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비극’ 순창 패러글라이딩 사고 공방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2.20 09:52:58
  • 호수 14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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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만 있고 책임자는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난 5월11일 전북 순창군에서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하던 50대 A씨가 사망했다. 사고 당시의 CCTV도 분석했지만 지형지물에 가리면서 사망 원인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가족의 사망 외에도 유가족을 슬프게 하는 것이 있다.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대상이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유가족은 여태까지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했다. 

패러글라이딩(paragliding)은 낙하산 활강과 행글라이딩의 원리를 포함한 항공 스포츠다. 패러글라이딩의 시작은 등산객이 등산 후에 빠른 하산을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패러글라이딩은 2016년 이후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즐기는 비행 스포츠 중 하나다.

매년 느는 
안전사고

패러글라이딩 비행 계획을 세울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날씨와 착륙장의 위치다. 패러글라이딩은 열기구 다음으로 장비 내구도가 약해서, 패러글라이딩 비행은 강풍 예보나 비행기 비행 일정이 있으면 바로 취소된다.

착륙장은 패러글라이딩의 저속과 착지라는 특징이 합쳐져 작은 편이라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터가 있으면 어디서든 착지가 가능하지만 전봇대 및 고압선이 지나가는 곳으론 절대 가면 안 된다. 또 패러글라이딩은 크기가 작아 하늘에서 찾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실제로 패러글라이딩은 하늘에서 비행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착륙 거리가 짧아 착륙장 위에서 아래 쪽으로 고도를 떨어뜨려도 되고 천천히 직선 비행도 가능하다. 특히 산지가 70%인 한국은 패러글라이딩이 주요 레저 스포츠로 자리 잡아 있어 전국에 착륙장만 100개가 넘는다.

그만큼 패러글라이딩 안전사고도 많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 상급자 감독과 교육을 충분히 받고 비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무리한 이착륙을 시도하다가 사고가 발생한다.

흔하게 발생하는 패러글라이딩 사고는 ▲착륙을 시도하다가 지나가던 차에 치이거나 ▲비행 중 서로 충돌 ▲착륙 시 고압전선 걸림 등이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탑승자는 보조 낙하산을 타고 탈출해야 한다.

패러글라이딩 안전사고는 매해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량·초경량 안전사고는 2019년 총 6회 발생했는데, 그중 패러글라이딩 사고가 4번 있었다. 2020년 항공 안전사고는 총 9회 발생했고, 이 중 패러글라이딩 사고는 8회였다. 지난해 발생한 경량·초경량 안전사고는 총 11건이고, 이 중 패러글라이딩 사고는 총 8건이었다.

대부분의 항공 레저 안전사고가 패러글라이딩 사고였다.

퇴사 후 회사가 부탁해 체험 진행했는데…
군·업체 모두 책임 회피…교관만 처벌?

통계로 나온 사고는 인명피해가 있는 것만 잡혀 있고, 인명피해가 없는 패러글라이딩 사고까지 조사하면 패러글라이딩 사고가 더 잦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처럼 빈번한 사고에도 불구하고 패러글라이딩 안전·관리를 감독해야 할 주체가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지난 5월11일 오전7시10분 전북 순창군에서 동력 패러글라이딩을 타던 50대 남성 A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순창군 유등면의 한 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대원은 “논에 패러글라이더가 떨어져 있다”는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해당 동력 패러글라이더 사고는 교관이 동승하지 않은 상태서 일반인이 동력 패러글라이더에 탑승해 벌어졌다. 사고는 당시 언론을 통해 짤막하게 보도됐다. <일요시사>는 사고 당시 교관으로 있었던 B 교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취재했다.

B 교관은 사고 당시 순창군에서 동력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진행하는 M사를 퇴사한 상태였다. M사는 국내 최초로 장애인 액티비티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하는 여행 회사다. 순창군과 M사는 지난해 7월6일 ‘항공레저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순창군은 M사에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할 수 있는 이착륙장 부지를 제공했다.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여행상품에 넣으려면 회사는 항공사업자를 내야 하며 해당 자격증을 보유한 교관도 필수다. 교관은 패러글라이딩 비행 때마다 인근 공항에 비행 승인 신청을 받아야 하며 이·착륙도 돕는다.

B 교관은 비행 전, 인근 공항에 비행 승인 신청을 받았다. 보통 비행 시간은 일출 후와 일몰 전으로 예약돼있었고, 비행 후에는 항상 비행 일지를 기록했다. 비행 일지에는 ▲비행 일자 ▲비행 목적 ▲비행 구간 또는 장소 ▲비행 시간 ▲동승자 ▲기장 등의 정보를 적는다.

사람이
죽었는데…

문제는 사고 당시 B 교관은 M사의 직원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항공교통본부 항공교통안전과가 M사에게 “항공사업자가 잘못됐으니 반납하라”고 했던 것이다. 이후 M사 대표는 항공사업자를 반납했다. 

항공사업자가 없으니 M사는 동력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B 교관은 M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다. 사직서는 지난 5월2일에 제출됐고 바로 사직 처리됐다.

3일이 지난 뒤 M사는 B 교관에게 전화해 “기존 동력 패러글라이딩 체험은 다 취소했는데, 취소 못한 건이 2개 있다. 이것만 해달라”고 사정했다. 하지만 항공사업자 없이 비행하면 불법이다. B 교관은 “비행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져달라”는 조건으로 M사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5월11일 예약돼있었던 비행은 순조롭게 끝났다. 이날 오전 7시쯤 순창군 마을 이장이 B 교관을 찾아와 “한 명만 더 태워달라”고 부탁했는데 바로 A씨였다. 

B 교관에 따르면 이런 식의 부탁은 흔한 일이었다. 패러글라이딩 체험은 도시가 아니라 시골에 있을 수밖에 없고, 동네서 밉 보일 경우 사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순창군에는 이장이 14명이나 되고, 대표 이장이 따로 있었다.


속된 말로 이들이 갑이었다. 심지어 이장이 데려온 손님들은 체험비도 받지 않았다.

B 교관은 A씨의 비행을 도왔다. 비행 장소 주위에 강이 있어 구명조끼를 입히고 헬멧도 씌웠다. B 교관 헬멧은 동력 패러글라이더와 4~5m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자신의 헬멧을 가지러 간 순간, A씨가 타고 있던 동력 패러글라이더가 이륙했다.

얼마 비행하지 못한 동력 패러글라이더는 인근 논으로 추락했다. B 교관은 추락 장소로 달려가 A씨를 끌어내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이미 사망한 후였다.

알 수 없는
이륙 미스터리

이날 교관도 없이 이륙한 동력 패러글라이더는 추락했고 탑승자는 추락과 동시에 사망했다. B 교관은 “가만히 있었던 동력 패러글라이더가 왜 작동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력 패러글라이더는 일반 패러글라이더와 다르게 프로펠러가 장착돼있어 엔진 힘으로 추진력을 얻는 구조다. 덕분에 산이 아닌 평지에서도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엔진이 장착된 동력 패러글라이더는 자동차처럼 직접 기계를 ‘작동시켜야’ 출발할 수 있다. 비행 장소에는 CCTV가 설치돼있었다. 경찰은 CCTV를 수거해 이날 사고를 조사했지만, 동력 패러글라이더가 이륙하는 순간은 인근 둑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항공사고철도조사위원회 관계자 역시 A씨가 탄 동력 패러글라이더가 교관 없이 이륙해버린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유가족은 단 한 곳에서도 사과를 받지 못했다. 관리·감독의 주체인 순창군도, M사도 마찬가지였다. 순창군은 모든 책임이 M사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M사는 사건 당시 B 교관이 회사에 사직서를 낸 상황이었기 때문에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순창군 관계자는 “순창군에서 안전사고를 대비해 든 5000만원 보험이 있다. 보험회사에 서류를 접수해보니 이번 사고는 해당이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M사와 업무협약서를 쓸 때 안전사고 책임은 M사가 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즉 순창군은 M사와 업무협약을 했지만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순창군과 M사의 ‘항공레저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서’에는 ▲순창군은 항공레저스포츠 운영을 위한 이착륙장 부지 제공 ▲M사는 항공레저스포츠 및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공동 홍보 및 모객 지원 ▲상호 간 공동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 ▲항공레저스포츠 안전을 위해 현장 상황 및 안전기준에 적합한 조치를 취함 ▲항공레저스포츠 사업 운영에 따른 사고 발생 책임은 M사에 있다고 적혀 있다.

항공사업자 반납했는데 영업?
일반인이 혼자 왜 동력 탑승?

협약서 내용에 따르면 이 사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M사에 있다. 그러나 이는 기본적으로 순창군이 패러글라이딩 체험에 있어서 안전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민법 제756조에 해당한다. 민법 제756조에는 ‘수인(직접 서명한 문서)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기재돼있다.

그렇다면 M사는 어떤 입장일까. <일요시사>는 M사에 전화했지만, M사 측 관계자는 “당시 입사자가 아니어서 잘 모른다. 상사들은 모두 출장 갔다. 언제쯤 출근하는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후에도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M사 이메일로 지난 5월11일 패러글라이딩 사망사고의 책임 소재에 대해 물었다. M사는 메일을 즉시 확인했지만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다만 B 교관을 통해 M사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B 교관은 “M사는 현재 이미 폐업한 상태고, 내가 단독으로 벌인 일이라며 자신들은 죄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가 그 회사에서 일한 것은 비행 일지 기록 등으로 다 나와 있다”며 “내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죄를 받아야지. 그런데 순창군이든, M사든 전부 죄가 없다고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가족은 이번 사고로 인해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유가족 C씨는 “너무 억울하다. 사고가 나고 아무도 우리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장례식에도 찾아오지 않았고, 그저 법대로 하라고만 한다”며 “M사의 수익을 순창군이 어느 정도 가져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 순창군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폭탄 돌리기
법적 대응

그는 “그런데 모두 교관에게만 책임을 지라고 한다. 사고의 근본 원인은 순창군도 M사도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사고가 발생해서 사망자가 생겼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유가족 입장에서 보면 운영주체는 빠지고 직원만 나쁜 사람 된 것 아니냐. M사와 순창군이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 두 곳 다 법적으로 하자고 하니, 우리도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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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