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기획고소’ 막전막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1.30 11:31:39
  • 호수 1412호
  • 댓글 4개

피 말리는 물귀신 소송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모욕죄 고소·고발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피의자는 자신이 고소된 이유를 알지도 못한다.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이 일단락되도, 고소인은 피의자를 항고한다.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싸움에 피의자는 합의금을 제출한다. 이런 고소를 두고 ‘기획고소’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형법 제33장 명예에 관한 죄 제331조 모욕에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제312조 고소와 피해자의 의사에는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남용되는
모욕죄 실태

이는 모욕죄에 해당하는 법률이다. 모욕죄는 사람을 모욕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로, 형법 제311조에 규정돼있다. 큰 맥락으로 볼 때 모욕죄는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인 명예훼손죄와 비슷해 보이지만,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없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즉,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보호법인은 외부적 명예인 점에서 차이가 없으나, 명예훼손죄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를 적시해 명예를 침해하는 것이다. 모욕죄는 단순히 추상적인 판단이나 경멸감을 나타내는 말을 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고,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를 적시해 그 사람의 대외적 평가를 저하시켰으면 명예훼손이 되는 것이다. 

쉬운 예로 대법원 판례 중에는 “늙은 화냥년의 간나, 네가 화냥질을 했잖아”라고 한 피고인의 발언을 두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도덕성에 관해 경멸적인 감정표현을 과장되게 강조한 욕설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했다. 즉, 명예훼손이 아니고 모욕죄라는 것이다.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다. 대부분 서면으로 재판하는 약식명령으로 재판이 진행되며, 경찰이 벌금 2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즉결심판에 회부할 수 있다. 보통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데, 법적인 판단 기준이 주관적이라는 것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또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상황도 초래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명예훼손·모욕 고소·고발 건수도 급증했다. 지난해 7월14일 오픈넷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명예훼손·모욕으로 접수된 사건은 2010년 2만2777건에서 2020년 7만9910만건으로 10년 사이 약 4배가량 급증했다.

명예훼손 사건은 2010년 1만4912건에서 2020년 3만5518건으로, 모욕 사건 역시 2010년 7865건에서 2020년 4만4392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접수 사건 중 기소 처리된 건수는 연간 약 7000건에서 1만2000건 사이로, 평균 1만1000건 수준이다. 이 통계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오픈넷이 분석한 것이다. 

명예훼손·모욕 10년 사이 4배 증가
수사력 낭비와 사회적 부작용 발생

오픈넷은 “개인 간의 분쟁 상황이나 게임,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공간에서 오간 언쟁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형사사건으로 자주 비화되고 있는 현상, 그리고 많은 정치인과 공인이 자신들에 대한 의혹 제기나 부정적인 표현들에 ‘가짜 뉴스나 악플에 대한 선처 없는 법적 대응’을 곧잘 선언해 비판적 여론을 진화시키려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지적하면서는 “매년 8만명에 가까운 시민이 표현 행위로 인해 형사 피의자 지위에 놓여 심리적 위축 및 생업에 지장을 겪는 문제, 중대 범죄에 집중돼야 할 수사력이 낭비되는 현실적 문제와 사회적 부작용도 동반한다”고 비판했다.


모욕죄가 남용되는 상황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 1월, 김지아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쉬고 있을 때 모욕죄로 고소당했다. 김씨는 ‘귀하의 사건 처분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형사사법포털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모욕 : 타관 이송’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김씨는 이 문자를 스팸으로 여겼다. 평범하게 직장생활하다가 퇴사 후 쉬고 있었던 김씨가 고소당할 일이 없었던 탓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는 컴퓨터를 켜고 형사사법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형사사법포털 사이트는 공인인증서로 접속하면 사건번호를 조회할 수 있다. 확인해보니 6개월 전에 고소가 접수된 상황이었다. 김씨는 당황했다. 사건 진행 이력에는 본인이 모욕죄로 고소됐다는 사실만 나와 있을 뿐이다. 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고소당한 내용이 문자로 왔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었다. 

경찰 사건 조회 결과는 더욱 어이가 없었다. A씨 외에도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이 무려 64명이나 됐다. 그러나 여전히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고소당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6개월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고민했지만 특별한 건 없었다.

문자를 받은 지 6일 후 김씨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경찰서의 담당 형사였다. 형사는 김씨에게 모욕죄 고소를 당한 이유를 설명했다. 대략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작성한 댓글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형사는 “경찰서에 와서 이 문제에 대해 소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담담한 목소리였다.

고소부터 
항고까지

김씨는 형사의 설명을 듣자, 자신이 남긴 댓글이 생각났다. 커뮤니티 글은 아버지 생신 기념으로 케이크 업체에 주문 제작을 했는데, 케이크가 주문했던 내용과 달랐다는 글이었다. 글쓴이는 케이크 업체 주인과 다퉜던 내용도 올렸다.

형사는 김씨가 케이크 업체 주인을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케이크 업체 주인이 김씨를 모욕죄로 신고한 것이다. 김씨 외에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사람도 있었다. 

김씨는 공개정보 포털 사이트에 신청해 고소장 내용 일부를 볼 수 있도록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정확하게 어떤 내용으로 고소당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그 사이 다시 관할 경찰서에 고소장을 볼 수 있도록 요청했다. 몇 시간이 지난 뒤 담당 형사는 “정보공개 신청하셨냐. 왜 한 거냐”고 물었다. 김씨가 “고소당한 게시글의 내용을 알고 싶어서 했다”고 하자, 형사는 조사받으러 오면 확인시켜주겠다고 했다. 

답답했다. 형사가 알려줬으니 게시물에 케이크 가게 주인을 비방하는 댓글을 남겼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확히 어떤 댓글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조사받으러 가기 전에 어떤 댓글을 쓴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으나 해당 게시물은 이미 삭제된 지 오래였다.

결국 조사받으러 가는 날까지 고소장의 내용을 볼 수 없었다. 조사받으러 가는 길에 김씨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암담했다. 진술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도 어떤 댓글을 썼는지 알 수 없으니 정확하지 않았다. 


김씨는 사이버팀에서 진술을 받았다. 담당 형사는 휴가를 간 상황이어서, 다른 형사가 왔다. 피의자 신문 조서를 작성한 뒤 형사는 ▲사는 곳 ▲최종 학력 ▲한 달 수입 ▲재산 ▲건강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 ▲술을 얼마나 마시는지 ▲다른 사건에 고소된 적 있는지 ▲교통사고·상해·손괴 등 처벌을 받아봤는지를 물었다.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온 적은 처음”이라고 김씨는 답했다. 

이어 ▲해당 커뮤니티 아이디가 있는지 ▲언제쯤 만든 아이디인지 ▲해당 아이디로 댓글을 달았던 사실을 인정하는지 ▲댓글을 달 때 어디에서 달았는지 ▲거주 지역은 왜 바뀌었는지 ▲해당 댓글을 어떤 기계로 작성했는지도 물었다.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

김씨가 비방했던 케이크 업주는 사실 마카롱 업주였다. 주문 제작 케이크 관련 글도 아니었고, 마카롱 관련 글이었다. 다만 글쓴이의 주문이 일방적으로 취소당한 내용은 맞았다. 진술 시간은 1시간 걸렸으며 결과가 나온 것은 한 달이 넘은 후였다. 아무래도 64명을 고소한 사건이다 보니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래 걸린 것이다.

결과는 문자로 왔다. “귀하의 사건 처분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형사사법포털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모욕 : 혐의 없음(증거불충분)”이었다.


고소를 당하고 두 달이나 기다려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것이다. 김씨는 아직도 자신을 고소했던 가게의 이름을 모르고, 어떤 내용으로 고소당했는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직고소했으니 서울에 있는 가게가 아닐지 예상할 뿐이었다.

김씨는 이 일을 겪은 뒤, 앞으로 커뮤니티에 글을 쓸 때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소를 당하는 것 자체만으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고, 애초에 고소를 당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건이 끝나는 것 같았다면 좋았겠지만, 아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김씨는 뜬금없이 해당 사건을 조회하고 싶어졌다. 다시 형사사법 사이트에 들어가 내 사건으로 등록해놨던 사건 목록을 확인했다. 고소인은 항고를 한 상태였다.

사건번호 이력에 새로운 목록이 추가됐다. 고소인이 모욕에 대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에 대해 항고했고, 이 사건은 상급청으로 송부됐다. 이미 항고는 진행된 상태였다. 처음 고소가 걸렸을 때처럼 한참 후에 알려줄지 알 수 없었다.

항고를 당한 지 이미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다시 마음이 답답했다. 피항고인이 모르는 항고라는 것도 기가 막혔다. 항고는 지방검찰청에서 고등검찰청으로 넘어갔고, 추후 항고 기각처분을 받았다. 김씨가 항고당한 것을 알게 된 날에는 입맛을 잃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처음 고소를 당했던 심정과 같았다.

앞서 언급했듯 해당 사건의 댓글과 게시글은 진작에 삭제됐다. 경찰서 조사를 받을 때 봤던 해당 글 제목을 검색해도 검색되지 않는다. 

소장 이어 합의 종용
십중팔구 돈이 목적

물론 비방 목적의 댓글을 단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고소인이 ‘비꼬는 한 줄짜리 댓글’로 고소하고 항고까지 갔다는 것을 두고, 김씨는 고소인이 ‘합의금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김씨는 “내가 쓴 댓글 한 줄 말고는 추가 자료도 없을 텐데 항고까지 한 것을 보면 ‘정신적으로 힘들게 만들려고’ ‘겁먹고 덜컥 합의하길 바라는 마음’ ‘경찰·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한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며 “항고 인용률이 10% 내외라고 하는데, 항고가 기각되면 그 후에 ‘재정신청’을 넣어서 또 괴롭힐 수 있다. 이번에 나는 항고를 당하면서 처음 고소당한 걸 알았을 때와 똑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고소당했다는 걸 알았을 때보다는 덜하지만 심리적인 압박감이 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때의 기분을 비유하자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끝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눈앞이 깜깜하고 막막했다”며 “결과가 나왔을 때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대체 고소인은 비꼬는 댓글 한 줄이 보기 싫었던 건지, 아니면 돈이 필요했던 건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일부러 손님과 업체 간의 갈등을 빚는 글을 커뮤니티에 조작해서 쓰고 댓글로 욕하는 사람을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서 합의금을 타 먹는 ‘기획고소’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말하는 기획고소는 속칭 고소 남발자들이 불순한 의도나 고의로 행하는 고소를 부르는 말이다. 즉, 일부러 욕먹을 상황을 만든 후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소하는 것이다.

김씨와 같은 사연은 ‘특이하거나’ ‘운이 나빠서’ 걸린 게 아니다. 모욕죄가 남발되는 상황은 큰 사건에서 더 흔하다. 

예를 들어 ▲가평계곡 살인 사건에서 공범인 조현수가 도주 전 네티즌을 무더기로 고소 ▲최순실이 자신에게 악플을 단 2700여명을 고소 ▲스티브 유가 자신을 비판하는 악플러를 고소하려고 한 것 등이 있다.

모욕죄 논란은 꾸준히 되풀이되고 있고, 관련 사건이 급증하면서 법조계에서는 관련 법리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 남동경찰서 이승민 경정은 2021년 <형법상 모욕죄에서 모욕의 개념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는 모욕죄 형사 처벌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 경정은 “일선 수사 현장에서 모욕 고소장을 보면 술자리‧주차 문제 등 주민들 간 분쟁과 온라인 게임 중 채팅 등 사소한 분쟁에서 시작된 욕설과 댓글 내용이 상당수”라며 “작은 무례와 멸시로 시작된 욕설에 대해 형사처벌 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라고 자조했다. 

그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다. 현재 모욕죄는 빈번한 형사처벌과 당사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경론이라는 우려가 상존한다. 일반 국민들이 법을 무시하거나 경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들이 명확히 수긍하지 못하는 판단으로 잦은 처벌을 받는다면 더 이상 자신의 행위를 위법 행위로 인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수백명 
무더기 경찰행

이어 “오히려 수사와 사법기관의 불신을 만들 수 있고, 결국 법은 강제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며 “모욕의 개념을 일관성 있게 해석해 수범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줄 필요가 있다. 경범죄처벌법의 행위 유형을 보완 입법하거나, 모욕죄에도 별도의 면책 규정을 따로 규정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앞으로 수사 및 법원 실무에서 모욕죄에 대해 일반인들도 예측하게 할 수 있는 판단의 축적과 함께 입법적 보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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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