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뇌물’ 곽상도 무죄 후폭풍

이재명 재판도 흔들리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위기다.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부실 수사 논란까지 일고 있다. 비판을 의식한 검찰은 공소 유지 인력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다. 재판부에서 녹취록과 진술 등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았기에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물적 증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재판부는 대장동 핵심 증거로 꼽히는 ‘정영학 녹취록’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등이 한 주장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난감한 분위기다. 내부서조차 같은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법리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의미한 진술이라고는 하나 쌍방울·대장동·성남FC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가 간접 증거라는 게 검찰에겐 치명타다.

비상식 판단
이례적 무죄

검찰은 지난 13일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1심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곽 전 의원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유죄 판단에 항소장을 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곽 전 의원의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에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1심 판결 중에 제반 증거와 법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사회통념과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항소심서 적극적으로 다툴 방침이라고 밝혔다.

곽 전 의원은 2021년 4월 화천대유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아들 병채씨의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세금 등 제외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곽 전 의원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0억여원, 추징금 25억원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지난 8일, 50억원이 알선 대가나 뇌물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재판부가 ‘곽상도 부자(父子)가 경제적 공동체가 아니다’는 이유로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런 논리가 사회통념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곽 전 의원 부자의 금전 지원 관계, 자금관리 현황을 보면 두 사람의 경제적 공동체를 부인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항소심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또 관련자들의 일관된 진술에도 재판부가 하나은행이 성남의뜰에 참여할 컨소시엄을 이탈하려는 위기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봤지만 이는 증거관계 판단 오류라고 주장했다. 성남의뜰은 2015년 대장동 일당의 화천대유와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대장동 사업 시행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이 컨소시엄이 와해하지 않게 도움을 준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판단했는데, 재판부는 김씨가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부탁해야 할 정도로 위기 상황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이 판단한 전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대장동 핵심 증거로 꼽히는 정영학 녹취록 중 일부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된 ‘전문진술’이라며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점도 반박할 계획이다. 김씨가 법정서 당사자들끼리의 대화라고 인정한 부분, 즉 전문이 아닌 부분도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판단에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다.

“뇌물로 볼 여지 있다”며 “아들 경제적 공동체 아니다”
검찰 전제 자체 무시…김만배 주장 신빙성도 인정 안 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선고 이튿날인 9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1심 판결 분석 내용과 향후 계획 등을 대면 보고받고 엄정 대응을 당부했다. 공판팀장인 유진승 국가재정범죄합수단장에게도 공판 업무에 만전을 기할 것을 대면 지시했다.

송 지검장도 이날 오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던 1차 수사팀 4명으로부터 판결 분석 결과와 향후 공소 유지 계획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는 고형곤 4차장검사와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장이 배석했으며, 공소 유지 대책과 ‘50억 클럽’, 곽 전 의원 아들 고발 등 관련 사건 수사 방향을 논의했다.

이는 ‘뇌물 무죄’ 판결 뒤 가열되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50억 클럽엔 곽 전 의원 외에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회장 등이 거론된다. 곽씨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송 지검장의 지시는 곽씨가 받은 퇴직금 50억원을 뇌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에 일고 있는 국민적 공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곽 전 의원 항소심 재판에 인력을 보충하고 반부패수사3부에 배당했던 이 대표의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 사건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돌려보냈다. 곽 전 의원의 무죄로 50억 클럽에 대한 검찰 수사가 수포로 돌아갔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수원지검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곽 전 의원에 대한 기소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1심 때처럼 곽 전 의원의 아들이 받은 50억원을 곽 전 의원이 받은 것과 동일시해 뇌물수수죄(형법 129조 1항)를 적용하는 대신 제3자뇌물제공죄(형법 130조)로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뇌물수수죄 법리를 배척했다. 공무원이 ‘다른 사람’에게 금품을 받게 한 경우 ‘평소 공무원이 그 다른 사람의 생활비 등을 부담하고 있었거나, 그 다른 사람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서 그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으면 공무원은 그만큼 지출을 면하게 되는 경우’에 공무원이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는 판례에 따른 판단에서다.

인정 못 받은
진술 신빙성

그러나 이 같은 판례에 따라 공무원이 처벌된 사례는 드문 편이다. 검찰은 2015년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의 뇌물수수’ 사건서 STX가 정 총장 장남이 33% 지분을 보유한 요트 회사에 건넨 7억여원의 후원금을 정 총장에게 준 뇌물로 보고 기소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서 최종 무죄 판단을 받았다. 결국 검찰은 파기환송심서 죄목을 제3자뇌물제공죄로 변경했다.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을 알면서도 검찰은 공소장 내용을 변경하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아들 곽씨가 받은 50억원이 곽 전 의원에게 지급됐다고 볼 수 있는 게 상식”이라며 “추가 수사를 통해 법리구성 논리를 제대로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검찰은 아들 곽씨를 뇌물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검찰이 제3자뇌물제공죄로 수사 방향을 틀어도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뇌물수수의 경우 대가성이 포괄적으로 인정되지만 제3자뇌물죄는 구체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이 추가로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가 판결 당시 “호반건설 회장이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컨소시엄 합류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하나은행이 참여하는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와해 위기’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점도 검찰의 어깨에 짐을 더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심 재판부서 이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뇌물공여자와 수뢰자의 상호인식조차 인정되지 않아 묵시적 청탁으로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포괄적 대가성을 인정하는 뇌물수수 혐의를 그대로 끌고 가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8일과 지난 10일 이 대표를 소환해 대장동·위례 사건 혐의에 대해 추궁했다. 당시 검찰은 각각 150쪽, 200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바탕으로 이 대표가 결재한 자료까지 제시하며 압박했고, 이 대표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한방 필요
“추가 수사”

이 대표의 입장은 1차 조사에 출석하면서 검찰과 언론에 공개한 33쪽 분량의 진술서에 담겨있다. 대장동 사업으로 성남시에 손해를 입히지 않았고, 시의 내부정보가 민간업자들에게 흘러갔다고 해도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측근들이 지분을 약속받았다는 천화동인 1호 의혹에 대해서도, 자신은 천화동인 1호의 존재 자체를 언론 보도 전까지 알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지난 16일 이 대표에 대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선 배임과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는 부패방지법 위반,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선 제3자뇌물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성남시와 공사의 내부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등 화천대유가 포함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장동 사업을 통해 민간사업자는 배당금 4054억원 등 7886억원을 수익으로 가져간 반면에 성남시와 공사는 1822억원의 고정이익만 받아갔다. 검찰은 이 같은 수익배분 방식을 설계한 최종 승인·결재권자가 이 대표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조사는 어느 정도 정리됐지만 여전히 규명이 필요한 부분들이 남아 있다.

반부패수사1부에선 ‘대장동 키맨’으로 불리는 김씨의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이다. 검찰은 김씨가 측근인 최우향(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화천대유 이사와 이한성 공동대표에게 대장동 개발수익 275억원을 은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이사와 이 대표를 먼저 재판에 넘긴 검찰은 최근 김씨를 여러 차례 불러 대장동 개발 배당금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검찰은 자금흐름 추적이 대장동 수사의 또 다른 갈래인 50억 클럽 의혹 수사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영학 녹취록’ 증거 인정 안 돼도 뇌물죄 직진?
“제3자뇌물죄” 목소리…부정 청탁 입증 더 어려워

민주당에 이어 정의당이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까지 포함한 ‘대장동 특검법’ 추진에 힘을 싣고 나섰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과 대장동 특검을 병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캐스팅 보트’를 쥔 정의당이 정쟁요소가 상대적으로 덜한 대장동 특검에 방점을 찍으면서 국회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정의당은 지난 11일, 의원단·대표단 연석회의를 열고 이튿날(12일) 대장동 특검 추진을 당론으로 정했다. 곽 전 의원 사건을 포함해 정·관계 인사들이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들에게 거액을 약속받았다는 ‘50억 클럽’ 의혹을 특검으로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회의서 “곽상도 아들의 50억 황제 퇴직금 무죄 판결로 촉발된 대장동 50억 클럽에 대한 온갖 의혹의 해결을 위해 국회 차원의 특검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검찰은 개미투자자들의 돈을 빼앗아 이득을 챙기는 주가조작에 ‘김건희 특검’을 추진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제대로 된 소환수사로 이번 사건에 대해 명백한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검찰 수사 먼저’를 강조하면서 ‘김건희 특검’에는 일단 선을 그은 것이다. 민주당이 검찰의 이재명 대표 수사에 맞불 형식으로 김 여사 수사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대장동과 김 여사 의혹을 ‘쌍특검’으로 추진하면 ‘이재명 방탄론’과 맞물려 정쟁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게 정의당의 판단이다.

김희서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서 “국민적 의혹이 밝혀져야 하는데 정쟁으로 사라져버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적 눈높이서 어떻게 풀어낼지가 정의당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 도입을 위해선 정의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국회법이 규정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사위를 우회해 본회의로 특검법을 올리려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뜻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169석, 민주당 계열 무소속 5석에 정의당 6석을 보태면 꼭 180석이 된다.

야권이 ‘대장동 특검’에 힘을 합치는 모습이지만, 수사 범위를 놓고는 조율이 필요하다. ‘50억 클럽’ 의혹에 집중하자는 정의당과 달리 민주당은 지난해 3월 당론으로 발의한 대장동 특검법에서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 과정 전반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맡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봐주기’ 수사 의혹 ▲윤 대통령 아버지 자택 매입 의혹 등을 두루 망라했다.

곽 판결과
상관관계?

정의당 측은 “50억 클럽을 수사하다 보면 여타 의혹들을 수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특검법 발의 과정서 수사 범위를 놓고 지나치게 정쟁화하는 것은 배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50억 클럽 특검’ 도입에 대해서는 큰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박영수 전 특검을 언급하면서 우리 당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지도부와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50억 클럽만 놓고 본다면 크게 거부할 의원들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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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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