 골자였다. 

대표이사 변경 이후 오쎄는 꾸준히 덩치를 키웠다. 2015년 230억원대였던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615억원으로 2.5배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총자산은 72억원에서 126억원으로 확대됐다. 

오쎄가 최근 들어 덩치를 빠르게 불릴 수 있었던 건 정식품 덕분이다. 2015년 40억원을 겨우 넘겼던 정식품 계열회사와의 거래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00억원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가 오쎄를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영 승계 지렛대로의 쓰임새다.

정 사장이 부친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으려면 지분승계가 필수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지난해 말 기준 정식품 최대주주는 지분 40.19%를 보유한 정 회장이고, 이외에도 ▲소리에스비(8.30%) ▲한국자산관리공사(7.89%) ▲혜춘장학회(6.80%) 등이 주요주주로 등재돼있다. 

범용성 확실한 우군 역할
쓰임새 부각되는 꽃놀이패

정 사장은 정식품 주주구성에서 기타(36.82%)로 표기된 주주에 포함된 것으로 추측될 뿐, 정확한 지분율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일단 정 회장이 보유한 정식품 주식을 흡수하기만 해도 경영권 확보에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가장 확실한 경영권 승계 방식은 정 회장이 보유한 정식품 주식을 정 사장이 직접 넘겨받아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 지분승계가 이뤄지면 막대한 세금이 뒤따르게 된다. 

만약 정 사장이 아닌 오쎄가 정 회장의 주식을 넘겨받는 주체가 되면 정 사장의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정 회장이 보유한 정식품 주식을 오쎄가 직접 매입해 지배구조의 최상단으로 올라서면, 정 사장은 부담을 최소한 채 승계 작업을 끝낼 수 있다.

물론 오쎄를 내세운 승계 방식이 현실화되려면 정 사장이 오쎄를 휘하에 두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정 사장의 부모가 보유한 오쎄 지분 27.16%가 정 사장에게 귀속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경우 정 사장이 보유한 오쎄 지분은 42.16%로 상승한다.

꼭대기
선점하나


다만 정식품에 오쎄를 합병시키는 방식이 현실화되려면 오쎄의 재무상태가 좀 더 탄탄해질 필요가 있다. 오쎄는 내부거래에 힘입어 조금식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초체력이 부실한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총부채는 120억원인 반면 총자본은 6억2000만원에 그친다. 부채비율은 1930%에 달하며, 이익잉여금이 2억7000만원에 불과해 현금배당을 계획할만한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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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