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당간당’ 이재명 구속영장 재청구 시나리오

아직 세 발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검찰이 이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으나 부결과 가결에 큰 차이는 없었다. 검찰의 추가 영장 청구에 힘을 실어준 결과라는 평가다. 실제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되지 않았던 ‘쌍방울 대북송금’과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 등 다른 사건으로 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되지 않았던 쌍방울 대북송금과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 등을 중앙지검과 수원지검이 수사 중이다. 검찰이 구체적 물증을 확보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두 사건 모두 피의자들의 진술이 180도 바뀌면서 이 대표를 가리키고 있다. 같은 사건과 혐의로 추가 영장 청구를 하는 사례가 드문 만큼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한다면 두 사건이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장 미적시
3개 내용은?

검찰은 보강수사 이후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거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백현동·정자동 개발 비리 사건 등 남은 수사를 마무리하고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우려에 비춰 구속 사유가 충분함에도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라 법원의 구속영장 심문 절차를 아예 진행될 수도 없게 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향후 사안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본 건에 대한 보강수사와 함께 현안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 부결 통지 공문이 법무부, 검찰을 거쳐 법원에 전달되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은 심문 없이 기각된다.


검찰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아직 여러 개가 남아 있다. 이 대표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공모해 성남도개공이 적정 배당이익을 받지 못하게 해 4895억원의 손해를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당시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민간업자를 시행사로 선정해 8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도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수사한 성남FC 후원금 의혹도 영장 청구 사유에 포함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천화동인 1호 지분 일부(428억원)를 차명 보유했다는 의혹도 수사했지만, 이번 영장 청구에서는 내용이 제외됐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428억 약정’ 의혹을 보충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다시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쌍방울·백현동·정자동
세 의혹 추가 수사 보완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정자동 호텔 부지 특혜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백현동 의혹’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1부(부장검사 엄희준)가, 정자동 호텔 비리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가 수사하다 지난달 11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이첩했다.

수원지검이 수사 중인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묶어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영장 재청구를 서두르지 않고, 일단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후 보강수사 및 영장 재청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공소장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김씨를 오는 9일까지 구속수사할 수 있는 만큼 그 안에 최대한 관련 진술을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김씨에게서 만족할만한 진술이 나오지 않는다면 추가 보강수사를 마치는 대로 이 대표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소 시기는 유동적으로 점쳐진다. 위례·대장동 의혹 외에도 백현동·정자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이 줄줄이 수사 중이기에 수사 상황에 따라 기소 시기도 늦춰질 수 있다.

검찰이 이 대표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이번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위례·대장동 사건, 성남FC 사건에 더해 대북송금 사건과 백현동 사건까지 모두 포함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다.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부결이 됐지만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1표 많았던데다, 당초 정치권의 예상과 달리 민주당 내에서 이탈표가 많았다.

태도 바꾸는
핵심 관련자들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체포동의안 표결을 둘러싼 기류가 최근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말 노웅래 의원부터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까지 세 번이나 내리 부결했을 때 지게 될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검찰 역시 이 대표 신병 확보에 또 실패하게 되면 검찰권 남용이라는 비난과 함께 수사로 총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검찰은 우선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압박하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이 전 부지사를 매주 두 번 수요일과 일요일에 불러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수사 중이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재판이 화요일과 금요일에 열린다는 점을 감안한 조처다.

검찰은 최근부터 이 전 부지사에 대해 대질 위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기도 측에 대가를 건네고 부적절한 도움을 받았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대북사업 관련 양측의 ‘연결고리’가 이 전 부지사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성태 대포폰 재판부 증거 인정 관건
키맨 엇갈린 진술 신빙성 다툼도 주목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성 등에 대해 ‘모른다’는 취지로 여전히 부인하고 있으나 김 전 회장을 비롯한 쌍방울 의혹 핵심 관련자들이 기존에 했던 진술을 뒤집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이 전 부지사와 민간단체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안모씨를 대질 조사했다. 아태협은 2018년과 2019년 경기도와 대북교류 행사를 공동 주최한 단체로, 이 행사에 수억원의 비용을 아태협이 부담했는데 실제 비용을 쌍방울이 냈다는 의혹이 있다.

안씨는 21만5040달러와 180만위안을 북측 인사들에게 건넨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이 조사에서 안씨는 기존 입장과 달리 ‘이 전 부지사를 통해 김 전 회장을 알게 됐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는 ‘김 전 회장을 원래 알았다’는 입장이었으나, 이 전 부지사 소개로 2018년 무렵 김 전 회장을 처음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이 바뀐 것이다.

안씨가 진술을 바꾸면서 당초 쌍방울 방모 부회장, 김 전 회장 순으로 이어가려던 대질 계획도 다음 조사로 밀리게 됐다. 방 부회장의 경우 ‘혐의를 부인한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최근 법정에서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방 부회장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돼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추가 영장
통과 가능성

김 전 회장은 최근 대질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 전 부지사에게 ‘모르는 일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취지로 따져 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조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이 대표를 연결 짓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영장 재청구가 확실시되면 이 대표가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기소·불기소 여부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의 판단에 맡겨보는 것이다. 위원회 구성과 운영, 역할 등에 관한 내용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대검찰청 예규)에서 규정한다.

수사심의위가 논의할 수 있는 사건의 기준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다. 국민의 알권리, 사안의 중대성, 인권보호 필요성 등도 고려 요소다. 이재명 대표 사건은 이미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에 이런 기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심의 대상은 ▲수사 계속 ▲기소 및 불기소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이다. 피의자·고소인 등 사건관계인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의 심의를 신청할 수 없다. 이는 검찰 측의 소집 요청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가결 같은 부결 양측에 치명타
검, 물적 증거 확보 여부 핵심

사건관계인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고 무조건 열리는 건 아니다. 2개 관문을 넘어야 한다. 우선 관할 검찰청의 검찰시민위원회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검찰시민위원장이 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일차적으로 판단한다.

심사 대상으로 인정하면 검찰시민위원으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원회’가 꾸려진다. 부의심의위는 신청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안건으로 부칠지 검토한다. 여기서 회부 결정이 내려지면 수사심의위가 개최된다. 기존 사례를 보면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뒤 개최까지 두 달 가까이 걸렸다.

수사심의위원은 150~300명이다.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를 검찰총장이 위원으로 위촉한다. 정당에 가입한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다. 특정 사건의 수사심의위에서 실제 심사를 맡을 위원들은 무작위 추첨을 통해 추려진다. 위원장을 제외하면 15명으로 구성된다.

이 대표의 사건을 대상으로 한 수사심의위에서 ‘수사 중단’과 ‘불기소’라는 결론이 나오면 검찰은 부담을 갖게 된다. 수사심의위 결과는 권고에 불과하기 때문에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기소를 강행할 수도 있지만 ‘주임검사는 심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특히 수사심의위가 이 대표에 대해 불기소 결론을 내놓으면 검찰 수사의 정당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수사심의위
방어권 카드

수사심의위 카드는 위험 부담도 크다. 수사심의위가 이 대표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가 이 대표를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낼 수도 있다. 그러면 검찰 수사에 정당성이 더해지면서 이 대표의 위기는 가속화될 수 있다. 특히 모든 혐의를 부인해온 이 대표가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법원서 무죄를 선고받기 전까지는 ‘사법 리스크’ 꼬리표를 떼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