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극악무도’ 7명 죽인 연쇄살인범 풀스토리

유영철, 정남규…그들보다 더 무서운 놈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8년 전, 비오는 목요괴담의 주인공인 연쇄살인범이 강도 살인 등의 추가범행으로 경찰에 검거됐다. 이로써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 했던 미아동 부녀자 살인사건의 실마리가 풀렸다. 범인의 추가범행이 표면으로 드러난 정황에는 공범이 죽기 전 양심고백을 선언한 데에 있다.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마들이 활개 치던 시절. 그 이면에는 이들이 있었다.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 했던 비오는 '목요괴담'의 실체가 밝혀졌다. 괴담의 주범은 바로 성동구치소에 무기징역으로 복역 중인 석촌동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모(46)씨. 이씨의 추가범행은 무기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7월 간암으로 사망한 공범 이모(64)씨의 양심고백으로 드러나게 됐다. 이들은 무직의 고향선후배 사이로 마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도 및 절도행위를 일삼아 왔으며 대부분 환각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다보니 별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총 7명 살해, 20여 개에 달하는 강도와 절도, 살인미수 행위 등 마약구매 이외의 특별한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묻지마 범죄를 저질러온 이씨 일행의 무자비한 연쇄살인 풀스토리를 나열해본다.

절도·강간·살인 등
각종 강력범죄 저질러

지난 1995년 7월, 필로폰을 투약한 뒤 환각상태였던 공범 이씨는 전북 익산 소재의 도로 노상에서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신원 불명의 한 피해자를 들이받고 사망케 했다. 이후 범행이 발각될까 두려웠던 그는 인근 야산에 시체를 암매장했다.

약 6년 뒤 이씨는 범행 장소로 또 다시 전북 익산을 선택한다. 그는 2001년 2월25일 전북익산 소재의 교보서적에서 손님으로 가장해 서점에 침입했다. 이날 역시 필로폰을 투약한 뒤였다. 그는 환각상태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 1명을 칼로 위협한 뒤 여성을 서점에서 끌고나와 강간 후 무참히 살해했다.

유영철, 정남규 등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마가 기승을 부리던 암흑의 2003∼2005년에는 일명 ‘서울판 살인의 추억’도 국가 불안조성에 힘을 더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지난 2004년 1월부터 미아동을 포함한 서울시내 서남부권에서 비오는 목요일 새벽에 여성만 대상으로 하는 묻지마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부녀자들이 외출하기를 두려워할 정도였다. 유영철에 이어 정남규 같은 사이코패스형 연쇄살인마가 전국을 뒤흔들면서 사회적 분위기는 점차 악화됐고 시민들은 매일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비 오는 새벽에 발생한 사건인 점을 꼽아 ‘비오는 목요일 새벽괴담’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이 중 강북구 미아동에서 발생한 묻지마 부녀자 살인사건은 끝까지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사건으로 남아있었다. 공범 이씨가 사망을 앞두고 양심고백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2004년에 들어와 이들의 습관적 범행은 지푸라기에 불붙듯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비오는 목요일마다 ‘서울판 살인의 추억’ 재현
마약 구매 위해 20차례 무차별적 강도·절도 행각

지난 2004년 1월 이씨 일행은 마약자금을 대기 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신문사 직원을 가장했고, 남모씨의 승용차에서 금품을 훔치려다 남씨에게 발각되자 칼로 피해자의 오른팔을 찌른 후 곧바로 도주했다.

다음 달에도 그들의 범행은 멈추지 않았다. 2월 말 즈음 이씨 일행은 환자로 가장해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이비인후과에 침입했다. 당시에도 그들은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의사를 위협한 후 현금 2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8월15일 오후 1시경에는 미제로 남을 뻔한 명일동 주부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아파트에 침입해 혼자있는 주부 김모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지갑과 현금 등 금품을 훔쳐 달아나는 등 강도 살인을 저질렀다. 진범 이씨는 사흘 뒤인 8월19일 오전 3시30분쯤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귀가하는 여성 2명을 뒤쫓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그는 특별한 동기 하나 없이 단순히 살인을 하기 위해 힘없는 여성들을 노렸다. 이씨는 채모씨를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히고 10분 뒤 600m 떨어진 골목에서 원모양도 복부 등을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려고 했지만 주민의 신고로 그대로 도주해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명일동 주부살인과 미아동 칼부림은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했지만 죽음을 앞두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 공범 이씨가 경찰에 과거의 추가범행을 털어놓으면서 전말이 드러났다.

이씨 일행의 묻지마 범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들은 지난 2004년 1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 소재의 한 전당포에 침입했다. 그들은 범행 전 마약을 복용한 후 미리 소지한 흉기를 꺼내 전당포 주인 고모씨와 살해한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옆 비디오 가게 종업원 신모군을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끝을 알 수없는
‘묻지마 범죄’

무자비한 살인을 저지른 이씨의 잔인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는 사건 당시 피해자의 “살려달라”는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숨질 때까지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난자했다. 이씨 일행은 두 명을 연쇄살해 후 현금 1500만원 상당을 갈취해 그대로 달아났다. 이 사건은 ‘석촌동 연쇄살인 사건’으로불렸고 흉악범죄 중 하나로 꼽히며 전 국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같은 해 10월에도 이들은 원한관계가 전혀 없는 부녀자들을 흉기로 8∼10차례나 찔러 살해했다. 그 당시에도 이씨 일행은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에서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빌라에 침입해 김모씨 등 2명을 추가 살해하고 현금카드를 빼앗아 50만원을 인출했다.

공범 이씨도 다음해인 2005년 1월 길거리에 세워진 승용차에서 담배 한 갑을 빼가려다 피해자가 항의하자 흉기를 휘두르는 등 단독범행을 감행했다.

1월8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성형외과에 침입해 원 내 직원들을 상대로 흉기 등으로 위협한 후 현금 210만원을 갈취하는 등 지속적으로 강력범죄를 저질렀다.

이씨는 공범 이씨와 함께 2004년 8월16일 첫 범죄를 저지른 이후 2005년 3월16일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8개월 동안 주요 6건의 강도 살인·상해를 단독 또는 공동으로 저질러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특히 2010년 이들이 무기형을 복수로 받게 된 경위에는 교도소 내에서 주고받은 편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등은 “우리가 죽인 사람 알려지면 강호순·유영철은 게임도 안 돼” “송파구 방이동에서 죽인 사람이 자꾸 떠올라 괴롭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주고받다가 진범 이씨의 살인 4명, 강도 2건의 추가 범행이 자연스럽게 들통 났다.

공범의 양심고백에
범죄 순순히 시인

그러다 한 강력계 형사가 이씨 일행의 추가 살인 범행이 더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그는 1년6개월 동안 약 16차례에 걸쳐 이씨 등이 수감돼있는 서울구치소와 경북북부 제1교도소를 찾아가 끈질기게 범행을 추궁했다. 공범 이씨는 매번 범행사실을 부인해 오다가 간암으로 사망하기 일주일 전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추가 범행을 털어놓았다.

그의 고백으로 인해 드러난 추가범행은 강도살인 1명과 살인미수 2건이었다. 그는 또한 진술 중 자신이 저지른 엽기적이고 잔인한 행위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지인의 병든 어머니를 위해 과거 자신이 죽인 사람의 머리를 파내서 끓여 먹인 적 있다”고 말해 충격을 줬다.

이 사실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의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이씨도 희대의 연쇄살인마들과 같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양심고백을 한 공범 이씨에 이어 진범 이씨도 자신의 무자비한 범죄행위에 대해 깊이 반성,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힘으로써 추가 범행을 시인했다. 간암으로 사망한 공범 이씨의 경우 2차례에 걸친 현장검증을 통해 범죄사실이 입증됐고 진범 이씨는 추가 강도 살인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특히 진범 이씨의 경우 기존에 있던 두 번의 무기형에서 최근 추가 범행사실이 밝혀져 일각에서는 그가 사형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로써 3건의 장기미제사건을 모두 해결하게 된 셈이 됐다.


환각상태서 묻지마 범행
무기서 사형 가능성 높아

이번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씨 일행은 2004년 8월경부터 2005년 2월 중순까지 모두 16회에 걸쳐 5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강취했고 이는 모두 마약자금 마련에 동기를 뒀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대부분의 범행을 환각상태에서 저지르다보니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거나 금품을 빼앗고 총 7명의 달하는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에서 이들을 두고 무기형 선고를 내릴 당시 판결문을 토대로 범죄 행각을 분석해 보면 이씨와 공범 이씨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범 이씨는 어릴 때 모친이 재혼한 뒤 계부와 생활하다 중학생이 될 시점 가출을 결심했다. 어디 하나 정 붙일 곳 없었던 그는 어둡고 냉정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며 일찌감치 범죄의 세계로 뛰어 들었다.

강호순·유영철·정남규와 같은 사이코패스형 연쇄살인범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유년시절 문제가 이씨에게도 있었던 것이다. 공범 이씨 역시 진범 이씨 못지않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가정 내 폭력까지 일삼았다.

이들은 전형적 사이코패스의 일환인 범죄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는 반사회적 성향이 강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들은 반성하지 않고 언제라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교화 여지가 없고 위험성이 큰 만큼 피고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킬 필요가 크다”고 판결했다.

궁극적인 원인 찾아
사회적 문제 해결해야


사이코패스형 연쇄살인범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불우한 유년시절을 많이들 떠올리곤 하는데 전문가들은 원인이 꼭 이것 뿐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 범죄심리학 전문가는 “불우한 유년시절과 사회적 스트레스가 연쇄살인의 주요한 원인은 아니다. 힘들고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 대신 칼과 도끼를 마구 휘둘러댐으로써 회피해버리는, 보다 쉽고 비겁한 방법을 선택한 연쇄살인범의 자유의지가 결정적 요인이자 궁극적인 원인”이라며 “그들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나 시설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Tip>

<희대의 연쇄살인마 총집합>

 

[김대두] 1975년 8월13일부터 10월7일까지 55일 동안 전라남도 광산군에서 마을 주민 안종현(63)씨 살인을 시작으로 무안군, 경기도 평택시, 서울 등지로 총 9차례에 걸쳐 17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 최초의 연쇄살인으로 불릴 만큼 전국을 들썩인 사건이다.

[지존파] 1993년 7월부터 1994년 9월까지 김기환 등 지존파 일당 7명이 5명을 연쇄살인한 사건. 지존파는 애당초 연쇄살인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단순히 부유층이 싫다는 이유로 연쇄살인을 저질렀고 인육까지 먹는 등 극히 야만적인 행위를 일삼기도 했다.

[정두영] 1999년 6월부터 강도를 저지르며 약 17명을 살상했다. 그는 당시 18세였던 1988년 불심검문 중인 방범대원 김찬일씨를 살해, 11년간 복역 후 출소했다. 1999년 출소 후 10개월 동안 19번의 강도행각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9명을 살해했다.

[유영철] 2003년부터 2004년 7월까지 부녀자 약 20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는 이혼 후 여성에게 더욱 혐오감을 느꼈으며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주로 노렸다. 살해 수법도 매우 잔인한 점을 미루어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정남규] 2004년 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13명의 시민을 살해했다. 그 역시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았다. 그는 경기도 부천에서 윤기현군과 임영규군을 납치·살해했고 수도권 일대의 귀가하는 여성들을 노려 무차별적으로 살해하거나 거주지에 침입 후 방화한 혐의도 있다.

[강호순] 2006년 1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경기도 서남부일대에서 연쇄적으로 7명의 여성을 납치·살해했다. 그는 호감형 외모의 소유자로 여성들이 아무 의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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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