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인터뷰> 핵 전문가 서균렬 교수, 후쿠시마 오염수를 말하다

“시찰단 파견? 일본 홍보용 ‘립 서비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고 논쟁이 거세다. 12년 만에 한일 간 셔틀외교가 복원되면서 더욱 가열되는 분위기다. 윤석열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도 같은 기조를 맞추는 분위기다. 인체 유해성과 해양 오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에 제동을 걸지 않는 이가 대부분이다. 위험성을 직접 언급하고 나선 이는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가 유일하다.

“남들이 소설 쓰지 말라고 하지만 정말 소설이길 바란다. 해양 오염이 먹거리 파괴로 이어져 수십년 후 국민들의 식탁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불보듯 뻔하다.” 지난 9일, 서울의 한 모처서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강조한 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유일하게 반대하면서 ‘학계 아웃사이더’로 불리고 있는 서 명예교수는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되자 다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셔틀외교
복원 이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해 ‘한국 전문가 현장 시찰단’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사고 현장 내 물탱크에 보관해온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ALPS)로 정화 처리한 뒤 올여름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일본 도쿄전력이 운용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은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켜 가동이 중단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 주입과 외부의 지하수·빗물 유입 때문에 원전 건물 내에선 하루 140톤 안팎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ALPS로 한 차례 정화한 뒤 원전 부지 내 물탱크에 보관해왔다. 이 물탱크가 ‘곧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일본은 2021년 4월 후쿠시마 원전 내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그러나 일본이 ‘처리수’라고 부르는 이 오염수엔 ALPS로 걸러지지 않은 삼중수소(트리튬) 등 일부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어 ‘해양 방출 시 환경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외서 계속됐다.

한일 양국이 합의한 시찰단 파견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처로 해석된다. 그러나 시찰단의 성격과 활동 내용 등을 두고 한일 당국이 ‘온도 차이’를 보였다.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은 지난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정부의 이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시찰단 파견에 대해 “(현지서)실제 ‘검증’에 가까운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까지만 해도 시찰단은 오는 23~24일 이틀간 일본에 파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위한 시설을 둘러보는 것 외엔 사실상 추가적인 활동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기시다 도끼에 발등 찍힌 윤석열? 시찰 인식 오락가락
사실상 일본편 IAEA…미, 묵인으로 방류 암묵적 승인

그러나 현재 정부 당국자들은 사찰단이 순수하게 일본서 활동하는 기간만 23~24일 이틀로 잡고, ‘22일 출국, 25일 입국’ 등으로 최소 3박4일 간 파견이며 일본 측과 일정에 대해 조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시찰단 파견을 통해 현재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진행 중인 관련 조사와 별개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한 안전성을 과학적·기술적으로 평가·분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같은 날 회견서 “(한국 시찰단은)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 않는다”며 “어디까지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한)한국 측 이해를 심화하기 위한 대응”이라고 못 박았다.

이 때문에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본 측이 우리 시찰단의 관련 정보 제공 등 요구에 “전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서 교수는 “일본이 그냥 떠다 주는 깨끗한 물이 아니기 때문에 10년이 넘은 (물탱크 속)찌꺼기나 원전 주변 바다에 서식하는 해조류·어패류, 오염토 등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며 “그게 이뤄지지 못한다면 (시찰단 파견은)의미가 크다고 볼 수 없다. IAEA와 크게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시찰이 ‘단순히 둘러보는 것’ 이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 당국이 이를 부인하면서 애매한 상황이 돼버렸다. 특히 IAEA가 지난 6일,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충분히 현실적’이라는 중간보고서를 내고 일본의 손을 들어줘 시찰단을 보내는 게 무의미에 가깝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괴담이
아니다”

서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시찰만으로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을 알기 힘들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방사능의 파장은 수십년간 축적을 거쳐 현실로 다가온다. 반감기가 있다고는 하나 수백, 수천년이 지나도 그렇지 않은 핵물질이 더 많다”고 우려했다. 이어 “시찰단은 윤석열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괴담이 가짜일 수도 있는 안전성을 홍보해주는 ‘립서비스’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시찰단의 평가와는 상관없이 오는 6월 IAEA 전문가 그룹의 최종 보고서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문제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방류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시찰단이 검증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심층 분석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서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중 언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4호기다. 4호기는 원자로 안에 핵연료는 없었지만 핵연료 저장소라는 게 위에 있다. 노심이라고 하는 핵연료 전량이 녹고, 녹으면 온도가 4000도 된다”며 “녹아서 쌓인 잔해가 데브리인데 1, 2, 3, 4호기 전체 물의 양이 1000톤쯤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앞으로 처리해야 될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 양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고 또 농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당국이 정화 후 방류하겠다는 오염수는 원전 내부에 있는 물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현재 약 1060개의 저장 용기에 가득 찬 물을 가리킨다.

서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어떠한 언급도 없는 게 문제다. 원전 안에 있는 물은 저장용기 탱크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농도가 높다. 적게는 100배, 많게는 1만배가 된다. 외부 탱크에 있는 물이 137만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다. 지하수가 매일 흐른다는 가정하에 30년 동안 방류한다고 치면 배를 방류시키겠다는 얘기다. 지금 도쿄전력은 137만톤의 물을 10배로 희석하겠다고 언급까지 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5~10년
후에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물질 중 가장 많이 언급된 건 삼중수소다. 인체에 유해한 것은 맞지만 사실상 물과 다를 바 없어 방류 과정서 자연스레 희석된다.

서 교수는 삼중수소가 아닌 다른 방사성 물질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 플루토늄, 탄소14, 바륨, 코발트 등이 있다. 삼중수소는 설계의 잘못으로 어차피 없애지 못한다. 물론 삼중수소가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인체에 들어가게 되면 흡착돼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며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방사성 물질은 5~10년 후 혈액암과 백혈병 등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IAEA서 나온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보고서도 편파적이라는 평가다.

서 교수는 “불완전하고 편파적이다. 방류 계획과 검출 계획은 좋아 보이지만 스트론튬 90과 세슘 137, 플루토늄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삼중수소보다 심각한 게 두 물질인데 이것 말고도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방사성 핵종 물질이 63개나 더 포함돼있다”며 “삼중수소는 이미 미국, 중국, 한국 등 원전 시설이 있는 나라에선 각국이 정한 기준치 이하로 만들어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IAEA와 미국이 일본 결정에 대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말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도 ‘2020년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위기의 현실’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삼중수소 말고도 오염수에 들어 있는 탄소-14, 스트론튬-90, 세슘, 플루토늄, 요오드 같은 방사성 핵종이 더 위험하다”며 “이 핵종들은 바다에 수만년간 축적돼 먹거리부터 인간 DNA까지 심각한 방사능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극히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오염수 핵심 물질 삼중수소 아닌 세슘·플루토늄”
“방류 승인 시 수산물 수입 거부 명분 사라진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최종 방류할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측정하거나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최소 30년간 방류할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과 수준을 검증할 체계도 마련돼있지 않다. 삼중수소(트리튬)를 제외하고도 세슘, 스트론튬 등 삼중수소 외에도 생태계와 인체에 유해한 세슘 134·세슘 137, 스트론튬 90등의 방사성 핵종 물질이 63개나 더 포함돼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수산물 수입 규제를 철폐하라고 요구하지만 우리 정부는 수입 금지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를 허용하면 수산물 수입을 거부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2015년 일본은 “한국의 수산물 수입 규제가 부당한 차별”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1심(2018년)서 승소했다. 그러나 2심(2019년)에서는 이례적으로 결과가 뒤집히며 한국이 승소해 ‘기적의 승소’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국제통상 전문 송기호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서 “1심서 일본이 이긴 논리는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오염치가 한국 수산물의 검역 기준을 다 통과하는데 왜 막느냐’는 거였다”며 “그런데 2심에서는 일본의 논리처럼 물고기 대 물고기(의 방사능 수치)로 비교할 게 아니라 ‘오염된 일반 해양 생태계가 아직 일본 수산물에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 ‘오염된 일본 해양 생태계와 우리 해양 생태계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이것을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WTO 협정서 말하는 합리적인 기준’(이라는 논리로) 우리가 승소했다”고 설명했다.

즉, 일본의 ‘오염된 해양 생태계’가 수산물 수입을 막을 수 있었던 중요한 근거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를 허용하는 것은 “일본 해양 생태계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하게 꼴이 된다.

정부가 제시한 기준 중 ‘국제기준 검증’은 결국 IAEA의 검증을 뜻하는데, IAEA는 이미 2020년에 오염수 방류에 찬성했다. 일본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IAEA는 일관되게 일본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서 교수는 “결국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문제서 한국이 지는 길로 가고 있다”며 “오염수가 방출되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막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승인 아닌
침묵 일관

이어 “미국은 승인이 아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원자탄 2방을 날렸고, 태평양서 원자탄, 수소탄 시험을 수백번 해서 태평양 환초가 사라지고 주민들이 아직도 못 들어간다. 원죄가 있기 때문에 뭐라고 말을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호주·뉴질랜드 등 다른 태평양 연안 국가들에 대해서는 “그쪽서도 저지하려 하는데 국력에서 밀린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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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