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흔드는 검찰 꽃놀이패

질질 끌다 한방에 깐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키맨’이라고 알려진 남욱 변호사마저 입을 열었다. 남 변호사는 지난 11일, 모 방송사와 진행한 옥중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김만배씨가 돈을 주지 않자 김용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부원장 측에서 자신에게 경선자금 명목의 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말 많은 대장동 사업에 관해서도 “위례와 대장동 모두 이재명 당시 시장에게 결재받고 진행한 사업”이라고 못 박았다. 남 변호사의 이 같은 폭로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정치생명은 더 큰 위기에 빠졌다.

정계에서는 이번 남욱 변호사의 폭로를 두고 민주당이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고 평가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폭로에 비틀대고 있던 이 대표 진영이 남 변호사 폭로에는 쓰러질 것이라 평가하는 것이다. 이 같은 평가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유동규
이어…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당 차원에서 방어하려 해도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라며 “유씨 폭로 때 눈치만 보던 의원들도 하나둘 등을 돌릴 준비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가 결국 이 대표에게 향할 것이라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사 압수수색으로 충격받은 의원들이 처음에는 단결해서 검찰에 반감을 갖다가, 수사가 날카로워지자 반감이 이 대표 쪽으로 점점 옮겨 붙어가고 있다고도 했다.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에 의원들이 일단 단일대오를 이뤄 방어하긴 했지만 “당 대표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수십명의 의원들이 지속해서 힘을 쏟을 순 없다”는 볼멘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야당 건물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당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속 수사하고 있던 검찰은 보다 ‘결정적 증거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고 김 부원장의 집무실에서 몇몇 증거물을 수집해갔다. 

이로부터 16일 뒤, 검찰은 두 번째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감행했다.

지난 1차 압수수색이 김 부원장을 겨냥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민주당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향한 압수수색이었다. 이날 검찰은 정 실장의 자택과 국회 본청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 민주당사 세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10여명의 검찰 수사관은 오전 8시40분경 민주당 당사 정문에 도착했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하며 당사 통과를 저지했다. 문을 굳게 걸어 잠근 민주당은 오후 12시40분이 되자 변호사 입회를 전제로 검찰의 출입을 허가했다.

민주당 측은 일단 검찰의 진입을 허용하긴 했으나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 대변인단은 압수수색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은 당사 비서실에 정 실장과 관련한 물품과 없고 증거 물품이 없다는 점 등을 확인하고 철수했다”며 “검찰이 무리하고 위법한 과잉 수사를 하고 있고 컴퓨터와 책상도 없다는 것을 확인시키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취재진에게 추후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에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원장을 구속한 뒤 모든 총력을 정 실장 수사에 쏟고 있는 검찰은 지난 15일 그를 소환조사해 그동안 쌓여 있던 혐의점을 하나하나 심문했다.

남욱도 검찰에 합세 카운터펀치
국정조사 덮고, 총선·대선까지?

김 부원장이 묵비권을 행사한 것과는 달리, 정 실장은 이 자리에서 검찰이 제시한 혐의점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려 14시간가량 이어진 조사에서 검찰 측은 그의 뇌물수수 혐의를 두고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는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경기도 정책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총 1억4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뇌물의 댓가가 대장동 개발 사업자들에 대한 특혜로 의심하고 있고, 뇌물의 규모도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측 주장에 따르면, 정 실장은 김만배씨의 배당(약 428억원)을 나눠갖기로 했고, 김씨의 배당액을 늘리기 위해 개발사업과 관련된 주요 정보를 대장동 일당에게 넘겨줬다.

또 지난해 유 전 본부장 구속 당시엔 그의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라고 종용한 혐의도 받는다. 혐의가 입증된다면 정 실장에겐 증거인멸교사죄도 추가돼 형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정 실장은 검찰에 출석해 수사팀이 제시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정 실장 측은 이날 소환조사 후 취재진에게 “구체적으로 다 대답했고, 검찰 측이 제시한 혐의는 터무니없었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검찰이 정 실장의 반박을 듣고 또 다른 질문은 하지 않은 채 다른 쟁점으로 넘어가는 등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정 실장의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한 뒤 구속영장을 빠르게 신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예측대로 검찰은 소환조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모습을 보고 민주당에서는 ‘이슈몰이를 이 대표 수사로 가져가려는 게 아닌가’란 의심이 싹트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한)시점이 기가 막힌다. 이번 주(11월 셋째 주)에 청구해 다음주 쯤에 이슈를 덮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며 “다들 아시다시피 다음 주쯤에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 표결이 예정돼있다. 현 정권에 부담이 되는 사안인 만큼 여론몰이도 신경 쓰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속영장
검은 속내?


지난 9일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해당 국조 요구서에는 이태원 참사 발생 원인 및 책임소재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고, 대통령실·행정안전부·경찰청·소방청·서울시·용산구청 등 참사에 관련된 모든 국가 부처가 조사 범위로 포함됐다.

그러나 국정조사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거셌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이 대표에게 검찰 수사가 쏠리니 ‘물타기용’으로 국정조사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에서는 초선 운영위원들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송언석 원내수석 부대표 등이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현장에 모인 취재기자들은 원내 지도부와 당의 주요 세력인 초선 의원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의미있는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5명 중 과반(63명)인 초선 의원들은 6명의 운영위원에게 초선의 뜻을 담아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모두의 기대대로 이 자리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발표됐다. 국정조사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수용 불가 의견이 만장일치는 아니지만 다수 의원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모았으며, 반대를 위해 민주당과 끝까지 대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선 운영위원인 전주혜 의원은 이날 간담회 후 “초선 의원 대다수는 현재 국정조사를 수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이라며 “이재명 대표를 향해 오는 수사의 칼끝을 피하려는 물타기용, 방탄용이기 때문이다. <더탐사> 등 친 민주당 성향 언론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족의 동의 없이 공개하는 행위를 볼 때 이번 국조 역시 결국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적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도 초선 의원들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는 국회서 ‘국정조사를 다시 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본다. 거의 다가 반대”라며 “예산이든 법안이든 하고 난 뒤에 국정조사를 받는 것이 어떠하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반대가 너무 압도적”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국조 찬성을 당론으로, 국민의힘은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상황에서 국회의장의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가 보고된 이상,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대표와의 합의를 진행시켜야만 한다.

여야 합의
사실상 불가

민주당은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의결한다는 방침이지만 김 의장의 결정에 따라 그 시기가 조될 수도 있다. 만일 김 의장이 국정조사 강행을 반대한다면, 이날 본회의 처리를 의장 직권으로 연장시킬 수 있다.

반대로 찬성 시 여야 합의가 없더라도 의장이 ‘특위 구성’을 직권으로 추진할 수 있다. 특위 구성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국정조사가 실시되는 셈이다. 김 의장이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특위 구성 추진을 기대하는 눈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정조사 진행을)낙관적으로 본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을 것”이라며 “여야 합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균형을 잡으면 양측의 합의를 조정하던 김 의장은 지난 17일 균형을 깨고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야당이 요구한 국정조사 특위 명단을 국민의힘에게 요청했다. 여당에게 국정조사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날 김 의장은 특위 구성 시 필요한 위원 명단을 오는 21일 정오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에게 보냈다.

공문에는 조사 목적과 범위, 국정조사 특위 구성 시 위원 수와 배분 방안 등이 적혀 있어 공문을 받은 각 정당은 김 의장이 국조를 구체화하길 원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야 “국조 물타기로 사법리스크 이용”
여 “사법리스크 물타기로 국조 이용”

김 의장의 반대가 없다면 국민의힘으로선 물리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야당만의 의석수로 의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당으로서는 여러 모로 부담스러운 국조를 민주당이 끝까지 고수하는 만큼, 정쟁의 불꽃은 계속 타오를 전망이다.

국조를 두고 양당은 치열하게 평행 구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민주당의 승리로 정쟁이 귀결될 조짐을 보이자 국민의힘이 사법 리스크로 균형을 맞추려한다고 민주당은 생각하고 있다.

<일요시사>와 만난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싸움에 사법 리스크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야당의 힘을 이렇게 치사하게 뺄 수 있느냐”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더 나아가 다음 총선, 다음 대선에까지 검찰 수사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이번 정 실장의 경우처럼 수사를 질질 끌다가 결정적일 때 터트린다는 분석 아래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이런 짓(정실장 구속)을 벌이는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 항상 타이밍이 교묘했다”며 “이제 정 실장 다음은 이 대표일 텐데, 이 대표는 당장 터트리지 않을 것이다. 내년 총선 직전, 즉 내년 이맘때쯤 수사가 종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팔다리를 다 잘린 이 대표를 두고 검찰은 여권이 유리할 ‘적기’를 찾아 몸통을 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즉, 총선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칠 내년 말쯤이 검찰이 생각하는 적기라는 것이다. 그는 “늘 그랬다. 김 부원장도 그랬고, 정 실장도 그랬다. 이것(이 대표 구속)은 총선과 그 다음 집권까지 노리는 포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예상대로 만일 이 대표가 내년 말쯤 구속된다면 총선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지배적이다. 게다가, 이재명이라는 유력한 대권주자도 한순간에 잃게 된다. 정계에서는 차기 대통령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에게 이 대표는 눈엣가시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시기는 
내년 말?

여의도 관계자들은 검찰의 수사가 집요하게 이 대표를 노리는 이유 중 하나가 ‘그의 정치생명을 끊어놓겠다’는 현재 집권여당의 뜻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여권 내부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동훈 장관은 이미 정치인의 행보를 걷고 있다. 윤 대통령도 그것을 원하는 것 같다”며 “이 대표를 직접적으로 신경 쓰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지금은 한 장관 대권가도에 파란불이 켜진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김건희 여사, 수사 상황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야권에서는 예견된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수사가 너무 일방적이라는 지적이다.

야권이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항의할 때마다 여권 측은 “이미 대통령 선거 기간 중 나왔던 혐의들을 수사할 뿐인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냐”라며 응수했다.

그러나 대선 기간 중 불거진 혐의점은 이 대표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뛰던 시절, 김건희 여사는 학력 위조와 논문 표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여러 범죄 정황이 발각되며 수차례 곤욕을 치렀다.

특히 학력 위조와 관련된 부분은 본인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와 사과하며 혐의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한마디로 ‘지지부진한’ 수준이다.

우선 김 여사에게 제기됐던 이력서 허위 기재건은 9월19일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일단 멈춤’ 상태가 됐다.

불송치 결정에 반발한 고발인이 불송치 결정에 반박하며 이의 신청을 냈고, 결국 같은 달 26일 검찰에 송치됐으나 이후 뚜렷한 수사 진전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김 여사는 각종 수상 실적을 허위로 기재하고 경력을 뻥튀기하는 등 취업에서 유리한 대우를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경력서를 조작했다.

김 여사는 이에 대해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공식 사과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또한 수사가 속도가 매우 더디다.

주가조작 사건 관련해 권오수 회장은 연일 재판을 받는중이지만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권 회장에게만 수사가 집중되는 가운데,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 심리로 재판이 열렸다.

여기서 권 회장은 “(주가조작)계좌를 김 여사의 모친이 일임받아 관리했다”며 “(김 여사의 모친이) 손해나 이익이 나는 것도 전부다 관리했다”고 폭로했다.

그동안 권 회장이 해오던 법정 진술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이 폭로로 검찰의 수사가 김 여사에게까지 향할지 많은 이가 지켜보고 있다. <정>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