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의 배신’ 이재명 엔드게임

입으로 흥해 입으로 망할 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인 이재명의 덩치를 불린 건 ‘말’이었다. 기초단체장서 광역단체장으로, 대선후보와 거대 야당 대표로 성장하는 내내 ‘사이다’라는 별칭이 뒤따랐다. 시원하게 내지르는 발언에 지지자는 열광했고 언론은 앞다퉈 보도했다. ‘말로 흥한’ 그가 ‘말로 망하는’ 모양새다. 측근의 입을 통해서다.

‘돌아선 팬이 안티보다 더 무섭다’. 연예계서 정설처럼 여겨지는 말이다. 팬은 안티에 비해 연예인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돌아서는 순간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마음에 감춰주고 덮어줬던 치부까지 언급할 수 있기 때문.

등 돌린
이화영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상황이 돌아선 팬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연예인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 측근으로 불렸던 이들이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던 이 대표의 어깨에 측근리스크까지 얹어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불씨였다. 이후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북 송금 의혹,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등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의 규모는 나날이 커졌다. 개인의 리스크를 넘어 당 차원의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3개월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 국회의원 자리를 꿰찼고 내친 김에 당 대표에 출마해 당선됐다. 국회의원의 특권으로 검찰 수사를 피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문제는 검찰의 칼을 막기 위해 겹겹이 입은 방패는 ‘아군’에 의해 점차 힘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민주당은 이 대표에 관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서 분열 양상을 보였다. 앞서 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반란‧이탈표가 대거 나타난 것이다.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 169명이 모두 표결에 참여했지만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10표, 무효 11표가 나왔다. 

찬성표가 더 많았지만 재적 의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민주당 소속 의원 가운데 최소 31명이 이탈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혔다. 민주당 내 반란표는 상대 당인 국민의힘의 공격보다 이 대표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당장 당이 내분에 빠져든 것.

반명(반 이재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사퇴론이 급격하게 터져 나왔다.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이 방어에 나섰지만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서 불거지기 시작한 친명 대 반명의 갈등은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극렬해질 전망이다. 

리더십
치명상

이 대표에게 더욱 뼈아픈 대목은 측근이 잇따라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검찰 수사 이후 재판 과정서 증언이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대표는 민생을 언급하며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시간도 이 대표의 편은 아니다.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리스크를 줄이려는 당내 움직임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그룹에 ‘도지사 방북 추진 요청’을 한 사실을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는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받고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 전 부지사와 상의해 북한 측 인사에게 경기도가 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와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대신 지급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18일 이 전 부지사의 41차 공판서 그의 진술이 일부 달라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전 부지사는 그동안 ‘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 등에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당시 경기도 정책실장이었던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도지사 방북을 서둘러 추진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하는 등 기존 입장을 일부 뒤집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에 이 대표는 “검찰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전 부지사에 허위 진술을 회유·압박하고 있다면서 진상 파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인권위원장인 주철현 의원과 법률위원장 김승원 의원은 “검찰이 ‘방북 비용 대납’ 프레임을 짜놓고 이 대표를 끼워 넣으려 혈안이라는 폭로”라고 탄원서에 기재했다.

이어 “김성태 전 회장의 일방적 조작 진술에 더해 이 전 부지사에게도 허위 진술을 회유·압박한다는 내용은 충격 그 자체”라며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구속 후 10개월 가까이 독방 수감 및 매일 검찰 소환조사로 진을 빼고 협박과 회유를 병행한다. 고문만큼 매서운 반인권적 조작 수사를 서슴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지사의 변심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찰 입장에서는 대북 송금 사건서 부족했던 부분을 이 전 부지사의 진술로 찾은 셈이 됐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소환조사가 초읽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특히 민주당이 ‘정당한 영장 청구에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한 지 하루 만에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바꾼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김성태 전 회장도 재판서 이 대표를 거론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1일 수원지법 형사11부 심리로 진행된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그는 “이 전 부지사와 상의해 대북 송금을 진행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영향이 컸다고 진술했다. 

불체포 포기
다음 표결은?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과 4월경 임직원을 시켜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하거나 환치기하는 등 총 800만달러를 불법적으로 북한에 보냈다. 이 과정서 ‘그분’(이 대표)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또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보낸 걸 이 대표도 아느냐고 질문했을 때 “다 말씀드렸다”는 답을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이날까지만 해도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의 비리에 자신이 연루됐다는 혐의를 모두 부인한 상태였다. 그로부터 1주일 뒤인 18일 이 전 부지사는 그동안 고수해 왔던 입장을 바꿨다. 이 대표는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의 진술에 ‘아니다’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검찰의 포위망은 계속 좁혀지고 있다. 

앞서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서도 이 대표가 언급됐다. 정모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심리로 열린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의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날 재판서 정 회장은 “아시아디벨로퍼서 횡령한 자금은 주거지역 용도변경 등의 권한을 가진 이재명·정진상 등에게 청탁·알선한 대가로 김 전 대표에게 검찰서 일관되게 진술한 게 맞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결론적으론 말씀하신 이야기가 맞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업 추진 초기에 김 전 대표가 “한국식품연구원 부지가 200억원을 만들어줄 수 있는 사업지가 맞느냐”고 물으며 이 돈을 알선 대가로 요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때 김 전 대표는 ‘돈의 절반은 내가 먹고 나머지 절반은 두 사람에게 갈 것’이라고 말했는데, 정 회장은 이 두 사람을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가 등을 돌린 상태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 전 부지사를 ‘제2의 유동규’로 보는 시각도 있을 정도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10년간 쌓인 게 너무 많다. 하나가 나왔다 싶으면 또 하나가 그리고 또 하나가 나올 것”이라며 “급하게 갈 것 없다.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고 이 대표를 향해 폭로전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3월 유 전 본부장과 이 대표는 법정서 마주했다. 이 대표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허위 발언을 한 이유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증인으로 재판에 참석했다. 유 전 본부장은 사망한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오랜 기간 친분을 이어왔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대표는 최근 대통령실 발언에 각을 세우고 수해복구 현장을 찾는 등 야당의 역할에 몰두하고 있다. 실종자 수색 과정서 해병대원이 순직한 사건에 대해서도 “또다시 반복된 인재”라며 “부디 더 이상의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고 언급했다. 이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로 향하는 관심을 민생으로 돌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상황은 ‘사면초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좋지 않다. 워낙 산재해 있는 사건이 많고 검찰의 움직임도 주시해야 한다. 검찰이 한 번 더 구속영장을 청구해 체포동의안 표결이 붙으면 이번에는 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결의는 이미 ‘꼼수’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연일 내린 비로 몇몇 지방이 물난리를 겪고 있다. 정치적 이슈도 산적해 있는 상태다. 갖가지 사건이 언론 지상을 오르내린다. 이 과정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묻힌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측근의 진술 번복 한 번으로 다시 불이 붙었다. 측근의 입이 이 대표의 정치생명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는 셈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락가락’ 이화영 진술 또 번복

“사전 보고 안 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입장을 ‘또’ 번복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1일 낸 옥중 입장문서 “저 이화영은 쌍방울(김성태)에 스마트팜 비용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 없다. 이 대표의 방북 비용 대납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옥중 입장문에서 주장

그러면서 “다만, 2019년 7월 필리핀 개최 국제대회서 우연히 만난 북측 관계자와 김성태가 있는 자리서 이 대표의 방북 문제를 얘기했고 동석했던 김성태에게 (북한과 쌍방울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니)이 대표의 방북도 신경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내용에 대해 이 대표에게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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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