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발 낙하산’ 외풍 부는 KT 막전막후

또 다시 시작된 꼭대기 쟁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KT가 어김없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랬던 터라 일상적이라는 분위기다. 다만 검찰의 칼끝에 서 있어 유독 뒤숭숭하다. 특히 윤석열정부 입맛에 맞는 대표이사 선임을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의 입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정관 및 규정이 변경되거나 보수 정부 장·차관 출신 사외이사가 내정된 것이 그 이유다.

KT의 차기 대표이사를 뽑는 사외이사에 박근혜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낸 인물과 이명박정부 환경부 차관을 지낸 법조계 ‘올드보이’가 내정됐다. 대표이사 자격요건에는 ‘정보통신 전문성’도 삭제됐다. 차기 오너 자리에 ‘정권 낙하산’이 꽂히는 건 익숙하지만 사업 운영 능력조차 없을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여권 인사
내리꽂기

KT 사외이사에 내정된 최양희 한림대 총장과 윤종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은 각각 박근혜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명박정부 환경부 차관을 지냈다. KT는 지난 9일, 이들 외에도 5명의 새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KT가 발표한 사외이사 최종 후보는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곽우영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이승훈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다.

곽우영·이승훈·조승아 후보는 주주 추천을 받은 인사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윤석열정부 미디어 정책 전반을 수립하는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KT는 새로운 대표이사 선출 방식과 기준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격요건에 ‘정보통신 전문성’ 항목을 삭제하고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 등 4가지 항목으로 변경했다. 이 때문에 사업 운영 능력이 없는 인물이 오너로 선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일자 KT 측은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이 빠진 게 아니라 산업 전반 전문성으로 확대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KT 새 노조는 성명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 면면을 보면 현 대통령 자문위원회 소속, 박근혜정부 장관 출신, 대주주인 현대자동차 출신 등이 보인다”며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자의 자격요건서 정보통신 전문성을 산업 전문성 등으로 변경하는 등 낙하산 CEO를 선출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누누이 강조된 소액주주, 소비자, 종업원 등 이해당사자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차기 대표이사 선출 기준도 기존 주주총회 출석 주주의결권 ‘50% 이상’서 ‘60% 이상’의 찬성으로 변경했다. 연임 후보의 경우, 의결 참여 주식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를 거쳐야만 대표가 될 수 있도록 했다. KT 경영진이 이사회를 통해 ‘셀프 연임’을 한다는 비판에 대응한 조치로 해석된다.

윤정부 입맛 맞는 대표 선임 관측
보수 장차관 출신 사외이사 내정

이번 사외이사 선임은 외부 인사로 구성된 40여명의 인선자문단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논의를 거쳐 확정됐다. 그러나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KT 새노조는 “후보 선정 과정에 참여한 인선자문단이 여전히 누군지 모르고 어떤 기준으로 선임했는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선정된 후보가 어떤 주주의 추천인지 등도 여전히 불투명한 영역으로 남게 되어 당분간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은 계속해서 진통을 겪어왔다. 지난해 구현모 전 대표이사 연임 결정에 KT의 대주주이자 정부의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내 재공모가 치러졌다. 재공모에 도전했던 구 전 대표가 급작스럽게 중도 사퇴했다.

재공모 결과 KT이사회가 KT 출신인 윤경림 대표이사를 내정하자 KT를 향한 정치권의 압박과 수사가 본격화됐고, 윤 전 내정자도 결국 사임했다. 야당과 노조, KT 소액주주들은 민영화된 기업 KT를 향한 정치권의 과도한 압박에 반발했다.

KT 안팎에선 KT 이사회 책임론도 제기된다. ‘KT 카르텔’이라는 비판이 예상되는 상황서 현 이사회 멤버를 지속적으로 차기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외압을 버티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KT 다수 노조인 KT 노조는 지난 3월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해야 한다. 그리고 즉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서 경영 공백을 없애고 조합원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대표이사 선임 관련 정관이 개정되면서 외부 입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대표이사 후보자에 관한 주주총회 의결 기준이 상향된 것이 외부 낙하산 방지에는 긍정적이지만 국민연금의 입김이 반영될 수 있는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거세지는
외부 입김

당초 구 전 대표를 ‘연임우선심사 제도’를 통해 후보자로 올리며 짬짜미로 후보자를 선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외부 비판을 의식한 KT는 ‘연임우선심사 제도’를 폐지하고 주주 추천을 비롯해 전문기관 추천, 공개모집을 통해 외부 대표이사 후보군을 물색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사내 후보군을 선발하기로 바꿨다.

대표이사 선임에 주주 추천이 추가된 만큼 KT 지분율이 높은 국민연금과 2대 주주 현대차그룹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연금은 KT 지분 8.27%를 가지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 4.69%, 현대모비스 3.1% 등 총 7.79%의 KT 지분을 가지고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번 변경안으로 사내이사의 역할이 대폭 축소됐다는 점이다. 사내서 대표이사 후보를 뽑고, 후계자 육성 업무를 하게 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경우 사내이사는 배제됐다.

특히 사내이사 수 역시 3명서 2명으로 축소됐다. 복수 대표이사 제도도 폐지됐고 대표이사 1인 중심 경영체제로 전환해 대표이사의 책임이 더욱 강화될 계획이다.

KT가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기보다는 탈 많은 지배구조를 엎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외부 평가기관으로부터 문제없다는 평가를 받지만 ‘대리인 문제’는 수십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리인 문제는 주주와 경영자 간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데서 생긴다.

KT 같은 소유분산기업일수록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리인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학계도 주식회사 소유권이 분산돼있으면 경영자를 향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통상 소액 주주는 경영자에 대한 모니터링 비용(Monitoring Cost)이 견제와 감시로 예상되는 이익보다 크다.

모니터링 비용은 소액 주주가 전적으로 부담하지만, 모니터링에 따른 이익은 지분율에 비례해서다. 견제와 감시에 허점이 있어 KT 경영자가 회사를 지배하기 쉬워진다.

최근 KT 이사회 운영구조만 봐도 알 수 있다. KT 이사회 정원은 총 11명으로, 사내 3명, 사외 8명이었다. 구 전 대표 체제에서는 사내 2명, 사외 8명이 이사회를 이끌었다. 겉으로 보기엔 외부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사내이사보다 많아 관리·감독이 수월하다고 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불 보듯
뻔한 인사

업계에서는 현재의 사태가 이강철 전 사외이사와 남중수 전 KT 사장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 전 이사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참여정부서 정무특별보좌관과 시민사회수석(전 정무특보)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노무현정부 시절 남 전 사장이 KT 수장으로 임명됐을 때 인연을 맺었다.

이 전 이사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황창규 당시 회장 체제서 영입된 ‘코드인사’로 알려져 있다. 통신업계를 떠나 있던 ‘올드보이’의 이름이 다시 언급되기 시작한 건 구 전 대표가 연임을 각오하면서부터다. 당시 KT 내부에서는 윤석열정부와 연결고리가 거의 없던 구 전 대표가 연임을 마음먹고 모종의 역할을 해줄 인물로 ‘올드보이’들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그러나 구 전 대표는 사퇴했고 자신의 후계자로 최측근인 윤 전 내정자를 지목했다. 윤 전 내정자는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사외이사로,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로 각각 내정했다.

윤석열정부와 인연이 없었던 만큼 기조라도 맞추려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임 전 금통위원은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 캠프’에 특보로 참여했다.

윤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지만 별다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교롭게도 임 전 금통위원은 경기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남 전 사장과 겹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KT가 대통령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얼굴마담’ 전문성 제로
때마다 물갈이 논란 왜?

검찰은 정부여당과 기조를 맞춘 듯 수사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먼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공정위가 지난해 12월12일 KT 자회사인 KT텔레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조사자료 등을 확보했다. 당시 공정위는 KT텔레캅이 시설관리 일감을 특정 업체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확인할 목적으로 현장 조사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수사 초기에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자료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구 전 대표와 윤 전 내정자는 지난 4월7일,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로부터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구 전 대표 등은 KT텔레캅 일감을 시설관리업체 KDFS에 몰아주고 구 전 대표의 형을 불법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사회를 장악하고자 사외이사들에게 부정한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고발장에 담겼다. 구 전 대표 등은 KT가 소유한 호텔서 납품 대금 부풀리기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를 정치권의 로비 자금으로 사용한 의혹도 받는다.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사외이사들에게 부정한 향응을 제공했다는 혐의로도 고발됐다.

검찰은 4월29일에는 KT 법무실 장모 전무를, 지난 5월5일에는 이모 전 KT 경영관리부문장(부사장)을 각각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전 부사장은 KT그룹 소유의 호텔 운영을 담당하는 KT에스테이트의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공정위 자료를 확보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검찰은 제기된 의혹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구 전 대표가 자신의 친형이 운영하는 기업을 현대차그룹을 통해 불법 지원했다는 의혹에 관한 수사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현대차가 구 전 대표 친형이 운영했던 커넥티드카 솔루션 기업 ‘에어플러그’를 2021년 7월 거액에 인수하면서 불법 지원이 이뤄졌다는 의혹이다.

당시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던 에어플러그를 현대차가 비싸게 사주고, KT 자회사를 통해 보은성 투자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KT는 의혹 전반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이다. KT는 “관리업체 선정 및 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 없다”며 KT텔레캅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반박했다. 정치권 로비 자금 사용 의혹에 관해서는 “임의로 이익을 사외 유출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외이사진 장악을 위해 향응·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봐주기 없다”
검 수사 속도

KT의 두 노조는 정치권과 이사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KT노조는 당시 입장문을 통해 “대표 선임에 따른 혼란은 회사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전망으로 이어져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며 “주주총회서 KT의 1·2대 대주주가 윤경림 후보자 선임안을 반대할 것으로 전망됨에도 이것을 바꿔내기 위한 어떠한 방안도 실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부 정치권서 민영화된 KT의 성장 비전에 맞는 지배구조의 확립과 자율적이고 책임성 있는 대표 선임 절차를 훼손하면서 외압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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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