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친박’ 3인의 마이웨이

“TK, 우리가 접수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과거 권력의 정점들이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 복권되며 그 중심으로 친박(친 박근혜)이 부활을 꿈꾸고 있는 듯 보인다. 현재 보수세력은 같은 이름 아래 여러 조직으로 나뉘어져 있다. 속속 돌아오는 ‘진박’(진짜 친박) 세력은 국민의힘의 아군일까? 적일까?

원조 친박 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들이 물밑서 활발한 활동 재개를 시사하거나, 실제로 활동하고 있다. 내년에 총선이 열린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미리 세력을 다지기 위함이라고 풀이된다. 당 내에선 ‘과연 되겠느냐?’는 반응이 주를 이루지만, 실제로는 불안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일단 부정적 기류가 흐른다.

기지개 켜는
진박 세력들

국민의힘은 각종 설화를 진화하는 데 체력 소모를 겪었다. 이런 상황서 원조 친박의 등장으로 다시 당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움직이기 시작한 대표적인 친박 인물은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박근혜정부 당시 실세 중 실세로 불렸던 이들이다. 

이들은 친박의 시작과 몰락 지점에 함께 서 있었다. 주요 인물들이 대거 사면 혹은 복권되면서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우 전 수석은 과거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주범으로 꼽혔던 인물로 국가정보원을 통해 공직자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우 전 수석은 권력의 최정점에 서 있었다. 이른바 우병우 사단을 통해 박근혜정부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는 점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사적·업무적으로 긴밀한 인연을 맺은 의혹을 받는 검사들을 통해서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특별사면 복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시 돌아온 우 전 수석은 변호사 등록부터 서둘렀다. 국정 농단 당시에도 ‘변호사직’을 끝까지 지키려 했었던 그는 최근 서울 서초구에 변호사 우병우법률사무소를 열고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 전 수석이 고향 경북 영주에 출마한다는 말이 거론되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출마설에 대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던 바 있다. 사실상 출마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영주는 보수 텃밭으로 공천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장윤석 전 의원을 제외하고 보수당 내 인사가 3선 이상을 지낸 적이 없는 지역이면서 ‘보수 인사가 출마할 경우, 무조건 당선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현직 국민의힘 소속인 박형수 의원의 지역구로 그는 친윤(친 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박 의원은 비록 초선이지만 당시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했던 3선 출신 장 전 의원을 이겼다. 만약 우 전 수석이 자신의 고향에 출마할 경우, 친윤과 친박의 대립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인 데다 당내 지지기반 역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했다.

현재 국민의힘의 ‘주류’ 세력은 과거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했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우 전 수석에게 공천권을 줄 리가 없다. 다만 공천만 거머쥔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등에 업으면서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박정부 실세들의 물밑 행보 시작
공천 가능성 낮아도 파급력 있어


만에 하나 박 전 대통령이 우 전 수석에 대한 지지 표명 입장을 보일 경우,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도 정치적 활동을 재개했던 바 있다. 앞서 대구 달서구로 향한 뒤,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던지자 단숨에 선호도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우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의 아이콘과 같은 인물이다. 과거의 인사라고 해서 국민의힘이 애써 무시하려 해도 쉽사리 묵과할 수 없는 존재인 셈이다. 

우 전 수석에 이어 안 전 수석도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난 21일, 그는 자신이 설립한 정책평가연구원의 출범 1주년을 맞아 서울 코엑스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해당 연구원은 국가 정책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복지, 조세, 노동 등의 행사를 평가하는 행사다. 눈에 띄는 지점은 해당 심포지엄에 참석한 인사들이다.

이날 심포지엄엔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이원재 국토교통부 1차관, 조동철 KDI원장 등 현직 장관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전직 장·차관들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경환 전 국토교통부 1차관 등 박근혜정부서 중용된 이들이 대부분이었으며 후원금 액수도 2000만원서 1억원까지 상당했다.

정치권에선 의도가 있는 행사였다는 해석이 나온 가운데, 일각에선 박근혜정부의 세력을 다시 모으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안 전 수석 역시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인사 중 한 명이다.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임명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경제수석을 거쳐 정책조정수석까지 발탁됐다. 괜찮은 경제학자로도 불리며 정치인 박근혜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까지 도맡기도 했다. 

보수 텃밭
공천 경쟁

보수 성향이었으나 진보와도 말이 잘 통하는 사람으로 유명했으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석해 결과를 이끌어냈던 재정·복지 분야 전문가였다. 

<일요시사>와 통화한 박근혜정부에 몸담았던 전 고위직 관계자 역시 그를 ‘전문가’로 칭했다. 이 관계자는 안 전 수석에 대해 “대통령에게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던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범행 상당수에 수족 역할을 한 부분이다. 특히 재판 증거가 됐던 업무수첩에 청와대 회의 내용이 기록돼있어 마지막 사관으로도 불렸다. 

이런 중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와 공모해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라며 압력을 가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김모 원장 부부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된 바 있다. 그에게 적용된 죄목은 직권남용과 강요죄, 강요미수, 증거인멸 등 4가지다. 

최씨, 박 전 대통령, 안 전 수석까지 이어지는 공모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우 전 수석과 마찬가지로 안 전 수석은 국정 농단의 핵심인물로 지목되면서 징역 4년 및 6000만원 벌금형이 선고됐으나 지난해 사면 대상엔 포함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 전 수석 역시 국민의힘 공천을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고향이 대구로 TK(대구·경북)서의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국민의힘서 대구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물갈이돼야 한다는 주장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 현역의원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가득한 상황이다. 

김기현 대표가 “검사 공천은 없을 것이고, 물갈이는 괴담”이라고 언급했지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공천을 두고 신경전이 날카로운 게 사실이다. 안 전 수석 출마 시 고향인 TK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역 지지층
기반 다지기

최 전 장관은 친박 세력을 묶는 핵심 축이다. 서청원 전 의원보다 친박계 입문이 훨씬 빨랐던 원조 격 친박 인사로 ‘박근혜의 남자’로도 불린다. 

2005년 초부터 친박에 몸담아왔고, 그 역시 경제전문가로 박 전 대통령의 과외교사를 자처하고 나선 바 있다. 본래 이회창 전 총리 밑에서 일하며 2004년, 고향인 경북 경산·청도서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받아 당당하게 정계 입문에 성공했다. 


이후 2007년 대선 기간 당내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캠프서 상황실장을 맡으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2012년에는 박 전 대통령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맡으며 대선 승리에 기여한 후로 줄곧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 어렵다는 보수 텃밭서 4선을 지냈고, 박근혜정부에서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역임했다. 

20대 총선서도 ‘진박(진짜 친박) 감별사’로 활동하며 권력의 정점에 있음을 과시했다. 대구와 경북을 순회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고, 진박을 영남서 당선시켰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때부터 공천 파동과 친박의 득세가 역풍을 맞으면서 서서히 몰락이 시작됐다. 사실상 2인자로 불렸던 최 전 장관은 특활비 수수 의혹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그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으로 있으면서 예산 편성을 좌우하는 위치에 있었다. 

국정원 예산을 챙겨주는 대가로 특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당시는 야권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문제 삼아 예산 배정 문제를 띄우던 시기였다. 결국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옥살이하던 중 지난해 연말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그런 그에게 최근 출마설이 제기됐다. 유력 지역구는 고향인 경북 경산이다.

보수 조직 분열 본격 다가올 수도
박 전 대통령 움직이면 세력 커져

이미 해당 지역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인 만큼 자연스레 공천권을 받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해당 지역구는 윤두현 의원이 자리 잡고 있는데, 당내 경쟁자로는 한무경 의원(비례)이 거론된다. 

전 장관 역시 공천권 보장이 어려울 수도 있으나 박 전 대통령의 신뢰를 두텁게 받아온 인물인 만큼 박근혜정부 전 고위직 관계자들도 친박이 다시 뭉칠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사상을 염두에 두고 이들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공천 가능성에 대해선 “정치는 생물로 공천을 주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불만과 긴장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친박, 진박, 탈박(탈 박근혜) 등 다른 계파 인사들도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에 대거 참전할 수 있다는 말들도 있다. 제3지대 열풍이 부는 마당서 계파의 출현은 국민의힘에게 악재일 수밖에 없다. 

열풍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총선서 공공의 적은 늘 ‘여당’이었다. 이미 당내 공천의 방향성을 두고 일부 구성원들로부터 벌써부터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친박까지 참전하게 된다면 당내 혼란은 불보듯 뻔해진다. 박 전 대통령도 정치적 행보를 하나둘 이어나가고 있다. 특정 인사를 응원하거나 메시지를 던질 경우, 그에 따른 파급력을 무시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보수의 분열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앞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김 대표는 절반을 겨우 넘기는 지지율로 당선됐다. 다시 말해 절반이 김 대표를 지지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이들은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또 세 인물이 노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구는 모두 TK다. 수도권 등 여타 지역에서는 이들이 나와도 힘을 쓰기 어렵지만, TK는 사정이 다르다. 무소속이라도 인지도 높은 보수 정치인이면 훨씬 유리해지는 구도다. 

세 인물이 중심이 돼 신당을 창당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보수세력의 분열을 낳을 수 있기 떄문이다. 그러나 이런 점을 계산해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악재가 생길 수 있다. 여전한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또 다음 총선에 세 인물이 나서는 경우 ‘경제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행보를 두고 역대 보수정권은 이렇지 않았다는 평가가 보수권 내에서도 나오는 탓이다. 

신당 창당
가능성도

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원이 아니라 개개인이 내는 메시지를 차단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 지도부 차원서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우리 당과 연결지어 이야기하는 건 앞서 나가는 것 같다. 정확히 어떤 계획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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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