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뇌관’ 쌍방울 수사 히든카드

김성태 대포폰 터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수행비서가 국내로 송환됐다. 검찰은 그가 소지하고 있던 핸드폰 여러대를 확보해 디지털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김 전 회장의 대포폰으로 파악된 이 핸드폰은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난제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물적증거가 부족한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연관성을 확보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씨가 지난달 17일, 태국 국경 지역 캄보디아에서 검거됐다. 박씨는 ‘김성태 그림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김 전 회장이 수사기관에 잡히지 않도록 1년 가까이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박씨가 관리해온 대포폰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직접 통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핸드폰 6대
내역 분석 중

이 대표의 진짜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지난달 17일 태국 국경 지역서 검거된 박씨를 지난 7일 인천공항에서 압송해 조사했다. 그는 현지 체포 당시 무려 핸드폰 6대를 소지하고 있었다. 검찰은 이 중 김 전 회장이 사용하던 차명 대포폰이 있다고 보고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통화내역 등을 분석 중이다.

일각에선 핸드폰을 소지한 채 검거돼 귀국한 박씨의 행보에 김 전 회장의 사전 지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일부러 잡혀 진술을 뒤집은 김 전 회장처럼 박씨도 송환 직전 검찰 수사 대응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박씨는 김 전 회장 등 해외로 도피하는 쌍방울 임원들의 항공권 예매 등을 지시하고,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도피할 때 함께 출국했다. 이후 박씨는 김 전 회장과 양선길 쌍방울 회장과 함께 태국서 머물며 운전기사와 수행비서 역할을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경기도 대신 북한에 자금을 보낸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 관련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 본인과 연결고리로 지목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통화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이번에 확보한 대포폰에서 이들 간 통화기록을 확보한다면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대표가 앞서 김 전 회장과의 친분을 부인했지만, 검찰이 통화기록 등을 통해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씨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포폰 중에서 김 전 회장이 쓰던 게 있다는 주장도 박씨의 수사 협조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와 관련된 여러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 또한 김 전 회장의 의중에 따라 같은 맥락의 진술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씨는 최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만난 것을 봤느냐’ ‘체포 당시 돈과 휴대전화는 누구 것인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검, 차명폰 포렌식…녹취록 증거 인정 가능성
10년 넘은 인연 비선 실세 캄보디아서 붙잡혀

김 전 회장의 매제이자 쌍방울 ‘금고지기’로 불린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도 이르면 조만간 국내로 압송된다. 김 전 회장과 함께 태국으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12월 체포된 김씨는 국내 송환을 거부하고 현지서 재판을 진행해왔는데, 벌금형을 받고 항소를 포기하면서 강제 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


김씨가 김 전 회장의 자금흐름을 꿰뚫고 있는 만큼 쌍방울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대북송금 자금을 자신이 세운 페이퍼컴퍼니(SPC) 두 곳에서 조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이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쌍방울그룹 내 자금흐름과 사용처를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3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긴 김 전 회장 공소장에 배임·횡령 혐의 규모를 구속영장에 적시된 4500억원보다 훨씬 적은 635억원만 적시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와 김 전 회장 진술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는 게 충분치 않았던 탓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 “나는 큰 틀의 지시만 했을 뿐 자금흐름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김씨가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대북 송금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대표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씨 조사를 통해 ▲대북 송금에 사용된 800만달러(약 98억원) 조성 경위와 흐름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진위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붙잡힌
그림자

박씨는 2010년 김 전 회장이 SPC인 레드티그리스를 통해 쌍방울을 인수하기 직전부터 비서 역할을 해왔다. 검찰에 따르면 레드티그리스는 도쿄에셋, 티그리스, 태평양통상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면서 서울 강남 일대서 사무실을 옮겨 다녔다.

당시 코스닥 상장사 등 기업 인수합병(M&A) 자금을 대주며 레드티그리스가 꿔준 돈만 302억원, 부당이득은 수십억원이었다.

레드티그리스는 같은 해 1월 대한전선의 쌍방울 1대 주주지분 40.86%를 200억원에 사들였다. 김 전 회장 아내 등 4명 이름으로 2대 주주(클레리언파트너스) 지분 28.27%도 90억원에 매수했다.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인수자금을 댔을 것으로 봤다.

박씨가 대표였으나 사실상 김 전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하면서 그림자 경영을 해왔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박씨에게 레드티그리스 지분 40%를 맡기고 착한이인베스트라는 페이퍼컴퍼니의 최대주주가 됐다. 착한이인베스트는 설립 2개월 만인 2018년 11월 쌍방울이 발행한 100억원 규모 CB를 전량 사들인 곳이다. 착한이인베스트는 2020년 2월부터 사들인 CB 전부를 주식으로 전환한 이후 매각해 10억원 이상의 차액을 남겼다.

착한이인베스트는 대표이사에게 약 70억원의 단기대여금을 지급했는데 검찰은 여전히 이 돈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착한이인베스트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박영수 전 특검 인척에게 전달된 109억원 중 일부 자금의 종착지로도 의심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착한이인베스트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서 핵심 자금 배후로 보고 있다. 착한이인베스트의 자금 흐름을 쫓아가면 김 전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배상윤 회장의 KH그룹이 나온다. 그룹계열사인 KH E&T와 장원테크가 이 회사에 빌려준 돈이 50억원 가까이 된다.


잡범서
거물로

착한이인베스트의 쌍방울 CB 인수 대금을 KH그룹이 샀다고 봐도 무방하다.

검찰은 착한이인베스트가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이용됐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만큼, 귀국한 박씨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용처가 불분명한 자금흐름을 추적할 방침이다.

이른바 ‘수사기밀 유출’ 사태의 중심에도 착한이인베스트가 있다. 지난해 수원지검서 쌍방울 측으로 넘어간 수사기밀자료 중 착한이인베스트의 계좌 압수수색 영장이 포함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수사 핵심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쌍방울·경기도·아태협 대북 커넥션 의혹’으로 수사 방향을 틀어 성과를 내고 있다.

그림자 경영을 해온 김 전 회장은 2015년 3월 비등기 임원 회장으로 쌍방울 공시자료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김 전 회장이 갖고 있던 쌍방울 지분은 신주인수권 형태로 75만주(0.85%)다. 쌍방울 회장이 되기 전, 김 전 회장에게는 조직폭력배 출신과 강남 사채업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씨가 대표였던 레드티그리스의 실체는 미등록 사체업, 불법 대부업이었다. 레드티그리스는 사명을 바꾸기 전인 2007년부터 5년간 300억원이 넘는 불법 대출을 감행했다. 돈을 빌려 간 이들은 배 회장을 포함해 범LG가 3세, 중견기업 일가, 유망 코스닥 상장사 대표 등이 있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인수 2년 뒤인 2012년까지 여전히 불법 대출을 해왔고 인수 직전에는 주가조작까지 벌였다. 직원, 가족 및 친인척 명의 계좌를 이용해 가장매매, 고가매수, 물량 소진 매수 등 고전적 시세 조정 방식으로 쌍방울 주식을 이용해 재산을 증식한 것이다.

김 매제와 쌍두마차…대부업으로 신뢰 키워
비자금 핵심 착한이인베스트 자금흐름 추적

유가증권 시장 진입 1년 뒤인 2011년 8월엔 코스닥 시장에도 손을 뻗쳤다. 코스닥 상장사 유비컴 주가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 전 회장은 주가조작 사범 사이서 선수로 통하는 A씨에게 유비컴 인수자금을 지원했고, 담보로 유비컴 주식을 챙겼다.

저가로 받은 주식을 고가에 매도하면서 차익을 챙겼고 기업 경영 목적보다는 시세차익으로 돈을 벌려는 금융범죄였다.

해당 사건을 인지한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측근들에게서 “레드티그리스 실소유주” “전주서 조폭 활동을 하다 상경해 많은 돈을 벌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당시 수사기관은 김 전 회장이 조폭 출신인지 확인하기 위해 검경이 각자 보유하고 있는 ‘관리 대상 조폭 명단’을 확인한다.

관리 대상 명단에 포함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말 그대로 조폭 혐의로 기소됐을 경우다. ‘폭력행위처벌법 4조 단체구성죄’로 기소된 전력을 말한다.

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폭력행위 처벌법 단체구성죄로 재판에 넘겨진 바 없다. 기소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조폭 수사 과정에서 파악된 인물이라면 등록되기도 한다. 그러나 2013년까지 김 전 회장은 명단에 등록되지 않았다.

당시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 관계자는 “계보에 지금은 등록이 돼있다. 말 그대로 관리 대상이지 실제로 조직 생활을 했었는지 대해서는 그쪽 세계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의 친동생이자 쌍방울 부회장인 B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직원들을 사무실에서 강제로 내보낸 뒤 조직적으로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제공한 증거를 없앴다. 지난 8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쌍방울 임직원 12명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이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2021년 10월부터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섰다.

검찰은 한 언론이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그룹이 제공한 법인카드를 사용해 수천만원을 유용했다고 보도하자 김 전 회장이 토요일인 2021년 11월13일, B씨와 윤리경영실장 C씨에게 “법인카드 사용 자료가 있는 업무 관련자들의 PC를 교체하라”고 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저장 파일
정리했나?

하지만 재경팀 직원이 사무실에 출근한 게 변수가 됐다. 한 직원이 나서 “오늘은 그만 퇴근하라”고 말했지만, 그는 일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다급해진 B씨는 임직원들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그래”라고 외치며 내쫓은 것으로 확인됐다. B씨 등은 그 후 이 전 부지사의 법인카드 사용 내용이 저장된 모든 PC의 하드디스크를 빼내 파괴하고, 해당 PC들은 전북지역으로 보내 처분했다. 이들은 건물 CCTV 전원까지 끈 채 이틀에 걸쳐 이 같은 작업을 진행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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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