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의 배신’ 이재명 엔드게임

입으로 흥해 입으로 망할 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인 이재명의 덩치를 불린 건 ‘말’이었다. 기초단체장서 광역단체장으로, 대선후보와 거대 야당 대표로 성장하는 내내 ‘사이다’라는 별칭이 뒤따랐다. 시원하게 내지르는 발언에 지지자는 열광했고 언론은 앞다퉈 보도했다. ‘말로 흥한’ 그가 ‘말로 망하는’ 모양새다. 측근의 입을 통해서다.

‘돌아선 팬이 안티보다 더 무섭다’. 연예계서 정설처럼 여겨지는 말이다. 팬은 안티에 비해 연예인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돌아서는 순간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마음에 감춰주고 덮어줬던 치부까지 언급할 수 있기 때문.

등 돌린
이화영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상황이 돌아선 팬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연예인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 측근으로 불렸던 이들이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던 이 대표의 어깨에 측근리스크까지 얹어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불씨였다. 이후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북 송금 의혹,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등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의 규모는 나날이 커졌다. 개인의 리스크를 넘어 당 차원의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3개월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 국회의원 자리를 꿰찼고 내친 김에 당 대표에 출마해 당선됐다. 국회의원의 특권으로 검찰 수사를 피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문제는 검찰의 칼을 막기 위해 겹겹이 입은 방패는 ‘아군’에 의해 점차 힘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민주당은 이 대표에 관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서 분열 양상을 보였다. 앞서 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반란‧이탈표가 대거 나타난 것이다.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 169명이 모두 표결에 참여했지만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10표, 무효 11표가 나왔다. 

찬성표가 더 많았지만 재적 의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민주당 소속 의원 가운데 최소 31명이 이탈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혔다. 민주당 내 반란표는 상대 당인 국민의힘의 공격보다 이 대표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당장 당이 내분에 빠져든 것.

반명(반 이재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사퇴론이 급격하게 터져 나왔다.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이 방어에 나섰지만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서 불거지기 시작한 친명 대 반명의 갈등은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극렬해질 전망이다. 

리더십
치명상

이 대표에게 더욱 뼈아픈 대목은 측근이 잇따라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검찰 수사 이후 재판 과정서 증언이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대표는 민생을 언급하며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시간도 이 대표의 편은 아니다.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리스크를 줄이려는 당내 움직임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그룹에 ‘도지사 방북 추진 요청’을 한 사실을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는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받고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 전 부지사와 상의해 북한 측 인사에게 경기도가 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와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대신 지급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18일 이 전 부지사의 41차 공판서 그의 진술이 일부 달라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전 부지사는 그동안 ‘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 등에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당시 경기도 정책실장이었던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도지사 방북을 서둘러 추진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하는 등 기존 입장을 일부 뒤집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에 이 대표는 “검찰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전 부지사에 허위 진술을 회유·압박하고 있다면서 진상 파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인권위원장인 주철현 의원과 법률위원장 김승원 의원은 “검찰이 ‘방북 비용 대납’ 프레임을 짜놓고 이 대표를 끼워 넣으려 혈안이라는 폭로”라고 탄원서에 기재했다.

이어 “김성태 전 회장의 일방적 조작 진술에 더해 이 전 부지사에게도 허위 진술을 회유·압박한다는 내용은 충격 그 자체”라며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구속 후 10개월 가까이 독방 수감 및 매일 검찰 소환조사로 진을 빼고 협박과 회유를 병행한다. 고문만큼 매서운 반인권적 조작 수사를 서슴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지사의 변심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찰 입장에서는 대북 송금 사건서 부족했던 부분을 이 전 부지사의 진술로 찾은 셈이 됐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소환조사가 초읽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특히 민주당이 ‘정당한 영장 청구에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한 지 하루 만에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바꾼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김성태 전 회장도 재판서 이 대표를 거론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1일 수원지법 형사11부 심리로 진행된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그는 “이 전 부지사와 상의해 대북 송금을 진행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영향이 컸다고 진술했다. 

불체포 포기
다음 표결은?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과 4월경 임직원을 시켜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하거나 환치기하는 등 총 800만달러를 불법적으로 북한에 보냈다. 이 과정서 ‘그분’(이 대표)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또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보낸 걸 이 대표도 아느냐고 질문했을 때 “다 말씀드렸다”는 답을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이날까지만 해도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의 비리에 자신이 연루됐다는 혐의를 모두 부인한 상태였다. 그로부터 1주일 뒤인 18일 이 전 부지사는 그동안 고수해 왔던 입장을 바꿨다. 이 대표는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의 진술에 ‘아니다’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검찰의 포위망은 계속 좁혀지고 있다. 

앞서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서도 이 대표가 언급됐다. 정모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심리로 열린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의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날 재판서 정 회장은 “아시아디벨로퍼서 횡령한 자금은 주거지역 용도변경 등의 권한을 가진 이재명·정진상 등에게 청탁·알선한 대가로 김 전 대표에게 검찰서 일관되게 진술한 게 맞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결론적으론 말씀하신 이야기가 맞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업 추진 초기에 김 전 대표가 “한국식품연구원 부지가 200억원을 만들어줄 수 있는 사업지가 맞느냐”고 물으며 이 돈을 알선 대가로 요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때 김 전 대표는 ‘돈의 절반은 내가 먹고 나머지 절반은 두 사람에게 갈 것’이라고 말했는데, 정 회장은 이 두 사람을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가 등을 돌린 상태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 전 부지사를 ‘제2의 유동규’로 보는 시각도 있을 정도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10년간 쌓인 게 너무 많다. 하나가 나왔다 싶으면 또 하나가 그리고 또 하나가 나올 것”이라며 “급하게 갈 것 없다.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고 이 대표를 향해 폭로전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3월 유 전 본부장과 이 대표는 법정서 마주했다. 이 대표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허위 발언을 한 이유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증인으로 재판에 참석했다. 유 전 본부장은 사망한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오랜 기간 친분을 이어왔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대표는 최근 대통령실 발언에 각을 세우고 수해복구 현장을 찾는 등 야당의 역할에 몰두하고 있다. 실종자 수색 과정서 해병대원이 순직한 사건에 대해서도 “또다시 반복된 인재”라며 “부디 더 이상의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고 언급했다. 이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로 향하는 관심을 민생으로 돌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상황은 ‘사면초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좋지 않다. 워낙 산재해 있는 사건이 많고 검찰의 움직임도 주시해야 한다. 검찰이 한 번 더 구속영장을 청구해 체포동의안 표결이 붙으면 이번에는 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결의는 이미 ‘꼼수’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연일 내린 비로 몇몇 지방이 물난리를 겪고 있다. 정치적 이슈도 산적해 있는 상태다. 갖가지 사건이 언론 지상을 오르내린다. 이 과정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묻힌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측근의 진술 번복 한 번으로 다시 불이 붙었다. 측근의 입이 이 대표의 정치생명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는 셈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락가락’ 이화영 진술 또 번복

“사전 보고 안 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입장을 ‘또’ 번복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1일 낸 옥중 입장문서 “저 이화영은 쌍방울(김성태)에 스마트팜 비용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 없다. 이 대표의 방북 비용 대납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옥중 입장문에서 주장

그러면서 “다만, 2019년 7월 필리핀 개최 국제대회서 우연히 만난 북측 관계자와 김성태가 있는 자리서 이 대표의 방북 문제를 얘기했고 동석했던 김성태에게 (북한과 쌍방울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니)이 대표의 방북도 신경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내용에 대해 이 대표에게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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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