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연경 때리는 이다영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8.28 12:31:09
  • 호수 1442호
  • 댓글 4개

“왕따는 기본…술집 여자 취급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최근 배구계가 떠들썩하다. 한국 여자 프로배구단인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시끄럽다. 팀 주축 선수인 이다영이 자신의 개인 SNS에 팀 내 주장인 김연경을 저격하면서부터다. 팀 주장인 김연경도 팀 내부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현재 이 싸움은 팬들에게까지 번졌다.

이다영은 언니인 이재영과 함께 쌍둥이 배구 선수로 유명하다. 1996년 10월15일 생으로 진주 선명여자고등학교서 에이스이자 청소년 대표님의 1위 세터(배구 포지션 중 하나. 공격수에게 공을 토스하는 역할)였다. 이후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서 뛰다가 2020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로 이적했다. 이다영은 고등학생 때 ‘여고 배구를 씹어먹었다’는 평가받으며 일찍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

쌍둥이 자매
학폭에 발목

이다영이 김연경을 만난 것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였다. 2021년 김연경은 터키 리그를 떠나 11년 만에 한국프로배구 V리그로 돌아왔고, 돌아오자마자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올스타 팬 투표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때마침 쌍둥이 이재영‧이다영 자매에게 학교폭력 논란이 터졌다. 그해 2월15일 KBS와 MBC 메인 뉴스서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을 다뤘다. 학교폭력은 쌍둥이 자매가 중학생 시절 전주 근영여중서 경남 진주 경해여중에 전학 갔을 때 벌어진 일이다.

지역 내 한 학교서 배구부장을 맡고 있는 A 교사는 “당시 배구 명가인 전주 근영여고가 지역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학 문제로 시끌벅적했다. 학교 관계자들을 비롯한 배구계 인사들은 성적 때문에 쌍둥이 자매를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끝내 이들이 학교를 떠나서 서운해했다. 하지만 학교폭력 등으로 팀 분위기를 망친 이들 때문에 일부 학부모는 오히려 전학을 반겼다”고 증언했다.


당시 커뮤니티에는 ‘쌍둥이 자매의 또 다른 피해자’라는 폭로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쓴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그 둘을 만났는데 그때부터 불행이 시작됐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장난도 지나치게 심하고 자기 기분대로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 부모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주장이 나오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해당 학부모는 “아이들이 돈을 뺏기는지도, 힘들게 괴롭힘을 당하는지도 전혀 몰랐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부모의 마음도 지옥인데 우리 아이들은 어땠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시합장에 다녀보면 쌍둥이만 하는 배구였지, 나머지는 자리만 지키는 배구였다”고 말했다.

팀내 쌍둥이 자매의 공백을 막은 것은 김연경이었다. 쌍둥이 자매 학폭 파문으로 휘청이던 흥국생명은 4연패 수렁에 빠졌는데, 이를 김연경이 벗어나게 했다. 

당시 흥국생명은 주전 레프트와 주전 세터인 쌍둥이 자매 둘에게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내리며 전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흥국생명은 2021년 2월19일 인천 계양체육관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홈경기서 KGC인삼공사를 세트 스코어 3-1로 꺾었다.

흥국생명은 18승7패로 승점을 53으로 끌어올리며 선두자리를 지켰다. GS칼텍스와 격차도 5점을 벌렸다. 악재 속에서 오랜만에 거둔 승리였는데, 현재 논란의 시발점도 된 것도 이 무렵이다. 

학교폭력 논란과 함께 시작된 폭로
2020년 시작…최근 다시 SNS 저격글

이다영은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팀이 있는 프랑스 출국에 앞서 국내 취재진 앞에 나섰다. 공개적으로 많은 취재진 앞에 나선 것은 흥국생명을 떠난 지 약 2년 반 만이었다. 개별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가진 적은 있지만 여러 명의 기자들 앞에 서기는 처음이었다.


이날 이다영은 학폭과 관련해 사과하면서 흥국생명에 있었던 일을 꺼냈다. 특정 선수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그 선수분’이라고 언급했는데 불화설의 당사자는 다름 아닌 김연경이었다. 이다영은 김연경에 관해 “내가 그 선수분한테 이렇게 (특정 행동을)했다고 생각하시는데, 흥국생명에 있으면서 7개월간 단 한 번도 내 볼을 때리지 않았다. 그런 일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다영의 말에는 오류가 있었다. 실제로 경기서 이다영의 토스를 김연경이 받아 공격했다. 다만 흥국생명 자체 연습 때는 김연경은 이다영의 토스를 공격하지 않았다. 김연경은 어느 시점부터 이다영이 세터로 훈련하면 빠졌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른 후보 세터가 들어오면 그제서야 김연경은 연습을 시작했다.

이다영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김연경과의 카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메시지에는 이다영이 “언니가 (저를)무시하고 싫어하는 거 다 아는데 너무 힘들었다. 근데 저는 언니와 같은 팀에서 운동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래도 언니가 좋고 멋진 선배고 언니와 멋진 시즌을 하고 싶다. 제가 잘못한 행동이 있다면 더 혼내 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연경은 “내가 그렇게 해서 무섭고 힘들어도 참아라. 나도 너 싫고 불편해도 참고 있다”고 답변을 보냈다.

이다영은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이다영은 “(김연경이)전에 대표팀서 ‘싸 보인다, 강남에 가서 몸 대주고 와라, 나가요나 나가라’ 등 술집 여자 취급을 했다. 그 선수가 힘이 강한 건 알지만 이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는 “(김연경이)예전부터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 왕따는 기본이고 대표팀 애들 앞에서 저를 술집 여자 취급했다”고 글을 남겼다.

“싸 보인다”
“몸 대줘라”

지난 23일엔 “때론 말이 칼보다 더 예리하고 상처가 오래 남는다. 2018년 선수촌, 2019년 월드컵 일본”이라는 글과 함께 ‘직장 내 성폭력 예방·대응 매뉴얼’을 캡처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다영이 언급한 ‘2018년 선수촌’과 ‘2019 월드컵 일본’은 두 선수가 호흡을 맞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2019년 FIVB 여자 배구 월드컵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다영이 올린 고용노동부 ‘직장 내 성폭력 예방·대응 매뉴얼’ 일부에 따르면 직장 내 성폭력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다른 근로자에게 직장 내 지위나 업무와 관련 있는 경우를 이용해 성적 굴욕감, 혐오감을 일으키거나 불응의 이유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다.

김연경과 나눈 과거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는 등 이다영이 일방적 폭로를 이어가고 있어 ‘성희롱’ 게시물 역시 김연경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이다영의 폭로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는 이견도 있다. 만일 김연경이 실제로 입에 담지 못할 잘못을 했다면 이다영 본인이 김연경에게 직접 항의한 뒤 사과를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사태 진전이 없다면 증거와 증언을 모아 언론 제보 및 법적 대응을 추가 조치에 정당하게 나서면 된다. 그러나 기자회견서 한 기자가 “해당 선수(김연경)와 연락하며 불화를 풀어갈 마음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건 그 선수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언론 제보 후 정작 당사자의 상세한 진술을 요구하자 “인스타그램을 봐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의 시작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12월16일 이다영은 본인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갑질” “나잇살 먹고” “곧 터지겠지이잉 곧 터질꼬야아암 내가 다아아아 터트릴꼬얌” 등의 발언을 올렸다. 당시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어느 팀이나 어수선한 일은 있다”며 팀 내 불화설에 말을 아꼈다.

오히려 김연경은 팀 내 존재했던 불화설을 인정했다. 

김연경은 “많은 이야기가 외부로 나왔다. 실제로 연락이 많이 오곤 했는데, 내부 문제는 어느 팀이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흥국생명 관계자 역시 “여러 가지로 오해가 쌓였는데 잘 풀면서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배구팬들은 이다영이 ‘김연경을 대했던 태도가 가식이었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배구 경기장서 이다영은 김연경에게 존경하는 눈빛이나 행동을 보이거나, 김연경에게 손으로 하트를 보여주며 안기기도 했다.

주고 받은 
카톡 공개

불화설이 다시 재점화된 것은 2020년 12월29일이다. 이날 김연경은 V리그 여자부 통산 10호 개인 통산 3000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 내내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최하위 현대건설에 패배했다. 배구 전문 매체 <더스파이크> 2021년 2월호에는 김연경과 쌍둥이 자매의 불화설이 다시 확인됐지만, 동시에 쌍둥이 자매에게 학폭을 당했다는 사람도 다시 등장했다. 


학교폭력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은 “너희가 중학교 때 애들 괴롭힌 건 생각 안 하냐. 나는 극단적 선택을 하도 많이 해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이들에게 학폭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폭로가 이어졌다.

결국 김연경은 17년 만에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그는 총 올림픽 3회, 아시안게임 4회, 세계선수권 3회를 비롯한 수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해 한국 여자 배구의 중흥을 이끌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올림피언 김연경 선수가 국가대표서 은퇴했다. 그동안 헌식적인 플레이로 올림픽을 빛낸 김연경 선수 감사합니다”라고 전했다.

학폭으로 국내 배구 경기를 뛸 수 없게 된 쌍둥이 자매는 그리스로 진출했다. 대한배구협회의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 거부에도, 국제배구연맹(FIVB)이 이를 직권 승인한 것이다. 이로써 이들은 그리스 PAOK 테살로니카 구단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이렇게 다시 이다영 폭로 논란은 잠잠해졌지만, 지난 5일 기자회견서 또 시작된 것이다.

팬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팬들은 “저런 식으로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다니 대단하다” “소름 돋는다” “자기보다 강한 상대라서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안 통했나” “카메라 앞에서 이미지 관리를 하는 거다. TV로 볼 때는 문제 있어 보이지 않는다” 등 다수의 의견을 내놨다.

오히려 김연경이 혼자서 이 일을 견디고 있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2018년 선수촌·2019년 일본
직장 내 성폭력 매뉴얼 언급

불화설이 팬들간의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지난 10일, 이재영의 팬클럽 ‘재영타임’은 “재영 선수의 복귀를 위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며, 선수를 향한 허위 사실에 의한 비방에 대해 계속 모니터링하며 싸울 예정”이라고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학폭 사실이 드러나자)잘못된 대응을 강요한 흥국생명 구단에 책임이 있다”며 “대한배구협회는 이재영 선수에 대한 징계를 철회해야 한다. 선수에 대한 악의적 비방과 언론 보도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엔 네이버 카페를 통해 “이다영 선수 인스타그램에 입에 담지 못할 수준의 메시지가 보내졌다. 악플이 작성된 웹사이트를 캡처해 자료를 수집할 수 있도록 동참해달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튿날인 지난 21일엔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김연경의 소속사 라이언앳의 강경 대응 사실이 전해졌다. 김연경의 팬이 라이언앳으로부터 받은 메일에는 “악플 자료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자료는 잘 취합해 선처 없이 강경히 대응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연경을 지지하는 누리꾼들은 소속사의 방침에 동참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고소 응원합니다” “어디 한 번 폭로해봐라” “가해자가 더 날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 19일,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여옥 전 의원은 이다영에게 “애먼 사람 잡지 말고 갈 길 가라”고 일침을 날렸다. 전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학교폭력 문제로 쫓겨난 이다영 선수가 복귀를 위해 식빵 언니까지 소환한다. 학교폭력 사과로 반응이 영 싸하니까 드디어 식빵 언니를 물었다”고 적었다.

이다영이 김연경에게 보낸 카카오톡 사진을 첨부하며 “이 카카오톡만 봐도 답이 나온다. 밤 12시에 카카오톡을 보내면 큰 실례다. 언니를 존경하는 후배라면 절대 못 보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연경 선수가 ‘욕을 입에 달고 산다’고 험담하는데 김연경 선수 식빵 언니인 거 모르는 국민 있느냐? 욕하는 거 장려할 일은 아니지만(사람들이) 왜 식빵 언니 화끈하다고 하겠느냐? 인기를 먹고 사는 스타라면 이런 일로 국민들 심란하게 하는 것 아니다”고 언급했다.

쌍둥이 자매의 폭로에도 불구하고 ‘모교 후배들에게 음료 선물’ 등 김연경의 미담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한봄고등학교 SNS에는 몇 장의 사진과 함께 “한봄고 졸업생 김연경 선수님이 음료수를 선물해주셨다. 바쁜 와중에도 모교 학생들을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재된 사진에는 김연경이 광고모델로 활동 중인 음료수와 함께 학생들이 모여 인증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팬들 간
싸움으로

소속사 라이언앳은 김연경을 향한 악의적인 보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라이언앳은 “김연경 선수에 대해 악의적으로 작성돼 배포된 보도자료와 유튜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다. 어떤 경우에도 선처 및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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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