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기획고소’ 막전막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1.30 11:31:39
  • 호수 1412호
  • 댓글 4개

피 말리는 물귀신 소송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모욕죄 고소·고발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피의자는 자신이 고소된 이유를 알지도 못한다.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이 일단락되도, 고소인은 피의자를 항고한다.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싸움에 피의자는 합의금을 제출한다. 이런 고소를 두고 ‘기획고소’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형법 제33장 명예에 관한 죄 제331조 모욕에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제312조 고소와 피해자의 의사에는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남용되는
모욕죄 실태

이는 모욕죄에 해당하는 법률이다. 모욕죄는 사람을 모욕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로, 형법 제311조에 규정돼있다. 큰 맥락으로 볼 때 모욕죄는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인 명예훼손죄와 비슷해 보이지만,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없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즉,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보호법인은 외부적 명예인 점에서 차이가 없으나, 명예훼손죄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를 적시해 명예를 침해하는 것이다. 모욕죄는 단순히 추상적인 판단이나 경멸감을 나타내는 말을 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고,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를 적시해 그 사람의 대외적 평가를 저하시켰으면 명예훼손이 되는 것이다. 

쉬운 예로 대법원 판례 중에는 “늙은 화냥년의 간나, 네가 화냥질을 했잖아”라고 한 피고인의 발언을 두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도덕성에 관해 경멸적인 감정표현을 과장되게 강조한 욕설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했다. 즉, 명예훼손이 아니고 모욕죄라는 것이다.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다. 대부분 서면으로 재판하는 약식명령으로 재판이 진행되며, 경찰이 벌금 2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즉결심판에 회부할 수 있다. 보통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데, 법적인 판단 기준이 주관적이라는 것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또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상황도 초래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명예훼손·모욕 고소·고발 건수도 급증했다. 지난해 7월14일 오픈넷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명예훼손·모욕으로 접수된 사건은 2010년 2만2777건에서 2020년 7만9910만건으로 10년 사이 약 4배가량 급증했다.

명예훼손 사건은 2010년 1만4912건에서 2020년 3만5518건으로, 모욕 사건 역시 2010년 7865건에서 2020년 4만4392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접수 사건 중 기소 처리된 건수는 연간 약 7000건에서 1만2000건 사이로, 평균 1만1000건 수준이다. 이 통계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오픈넷이 분석한 것이다. 

명예훼손·모욕 10년 사이 4배 증가
수사력 낭비와 사회적 부작용 발생

오픈넷은 “개인 간의 분쟁 상황이나 게임,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공간에서 오간 언쟁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형사사건으로 자주 비화되고 있는 현상, 그리고 많은 정치인과 공인이 자신들에 대한 의혹 제기나 부정적인 표현들에 ‘가짜 뉴스나 악플에 대한 선처 없는 법적 대응’을 곧잘 선언해 비판적 여론을 진화시키려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지적하면서는 “매년 8만명에 가까운 시민이 표현 행위로 인해 형사 피의자 지위에 놓여 심리적 위축 및 생업에 지장을 겪는 문제, 중대 범죄에 집중돼야 할 수사력이 낭비되는 현실적 문제와 사회적 부작용도 동반한다”고 비판했다.


모욕죄가 남용되는 상황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 1월, 김지아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쉬고 있을 때 모욕죄로 고소당했다. 김씨는 ‘귀하의 사건 처분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형사사법포털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모욕 : 타관 이송’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김씨는 이 문자를 스팸으로 여겼다. 평범하게 직장생활하다가 퇴사 후 쉬고 있었던 김씨가 고소당할 일이 없었던 탓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는 컴퓨터를 켜고 형사사법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형사사법포털 사이트는 공인인증서로 접속하면 사건번호를 조회할 수 있다. 확인해보니 6개월 전에 고소가 접수된 상황이었다. 김씨는 당황했다. 사건 진행 이력에는 본인이 모욕죄로 고소됐다는 사실만 나와 있을 뿐이다. 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고소당한 내용이 문자로 왔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었다. 

경찰 사건 조회 결과는 더욱 어이가 없었다. A씨 외에도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이 무려 64명이나 됐다. 그러나 여전히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고소당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6개월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고민했지만 특별한 건 없었다.

문자를 받은 지 6일 후 김씨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경찰서의 담당 형사였다. 형사는 김씨에게 모욕죄 고소를 당한 이유를 설명했다. 대략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작성한 댓글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형사는 “경찰서에 와서 이 문제에 대해 소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담담한 목소리였다.

고소부터 
항고까지

김씨는 형사의 설명을 듣자, 자신이 남긴 댓글이 생각났다. 커뮤니티 글은 아버지 생신 기념으로 케이크 업체에 주문 제작을 했는데, 케이크가 주문했던 내용과 달랐다는 글이었다. 글쓴이는 케이크 업체 주인과 다퉜던 내용도 올렸다.

형사는 김씨가 케이크 업체 주인을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케이크 업체 주인이 김씨를 모욕죄로 신고한 것이다. 김씨 외에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사람도 있었다. 

김씨는 공개정보 포털 사이트에 신청해 고소장 내용 일부를 볼 수 있도록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정확하게 어떤 내용으로 고소당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그 사이 다시 관할 경찰서에 고소장을 볼 수 있도록 요청했다. 몇 시간이 지난 뒤 담당 형사는 “정보공개 신청하셨냐. 왜 한 거냐”고 물었다. 김씨가 “고소당한 게시글의 내용을 알고 싶어서 했다”고 하자, 형사는 조사받으러 오면 확인시켜주겠다고 했다. 

답답했다. 형사가 알려줬으니 게시물에 케이크 가게 주인을 비방하는 댓글을 남겼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확히 어떤 댓글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조사받으러 가기 전에 어떤 댓글을 쓴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으나 해당 게시물은 이미 삭제된 지 오래였다.

결국 조사받으러 가는 날까지 고소장의 내용을 볼 수 없었다. 조사받으러 가는 길에 김씨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암담했다. 진술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도 어떤 댓글을 썼는지 알 수 없으니 정확하지 않았다. 


김씨는 사이버팀에서 진술을 받았다. 담당 형사는 휴가를 간 상황이어서, 다른 형사가 왔다. 피의자 신문 조서를 작성한 뒤 형사는 ▲사는 곳 ▲최종 학력 ▲한 달 수입 ▲재산 ▲건강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 ▲술을 얼마나 마시는지 ▲다른 사건에 고소된 적 있는지 ▲교통사고·상해·손괴 등 처벌을 받아봤는지를 물었다.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온 적은 처음”이라고 김씨는 답했다. 

이어 ▲해당 커뮤니티 아이디가 있는지 ▲언제쯤 만든 아이디인지 ▲해당 아이디로 댓글을 달았던 사실을 인정하는지 ▲댓글을 달 때 어디에서 달았는지 ▲거주 지역은 왜 바뀌었는지 ▲해당 댓글을 어떤 기계로 작성했는지도 물었다.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

김씨가 비방했던 케이크 업주는 사실 마카롱 업주였다. 주문 제작 케이크 관련 글도 아니었고, 마카롱 관련 글이었다. 다만 글쓴이의 주문이 일방적으로 취소당한 내용은 맞았다. 진술 시간은 1시간 걸렸으며 결과가 나온 것은 한 달이 넘은 후였다. 아무래도 64명을 고소한 사건이다 보니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래 걸린 것이다.

결과는 문자로 왔다. “귀하의 사건 처분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형사사법포털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모욕 : 혐의 없음(증거불충분)”이었다.


고소를 당하고 두 달이나 기다려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것이다. 김씨는 아직도 자신을 고소했던 가게의 이름을 모르고, 어떤 내용으로 고소당했는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직고소했으니 서울에 있는 가게가 아닐지 예상할 뿐이었다.

김씨는 이 일을 겪은 뒤, 앞으로 커뮤니티에 글을 쓸 때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소를 당하는 것 자체만으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고, 애초에 고소를 당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건이 끝나는 것 같았다면 좋았겠지만, 아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김씨는 뜬금없이 해당 사건을 조회하고 싶어졌다. 다시 형사사법 사이트에 들어가 내 사건으로 등록해놨던 사건 목록을 확인했다. 고소인은 항고를 한 상태였다.

사건번호 이력에 새로운 목록이 추가됐다. 고소인이 모욕에 대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에 대해 항고했고, 이 사건은 상급청으로 송부됐다. 이미 항고는 진행된 상태였다. 처음 고소가 걸렸을 때처럼 한참 후에 알려줄지 알 수 없었다.

항고를 당한 지 이미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다시 마음이 답답했다. 피항고인이 모르는 항고라는 것도 기가 막혔다. 항고는 지방검찰청에서 고등검찰청으로 넘어갔고, 추후 항고 기각처분을 받았다. 김씨가 항고당한 것을 알게 된 날에는 입맛을 잃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처음 고소를 당했던 심정과 같았다.

앞서 언급했듯 해당 사건의 댓글과 게시글은 진작에 삭제됐다. 경찰서 조사를 받을 때 봤던 해당 글 제목을 검색해도 검색되지 않는다. 

소장 이어 합의 종용
십중팔구 돈이 목적

물론 비방 목적의 댓글을 단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고소인이 ‘비꼬는 한 줄짜리 댓글’로 고소하고 항고까지 갔다는 것을 두고, 김씨는 고소인이 ‘합의금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김씨는 “내가 쓴 댓글 한 줄 말고는 추가 자료도 없을 텐데 항고까지 한 것을 보면 ‘정신적으로 힘들게 만들려고’ ‘겁먹고 덜컥 합의하길 바라는 마음’ ‘경찰·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한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며 “항고 인용률이 10% 내외라고 하는데, 항고가 기각되면 그 후에 ‘재정신청’을 넣어서 또 괴롭힐 수 있다. 이번에 나는 항고를 당하면서 처음 고소당한 걸 알았을 때와 똑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고소당했다는 걸 알았을 때보다는 덜하지만 심리적인 압박감이 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때의 기분을 비유하자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끝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눈앞이 깜깜하고 막막했다”며 “결과가 나왔을 때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대체 고소인은 비꼬는 댓글 한 줄이 보기 싫었던 건지, 아니면 돈이 필요했던 건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일부러 손님과 업체 간의 갈등을 빚는 글을 커뮤니티에 조작해서 쓰고 댓글로 욕하는 사람을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서 합의금을 타 먹는 ‘기획고소’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말하는 기획고소는 속칭 고소 남발자들이 불순한 의도나 고의로 행하는 고소를 부르는 말이다. 즉, 일부러 욕먹을 상황을 만든 후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소하는 것이다.

김씨와 같은 사연은 ‘특이하거나’ ‘운이 나빠서’ 걸린 게 아니다. 모욕죄가 남발되는 상황은 큰 사건에서 더 흔하다. 

예를 들어 ▲가평계곡 살인 사건에서 공범인 조현수가 도주 전 네티즌을 무더기로 고소 ▲최순실이 자신에게 악플을 단 2700여명을 고소 ▲스티브 유가 자신을 비판하는 악플러를 고소하려고 한 것 등이 있다.

모욕죄 논란은 꾸준히 되풀이되고 있고, 관련 사건이 급증하면서 법조계에서는 관련 법리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 남동경찰서 이승민 경정은 2021년 <형법상 모욕죄에서 모욕의 개념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는 모욕죄 형사 처벌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 경정은 “일선 수사 현장에서 모욕 고소장을 보면 술자리‧주차 문제 등 주민들 간 분쟁과 온라인 게임 중 채팅 등 사소한 분쟁에서 시작된 욕설과 댓글 내용이 상당수”라며 “작은 무례와 멸시로 시작된 욕설에 대해 형사처벌 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라고 자조했다. 

그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다. 현재 모욕죄는 빈번한 형사처벌과 당사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경론이라는 우려가 상존한다. 일반 국민들이 법을 무시하거나 경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들이 명확히 수긍하지 못하는 판단으로 잦은 처벌을 받는다면 더 이상 자신의 행위를 위법 행위로 인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수백명 
무더기 경찰행

이어 “오히려 수사와 사법기관의 불신을 만들 수 있고, 결국 법은 강제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며 “모욕의 개념을 일관성 있게 해석해 수범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줄 필요가 있다. 경범죄처벌법의 행위 유형을 보완 입법하거나, 모욕죄에도 별도의 면책 규정을 따로 규정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앞으로 수사 및 법원 실무에서 모욕죄에 대해 일반인들도 예측하게 할 수 있는 판단의 축적과 함께 입법적 보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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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