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작고 귀엽지만 깡충깡충 뛰는 토끼처럼 창업시장도 새롭게 도약하는 활기찬 한 해가 되길 자영업자 모두 소망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이 실시한 저금리와 대규모의 양적 완화 정책,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으로 국제 공급망 붕괴가 극심한 인플레이션(고물가)이 유발됐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고금리 기조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상 결정으로 강달러와 고환율 등 3고 현상이 나타나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자영업 시장은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리오프닝과 엔데믹 시대 효과를 보는 데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더군다나 새해는 미국발 경기침체가 예상되면서 국내 경기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는 경기침체까지 가지 않고 경기둔화 정도로 끝날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을 했지만 지난해보다는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 어렵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내 자영업 시장, 창업 시장은 어떻게 될까? 불황과 선진국으로서의 소비 트렌드가 겹쳐 업종 간 ‘기울어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불황 속에 생존하기 위해 활기 있는 토끼처럼 ‘올라운드 플레이어’ 전략을 취해야 한다. 어려운 창업환경에 굴하지 않고 한국인의 근성을 보여주는 시장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미 시장에 대중화돼있지만 아직 특별한 브랜드가 없는 업종에서는 차별화를 내세워 시장을 선도해나가는 퍼플오션 업종도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시장 선도 업체가 있지만 새로운 혁신으로 고객의 시선을 돌리면서 선두 업체를 공격하는 업종이 등장한다는 의미다.
한국인의 도전정신은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 자동화 기계와 온라인 앱, 메타버스 기술 등이 접목된 점포가 퍼져나갈 것이며, 외식업과 식품 유통업 관련 법인 푸드테크법도 신설될 가능성이 높다. 새해 창업시장 전망을 2회에 걸쳐 다룬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성장해온 저가 시장은 새해도 그 위력을 발휘해나갈 것이다. 특히 올해는 경기불황의 저점 순간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소비심리 또한 최저점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가성비 업종이 득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는 빈익빈 부익부로 절반이 나뉘는 양극화가 아니라 빈익빈이 대세를 이루고 부익부는 가뭄에 콩 나듯 일부 업종에만 나타나는 기울어진 업종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져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또, 기울어진 양극화 속에서 줄어든 부익부를 보완하는 중간지대 업종이 하이터치 취향 고객의 마음을 녹여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 즉, 업종 간뿐만 아니라 업종 내에서도 선전하는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브랜드 간의 분리가 일어나 첫째도 차별화, 둘째도 차별화를 하는 매우 디테일한 업종 및 브랜드가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소비자가 체감상 가장 많이 올랐다고 느낀 건 음식값이다. 특히 직장인들이 급상승한 점심값에 지갑을 닫는 일이 빈번했다. 한 끼 식사비가 1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저가 메뉴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식집 업종의 전망이 밝다.
자영업 시장 얼어붙은 소비심리
리오프닝·엔데믹 효과 한계점
도심의 대형 전문점 식당은 버티지 못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한식, 분식집 같은 곳은 그나마 손님으로 북적인다. 메뉴 제품력이 검증된 데다 가격까지 저렴한 한솥도시락 같은 업종은 탄탄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고, 편의점 도시락과 간단한 먹을거리도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2030세대의 자산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도 올해 강력한 트렌드로 나타날 것으로 짐작된다. 더불어 젊은 층 사이에 서구식 외식문화가 정착되어 가고 있어 가성비 높은 먹거리 카페도 성장이 기대된다. 식사와 커피 및 음료를 아침에는 5000원, 점심에는 1만원 이내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마미쿡치즈버거, 프랭크버거, 카페샌드리아, 에그샌드위치 전문점 에그존, 에그드랍, 샐러드카페 그린스미스, 샐러디 등이 있다.
부익부에 해당하는 고가 메뉴의 포지션은 크게 움츠러들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 시장에서 고가를 찾는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령, 한우 1인분에 6만~7만원대 이상 하는 점포나 고급 일식당은 매출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당분간은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갈 여력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새해는 미국뿐 아니라 국내도 과소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보다 차별화된 외식을 즐기고자 하는 점포는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를 해나갈 것이다. 오피스가나 중산층 이상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하나둘 입점하고 있는 오마카세 식당이 대표적인 업종이다.
한식, 일식, 중식, 양식의 전문 셰프가 창업해 소문난 맛집으로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다만, 차별화된 코스요리를 제공하지 못하면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주변 상권이 업종에 적합한 잠재 고객을 충분히 보유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고객 만족도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항상 예약해야 하는 대박집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올해는 ‘품질은 고급, 가격은 합리적인’ 업종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줄어든 부익부 포지션 업종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우 고기 1인분 가격이 3만원 중후반대에서 4만원 중반까지의 점포는 맛이 좋다면 손님들로 넘쳐난다. 고가 한우보다 가격은 20~30% 내리되 맛은 보장하는 전략이 불황 시대의 중산층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커피전문점 역시 올해는 편안히 앉아서 먹거리 메뉴와 함께 즐길 수 있고, 품질은 고급이지만 가격은 합리적인 중간 가격대 커피전문점이 부익부 고가 커피전문점에서 이탈한 고객층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산층 잡기
대표적인 브랜드는 중견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은 이디야커피와 커피베이를 들 수 있다. 피자의 경우 작년 크게 성장해 빅3 브랜드로 올라 선 반올림피자샵이 고품질, 합리적 가격이라는 콘셉트로 새해에도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 저가 업종이 인건비와 원재료 상승으로 저가를 계속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 창업자는 중간 가격대 수익성 유지가 가능하고, 고가 커피에 대한 소비자의 가격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는 두 가지 장점이 분명해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