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맘카페 댓글로 폐업 위기 유치원 사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9.04 11:47:59
  • 호수 1443호
  • 댓글 2개

사이비 교주가 운영하는 유치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난 7월30일, SBS는 서울 강남의 유명 영어유치원(이하 영어유치원) 대표 A씨가 특정 학부모 3명이 볼 수 있도록 카카오톡 ‘멀티프로필’을 등록했다고 보도했다. 저승사자 남성의 얼굴, ‘너희 애 많이 컸더라. 학교 마치고 어디 가는 길일까?’ 등의 사진과 글귀다. A씨는 이 일로 영어유치원 대표직을 사직했다. A씨는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 <일요시사>는 부적절한 멀티프로필을 작성해 강남 영어유치원 대표직을 사직한 A씨를 만났다. 딱 봐도 기력이 없는 얼굴이었다. 

A씨는 <일요시사>에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원을 운영했던 사람이 부적절한 카카오톡 멀티프로필을 작성한 것에 부끄럽고 괴롭다”며 “멀티프로필을 작성할 때 나는 정신과 약을 복용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멀티프로필은 나의 절규였다”고 말했다.

멀티프로필
뭐길래…

이어 “남편이 변호사인 학부모의 갑질과 맘카페의 마녀사냥으로 운영하던 영어유치원이 수년간 질타를 받았다. 나는 맘카페서 말도 안 되는 모욕과 공격을 겪어 공황장애, 대인공포증, 불면증, 자살 충동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A씨의 진단서에는 ‘2021년 1월부터 지속된 특정인들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감, 불안감, 자살 사고, 분노 등의 우울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신의학적 치료를 하고 있다.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나, 스트레스 요인이 지속되는 한 치료 효과에 있어 한계가 있다’고 기록돼있다.


극단적 선택 후 찾았던 응급실 기록에는 ‘상기 환자는 2년 전 사업과 관련해 인터넷서 마녀사냥을 당한 이후 현재 소송 중이며 그 이후 시작된 우울, 불안, 자살 사고로 약제 처방받아왔다’며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고 있다. 2개월 전 우울, 자살사고가 더욱 악화됐으며 약제를 복용해도 증상 호전이 없었고 내원 이틀 전 주말, 죽고 싶은 마음에 차도로 뛰어드는 일이 있었다. 우울, 자살사고가 지속돼 본원 응급실 내원, 본과 진료를 의뢰했다’고 나와 있다.

해당 보도 이후 유치원은 지역 맘카페에 원색적인 비난을 받았다.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를 향해 ▲인간 쓰레기가 운영하는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아이들이 그 원의 가방을 메고 다니는 것도 싫다 ▲해당 원은 사이비 교주가 운영한다 등의 글이 줄을 이었다.

물론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A씨와 영어유치원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소송이 여러 번 진행됐고, 법원은 맘카페 게시물에 관해 “각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미 퍼진 소문은 사라질 리 만무했다.

영어유치원은 원생이 가득 차고 대기가 60번까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이 사건을 겪고 난 이후에는 원생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년 제1분기의 매출이 기존 매출에 비해 43.9%가량 증가했으나, 게시물이 올라온 뒤인 2021년 제1분기에는 약 32.2% 하락했다. 

당장의 수익도 문제지만, 나빠진 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었다. 게다가 유치원서 사명감을 갖고 수업했던 강사들이 아동 폭력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 일은 강남·서초 지역 맘카페와 영어유치원 정보 카페서 시작됐다. 해당 영어유치원은 수업하는 동안 CCTV를 학부모에게 휴대전화로 보내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다친 원생 ‘보험’ 문제로 시작
학부모 “내 남편은 변호사다”


그러던 어느 날 영어유치원의 한 학부모가 수업 중 자신의 아이(5세)가 발표하고 싶어서 손을 들어도 담임이 다른 아이를 먼저 시킨다며 정서 학대를 한다고 지적했다. 담임 교사는 학부모에게 정서 학대를 한 적 없다고 여러 번 반박하자, 학부모는 “젊은 교사가 이런 일을 혼자 하진 않았을 거다. 학원 운영자가 담임 교사에게 아이를 정서적 학대하라고 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 남편이 변호사다. 맘카페에 지금 있었던 일을 모두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영어유치원 원장이 촌지를 준 아이에게는 잘하고 촌지를 안 준 아이에게는 잘해주지 않는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결국 영어유치원 대표와 담임교사가 유치원에 학부모를 모아놓고 간담회를 진행했다. 원장은 “촌지를 받거나 차별을 지시한 적 없다. 아이를 정서 학대하라고 한 적도 없다”며 CCTV까지 오픈했다. 

이날 자리에는 학부모와 남편인 변호사도 있었고, 학부모들은 영어유치원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후 해당 학부모의 자녀는 유치원을 퇴소했다.

여기까지가 A씨가 밝힌 사건의 시작이다. 그리고 2021년부터 영어유치원 정보 카페에는 알 수 없는 댓글과 게시물이 올라왔다. 내용은 영어유치원을 다닐 때 아이가 수업 중에 얼굴을 다쳤고, 아이를 피부과에 데려갔지만, 얼굴에 흉터가 남았는데 보험처리를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해당 게시물에는 “문제는 영어유치원은 수업시간에 일어난 일(사고)임에도 보험처리를 해주지 않고 안부만 물었다. 아이 얼굴에 평생 남을 흉터가 생겼는데 내가 알아서 치료해야 한다니, 나는 해당 영어유치원의 태도가 책임감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며 “(유치원이)내게 대처가 미흡했다고 사과를 했으면 글을 내렸을 텐데,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내 댓글을 신고하고 삭제했다”고 적혀있다.

게시물에는 특정 유치원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댓글은 폭발적이었다. 영어유치원을 알아보던 학부모들은 “피해야 하는 영어유치원인 것 같다. 어딘지 알 수 있냐”는 질문이 쇄도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쪽지 보내서 알려준다. 나도 진작에 알고 피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속상하다”는 답변이 달렸다.

영어유치원은 메리츠화재의 에듀파트너 종합보험에 가입돼있었고, A씨는 DB손해보험사의 학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있었다.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없었던 A씨는 카페 채팅을 통해 “상해보험에 가입돼있다. 만약 보험처리가 되지 않은 경우 3년 내에는 언제든지 처리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카페에는 계속 글이 올라왔고, 영어유치원은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공지를 올렸다.

갑질과 
마녀사냥

해당 글 작성자는 “영어유치원이 공지사항으로 내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아이는 언제든지 다칠 수 있고, 나는 유치원에 어떻게 다치게 할 수 있냐고 따져 물은 적 없다. 그저 대처에 관해 이야기 했을 뿐”이라며 “나는 유치원을 비난하고자 올린 글이 아니다. 나도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올리기 조심스럽지만, 불특정 다수의 학부모에게 전달된 나에 대한 잘못된 이야기를 바로잡고 싶다”고 밝혔다.

이 글에는 “해당 원이 어디냐” “정보 꼭 알려달라” “듣도 보도 못한 대처” “변호사 대동하고 언론에 대응하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반면 당시 담임교사였던 B씨는 영어유치원이 다친 영‧유아의 병원비와 치료비에 관해 보험처리를 해주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B씨는 “음악 수업시간에 핸드벨을 손에 쥐고 흔들다가 아이가 흔든 핸드벨이 왼쪽 눈두덩이에 부딪혔다. 눈썹 아래서 피가 났고 바로 원장과 교수부장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원장이 학부모에게 연락했고 근처 피부과서 진료받았는데 대학병원에 가서 꿰매야 한다고 드레싱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상황에 관해서는 “치료가 끝나고 학부모에게 전화했더니 아이를 그냥 하원 셔틀에 태워 보내라고 했다”며 “어느 기관이든 크고 작은 사고 발생 시 모든 치료가 끝난 후 보험처리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영어유치원서 병원비와 치료비에 보험처리를 해주지 않았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는 2019년 8월26일부터 7개월 동안 원장, 당시 교수부장, 담임교사가 사랑으로 돌봤다. 그런데 아이의 학부모가 맘카페에 사실과 다른 글을 올려 모두에게 힘든 상황을 초래했다”고 증언했다. 

게시물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영어유치원이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거나 ▲식사에 중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했고 ▲영어유치원 게시글이 공익목적이라는 것에 대한 탄원서를 모았으며 ▲아동학대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자신의 아이가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는 “아이가 3세 때 영어유치원 선생님이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도깨비 전화(교육용 앱으로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캐릭터가 전화를 해서 유아의 나쁜 버릇을 고쳐줌)를 사용했다”며 “이건 공포심 유발을 하는 협박이다. 또 밥을 잘 먹는 아이에게만 비타민을 줬다. 이런 일을 겪은 애가 최소 3명이나 있다”고 분개했다.


신고자는 맘카페 회원으로, 영어유치원이 아동학대를 했다는 글을 보고 신고했다. 자세한 내용은 ‘영어유치원 내에서 피해 아동의 머리를 때리거나, 도깨비 전화를 이용해 아동을 놀라게 하는 방법으로 폭행을 저질렀다’는 것이었다.

얼굴의 흉터
그날 진실은?

경찰이 피해 아동의 학부모를 찾아갔지만, 학부모는 맘카페에 올린 글과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

해당 학부모는 “도깨비 전화가 학대인지 모르겠다. 이미 학원을 그만뒀다. 그때 일이 언제 있었는지도 사실 잘 모른다. 경찰에 나가서 진술하고 싶지 않다. 아들이 3세인데 진술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당시 일을 기억하면서 진술하라고 하면 아들한테 나쁜 영향을 끼칠 것 같아 더 이상 사건 진행을 원하지 않는다. 확실하지도 않은데 굳이 가야 하나? 그냥 알아서 종결해라”고 진술했다.

피해 아동의 진술 및 사건 진행을 거부한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어제 너무 감정이 앞서나가고 흥분해서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을 했는데 손찌검은 확실치 않다”고 피해 사실도 불명확하게 해, 영어유치원이 아동학대를 한 범죄 혐의를 인정할 수 없었다.

영어유치원은 맘카페에 글을 제일 많이 올리는 한 회원에게 명예훼손행위금지 소송을 걸었다. 해당 회원이 맘카페에 올린 글은 각 4600회, 7100회, 1만4000회, 6300회, 6800회, 7900회, 9400회로 조회수가 총 5만6000회를 상회했다. 

각 글에 달린 댓글은 각 43건, 200건, 623건, 151건, 179건, 222건, 339건으로 댓글 수만 총 1756건에 이르는 등 파급력이 컸다. 

법원은 게시물을 올린 학부모에게 “맘카페에 영어유치원이 특정되거나 유추될 수 있는 내용의 게시물 및 댓글을 작성하거나 쪽지, 카페 채팅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해 채권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판결과 함께 벌금을 내렸다.

<일요시사>는 해당 소송을 진행한 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했다. 영어유치원은 이 변호사가 게시물을 올린 학부모의 남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일요시사>는 ▲학부모가 맘카페에 악플을 남긴 이유 ▲영어유치원 대표가 악플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것을 아는지 여부 ▲변호사가 영어유치원 관련 악플을 남긴 학부모의 남편이 맞는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등을 질문했다.

댓글로 원색적인 비난 쇄도
원생 줄더니 결국 폐업 위기

변호사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영어유치원이 잘 알고 해당 지역 학부모들이 잘 알고 있다. 수년 동안 학원을 운영하면서 자신에 관한 비판이 있으면, 법적인 조치를 하겠다며 학부모들의 입을 막아왔던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번에도 영어유치원이 학부모에게 학원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법적 조치를 운운해 협박했기 때문에 학부모가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 조사 결과 영어유치원에 관한 학부모의 문제 제기는 근거가 있고 공익적인 목적이 있다고 판단됐다. 그리고 이 학부모 외에도 영어유치원에는 여러 학부모, 직원들과도 불화가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며 “영어유치원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고소당한 사람은 여러명이다. 현재 퇴사한 원어민 강사 측이 학원 운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이에 대해서도 학원이 고소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당 변호사는 불기소 결정서 등 세 개의 자료를 보내왔다. 학부모가 영어유치원을 대상으로 온라인에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훼손을 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학부모가 영어유치원 전 대표 A씨에게 접근 금지 가처분신청서다.

법원은 A씨에게 “A씨는 전화,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카카오톡 멀티프로필 상태 메시지를 통한 메시지 전달 등의 방법으로 학부모의 평온한 생활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해당 사안은 A씨가 멀티프로필을 만든 것으로 시작됐으며, 법원은 A씨가 멀티프로필을 이용해 학부모의 생활을 방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 번째는 현재 소송 중인 자료로 여기엔 “학부모가 작성한 글이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허위 인식을 갖고 작성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작성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 영어유치원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범의가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불법행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데 영어유치원이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을 계속해 학부모 가족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다”는 것이었다.

위에서 말한 방법은 ▲고소 ▲주거침입 ▲학부모 협박 ▲멀티프로필 생성 ▲아동학대다. 

정신과 치료
누가 거짓말?

A씨와 영어유치원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A씨는 “나는 멀티프로필 일로 대표직서도 물러났고, 나 때문에 영어유치원 직원들이 고통받는 것이 너무 힘들다. 학부모를 고소한 것은 명예훼손 때문이며, 무작위로 고소하지도 않았다”며 ”주거침입과 학부모 협박도 한 적 없고 변호사가 말하는 원어민 강사 문제는 해당 사건과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멀티프로필 기사가 SBS에 뜨자 학부모는 맘카페에 또 글을 올렸다. 나는 지금 영어유치원 대표도 아니다. 그런데 맘카페에는 원장의 프로필이라고 해서 전 대표가 아닌 현재 원장과 선생님이 욕을 먹고 있다. 사람들은 학부모 남편이 변호사라고 그 사람 말을 다 믿는다. 변호사다. 이미 학부모 게시글 가처분 결과에 벌금이 아니라 상대편이 변호사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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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동해 석유’ 막전막후

뜬금없는 ‘동해 석유’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20%대 지지율로 고전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 석유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발표했다. 여권에선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석유가 발견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으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선 ‘국면 전환용’이라고 꼬집었다. 개발 성공률 20%에 5000억원이 넘는 시추 비용을 베팅한 윤 대통령의 속내는 무엇일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서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열고 “국민 여러분께 이 사실을 보고드리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정희 시즌2 사업성 논란 동해 인근 석유·가스 도출 지역을 표기한 대형 스크린까지 동원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칭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 발표한 석유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 극명한 평가가 이어진다. 윤 대통령은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확언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쯤 윤곽이 나올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을 통해 직접 현안을 설명한 것은 취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브리핑에 동석했던 안 장관은 “최대 매장 가능성 140억배럴은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삼성전자 시총의 5배 정도”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약 453조원으로, 영일만 앞바다에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의 가치가 약 2260조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해당 소식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윤 대통령의 발표 내용에 대해 “확률이나 가능성에 관해선 아직 정확히 얘기하기 어렵지만, 상당히 기대를 갖고 볼 수 있는 좋은 소식”이라고 첫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전문 기관이 앞으로 순차적으로 여러 과정을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반면 야권은 ‘지지율 전환용’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석유·가스 매장량이나 사업성을 확인하기도 전에 대통령이 매장 추정치를 발표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물리탐사만으로는 정확한 매장량을 추정할 수 없고, 상업성을 확보한 ‘확인 매장량’ 규모가 실제 얼마나 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첫 탐사부터 생산까지 약 7년서 10년이 소요된다”고 꼬집었다. 조국혁신당의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논평서 “윤 대통령은 보고를 듣자마자 바닥 수준인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로 보였느냐”고 지격했다. ‘1호 영업사원’ 대통령 그림은? 2260조원 잭팟? 관심 끌기용? 앞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10 총선 이후 지금까지 ‘20~30%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지난달 10일 발표한 ‘취임 2주년’ 지지율서도 24%를 기록해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당시 국민의힘의 윤상현 의원 등도 지난달 7일 진행된 ‘정부 2주년 평가’ 세미나를 통해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는 기조를 대통령이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남은 3년이 달렸다”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가장 최근 발표된 대통령 지지율 성적은 더 비참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21%를 기록했다. 대통령실은 물론 여당 내부의 위기감이 상승한 분위기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지율을 1%라도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면 다 해야 한다는 위기감과 함께,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서 ‘동해 석유’ 카드는 국민 여론을 반전시킬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오는 6~7일 공휴일 관계로 한국갤럽과 NBS(전국지표조사) 등 주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용산에선 지지율을 만회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유승민 전 의원의 말대로 용산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면 당까지 같이 타격을 입게 된다. 당정 모두 한숨을 돌린 셈”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포항 영일만’ 일대는 박정희정부 때에도 시추를 착수했던 곳이다. 그러나 1975년 당시 시추공서 흘러나온 시커먼 액체가 ‘원유’라는 명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석유 발견 해프닝’으로 끝났다. 일각에선 ‘석유 매장’ 기대감이 단순 헤프닝에 그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역풍을 맞이할 것으로 예측했다. 통상 석유의 실제 매장량을 알기 위해선 최소 5개(1개당 1000억원 소요)의 시추공을 뚫어봐야 한다. 이처럼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놓고 결과물이 없다면 국민적 반감은 지금보다 더욱 심각해지는 셈이다.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76년 1월 기자회견서 “포항서 석유가 난다”고 발표했으나 결국 원유가 아닌 정제된 경유로 드러났다. 장밋빛 미래? 국면 전환용?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지난 3일 <시사인>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인’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이 포항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해서 발칵 뒤집혔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며 “윤 대통령이 말한 대로 유전과 가스가 매장된 게 사실로 나오면 얼마나 좋겠나. ‘박정희 시즌2’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박 의원은 “역대 어떤 대통령도 집권 2년 만에 이렇게 바닥을 친 적은 없다”며 “오죽 급했으면 포항에 유전 가능성을 (윤 대통령이) 얘기했겠나”라고 말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역시 이날 <조갑제닷컴>에 “윤석열의 포항 앞바다 유전 가능성 발표와 박정희의 포항 석유 대소동이 겹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조 전 대표는 당시 <국제신문> 기자로 근무하며 ‘포항 석유 경제성 없다’ 등의 기사를 통해 포항에 원유가 매장돼있더라도 극소수이거나 경제성이 없다고 특종 보도한 바 있다. 조 전 대표는 글에서 “박정희는 정유를 원유로 오인, 포항서 양질의 석유가 나왔다고 발표했다”며 “윤 대통령이 포항 앞바다에 대유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표를 하는 걸 보고 1976년의 일이 떠올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전 발견은 물리탐사가 아니라 시추로 확인되는 것인데 물리탐사에만 의존해 꿈 같은 발표를 하는 윤 대통령은 박정희의 실패 사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전 대표는 이튿날인 4일에도 글을 올려 “140억배럴 초대형 유전 발견이라는 목표에 맞추기 위해 앞으로 엄청난 무리가 행해질 것이고 윤 대통령의 지도력은 희화화될 가능성이 대유전 발견 가능성보다 훨씬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포항 영일만 일대는 약 반세기 전 경제성이 낮다고 포기한 지역인데, 원유 매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 것은 탐사기술 개발의 진전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현재로선 추정만 있을 뿐, 시추로 확인된 것은 아닌 만큼 차분하게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서 물리탐사 자료의 심층분석을 수행한 ‘액트지오’(Act-Geo) 사에 대해서도 누리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액트지오 텍사스에 위치한 에너지 컨설턴트 회사로 엑손모빌, 토탈 등 주요 석유기업과도 협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명시돼있다. 액트지오가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지도를 보면 이들이 의뢰를 수행한 지역 중 한국의 동해 부분이 표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액트지오는 빅터 아브레우(Victor Abreu) 박사가 설립한 ‘아브레우 컨설팅’이 그 모체다. ‘액트지오’ 무슨 회사? 액트지오의 설립자 빅터 아브레우 박사는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엑슨모빌서 탐사팀의 리더로 근무하며 남미 가이아나 지역의 리자-1 유정 외에도 카스피해, 가나 지역서 석유탐사를 주도했다. 또 텍사스 휴스턴에 위치한 라이스대학교의 겸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국제퇴적학회의(IAS) 의장과 퇴적지질학회(SEPM) 회장 등 지질학 관련 학술 단체의 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5일 방한한 아브레우 박사는 윤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일대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있다는 발표가 나온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동해안 심해 탐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브레우 박사가 당시 대표로 있던 분석업체 액트지오에 석유 매장 가능성 검증을 맡겼다. 액트지오는 자체분석을 거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을 석유공사에 전달했다.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대표는 지난 4일 국내 매체와 인터뷰서 “(액트지오는)이 분야의 세계 최고 회사 중 하나”라고 밝혔다. 아브레우 대표는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상태서 <연합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를 통해 진행한 인터뷰서 “한국의 SNS 등에서 액트지오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아브레우 대표는 “우리는 이 업계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며 “고객사로 엑손모빌, 토탈과 같은 거대 기업과 아파치, 헤스, CNOOC(중국해양석유), 포스코, YPF(아르헨티나 국영 에너지 기업), 플러스페트롤, 툴로우 등 성공적인 기업들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액트지오에 대해 “전 세계 심해 저류층 탐사에 특화된 ‘니치’(niche·틈새 시장) 회사”라며 “전통적인 컨설팅 회사와 비교하면 규모는 작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의 사업전략은 작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이라며 “건물을 소유하거나 여러명의 부사장을 두는 방식이 아니라 수평적 구조서 일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액트지오가 주로 심해의 석유 구조 존재를 확인하고 품질을 평가하는 일을 수행한다. 핵심 분야서 인정받는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업 방식에 대해 “능력을 갖춘 석유 관련 지구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많이 있는데, 여러 국가를 원격으로 연결해 같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에 이런 이점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희도 침 흘린 영일만 또 천공 그림자가 보인다 윤 대통령이 ‘포항 석유 매장 가능성’을 깜짝 발표한 것을 두고 야권에선 “천공의 그림자가 보인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4일 당 원내대책회의서 “(어제)예정에도 없는 일정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갑자기 브리핑을 했다”며 “천공의 그림자가 보인다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우연의 일치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전날 발표 뒤 누리꾼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역술인 천공이 “우리도 산유국이 된다”고 주장한 유튜브 영상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실제로 천공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정법시대’에 올라온 영상 ‘금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지’라는 제목의 영상 강연서 “우리는 산유국이 안 될 것 같냐. 앞으로 (산유국이)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나라 밑에 가스고 석유고 많다”며 “예전에는 손댈 수 있는 기술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게 다 있다”고도 주장했다. 천공은 “(과거에는)거기 손댈 수 있는 만큼의 기술도 없었고 척도도 안 됐고, 지금은 그런 척도가 다 일어나”라며 “대한민국 밑에는 아주 보물 덩어리로 대한민국은 이 한반도는, 인류서 최고 보물이 여기 다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석유 개발 발표에 지난 4일 오전 석유·가스개발과 관련된 종목들은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하며 급등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가스공사는 25% 급등하며 4만8000원대에 진입했다.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가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 1㎞ 심해에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하다. 실제 매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부와 석유공사는 올해 말 첫 시추를 추진하며 2026년까지는 지속적으로 시추공을 뚫게 된다. 시추선은 이미 확보된 상태며, 첫 시추 결과는 내년 3~4월에 나올 전망이다. 이정환 전남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비유하자면 현재는 병원서 초음파 검사만 한 상황이다. 의사가 혹을 발견했는데 암인지 물혹인지는 조직검사(시추)를 해봐야 안다”며 “시추 성공률은 10%를 밑돌기도 한다. 탐사 결과가 좋게 나와도 시추는 실패할 수 있기에 성공 확률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성공 확률이)20%가 맞다면 상당히 높은 수치”라면서도 “지난해 영국서 시추 계획을 승인한 게 100건이 넘는데 그 가운데 상업화까지 갈 유전은 10%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엇갈리는 각계 반응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조사들은 모두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10일 발표 조사(지난달 7∼9일 전국 유권자 1000명 대상)의 응답률은 11.2%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였다. 그후 31일 발표 조사(같은 달 28~30일 전국 유권자 1001명 대상)의 응답률은 11.1%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