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출소’ 제2의 조두순 3인방 추적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8.01 11:06:19
  • 호수 14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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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에 금수가 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성범죄자들이 출소할 때마다 온 나라가 들썩거린다. 한결같이 ‘내가 사는 지역으로 오지 마라’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다. 그나마 신상이 공개된 성범죄자라면 다행이다. 지금 우리 주위에는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은 성범죄자들이 있다.

대한민국 여성 10명 중 4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기준 전체 성폭력 범죄 피의자 중 절반만 재판에 넘겨졌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2월29일 여성 폭력의 발생과 범죄자 처분, 피해자 지원까지 총 152종의 통계를 종합한 ‘2022년 여성 폭력 통계를 여가부 홈페이지에 공표했다.

미성년자
상대로…

해당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여성이 38.6%, 남성이 13.4%였다. 피해 여성 중 성추행, 강간미수, 강간을 포함한 신체적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비율(복수 응답)은 18.5%로 나타났다. 이외에 성폭력 피해 유형으로는 성기 노출 22.9%, 음란 전화 등 10.4%, 불법 촬영 0.5%, 불법 촬영물 유포 0.2% 등이 있었다.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은 통계서 드러난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조사한 성범죄자 신상 등록 현황에 따르면 10년간 성범죄로 7만4956명이 등록됐다.

이 중 신상 재등록자는 2901명으로 전체의 3.9%다. 2901명의 재등록 성범죄자 중 1811명이 3년 이내 성범죄를 다시 저질렀다. 출소 직후 성범죄자를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성범죄를 다시 저지른 재등록 대상자 중 무직 비율이 44.7%로 가장 높았고, 단순 노무자가 18.8%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성범죄자가 출소하면 해당 지역 시민들은 고통을 받게 된다.

상해치사, 아동 성범죄, 성폭행 등의 중범죄를 저지른 전과 18범 조두순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13일에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는 2020년 12월12일 새벽 6시46분 관용차량을 타고 만기 출소해 즉시 경기도 안산시로 돌아갔다.

조두순 출소 당시 사회는 적잖은 혼란에 빠졌다. 단순히 조두순에게 분노한 사람들이 모이거나, 유명한 범죄자에게 관심을 갖는 현상 정도가 아니었다. 조두순이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게다가 조두순은 피해자와 불과 500m 거리로 거처를 옮기기도 했다. 피해자의 부친은 “조두순은 법정서 피해자의 기억이 잘못됐다고 주장했고 사과와 반성도 없는 사람이다. 영구 격리하겠다던 약속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조두순·박병화 외 악질 성범죄자 출소
동일 범죄 반복할 위험성 높아 예의주시

이 같은 이유로 정부는 조두순의 재범 예방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세웠다. 당국은 조두순이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내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주요 길목에 방범초소를 설치하고 CCTV를 확대 설치했다. 이 지역을 담당하는 안산단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강력팀 5명을 특별대응팀으로 편성했다.

조두순뿐 아니다. 박병화는 2002년과 2005~2007년에 경기도 수원서 20대 여성 8명을 성폭행했다. 2008년 1월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같은 해 6월 항소심서 11년으로 감형받았다. 대법원은 징역 11년, 전자발찌 부착 명령 10년을 선고했다. 이후 2002년과 2005년에 저질렀던 2건의 여죄가 밝혀지면서 4년이 추가됐다.


출소는 지난해 10월31일 이뤄졌다. 박병화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으로 거주지를 정했다. 이에 따라 경기남부경찰청은 박병화가 거주 중인 지역 주변 5곳에 경찰 지구대와 기동대 인원 10명을 상시 배치했다. 또 주요 진입로엔 순찰차 3대를 배치하고, 특별치안센터도 2곳 마련했다. CCTV 27대와 비상벨 12대를 설치했다.

이 둘의 공통점은 범죄 행각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졌고, 정부가 범죄자의 사진과 신상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성폭력처벌법 제25조에 따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성폭력 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영구 격리
가능할까?

덕분에 누구나 성범죄자알림e 앱에 성범죄자 이름을 검색하면 거주지 정보를 알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성범죄자알림e 앱은 범죄자의 기본정보를 알아야 검색이 가능한데, 이름이나 주소가 알려지지 않은 성범죄자들은 아예 검색 자체가 불가한 경우다. 물론, 성범죄자 신상 공개가 법적으로 이뤄지지 않아도,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 있는 가구에는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한다.

하지만 독립한 미혼 20~30대 여성이나 결혼했어도 자식이 없는 사람들은 성범죄자의 정보를 알 수 없다. 특히 성범죄자의 정보를 알고 있더라도 인터넷이나 타인에게 알리는 것 자체도 법에 저촉된다. 성범죄자의 이름과 나이가 같은 다른 사람이 성범죄자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성범죄자 얼굴이 공개되지 않아서 생긴 결과다.

혼자 사는 여성은 옆집에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자가 거주해도 피할 방법이 전혀 없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지난달 22일 발생했다. 이날 10~30대 여성 13명을 성폭행한 연쇄 성범죄자가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후 전남 순천에 거주해 시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것.

같은 달 27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연쇄 성범죄자 A(50)씨가 출소하면서 유관기관들은 특별 관리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A씨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광주서 10~30대 여성 피해자 12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2008년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2029년까지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내려졌다.

2019년 형 집행이 종료된 A씨는 사회로 나왔지만, 경찰이 성범죄 사건을 조사하던 중 추가 범행이 드러나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이 형량까지 모두 끝난 상태다. 현재 A씨는 전남 순천의 한 임시 거주지에 머물고 있으며 8월 초까지 주거지를 결정해 법무부에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성범죄자 출소 소식과 함께 자리 잡은 임시 거주지가 초등학교와 800m 거리에 위치해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했다. 특히 13명의 피해자 중 3명이 미성년자이며 A씨가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서 재범 위험성이 ‘높음’ 수준으로 나왔다.

불안한
주민들


당시 재판부는 “각 범행의 반복성과 수법의 유사성 등에 비춰볼 때 피고인이 추후 다시 동종의 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더 이상의 무고한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를 방위하기 위해서 피고인에 대해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전문가들은 A씨의 관리·감독이 엄격하게 이뤄지지만, 고위험 성범죄자의 경우 법 개정을 통해 일정 기간 보호 수용과 주거지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순천 시민들은 “걱정되는 마음에 성범죄자알림e에 검색해봤는데 인증해야 하고, 캡처하고 공유하면 처벌받는다는 문구가 협박처럼 느껴졌다”며 성범죄자알림e 앱을 향한 불만을 제기했다.

또 “너무 끔찍하다. 성범죄자들은 남의 인권을 훼손하고 자신은 법 테두리 안에서 숨는 것 아니냐” “성범죄자 신상 공개 고지가 독신 성인 여성에게도 이뤄져야 한다” “성범죄자들 때문에 마음이 불안하다. 과거 사진이 아닌 현재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 “습관적으로 성범죄를 다시 저지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는 건 정말 무섭다” 등의 부정적 의견들도 쏟아졌다.

충북 청주에도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성범죄자가 있다. 주거침입, 강간, 상해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B(49)씨는 지난해 2월 청주교도소서 출소했다.

B씨는 2007년 1월부터 한 달 동안 6명의 피해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이 중 5명은 미성년자였다. B씨는 혼자 귀가하는 피해자를 미행한 후 집에 침입해 범행을 저질렀다.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직접 현관문을 여는 아이들이 범행 대상이었다. 집에 부모가 없는 것을 확인하면, 택배기사로 위장해 현관문을 열게 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수법, 나이 등에 비춰볼 때 동종 범행을 반복할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B씨는 출소 전 실시한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조두순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법 테두리에 숨는 것”
“보호수용제 입법 필요”

이처럼 비상식적인 범죄를 반복했던 B씨는 현재 학교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 원룸촌에 거주하고 있다. 등하교 시간이 되면 수백명의 아동·청소년이 B씨 거주지 앞을 지나 다닌다. B씨는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있다. 또 통학 시간 외출 제한, 유치원·학교·놀이터 등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상시 이용 장소 출입 금지 등의 준수사항이 부과돼 있다.

그러나 정확한 거주지 위치, 사진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초범인 탓에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청소년 성범죄자 신상 등록 및 제한적 열람’ 대상에도 속하지 않는다.

2021년 생후 20개월된 딸을 무참히 폭행해 숨지게 한 데다 성폭행까지 저지른 혐의를 받는 20대 계부 C(29)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의 동의했다. C씨는 2020년 6월, 20개월된 딸이 잠을 자지 않고 운다는 이유로 이불을 덮고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와 20개월된 아이를 성폭행하고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 외에도 C씨는 장모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등 반인류적이고 패륜적인 행태를 보였다. C씨는 이날 추가로 당시 아이를 유기 후 도주하는 과정서 신발, 음식, 금품을 훔치는 절도 행각을 벌인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해당 청원 작성자는 “가해자 C씨가 20개월 아기 피해자를 잔인하게 학대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인정했으니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2(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에 부합한다”며 C씨의 신상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C씨 사건은 재판이 넘겨진 상태여서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신상 공개 범위는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서 ‘피의자’ 신분인 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재판받는 C씨는 이미 ‘피고인’ 신분이 돼있었다.

성범죄자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는 것은 신상 정보 공개를 명시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 법률 등 제정 이전이기 때문이다.

확인할
방법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범죄자는 보호관찰관이 전담해도 위치 정보만 확인할 수 있다. 장기수, 강력범죄자는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아 사회 적응이 어려운 데다 또 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야간 외출 제한 대신 시설서 생활하면 성매매와 음란물을 보고 있는지 등 생활 관리와 관리·감독이 체계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시설서 보호관찰관과 함께 상담 등에 참여하는 등 치료 목적도 달성할 수 있어 재범 방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추가적 관리를 위해 중간 처우 보호수용제에 대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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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