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쌍한 아이들 ‘빈곤 비즈니스’ 추적

학대·폭행 벗어났더니…성폭력 지옥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키다리 아저씨’라고 불린 안모 목사가 성폭력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수사기관에 구체적 증거가 제출됐음에도 철면피를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의 행태를 방관한 인물들은 여전히 피해자들을 회유 중이다. 광고와 지원 등의 돈줄이 끊기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대비하기 위함이었을까? 안 목사가 왕래도 거의 없던 시설과 지난해부터 연계 활동을 해온 정황이 포착됐다.

안모 목사가 운영하는 ‘보호 종료 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이하 센터)에 속한 간부와 일부 아동은 재단법인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했던 서울 소년의집(현 꿈나무마을) 출신이다. 꿈나무마을은 과거 아동학대·폭행 의혹의 중심에 섰던 곳이다. 피해자 대부분은 꿈나무마을에서 퇴소한 이후 안 목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모씨를 믿고 센터에 머물기로 했다. 지옥보다 더한 지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다.

청포도-꿈나무
뭘 주고받았나

안 목사에게 ‘그루밍(grooming)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는 10명 가까이 된다. 그루밍이란 단어 뜻 그대로 ‘길들이기’를 의미한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분을 쌓거나 호감을 얻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피해자에게 성적 가해를 하는 범죄를 말한다.

일반적인 협박이나 폭행 등에 의한 성폭행·성추행이 아닌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의지하도록 만든 뒤 관계성을 강조하며 성적 착취를 가하기 때문에 입증하기가 매우 힘들다.

이들은 지난달 29일에도 피해 입증을 위해 경기북부경찰청에서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경기북부청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 단계고 최종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안 목사에 대한 소환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언제 소환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안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대부분은 꿈나무마을 출신이었다. 특히 이들이 꿈나무마을에서 퇴소한 이후 센터에서 자리 잡을 수 있게 해 준 인물이 안 목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씨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안 목사와 일하기 이전 꿈나무마을에서 활동했다. 2020년 4월28일 KBS1에서 방영된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에 출연했던 A씨도 꿈나무마을에서 커왔다. 안 목사는 2016년부터 A씨의 법적 보호자가 됐다.

피해자들은 꿈나무마을과 센터가 그간 왕래가 거의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각 단체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관심도 없었을뿐더러 간부들끼리 서로 비난하기 바쁜 각자도생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해 <일요시사> 단독 보도로 꿈나무마을의 아동학대·폭행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이후부터 각 단체의 간부가 모여 오해를 풀었다며 연계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욕하기 바쁘다 급화해…공식 연계 활동
꿈 퇴소하는 18세 아이들 청 센터로 이동

앞서 꿈나무마을 보육원 출신 B씨는 지난해 8월 아동학대 혐의로 이 시설 보육교사 3명을 고소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1까지 6년간 이들로부터 장기적인 학대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B씨는 꿈나무마을에서 핸드폰 등으로 맞아 머리가 찢어진 일도 다수 있었고 몽둥이로 폭행을 당한 데 이어 강제로 정신병원에도 입원되는 등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폭력이 일어났다고 주장해왔다.

B씨는 2020년, ‘꿈나무마을 내 집단 아동학대 사건과 시설관계자의 은폐’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꿈나무마을 보육시설 생활관에서 보육교사의 아동학대와 성폭력 ▲시설관계자의 방임과 사건축소 등으로 100여명이 아동학대 피해를 입어 심각한 사회 부적응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진정 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부터 1년 이상 지났다며 이를 반려했다.

18세가 되면 꿈나무마을에서 퇴소해 자립해야 하는 피해자와 아이들 입장에서는 안 목사가 센터에서 머물게 해주는 등의 지원사격이 희망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센터 출신 C씨는 “꿈나무마을과 센터의 사이가 좋지 않고 서로 도우려 하지 않았던 건 관련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내부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인간극장>에도 언급됐던 센터가 좋은 곳이라 믿고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속속 드러나는
목사의 두 얼굴

또 다른 센터 출신 관계자도 “꿈나무마을에서 사실상 탈출을 선택하고 더 나은 환경에서 자립을 준비하려 했다”며 “당시에만 해도 꿈나무 출신인 갈 곳 없는 우리를 받아준 안 목사가 고마웠다. 그가 우릴 이용할 줄 알았겠냐”고 되물었다.

<일요시사>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안 목사 측근들에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안 목사가 센터를 운영하면서 벌어들인 수익은 크지 않았으나 <인간극장>에 출연한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대기업과 사회복지 관련 기관들의 후원 금액이 몇 배로 늘면서 센터를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수천만원 상당의 자동차와 오토바이까지 끌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몰락한 꿈나무마을과 센터 간 연계 활동이 안 목사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최근 제기된 안 목사의 횡령 의혹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6월 센터에 다니던 C씨의 통장에 국내 한 기업으로부터 들어온 특별 장학금 500만원이 3분 만에 센터 상임이사 계좌로 송금됐다. 한 달 후에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병원비 명목 후원금 1000만원이 들어왔다. 이 중 700만원도 센터 상임이사에게 보내졌는데 C씨는 지금까지 자신이 써야 할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년에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이 누적됐다면 행정안전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하지 않았다면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어른들을
믿고 옮겼다”

모 변호사도 “기부 목적 이외에 금전이 유용됐다면 횡령으로 볼 수 있고 대기업과 개인 후원자를 기만한 것이기에 사기죄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정기관의 수사 결과에 따라 횡령 금액이 커진다면 처벌은 더 무거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체나 개인이 후원금을 받는 단체에 대해 검증하면 좋겠지만 외부에서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단체는 후원금을 받은 곳에 대해 자금 흐름 및 사용처 감사를 정부기관에 요청할 수는 있으나 개인은 권한 자체가 없다.

심지어 단체가 요청해도 후원금을 받은 센터가 형식적 자료만 제출하기에 문제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자신이 써야 할 돈을 돌려받지 못한 이들은 C씨만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안 목사에게 사실상 세뇌를 당해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거나 본인의 후원금이 증발해도 문제라고 자각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여럿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꿈나무마을에서 퇴소한 아이들이 센터로 갔기 때문에 안 목사 측이 갈취하거나 횡령할 수 있는 돈의 액수가 늘어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매년 4000여명의 보호대상 아동이 생기고 상당수가 시설에 맡겨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보호 조치된 아동 4120명 가운데 3분의 2인 2727명이 시설로 갔다. 보육원 등 양육시설이 113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공동생활가정(그룹홈) 712명, 보호치료시설 451명, 일시보호시설 343명 등의 순이었다.

간부·피해자 대부분 꿈 출신들
사라진 장학금·후원금 어디로?


2020년 기준 전국의 아동복지시설 274곳에서 1만1356명이 지낸다. 이중 1만352명이 양육시설(237곳)에서 사는 것으로 파악된다.

영원히 시설에서 살 수 없기에 언젠가는 시설을 떠나 자립해야 한다. 국가는 그 나이를 만18세(희망 시 만 24세)로 정했다. 500만~1000만원의 자립정착금과 월 30만원 자립수당 등을 받을 자격은 모두 그 나이에 주어진다. 자립수당 지급은 ‘보호종료일로부터 과거 2년 이상 연속 이용’(보건복지부 시설) 또는 ‘보호종료일로부터 과거 3년 중 2년 이용 및 퇴소 직전 1년 이용’(여성가족부 시설)이라는 조건이 더 붙는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시설 내부에서 폭행당하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도 참고 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C씨는 “억지로 참고 사는 사람도 굉장히 많다.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무탈하게 시설 이용기간을 채워야 하고, 당연히 시설의 규칙을 잘 따르는 ‘착한 아이’가 돼야 한다. 외출 제한, 잔반 남기지 않기, 취침 시 휴대폰 사용 금지 등의 말을 듣지 않으면 폭행은 일상”이라고 말했다.

센터와 비슷한 시설에 들어가게 되면 후원금과 지원금을 빼앗기거나 재무 관리에 소홀해져 불안정한 생활이 지속될 수 있다. 실제 보호 종료를 앞둔 아동이 자신의 경제적 자립준비 정도를 10점 만점에 4.8점으로 인식한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있다.

“못 버티면
극단적 선택”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시설이 보호아동들의 심리와 불안을 이용해 세뇌시킨다. 자신이 피해를 입거나 가해지는 범죄조차 사랑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 지원뿐만 아니라 센터와 시설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