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에이치씨, 대기업 올라선 신흥 재벌

‘알콩달콩’ 지붕 두 집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고려에이치씨그룹이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M&A로 몸집을 키우거나 곁눈질이 아니라, 알짜배기 계열사의 놀라운 활약으로 얻어낸 결과물이다. 창업주 집안을 밀어내고 경영권을 장악한 사돈 연합이 한껏 부각되는 양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 발표했다. 자산총액 기준 5조원을 넘긴 기업집단을 따로 분류한 것으로, 이 명단에 이름에 올렸다는 건 공식적으로 ‘대기업’으로 분류됐음을 의미한다. 

올해는 82개 기업집단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신규 지정된 기업집단은 ▲LX그룹 ▲에코프로그룹 ▲고려에이치씨그룹 ▲글로벌세아그룹 ▲DN그룹 ▲한솔그룹 ▲삼표그룹 ▲BGF그룹 등 총 8곳이다. 이들 가운데 고려에이치씨그룹은 대중에게 유독 낯설게 느껴지는 해운 관련 기업집단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거물급으로

지난해 말 기준 고려에이치씨그룹 자산총액은 6조1000억원으로, 대기업 가운데 69위에 해당한다. 고려에이치씨그룹은 전년(3조8200억원) 대비 2조원 이상 자산을 늘리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될 수 있었다. 

고려에이치씨그룹의 핵심 사업회사는 그룹의 모태인 고려해운이다. 고려해운은 컨테이너선박 운송업을 영위하는 곳으로, 해당 분야에서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10위권으로 평가받는다. 


고려해운은 최근 2년간 엄청난 실적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별도 기준 2020년 1조8852억원이었던 매출은 이듬해 3조593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03억원에서 1조4544억원으로 급증했다.

2021년이 급격한 실적 상승세를 나타낸 시기였다면, 지난해는 이 같은 기류가 일회성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1년이었다. 고려해운의 지난해 말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8619억원, 1조7785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36.6%였다.

고려해운의 엄청난 실적 상승세는 고려에이치씨그룹이 대기업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고려에이치씨그룹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이유를 “고려해운 및 고려에이치씨의 순이익 증가에 따른 자산 증가”라고 밝힌 바 있다.

고려해운이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한다면, 고려에이치씨는 지배구조상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룹은 2012년 고려에이치씨가 설립된 이후 지주사 체제로 개편이 이뤄졌고, 이후 고려에이치씨는 나머지 계열사를 통솔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이 무렵 완성된 ‘오너 일가→고려에이치씨→고려해운→여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는 지금껏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외길 걸으며 쓸어 담은 돈
사돈 연합체 ‘탄탄대로’

눈여겨볼 부분은 고려에이치씨를 축으로 하는 그룹 지주사 체제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오너 일가가 교체됐다는 점이다. 고려에이치씨그룹 창업주는 1954년 고려해운을 설립한 이학철 전 회장이지만, 창업주 일가는 2004년 이후 사실상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


이 무렵 창업주 일가를 대신해 그룹 경영권을 장악한 건 전문경영인 출신인 박현규 해사문제연구소 이사장 집안과 신태범 KCTC 회장 집안이었다. 두 집안은 고려해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고, 2007년부터 박현규 이사장의 아들인 박정석 회장과 신태범 회장의 아들인 신용화 사장이 공동으로 대표이사를 맡는 구도가 형성됐다. 

사돈이라는 남다른 연결고리는 두 집안이 같은 목표를 지향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박정석 회장은 신용화 사장의 누이인 신정애씨와 부부의 연을 맺고 있다.

고려에이치씨를 내세워 지주사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두 가문의 그룹에 대한 지배력은 한층 공고해졌다. 당장 고려에이치씨는 두 가문에서 출자해 설립됐고, 지난해 말 기준 박정석 회장과 그의 동생인 박주석 이사가 각각 24.7%, 박정석 사장의 동생 주석씨가 23.8% 보유 중이다. 신용화 사장 일가는 43.3%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창업주 일가는 전문 경영인 출신인 ‘박-신 연합’에 경영권을 빼앗겼고, 지주사 주식 보유량이 전무하지만, 영향력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창업주의 아들인 이동혁 전 회장은 고려해운 지분 40.87%를 보유한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바뀐 왕위

다만 이동혁 전 회장은 지분율 6%p 격차로 고려해운에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려에이치씨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고려해운을 지배하는 위치를 점유했고, 큰 틀에서 이 같은 구도는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고려해운 지분 42%가 고려에이치씨 휘하에 놓여 있으며, 박정석 회장도 지분 2.8%를 직접 보유 중이다. 박주석 이사도 2.07%를 직접 보유한 것으로 추산되며 ‘박-신 연합’ 우호세력의 고려해운 지분율 총합은 46.87%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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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