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의 배신’ 이재명 엔드게임

입으로 흥해 입으로 망할 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인 이재명의 덩치를 불린 건 ‘말’이었다. 기초단체장서 광역단체장으로, 대선후보와 거대 야당 대표로 성장하는 내내 ‘사이다’라는 별칭이 뒤따랐다. 시원하게 내지르는 발언에 지지자는 열광했고 언론은 앞다퉈 보도했다. ‘말로 흥한’ 그가 ‘말로 망하는’ 모양새다. 측근의 입을 통해서다.

‘돌아선 팬이 안티보다 더 무섭다’. 연예계서 정설처럼 여겨지는 말이다. 팬은 안티에 비해 연예인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돌아서는 순간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마음에 감춰주고 덮어줬던 치부까지 언급할 수 있기 때문.

등 돌린
이화영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상황이 돌아선 팬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연예인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 측근으로 불렸던 이들이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던 이 대표의 어깨에 측근리스크까지 얹어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불씨였다. 이후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북 송금 의혹,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등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의 규모는 나날이 커졌다. 개인의 리스크를 넘어 당 차원의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3개월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 국회의원 자리를 꿰찼고 내친 김에 당 대표에 출마해 당선됐다. 국회의원의 특권으로 검찰 수사를 피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문제는 검찰의 칼을 막기 위해 겹겹이 입은 방패는 ‘아군’에 의해 점차 힘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민주당은 이 대표에 관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서 분열 양상을 보였다. 앞서 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반란‧이탈표가 대거 나타난 것이다.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 169명이 모두 표결에 참여했지만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10표, 무효 11표가 나왔다. 

찬성표가 더 많았지만 재적 의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민주당 소속 의원 가운데 최소 31명이 이탈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혔다. 민주당 내 반란표는 상대 당인 국민의힘의 공격보다 이 대표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당장 당이 내분에 빠져든 것.

반명(반 이재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사퇴론이 급격하게 터져 나왔다.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이 방어에 나섰지만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서 불거지기 시작한 친명 대 반명의 갈등은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극렬해질 전망이다. 

리더십
치명상

이 대표에게 더욱 뼈아픈 대목은 측근이 잇따라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검찰 수사 이후 재판 과정서 증언이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대표는 민생을 언급하며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시간도 이 대표의 편은 아니다.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리스크를 줄이려는 당내 움직임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그룹에 ‘도지사 방북 추진 요청’을 한 사실을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는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받고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 전 부지사와 상의해 북한 측 인사에게 경기도가 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와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대신 지급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18일 이 전 부지사의 41차 공판서 그의 진술이 일부 달라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전 부지사는 그동안 ‘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 등에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당시 경기도 정책실장이었던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도지사 방북을 서둘러 추진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하는 등 기존 입장을 일부 뒤집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에 이 대표는 “검찰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전 부지사에 허위 진술을 회유·압박하고 있다면서 진상 파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인권위원장인 주철현 의원과 법률위원장 김승원 의원은 “검찰이 ‘방북 비용 대납’ 프레임을 짜놓고 이 대표를 끼워 넣으려 혈안이라는 폭로”라고 탄원서에 기재했다.

이어 “김성태 전 회장의 일방적 조작 진술에 더해 이 전 부지사에게도 허위 진술을 회유·압박한다는 내용은 충격 그 자체”라며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구속 후 10개월 가까이 독방 수감 및 매일 검찰 소환조사로 진을 빼고 협박과 회유를 병행한다. 고문만큼 매서운 반인권적 조작 수사를 서슴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지사의 변심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찰 입장에서는 대북 송금 사건서 부족했던 부분을 이 전 부지사의 진술로 찾은 셈이 됐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소환조사가 초읽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특히 민주당이 ‘정당한 영장 청구에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한 지 하루 만에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바꾼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김성태 전 회장도 재판서 이 대표를 거론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1일 수원지법 형사11부 심리로 진행된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그는 “이 전 부지사와 상의해 대북 송금을 진행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영향이 컸다고 진술했다. 

불체포 포기
다음 표결은?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과 4월경 임직원을 시켜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하거나 환치기하는 등 총 800만달러를 불법적으로 북한에 보냈다. 이 과정서 ‘그분’(이 대표)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또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보낸 걸 이 대표도 아느냐고 질문했을 때 “다 말씀드렸다”는 답을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이날까지만 해도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의 비리에 자신이 연루됐다는 혐의를 모두 부인한 상태였다. 그로부터 1주일 뒤인 18일 이 전 부지사는 그동안 고수해 왔던 입장을 바꿨다. 이 대표는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의 진술에 ‘아니다’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검찰의 포위망은 계속 좁혀지고 있다. 

앞서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서도 이 대표가 언급됐다. 정모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심리로 열린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의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날 재판서 정 회장은 “아시아디벨로퍼서 횡령한 자금은 주거지역 용도변경 등의 권한을 가진 이재명·정진상 등에게 청탁·알선한 대가로 김 전 대표에게 검찰서 일관되게 진술한 게 맞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결론적으론 말씀하신 이야기가 맞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업 추진 초기에 김 전 대표가 “한국식품연구원 부지가 200억원을 만들어줄 수 있는 사업지가 맞느냐”고 물으며 이 돈을 알선 대가로 요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때 김 전 대표는 ‘돈의 절반은 내가 먹고 나머지 절반은 두 사람에게 갈 것’이라고 말했는데, 정 회장은 이 두 사람을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가 등을 돌린 상태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 전 부지사를 ‘제2의 유동규’로 보는 시각도 있을 정도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10년간 쌓인 게 너무 많다. 하나가 나왔다 싶으면 또 하나가 그리고 또 하나가 나올 것”이라며 “급하게 갈 것 없다.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고 이 대표를 향해 폭로전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3월 유 전 본부장과 이 대표는 법정서 마주했다. 이 대표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허위 발언을 한 이유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증인으로 재판에 참석했다. 유 전 본부장은 사망한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오랜 기간 친분을 이어왔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대표는 최근 대통령실 발언에 각을 세우고 수해복구 현장을 찾는 등 야당의 역할에 몰두하고 있다. 실종자 수색 과정서 해병대원이 순직한 사건에 대해서도 “또다시 반복된 인재”라며 “부디 더 이상의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고 언급했다. 이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로 향하는 관심을 민생으로 돌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상황은 ‘사면초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좋지 않다. 워낙 산재해 있는 사건이 많고 검찰의 움직임도 주시해야 한다. 검찰이 한 번 더 구속영장을 청구해 체포동의안 표결이 붙으면 이번에는 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결의는 이미 ‘꼼수’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연일 내린 비로 몇몇 지방이 물난리를 겪고 있다. 정치적 이슈도 산적해 있는 상태다. 갖가지 사건이 언론 지상을 오르내린다. 이 과정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묻힌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측근의 진술 번복 한 번으로 다시 불이 붙었다. 측근의 입이 이 대표의 정치생명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는 셈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락가락’ 이화영 진술 또 번복

“사전 보고 안 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입장을 ‘또’ 번복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1일 낸 옥중 입장문서 “저 이화영은 쌍방울(김성태)에 스마트팜 비용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 없다. 이 대표의 방북 비용 대납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옥중 입장문에서 주장

그러면서 “다만, 2019년 7월 필리핀 개최 국제대회서 우연히 만난 북측 관계자와 김성태가 있는 자리서 이 대표의 방북 문제를 얘기했고 동석했던 김성태에게 (북한과 쌍방울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니)이 대표의 방북도 신경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내용에 대해 이 대표에게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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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