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특검’ 정의당 배신론, 왜?

“그래서 미는 거야 마는 거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야권을 중심으로 논의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의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해 2개의 문턱을 남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기에는 부담이 있었으나 갑작스레 정의당이 입장을 뒤집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 적어도 4월 임시국회 안에 처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의당은 이달 초까지 국민의힘과 ‘50억 클럽 특검법’ 협상을 이어왔다. 더불어민주당과의 교감을 중단하고 소통을 이어갔으나 인내심에 한계가 온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직을 방패막이로 추가 회의 일정도 잡지 않는 등 소극적 행보를 보인 탓이다. 민주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계획이다.

소극적 행보
적극적 추진

50억 클럽 특검법은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그간 국민의힘과 소통해온 정의당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패스트트랙은 국회법 제85조의2에 따라 긴급하고 중요한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일정 기간 내에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도록 하는 제도다. 국회의원 전체 혹은 소관 상임위원회 재적 의원 과반수의 서명을 받아 국회의장이나 위원장에게 제출하면 패스트트랙 지정이 가능하다.

이후 표결을 진행해 국회의원 전체 또는 상임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해당 법안은 패스트트랙이 된다.


앞서 국민의힘은 현재 대장동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어 특검법 추진이 옳지 않다고 반대해왔다. 정의당은 국민의힘의 이 같은 기조를 받아들이지 못한 모양새다. 민주당이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서 50억 클럽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에 동참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의당은 4월 임시국회 안으로 50억 클럽 특검법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확정했다.

법사위에서 절차를 밟아 특검법을 통과시키려던 정의당이 입장을 바꾼 것은 최근 법안심사1소위에서 일어난 국민의힘 소속 소위원들의 항의성 퇴장의 여파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소속 소위원들은 지난 11일 열린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특검 추천 권한과 수사 대상 등을 문제 삼아 항의한 뒤 퇴장했다.

이로써 50억 클럽 특검법은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의결된 특검법은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법안에는 비교섭단체서 특검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만 50억 클럽 특검법이 당장 법사위 전체회의서 다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법사위 의결을 위한 전체회의 상정 권한은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쥐고 있는 탓이다.

정의당 입장이 정리되자 민주당은 이달 중으로 50억 클럽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함께 이달 내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당 정책조정회의서 “어제(12일) 이정미 대표가 ‘법사위서 50억 특검법이 지체된다면, 4월 임시국회 내에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나서겠다’고 했다. 김 여사 특검법도 함께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며 “비록 늦었지만 정의당의 진전된 결단을 다행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특검법 법안심사소위 민주당 의결로 통과
국힘 반발 집단퇴장 여파? 돌연 입장 선회

국민의힘의 반대는 여전하다. 여당 소속 법사원들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대체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을 배제한 채 50억 클럽 특검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특별검사 제도는 수사가 미진하거나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못할 경우 보충적이고 예외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공조가 확실시되면서 50억 클럽 특검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오는 27일 본회의서 특검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큰 편이다. 패스트트랙 지정 요건은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 찬성이다. 다만 패스트트랙에 180석이 필요한 만큼 민주당 169석과 정의당 6석 외에도 5석 이상이 더 있어야 한다.

그 때문에 소수당과 무소속 의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가도 특검이 꾸려지는 데 두세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최장 240일이 지난 뒤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대장동 사건을 화두로 띄울 수 있다.

야권의 쌍특검 맹공을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회의론이 나온다.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의 1심 무죄 판결을 계기로 50억 클럽 의혹을 명확하게 규명하자는 취지의 특검법의 실제 내용이 대장동 의혹 전반을 포괄하는 데다 수사 대상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까지 포함될 수 있어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특검이 직접 곽 전 의원의 무죄 판결을 뒤집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이 과거 발의한 50억 클럽 특검법안에는 ▲50억 클럽 등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자들의 불법자금 및 부당한 이익 수수·요구·약속 및 공여 등 의혹 ▲대장동 개발을 위한 사업자금 및 개발수익과 관련된 불법 의혹 ▲천화동인 3호 소유자 등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자들의 부동산 거래 특혜 및 불법 의혹 ▲1~3호까지의 의혹 등과 관련한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으로 정하고 있다.

보충적이고
예외적으로

수사 대상으로 50억 클럽 의혹을 넘어 대장동 의혹 전반을 포괄하는 식이다.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들어갔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의 누나는 성남의뜰로부터 배당받은 개발 수익으로 2019년 윤 대통령 부친으로부터 집을 샀다는 의혹을 받는데, 특검법은 이 부분까지 들여다보겠다고 명시했다.

법안 통과가 현실화된다고 해도 곽 전 의원에 대한 공소 유지는 검찰이 계속 담당한다. 이 같은 한계점 때문에 특검이 직접 곽 전 의원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특히 법안 통과 직전 검찰이 관련자들을 재빠르게 재판에 넘기거나 윤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면 민주당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검찰은 뒤늦게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수사를 재개했다. 기소 후에는 동일 범죄사실로 압수수색할 수 없기에, 새로 인지한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지난 11일 호반건설과 부국증권 사무실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곽 전 의원 부자의 뇌물 및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발부받은 영장이다.

우선 검찰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새로 적용해 입건했다. 개편 전 수사팀은 곽 전 의원에게 뇌물 및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공소장을 구성했다. 다만 1심에서는 이 두 혐의가 무죄로 판단됐다.

이전 수사팀은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혐의로는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 수사팀이 이 혐의를 새로 인지해 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다. 검찰은 화천대유가 2021년 2월,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에게 퇴직금, 성과급 등 명목으로 50억원(세금 등 공제 후 약 25억원)을 지급한 것은 뇌물과 알선의 대가라고 보고 있다.

또 이 부분은 산업은행 컨소시엄과도 연관돼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의 컨소시엄 이탈을 무마해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하나은행에게 컨소시엄 이탈을 압박했다는 정황 등을 보강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

뒤늦은
재수사

검찰은 화천대유가 뇌물 및 알선의 대가를 직원인 병채씨의 퇴직금과 성과급 등 명목으로 가장해 지급한 것은 범죄수익을 은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까지 50억 클럽 관련 혐의로 기소된 인물은 공여 혐의를 받는 김씨를 제외하고는 곽 전 의원이 유일하다. 검찰이 곽 전 의원을 기소할 당시 아들 병채씨는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에는 병채씨가 피의자인 뇌물 혐의 고발 사건 등이 남아있고, 범죄수익은닉 혐의도 추가로 입건해서 수사 중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준 것은 수사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 판결 후부터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밝혀왔다.

결국 검찰 수사는 곽 전 의원 부자가 ‘경제 공동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방향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곽 전 의원 1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배척하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미 결혼한 병채씨가 곽 전 의원과 경제 공동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6년차 대리급 직원에게 세금 공제 후에도 약 25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성과급·퇴직금으로 지급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곽 전 의원과 김씨만 재판에 넘겨졌으나 박영수 전 국정 농단 사건 특별검사와 양재식 변호사에 대한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일각에선 정치권의 50억 클럽 특검 논의를 막으려는 명분을 만들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정치권의 특검 논의를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이다.

사실상 ‘적과의 동침’
4월 내 본회의 마무리

우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박 전 특검과 양재식 변호사의 주거지와 사무실, 우리은행 본점·성남금융센터·삼성기업영업본부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결재 서류와 은행 거래내역 등을 확보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김씨 등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를 준비할 때 부국증권 배제 등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청탁하는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한 혐의를 받는다. 양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민간업자와 실무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특검 딸은 화천대유서 일하면서 2019년 9월∼2021년 2월 11억원을 받기도 했다. 박 전 특검 측은 연이율 4.6%, 3년 기한의 정상적인 대출로 회사 회계장부에 대여금으로 처리됐고, 차용증도 있다고 주장했으나 50억 클럽 의혹과 엮이면서 ‘수상한 거래’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의 딸은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8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대장동 업자들과 연결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양 변호사는 박 전 특검이 대표변호사로 있던 법무법인 강남서 일하며 2016년 특검보로서 박 전 특검을 보좌했다. 대장동 민간개발업체에 부산저축은행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로 지목된 조우형씨의 변호를 박 전 특검과 함께 맡기도 했다.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서 대장동 일당은 양 변호사를 영입한 것을 두고 ‘신의 한수’라고 말하기도 한다.

검찰은 이달 8일 김씨를 대장동 범죄수익 390억원 은닉 혐의로 기소한 뒤 이 수익이 로비 명목으로 50억 클럽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 추적을 이어왔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참고인 조사를 거쳐 양 변호사와 박 전 특검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곽 전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회장 등 다른 50억 클럽 범죄 혐의도 계속 추적할 방침이다.

박영수 제외
수사 제자리

검찰의 빨라진 수사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특검 추진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지난달부터 50억 클럽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검찰이 갑작스레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충분히 의혹이 제기돼왔음에도 이제 수사를 시작한 부분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관계자도 “민주당과 추가 논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이달 내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며 “검찰 수사를 무작정 지켜보기만 하자는 국민의힘과의 대화는 배제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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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