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일본식 가옥’인 적산가옥서 한복 홍보영상이 촬영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복은 우리 고유의 의상인데 굳이 과거 요정으로 사용됐던 일본식 가옥에서 한복 촬영이 이뤄졌어야 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3일, JTBC는 정부와 부산시가 요정으로 쓰던 일본식 가옥에서 한복 홍보영상을 촬영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가 후원하고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가 한복의 홍보를 위해 촬영했다.
비록 적산가옥이 2007년 국가등록문화재(제330호)로 지정됐지만 해당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졌고 해방 이후엔 ‘정란각’이라는 고급 요리집으로 사용되면서 기생이 활동하기도 했던 곳이다.
한복 홍보 촬영이 이뤄졌던 부산 동구의 적산가옥은 한때 카페로도 운영돼오다가 수익사업보다는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보전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4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문체부와 부산시가 후원하고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가 만든 한복 홍보영상이 있는데, 이 영상의 배경 중 한 곳이 전통 한옥이 아닌 일본식 ‘적산가옥’이어서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특히 이곳은 2007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명소라곤 하지만, 해방 이후 ‘정란각’이라는 고급 요릿집(요정)으로도 쓰였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왜 하필 한복을 홍보하는 영상을 만드는데 이곳에서 촬영을 한 이유가 뭘까”라며 “참 답답할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우리의 문화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먼저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더 노력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일자 주최 측인 연합회는 “(적산가옥도)우리 문화의 일부고, 이런 곳에서도 한복이 더 빛났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한복지역 거점지원사업을 주관했던 문체부는 예산만 집행하고 결과물은 따로 보고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인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는 최병오 형지 회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단체로 부산지역의 섬유, 패션산업이 글로벌화 추세에 걸맞는 ‘기업은 세계화를 브랜드는 차별화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실현하기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하기 위해 지난 2019년 발족됐다.
해당 연합회는 대한민국 전통의상 공모, 부산 텍스타일 디자인대전 개최 등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적산가옥은 1945년 8월15일,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서 패해 한국서 철수하면서 정부에 귀속됐다가 일반에 불하된 일본인 소유의 주택을 말한다.
현재 남아있는 적산가옥은 인천 중구, 부평구, 전남 목포, 여수, 전북 군산, 경북 포항 등 주로 해안가에 위치한 항구도시에 산재해있다.
이 외에도 서울 중구, 종로구 등 도심 지역에도 분포돼있으며 일본 육군 주둔지였던 용산구 원효로, 용문동, 후암동 일대에 집중적으로 남아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영화 <암살> <범죄와의 전쟁> 등이 촬영됐으며 가수 아이유의 ‘밤편지’, 악동뮤지션의 ‘사춘기’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면서 유명해져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지역명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