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악연’ 전 YTN 앵커 노종면이 말한 이동관 언론관

윤정부 입맛대로 뻔한 ‘뉴스 편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의 임명 강행이 또다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언론 장악 경력자’로 불리는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의 생활기록부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윤 대통령의 안목을 안타깝게 보는 이들이 있다. <일요시사>가 만난 노종면 전 YTN 앵커의 차분한 목소리 뒤에는 지난 투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후보에 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18일 열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명박정부 시절 이 후보의 ‘언론 장악’ 논란과 개인 리스크를 파고들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가 방송정책 추진의 적임자라며 옹호하고 있다.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그때 그 시절을 생생히 겪은 노종면 전 YTN 앵커가 입을 열었다.

“역주행”

노 전 앵커는 YTN 보도국 프로듀서를 비롯해 기자, 앵커 등을 모두 거친 인물이다. 시사 고발 프로인 <돌발영상>이 그의 대표적 작품으로 꼽힌다. 2008년 8월에는 YTN 노조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그해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던 시절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방송과 언론을 장악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공정한 언론관을 강조해온 것과 달리 행동은 반대였다는 평이 나왔다. 정부가 개입해 방송사 간부와 경영진을 갈아치우면서 입맛에 맞는 보도만 내보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이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당시 청와대가 정연주 KBS 사장을 몰아낸 뒤 신임 사장 선임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문건이 공개됐다. 대통령 특보 출신인 구본홍씨를 YTN 사장 자리에 앉히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결국 YTN은 같은 해 7월17일 주주 총회서 노조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YTN 노조는 구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투쟁에 돌입했다. 노조 위원장이던 노 전 앵커 역시 함께 투쟁에 나섰다가 해직을 당했다. 함께한 조승호, 현덕수, 권석재, 우장균, 정유신 기자도 해직 처분을 받았다.

이 같은 언론 장악 중심에 ‘이동관’이 있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현재 방통위원장 후보에 오른 그는 이명박정부 초대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 언론특별보좌관을 거치면서 언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노 전 앵커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이 후보는 2008년 당시 언론 정책의 ‘수장’”이라고 운을 뗐다. 당시 방통위원장을 뛰어넘는 청와대 권력의 핵심부였다는 설명이다.

노 전 앵커가 기억하는 이 후보는 ‘톱다운’이 확실한 사람이다. 그는 예시로 <돌발영상>의 ‘마이너리티 리포트’편을 언급했다. 이 방송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삼성 떡값’ 로비 명단을 청와대가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쏟아진 언론 개입 증거
이, 시종일관 ‘모르쇠’

방송 송출 후 이 후보가 홍상표 YTN 보도국장에게 전화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영상의 재방송 일정이 몽땅 취소되고 동영상 클립도 삭제됐다.

기자들이 이 후보의 농지법 위반 혐의를 취재 중이란 알려지자 해당 언론사의 편집국장도 기사를 내보내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하나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이 후보의 아들이 학교폭력 논란에 오르자 이사장에게 직접 전화해 전학을 밀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노 전 앵커는 “모든 걸 윗선하고 정리하려는 매우 위험한 사람”이라며 “공직에 나오면 안 되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2009년 대변인실이 홍보수석실로 확대 개편하면서 이 후보의 힘은 더 커졌다. 언론 모니터링의 수위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직접 개입하기도 했다. 이 과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문건이 2017년 공개됐다. 해당 문건 위편에는 ‘홍보수석 요청’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노 전 앵커는 정부가 뉴스 앵커의 멘트 한 줄까지 사사건건 개입했던 날을 상기했다. 그는 “오전 10시 앵커의 멘트가 한 시간 뒤 수정돼서 나가는 일이 있었다”며 “위에서 개입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톤다운이 됐겠느냐”고 말했다. 이 밖에도 문건에는 시사 프로그램 동향을 파악하거나 정권 비판 기사를 ‘문제 보도’라고 규정하는 등 모든 사안이 꼼꼼하게 기록됐다.

이 후보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거론된 것은 2017년 국정원이 작성한 ‘MBC 장악 문건’이 공개되면서다. 노 전 앵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이 검찰 수사 보고서를 작성했고, 당시 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검찰은 MBC 장악 문건은 국정원이 작성했지만 사실상 홍보수석실이 방송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작성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문건을 작성한 요원 중 한 명이 “홍보수석실서 요청해 작성했다”고 증언했으며 이 후보 이름 역시 거론됐기 때문이다.

‘이 후보에 대한 추가적인 리스크가 있는지’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노 전 앵커는 “여기서 무엇을 더 찾아야 하느냐”고 답했다. 이미 세상에 드러난 언론 장악 문건만으로도 비판받을 점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그런 그가 다시 정치권에 돌아온 것을 두고 노 전 앵커는 “윤정부에 의해 채용된 것”이라고 표현했다.

유인촌과 ‘투트랙’ 형국
언론 받고 문화예술 장악?

노 전 앵커는 “이 후보는 언론 장악 기술자로서 이미 인정받았고 실제 언론을 주무른 경험도 있다”며 오히려 윤정부가 원하는 인재”라고 주장했다. 얼마 전 논란이 된 이 후보의 “공산당 기관지” 발언 역시 의도적 행동일 가능성이 제시됐다.

윤정부와 같은 색을 가진 사람으로서 인정을 받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인물은 최근 대통령 문화특보로 임명된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이다. 유 특보는 장관 재직 시절, 이 전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언론과 문화예술이 동시에 압력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노 전 앵커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입맛에 맞는 보도’”라고 힘줘 말했다. 이 후보가 방통위원장으로 공식 임명될 경우 기자와 PD의 의견이 차단되고 방송 편집 과정에도 개입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 밖에도 YTN은 결국 매각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KBS와 MBC 역시 확실히 손볼 것으로 예상했다. 흔히 ‘좌편향’인 간부를 찍어내고 보도국과 경영진 그 다음에는 기자들까지 물갈이할 가능성이 있다. 권력에 유리한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 뼈대부터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현재 KBS 이사장은 해임 절차를 밟고 있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는 차기환 변호사가 신임 이사로 선임됐다. 10년 전과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게 노 전 앵커의 주장이다.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이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시대의 언론 환경으로 역행하는 건 당연지사다.

지금은 그 과정에 접어드는 초입부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언론인들이 느끼는 문제의식이 점점 고조될 것으로 전망했다.

불 보듯…

일각에서는 인사청문회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이 후보의 강행은 이미 예정된 사안이라는 해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앞서 숱한 논란을 빚은 김영호 교수 역시 보고서 채택 과정 없이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벌써 이 후보의 입김이 서리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투쟁으로 일궈낸 언론자유가 한순간 퇴보하진 않을지 노 전 앵커의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hypak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