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계묘년을 맞아 아트조선·TV조선·호리아트스페이스가 주최하고 아트조선스페이스·아이프아트매니지먼트가 기획한 특별기획전 ‘화이트 레인보우(White Rainbow)’ 전시가 다음 달 1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강민수·김찬일·채성필·최영욱·허명욱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해 3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화이트 레인보우(White Rainbow) 전시는 서로 다른 조형 언어가 한 전시공간에 병치돼 만났을 때 의외의 조화로움이 연출하는 긴장감과 시각적 리듬감을 보여줄 예정이다. 가령 같은 달항아리라도 극사실 회화기법으로 표현한 최영욱의 시점이나 전통적인 장작가마에서 현대화시킨 강민수의 도예 작품으로 만날 때 관람객의 보는 재미와 해석은 더욱 풍성해진다.
각양각색
강민수는 전통과 현대적 조형미가 어우러진 ‘달항아리 작가’로 이름나있다. 인고의 시간이 요구되는 장작가마를 고집하며 20년 넘게 검박하고 절제미 넘치는 달항아리를 선보여왔다. 폭과 높이가 40㎝ 내외부터 65㎝가 넘는 초대형 달항아리까지 강민수만의 ‘비움과 채움, 그리고 색즉시공’의 묘미를 보여준다.
김찬일은 조각적 오브제를 활용해 회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주목받는 작가다. 특히 직접 제작한 물감을 반복적으로 여러겹 입히는 수행적 과정을 거친다. 캔버스의 조각이 만들어내는 파동과 에너지, 보는 각도에 따라 빛과 그림자에 의한 촉각적인 화면의 생성은 빼놓을 수 없는 ‘김찬일식 그리드 회화’의 독창성이다.
전시장 3곳에서 진행
서로 다른 언어 병치
채성필은 흙을 주조로 한 천연안료로 그림을 제작한다. 진주를 곱게 간 은분을 여러 차례 칠해 특유의 윤택을 만들어낸다. 흙에 대한 본질적인 원성을 새롭게 재해석해 동양화의 전통 기법과 서양 미술의 조형 어법을 효과적으로 접목했다.
서양의 4원소설(물·불·공기·흙)과 동양의 오행설(금·목·수·화·토)에 모두 ‘흙’이 포함된다는 점을 모티브로 했다.
최영욱은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삼아 ‘카르마(업, 인연)’를 주제로 작품을 만든다.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인연이 형성되듯 위아래를 따로 만들어 붙인 달항아리는 다른 차원의 만남이 만든 새로운 인연으로 볼 수 있다. 겉모습은 달항아리지만 그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옅게 풍경이 숨어 있다. 달항아리 속 소우주인 셈이다.
허명운은 ‘옻칠작가’로 불리지만 실제 모든 미술 장르를 넘나드는 만능 예술가다. 회화·입체·설치·공예·가구·오브제 등이 총망라된 그의 작품을 통해 옻칠의 현대적 확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노동집약적인 제작 과정은 그 자체가 ‘수행정진의 시간예술’이다.
제각각의 감수성
다양한 감흥으로
다섯작가의 작품은 광화문 세종대로의 아트조선스페이스,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와 아이프라운지 등 전시장 3곳에 골고루 배치됐다. 작가의 특성과 표현기법에 따라 관람객에게 다른 감흥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했다.
관람객은 여러 비구상 작품이 서로 다른 시점에서 마주하며 연출될 ‘긴장과 이완의 리듬감’을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전시 기간 중에는 전시장 3곳을 순례하며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소그룹 특별 도슨트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전시 관계자는 “5명의 초대작가는 장르와 기법이 서로 다르지만 각각의 작품을 지탱하는 정신적 근간에서 유사점이 많다. 동양적인 감수성과 전통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 대표적”이라며 “작가마다 특유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전통과 현대적 미감의 만남은 치밀한 완결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풍성한 볼거리
이어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현대, 거침과 부드러움, 입체와 회화, 빛과 그늘 등 서로 다름의 상생과 조화로움을 병치할 때 어떤 아름다움이 연출될 수 있을지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서로 다른 감성이 제각각의 기호와 미적 담론을 발산하고 마치 ‘무지개를 품은 흰 구름’처럼 잠재된 감수성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