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연경 때리는 이다영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8.28 12:31:09
  • 호수 14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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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는 기본…술집 여자 취급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최근 배구계가 떠들썩하다. 한국 여자 프로배구단인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시끄럽다. 팀 주축 선수인 이다영이 자신의 개인 SNS에 팀 내 주장인 김연경을 저격하면서부터다. 팀 주장인 김연경도 팀 내부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현재 이 싸움은 팬들에게까지 번졌다.

이다영은 언니인 이재영과 함께 쌍둥이 배구 선수로 유명하다. 1996년 10월15일 생으로 진주 선명여자고등학교서 에이스이자 청소년 대표님의 1위 세터(배구 포지션 중 하나. 공격수에게 공을 토스하는 역할)였다. 이후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서 뛰다가 2020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로 이적했다. 이다영은 고등학생 때 ‘여고 배구를 씹어먹었다’는 평가받으며 일찍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

쌍둥이 자매
학폭에 발목

이다영이 김연경을 만난 것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였다. 2021년 김연경은 터키 리그를 떠나 11년 만에 한국프로배구 V리그로 돌아왔고, 돌아오자마자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올스타 팬 투표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때마침 쌍둥이 이재영‧이다영 자매에게 학교폭력 논란이 터졌다. 그해 2월15일 KBS와 MBC 메인 뉴스서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을 다뤘다. 학교폭력은 쌍둥이 자매가 중학생 시절 전주 근영여중서 경남 진주 경해여중에 전학 갔을 때 벌어진 일이다.

지역 내 한 학교서 배구부장을 맡고 있는 A 교사는 “당시 배구 명가인 전주 근영여고가 지역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학 문제로 시끌벅적했다. 학교 관계자들을 비롯한 배구계 인사들은 성적 때문에 쌍둥이 자매를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끝내 이들이 학교를 떠나서 서운해했다. 하지만 학교폭력 등으로 팀 분위기를 망친 이들 때문에 일부 학부모는 오히려 전학을 반겼다”고 증언했다.


당시 커뮤니티에는 ‘쌍둥이 자매의 또 다른 피해자’라는 폭로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쓴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그 둘을 만났는데 그때부터 불행이 시작됐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장난도 지나치게 심하고 자기 기분대로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 부모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주장이 나오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해당 학부모는 “아이들이 돈을 뺏기는지도, 힘들게 괴롭힘을 당하는지도 전혀 몰랐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부모의 마음도 지옥인데 우리 아이들은 어땠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시합장에 다녀보면 쌍둥이만 하는 배구였지, 나머지는 자리만 지키는 배구였다”고 말했다.

팀내 쌍둥이 자매의 공백을 막은 것은 김연경이었다. 쌍둥이 자매 학폭 파문으로 휘청이던 흥국생명은 4연패 수렁에 빠졌는데, 이를 김연경이 벗어나게 했다. 

당시 흥국생명은 주전 레프트와 주전 세터인 쌍둥이 자매 둘에게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내리며 전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흥국생명은 2021년 2월19일 인천 계양체육관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홈경기서 KGC인삼공사를 세트 스코어 3-1로 꺾었다.

흥국생명은 18승7패로 승점을 53으로 끌어올리며 선두자리를 지켰다. GS칼텍스와 격차도 5점을 벌렸다. 악재 속에서 오랜만에 거둔 승리였는데, 현재 논란의 시발점도 된 것도 이 무렵이다. 

학교폭력 논란과 함께 시작된 폭로
2020년 시작…최근 다시 SNS 저격글

이다영은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팀이 있는 프랑스 출국에 앞서 국내 취재진 앞에 나섰다. 공개적으로 많은 취재진 앞에 나선 것은 흥국생명을 떠난 지 약 2년 반 만이었다. 개별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가진 적은 있지만 여러 명의 기자들 앞에 서기는 처음이었다.


이날 이다영은 학폭과 관련해 사과하면서 흥국생명에 있었던 일을 꺼냈다. 특정 선수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그 선수분’이라고 언급했는데 불화설의 당사자는 다름 아닌 김연경이었다. 이다영은 김연경에 관해 “내가 그 선수분한테 이렇게 (특정 행동을)했다고 생각하시는데, 흥국생명에 있으면서 7개월간 단 한 번도 내 볼을 때리지 않았다. 그런 일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다영의 말에는 오류가 있었다. 실제로 경기서 이다영의 토스를 김연경이 받아 공격했다. 다만 흥국생명 자체 연습 때는 김연경은 이다영의 토스를 공격하지 않았다. 김연경은 어느 시점부터 이다영이 세터로 훈련하면 빠졌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른 후보 세터가 들어오면 그제서야 김연경은 연습을 시작했다.

이다영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김연경과의 카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메시지에는 이다영이 “언니가 (저를)무시하고 싫어하는 거 다 아는데 너무 힘들었다. 근데 저는 언니와 같은 팀에서 운동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래도 언니가 좋고 멋진 선배고 언니와 멋진 시즌을 하고 싶다. 제가 잘못한 행동이 있다면 더 혼내 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연경은 “내가 그렇게 해서 무섭고 힘들어도 참아라. 나도 너 싫고 불편해도 참고 있다”고 답변을 보냈다.

이다영은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이다영은 “(김연경이)전에 대표팀서 ‘싸 보인다, 강남에 가서 몸 대주고 와라, 나가요나 나가라’ 등 술집 여자 취급을 했다. 그 선수가 힘이 강한 건 알지만 이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는 “(김연경이)예전부터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 왕따는 기본이고 대표팀 애들 앞에서 저를 술집 여자 취급했다”고 글을 남겼다.

“싸 보인다”
“몸 대줘라”

지난 23일엔 “때론 말이 칼보다 더 예리하고 상처가 오래 남는다. 2018년 선수촌, 2019년 월드컵 일본”이라는 글과 함께 ‘직장 내 성폭력 예방·대응 매뉴얼’을 캡처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다영이 언급한 ‘2018년 선수촌’과 ‘2019 월드컵 일본’은 두 선수가 호흡을 맞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2019년 FIVB 여자 배구 월드컵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다영이 올린 고용노동부 ‘직장 내 성폭력 예방·대응 매뉴얼’ 일부에 따르면 직장 내 성폭력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다른 근로자에게 직장 내 지위나 업무와 관련 있는 경우를 이용해 성적 굴욕감, 혐오감을 일으키거나 불응의 이유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다.

김연경과 나눈 과거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는 등 이다영이 일방적 폭로를 이어가고 있어 ‘성희롱’ 게시물 역시 김연경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이다영의 폭로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는 이견도 있다. 만일 김연경이 실제로 입에 담지 못할 잘못을 했다면 이다영 본인이 김연경에게 직접 항의한 뒤 사과를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사태 진전이 없다면 증거와 증언을 모아 언론 제보 및 법적 대응을 추가 조치에 정당하게 나서면 된다. 그러나 기자회견서 한 기자가 “해당 선수(김연경)와 연락하며 불화를 풀어갈 마음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건 그 선수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언론 제보 후 정작 당사자의 상세한 진술을 요구하자 “인스타그램을 봐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의 시작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12월16일 이다영은 본인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갑질” “나잇살 먹고” “곧 터지겠지이잉 곧 터질꼬야아암 내가 다아아아 터트릴꼬얌” 등의 발언을 올렸다. 당시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어느 팀이나 어수선한 일은 있다”며 팀 내 불화설에 말을 아꼈다.

오히려 김연경은 팀 내 존재했던 불화설을 인정했다. 

김연경은 “많은 이야기가 외부로 나왔다. 실제로 연락이 많이 오곤 했는데, 내부 문제는 어느 팀이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흥국생명 관계자 역시 “여러 가지로 오해가 쌓였는데 잘 풀면서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배구팬들은 이다영이 ‘김연경을 대했던 태도가 가식이었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배구 경기장서 이다영은 김연경에게 존경하는 눈빛이나 행동을 보이거나, 김연경에게 손으로 하트를 보여주며 안기기도 했다.

주고 받은 
카톡 공개

불화설이 다시 재점화된 것은 2020년 12월29일이다. 이날 김연경은 V리그 여자부 통산 10호 개인 통산 3000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 내내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최하위 현대건설에 패배했다. 배구 전문 매체 <더스파이크> 2021년 2월호에는 김연경과 쌍둥이 자매의 불화설이 다시 확인됐지만, 동시에 쌍둥이 자매에게 학폭을 당했다는 사람도 다시 등장했다. 


학교폭력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은 “너희가 중학교 때 애들 괴롭힌 건 생각 안 하냐. 나는 극단적 선택을 하도 많이 해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이들에게 학폭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폭로가 이어졌다.

결국 김연경은 17년 만에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그는 총 올림픽 3회, 아시안게임 4회, 세계선수권 3회를 비롯한 수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해 한국 여자 배구의 중흥을 이끌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올림피언 김연경 선수가 국가대표서 은퇴했다. 그동안 헌식적인 플레이로 올림픽을 빛낸 김연경 선수 감사합니다”라고 전했다.

학폭으로 국내 배구 경기를 뛸 수 없게 된 쌍둥이 자매는 그리스로 진출했다. 대한배구협회의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 거부에도, 국제배구연맹(FIVB)이 이를 직권 승인한 것이다. 이로써 이들은 그리스 PAOK 테살로니카 구단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이렇게 다시 이다영 폭로 논란은 잠잠해졌지만, 지난 5일 기자회견서 또 시작된 것이다.

팬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팬들은 “저런 식으로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다니 대단하다” “소름 돋는다” “자기보다 강한 상대라서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안 통했나” “카메라 앞에서 이미지 관리를 하는 거다. TV로 볼 때는 문제 있어 보이지 않는다” 등 다수의 의견을 내놨다.

오히려 김연경이 혼자서 이 일을 견디고 있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2018년 선수촌·2019년 일본
직장 내 성폭력 매뉴얼 언급

불화설이 팬들간의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지난 10일, 이재영의 팬클럽 ‘재영타임’은 “재영 선수의 복귀를 위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며, 선수를 향한 허위 사실에 의한 비방에 대해 계속 모니터링하며 싸울 예정”이라고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학폭 사실이 드러나자)잘못된 대응을 강요한 흥국생명 구단에 책임이 있다”며 “대한배구협회는 이재영 선수에 대한 징계를 철회해야 한다. 선수에 대한 악의적 비방과 언론 보도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엔 네이버 카페를 통해 “이다영 선수 인스타그램에 입에 담지 못할 수준의 메시지가 보내졌다. 악플이 작성된 웹사이트를 캡처해 자료를 수집할 수 있도록 동참해달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튿날인 지난 21일엔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김연경의 소속사 라이언앳의 강경 대응 사실이 전해졌다. 김연경의 팬이 라이언앳으로부터 받은 메일에는 “악플 자료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자료는 잘 취합해 선처 없이 강경히 대응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연경을 지지하는 누리꾼들은 소속사의 방침에 동참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고소 응원합니다” “어디 한 번 폭로해봐라” “가해자가 더 날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 19일,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여옥 전 의원은 이다영에게 “애먼 사람 잡지 말고 갈 길 가라”고 일침을 날렸다. 전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학교폭력 문제로 쫓겨난 이다영 선수가 복귀를 위해 식빵 언니까지 소환한다. 학교폭력 사과로 반응이 영 싸하니까 드디어 식빵 언니를 물었다”고 적었다.

이다영이 김연경에게 보낸 카카오톡 사진을 첨부하며 “이 카카오톡만 봐도 답이 나온다. 밤 12시에 카카오톡을 보내면 큰 실례다. 언니를 존경하는 후배라면 절대 못 보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연경 선수가 ‘욕을 입에 달고 산다’고 험담하는데 김연경 선수 식빵 언니인 거 모르는 국민 있느냐? 욕하는 거 장려할 일은 아니지만(사람들이) 왜 식빵 언니 화끈하다고 하겠느냐? 인기를 먹고 사는 스타라면 이런 일로 국민들 심란하게 하는 것 아니다”고 언급했다.

쌍둥이 자매의 폭로에도 불구하고 ‘모교 후배들에게 음료 선물’ 등 김연경의 미담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한봄고등학교 SNS에는 몇 장의 사진과 함께 “한봄고 졸업생 김연경 선수님이 음료수를 선물해주셨다. 바쁜 와중에도 모교 학생들을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재된 사진에는 김연경이 광고모델로 활동 중인 음료수와 함께 학생들이 모여 인증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팬들 간
싸움으로

소속사 라이언앳은 김연경을 향한 악의적인 보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라이언앳은 “김연경 선수에 대해 악의적으로 작성돼 배포된 보도자료와 유튜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다. 어떤 경우에도 선처 및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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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