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발 낙하산’ 외풍 부는 KT 막전막후

또 다시 시작된 꼭대기 쟁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KT가 어김없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랬던 터라 일상적이라는 분위기다. 다만 검찰의 칼끝에 서 있어 유독 뒤숭숭하다. 특히 윤석열정부 입맛에 맞는 대표이사 선임을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의 입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정관 및 규정이 변경되거나 보수 정부 장·차관 출신 사외이사가 내정된 것이 그 이유다.

KT의 차기 대표이사를 뽑는 사외이사에 박근혜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낸 인물과 이명박정부 환경부 차관을 지낸 법조계 ‘올드보이’가 내정됐다. 대표이사 자격요건에는 ‘정보통신 전문성’도 삭제됐다. 차기 오너 자리에 ‘정권 낙하산’이 꽂히는 건 익숙하지만 사업 운영 능력조차 없을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여권 인사
내리꽂기

KT 사외이사에 내정된 최양희 한림대 총장과 윤종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은 각각 박근혜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명박정부 환경부 차관을 지냈다. KT는 지난 9일, 이들 외에도 5명의 새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KT가 발표한 사외이사 최종 후보는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곽우영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이승훈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다.

곽우영·이승훈·조승아 후보는 주주 추천을 받은 인사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윤석열정부 미디어 정책 전반을 수립하는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KT는 새로운 대표이사 선출 방식과 기준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격요건에 ‘정보통신 전문성’ 항목을 삭제하고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 등 4가지 항목으로 변경했다. 이 때문에 사업 운영 능력이 없는 인물이 오너로 선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일자 KT 측은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이 빠진 게 아니라 산업 전반 전문성으로 확대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KT 새 노조는 성명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 면면을 보면 현 대통령 자문위원회 소속, 박근혜정부 장관 출신, 대주주인 현대자동차 출신 등이 보인다”며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자의 자격요건서 정보통신 전문성을 산업 전문성 등으로 변경하는 등 낙하산 CEO를 선출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누누이 강조된 소액주주, 소비자, 종업원 등 이해당사자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차기 대표이사 선출 기준도 기존 주주총회 출석 주주의결권 ‘50% 이상’서 ‘60% 이상’의 찬성으로 변경했다. 연임 후보의 경우, 의결 참여 주식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를 거쳐야만 대표가 될 수 있도록 했다. KT 경영진이 이사회를 통해 ‘셀프 연임’을 한다는 비판에 대응한 조치로 해석된다.

윤정부 입맛 맞는 대표 선임 관측
보수 장차관 출신 사외이사 내정

이번 사외이사 선임은 외부 인사로 구성된 40여명의 인선자문단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논의를 거쳐 확정됐다. 그러나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KT 새노조는 “후보 선정 과정에 참여한 인선자문단이 여전히 누군지 모르고 어떤 기준으로 선임했는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선정된 후보가 어떤 주주의 추천인지 등도 여전히 불투명한 영역으로 남게 되어 당분간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은 계속해서 진통을 겪어왔다. 지난해 구현모 전 대표이사 연임 결정에 KT의 대주주이자 정부의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내 재공모가 치러졌다. 재공모에 도전했던 구 전 대표가 급작스럽게 중도 사퇴했다.


재공모 결과 KT이사회가 KT 출신인 윤경림 대표이사를 내정하자 KT를 향한 정치권의 압박과 수사가 본격화됐고, 윤 전 내정자도 결국 사임했다. 야당과 노조, KT 소액주주들은 민영화된 기업 KT를 향한 정치권의 과도한 압박에 반발했다.

KT 안팎에선 KT 이사회 책임론도 제기된다. ‘KT 카르텔’이라는 비판이 예상되는 상황서 현 이사회 멤버를 지속적으로 차기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외압을 버티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KT 다수 노조인 KT 노조는 지난 3월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해야 한다. 그리고 즉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서 경영 공백을 없애고 조합원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대표이사 선임 관련 정관이 개정되면서 외부 입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대표이사 후보자에 관한 주주총회 의결 기준이 상향된 것이 외부 낙하산 방지에는 긍정적이지만 국민연금의 입김이 반영될 수 있는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거세지는
외부 입김

당초 구 전 대표를 ‘연임우선심사 제도’를 통해 후보자로 올리며 짬짜미로 후보자를 선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외부 비판을 의식한 KT는 ‘연임우선심사 제도’를 폐지하고 주주 추천을 비롯해 전문기관 추천, 공개모집을 통해 외부 대표이사 후보군을 물색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사내 후보군을 선발하기로 바꿨다.

대표이사 선임에 주주 추천이 추가된 만큼 KT 지분율이 높은 국민연금과 2대 주주 현대차그룹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연금은 KT 지분 8.27%를 가지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 4.69%, 현대모비스 3.1% 등 총 7.79%의 KT 지분을 가지고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번 변경안으로 사내이사의 역할이 대폭 축소됐다는 점이다. 사내서 대표이사 후보를 뽑고, 후계자 육성 업무를 하게 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경우 사내이사는 배제됐다.

특히 사내이사 수 역시 3명서 2명으로 축소됐다. 복수 대표이사 제도도 폐지됐고 대표이사 1인 중심 경영체제로 전환해 대표이사의 책임이 더욱 강화될 계획이다.

KT가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기보다는 탈 많은 지배구조를 엎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외부 평가기관으로부터 문제없다는 평가를 받지만 ‘대리인 문제’는 수십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리인 문제는 주주와 경영자 간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데서 생긴다.

KT 같은 소유분산기업일수록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리인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학계도 주식회사 소유권이 분산돼있으면 경영자를 향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통상 소액 주주는 경영자에 대한 모니터링 비용(Monitoring Cost)이 견제와 감시로 예상되는 이익보다 크다.

모니터링 비용은 소액 주주가 전적으로 부담하지만, 모니터링에 따른 이익은 지분율에 비례해서다. 견제와 감시에 허점이 있어 KT 경영자가 회사를 지배하기 쉬워진다.

최근 KT 이사회 운영구조만 봐도 알 수 있다. KT 이사회 정원은 총 11명으로, 사내 3명, 사외 8명이었다. 구 전 대표 체제에서는 사내 2명, 사외 8명이 이사회를 이끌었다. 겉으로 보기엔 외부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사내이사보다 많아 관리·감독이 수월하다고 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불 보듯
뻔한 인사

업계에서는 현재의 사태가 이강철 전 사외이사와 남중수 전 KT 사장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 전 이사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참여정부서 정무특별보좌관과 시민사회수석(전 정무특보)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노무현정부 시절 남 전 사장이 KT 수장으로 임명됐을 때 인연을 맺었다.

이 전 이사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황창규 당시 회장 체제서 영입된 ‘코드인사’로 알려져 있다. 통신업계를 떠나 있던 ‘올드보이’의 이름이 다시 언급되기 시작한 건 구 전 대표가 연임을 각오하면서부터다. 당시 KT 내부에서는 윤석열정부와 연결고리가 거의 없던 구 전 대표가 연임을 마음먹고 모종의 역할을 해줄 인물로 ‘올드보이’들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그러나 구 전 대표는 사퇴했고 자신의 후계자로 최측근인 윤 전 내정자를 지목했다. 윤 전 내정자는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사외이사로,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로 각각 내정했다.

윤석열정부와 인연이 없었던 만큼 기조라도 맞추려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임 전 금통위원은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 캠프’에 특보로 참여했다.

윤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지만 별다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교롭게도 임 전 금통위원은 경기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남 전 사장과 겹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KT가 대통령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얼굴마담’ 전문성 제로
때마다 물갈이 논란 왜?

검찰은 정부여당과 기조를 맞춘 듯 수사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먼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공정위가 지난해 12월12일 KT 자회사인 KT텔레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조사자료 등을 확보했다. 당시 공정위는 KT텔레캅이 시설관리 일감을 특정 업체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확인할 목적으로 현장 조사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수사 초기에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자료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구 전 대표와 윤 전 내정자는 지난 4월7일,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로부터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구 전 대표 등은 KT텔레캅 일감을 시설관리업체 KDFS에 몰아주고 구 전 대표의 형을 불법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사회를 장악하고자 사외이사들에게 부정한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고발장에 담겼다. 구 전 대표 등은 KT가 소유한 호텔서 납품 대금 부풀리기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를 정치권의 로비 자금으로 사용한 의혹도 받는다.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사외이사들에게 부정한 향응을 제공했다는 혐의로도 고발됐다.

검찰은 4월29일에는 KT 법무실 장모 전무를, 지난 5월5일에는 이모 전 KT 경영관리부문장(부사장)을 각각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전 부사장은 KT그룹 소유의 호텔 운영을 담당하는 KT에스테이트의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공정위 자료를 확보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검찰은 제기된 의혹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구 전 대표가 자신의 친형이 운영하는 기업을 현대차그룹을 통해 불법 지원했다는 의혹에 관한 수사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현대차가 구 전 대표 친형이 운영했던 커넥티드카 솔루션 기업 ‘에어플러그’를 2021년 7월 거액에 인수하면서 불법 지원이 이뤄졌다는 의혹이다.

당시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던 에어플러그를 현대차가 비싸게 사주고, KT 자회사를 통해 보은성 투자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KT는 의혹 전반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이다. KT는 “관리업체 선정 및 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 없다”며 KT텔레캅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반박했다. 정치권 로비 자금 사용 의혹에 관해서는 “임의로 이익을 사외 유출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외이사진 장악을 위해 향응·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봐주기 없다”
검 수사 속도

KT의 두 노조는 정치권과 이사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KT노조는 당시 입장문을 통해 “대표 선임에 따른 혼란은 회사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전망으로 이어져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며 “주주총회서 KT의 1·2대 대주주가 윤경림 후보자 선임안을 반대할 것으로 전망됨에도 이것을 바꿔내기 위한 어떠한 방안도 실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부 정치권서 민영화된 KT의 성장 비전에 맞는 지배구조의 확립과 자율적이고 책임성 있는 대표 선임 절차를 훼손하면서 외압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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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