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인문학> 세인트앤드류스 올드 클럽하우스

600년 골프 역사를 고스란히 증명할 모든 증거자료가 전시돼있는 영국박물관은 몇 날 며칠을 돌아봐도 부족할 정도다. 게다가 고작 10m의 거리를 두고 비밀스러운 R&A 건물이 올드코스 1번 홀 앞에 떡하니 위용을 자랑하고 있어 그 어느 증거보다 더 믿음직스러움을 보여준다.

영국 에딘버러 다운타운의 홀리루드 궁전을 떠나 올드코스로 돌아온 시간이 오후 2시경. 필드뿐 아니라 클럽하우스 앞의 연습 퍼팅장서 선수들이 연습에 열중이다. 퍼팅장 바로 앞에 고고한 자세로 버티고 있는 R&A 클럽하우스. 아무에게나 문을 열어주지 않고 회원들끼리만 공유하는 비밀스러운 곳이다.

남다른 위용

오죽하면 20세기 미국의 전설적인 프로골퍼 월터 하겐이 ‘프로는 클럽하우스에 출입할 수 없다’는 규정으로 이곳을 입장하지 못하자 크게 반발해 리무진을 클럽하우스 앞에 떡하니 대놓고 차 안에서 옷과 신발을 갈아 신었을까? 프로를 경시하고 아마추어를 존중했던 R&A 측은 이후 프로 선수의 클럽하우스 출입을 허락했지만 고지식하기 이를 데 없는 그런 곳이다.

‘THE ROYAL & ANCIENT GOLF CLUB OF ST. ANDRE WS’. 줄여서 R&A로 칭하며, 영국 왕립골프협회로 해석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 기관은 협회가 아닌 프라이빗 클럽이다. 하지만 골프와 관련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권한을 쥔 21세기 골프 최고 권력기관으로 통한다. 260년간 골프를 통치하는 이 기관의 정체는 뭘까?

2400명 출입 허용된 폐쇄성 
여성 단 두 명만 진입 가능


2009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골프 전문 기자 스테파니 웨이는 클럽하우스 2층에서 창문을 통해 올드코스의 1번 홀 티업과 18번 홀 퍼팅 그린을 보고 있었다. 디오픈을 취재하던 그는 기사를 이렇게 시작했다.

곁에 있는 R&A 멤버가 기자에게 자랑스럽게 말을 건넨다. “어디서 맥주 한 잔을 손에 들고 벨벳 가죽 소파에 앉아서 디오픈 경기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골프가 시작된 이래 R&A클럽하우스 내에서 출입조차 금지된 여성이 초대됐다는 사실에 공치사하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다.

NBA나 메이저리그 야구 역시 로열박스에 초대될 수는 있지만 수백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신비스러운 R&A 클럽하우스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까지도 출입이 허용된 여성은 오직 엘리자베스 여왕과 앤 공주 등 몇 사람뿐이다.

신비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R&A 빌딩의 2층 다이닝룸서 맥주와 식사를 하며 경기를 볼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은 전 세계를 통틀어 2400명뿐이다.

골프 장비에 관한 규칙을 만들고 새로운 클럽과 볼의 사용을 허가, 또는 금지하기도 하고, 새로운 규칙을 제정하기도 한다.

21세기 최고 골프 권력기관
여전히 비밀스러운 공간

영국서 개최되는 디오픈을 비롯해 아마추어 대회, 시니어 대회 등도 주관하면서 그 영향력을 발휘한다. 현재 R&A는 138개국 152곳의 연계된 지부를 두고 3000만명에 이르는 골프선수들까지도 관리·감독하며 제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1층의 대형 로비에는 영국만이 간직하고 있는 수백년 동안의 골프에 대한 귀중한 보물들, 희귀한 골프채, 유명 선수들이 사용했던 각종 클럽과 기념품들, 왕과 귀족들이 치던 골프채와 그들의 초상화 등이 장식돼있다. 일반에게 공개돼도 좋은 골프 골동품들은 코앞에 마주하는 영국박물관에 전시해놓고 있다.

여전한 장벽

2층 다이닝 로비에서는 멤버들만 창문을 통해 올드코스서 열리는 디오픈을 관람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린다. 2500여명의 남성으로만 구성된 멤버에 역사의 흐름이라는 대세에 밀려 여성을 멤버로 영입했지만 신청서를 작성하는 데도 세계 골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2명의 추천서가 있어야 한다. 또 정식 회원이 되려면 기존 멤버 30명 이상이 동의해야 되는 상황이니 과연 얼마나 많은 여성 멤버가 가입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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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는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