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노 재팬’ 운동과 코로나19라는 이중고에 신음했던 유니클로가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예상치 못한 적자를 이겨내고 천문학적인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실적이 양호해지자 일본으로 흘러가는 현금은 급격히 늘었다. 1000억원 육박하는 금액이 일본으로 향하는 구조다.
2004년 12월 출범한 에프알엘코리아는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51%)과 롯데쇼핑(49%)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법인이다. 국내에서 유니클로 브랜드를 통해 의류 및 잡화 등을 수입·판매하고 있다.
역풍 끝났나
에프알엘코리아는 설립 이래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왔다. 본격적인 영업이 이뤄진 2006 회계연도(2005년 9월~2006년 8월)에 204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4년 후 2000억원대를 돌파했고, 2015년에는 단일 브랜드 1조원 매출 달성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후에도 성장세는 계속됐다. 특히 2019년에는 매출 1조3781억원, 영업이익 1999억원을 기록하는 등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 정부가 2019년 7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이 무렵 국내에서는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하면서 이른바 ‘노 재팬(No Japen,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번졌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것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작용했고, 일본 대표 브랜드로 여겨졌던 유니클로는 타깃으로 부각됐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터진 외부 악재로 에프알엘코리아가 유탄을 맞은 형국이었다.
반일 정서도 골치 아픈 마당에 코로나19라는 악재마저 덧씌워졌다. 2019년 말부터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외부 외출 자제 분위기가 형성됐고 대형 점포를 중심으로 영업을 진행해왔던 유니클로 입장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했다.
에프알엘코리아를 덮친 이중고는 실적 급감으로 이어졌다. 2019년에 1조3781억원이었던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은 1년 후 매출은 6298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고, 2000억원에 육박했던 영업이익은 884억원의 적자로 전환됐다. 2021년에는 영업이익 52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지만 매출은 50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이중고’ 끝나자 원상복귀
순이익 뛰어넘은 배당 유출
위기에 직면한 에프알엘코리아는 온라인 사업을 탈출구로 삼았다. 유니클로는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5000원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확대해왔다. 여기에 오프라인에 없는 사이즈를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당일 배송서비스도 실시했다.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는 대신 오프라인 매장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2019년 8월 기준 190개에 달했던 유니클로 매장은 지난해 8월 기준 123개로 줄었다.
체질 개선에 몰두한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2022 회계연도에 매출 7043억원, 영업이익 11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1% 증가했고, 영입이익은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실적이 회복되자 에프알엘코리아는 곧바로 배당을 키웠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배당금 총액을 1400억원(중간배당 500억원, 결산배당 900억원)으로 결정했다. 2021년(중간배당 100억원, 결산배당 900억원 등 총 1000억원)과 비교해 400억원 증대된 액수다. 배당성향은 157.17%에 달했는데, 이는 순이익(890억원)보다 배당으로 빠져나간 금액이 더 컸음을 의미한다.
배당 규모를 키운 여파로 지난해 에프알엘코리아는 빼어난 수익성에도 정작 총자본은 감소했다. 2021년 말 기준 5077억원이었던 이 회사의 총자본은 1년 새 4876억원으로 줄었다.
흘러간 돈
배당에 따라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과 국내 파트너사인 롯데쇼핑은 배당금 수익을 확보했다.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은 지분율에 따라 각각 714억원, 686억원을 수령하게 됐다. 또한 일본 본사는 지난해 에프알엘코리아로부터 로열티와 관리수수료로 각각 148억원, 91억원을 가져갔다. 배당, 로열티, 관리수수료의 총합은 953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