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흔드는 검찰 꽃놀이패

질질 끌다 한방에 깐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키맨’이라고 알려진 남욱 변호사마저 입을 열었다. 남 변호사는 지난 11일, 모 방송사와 진행한 옥중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김만배씨가 돈을 주지 않자 김용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부원장 측에서 자신에게 경선자금 명목의 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말 많은 대장동 사업에 관해서도 “위례와 대장동 모두 이재명 당시 시장에게 결재받고 진행한 사업”이라고 못 박았다. 남 변호사의 이 같은 폭로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정치생명은 더 큰 위기에 빠졌다.

정계에서는 이번 남욱 변호사의 폭로를 두고 민주당이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고 평가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폭로에 비틀대고 있던 이 대표 진영이 남 변호사 폭로에는 쓰러질 것이라 평가하는 것이다. 이 같은 평가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유동규
이어…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당 차원에서 방어하려 해도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라며 “유씨 폭로 때 눈치만 보던 의원들도 하나둘 등을 돌릴 준비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가 결국 이 대표에게 향할 것이라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사 압수수색으로 충격받은 의원들이 처음에는 단결해서 검찰에 반감을 갖다가, 수사가 날카로워지자 반감이 이 대표 쪽으로 점점 옮겨 붙어가고 있다고도 했다.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에 의원들이 일단 단일대오를 이뤄 방어하긴 했지만 “당 대표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수십명의 의원들이 지속해서 힘을 쏟을 순 없다”는 볼멘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야당 건물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당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속 수사하고 있던 검찰은 보다 ‘결정적 증거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고 김 부원장의 집무실에서 몇몇 증거물을 수집해갔다. 

이로부터 16일 뒤, 검찰은 두 번째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감행했다.

지난 1차 압수수색이 김 부원장을 겨냥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민주당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향한 압수수색이었다. 이날 검찰은 정 실장의 자택과 국회 본청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 민주당사 세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10여명의 검찰 수사관은 오전 8시40분경 민주당 당사 정문에 도착했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하며 당사 통과를 저지했다. 문을 굳게 걸어 잠근 민주당은 오후 12시40분이 되자 변호사 입회를 전제로 검찰의 출입을 허가했다.

민주당 측은 일단 검찰의 진입을 허용하긴 했으나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 대변인단은 압수수색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은 당사 비서실에 정 실장과 관련한 물품과 없고 증거 물품이 없다는 점 등을 확인하고 철수했다”며 “검찰이 무리하고 위법한 과잉 수사를 하고 있고 컴퓨터와 책상도 없다는 것을 확인시키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취재진에게 추후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에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원장을 구속한 뒤 모든 총력을 정 실장 수사에 쏟고 있는 검찰은 지난 15일 그를 소환조사해 그동안 쌓여 있던 혐의점을 하나하나 심문했다.

남욱도 검찰에 합세 카운터펀치
국정조사 덮고, 총선·대선까지?

김 부원장이 묵비권을 행사한 것과는 달리, 정 실장은 이 자리에서 검찰이 제시한 혐의점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려 14시간가량 이어진 조사에서 검찰 측은 그의 뇌물수수 혐의를 두고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는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경기도 정책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총 1억4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뇌물의 댓가가 대장동 개발 사업자들에 대한 특혜로 의심하고 있고, 뇌물의 규모도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측 주장에 따르면, 정 실장은 김만배씨의 배당(약 428억원)을 나눠갖기로 했고, 김씨의 배당액을 늘리기 위해 개발사업과 관련된 주요 정보를 대장동 일당에게 넘겨줬다.

또 지난해 유 전 본부장 구속 당시엔 그의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라고 종용한 혐의도 받는다. 혐의가 입증된다면 정 실장에겐 증거인멸교사죄도 추가돼 형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정 실장은 검찰에 출석해 수사팀이 제시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정 실장 측은 이날 소환조사 후 취재진에게 “구체적으로 다 대답했고, 검찰 측이 제시한 혐의는 터무니없었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검찰이 정 실장의 반박을 듣고 또 다른 질문은 하지 않은 채 다른 쟁점으로 넘어가는 등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정 실장의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한 뒤 구속영장을 빠르게 신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예측대로 검찰은 소환조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모습을 보고 민주당에서는 ‘이슈몰이를 이 대표 수사로 가져가려는 게 아닌가’란 의심이 싹트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한)시점이 기가 막힌다. 이번 주(11월 셋째 주)에 청구해 다음주 쯤에 이슈를 덮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며 “다들 아시다시피 다음 주쯤에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 표결이 예정돼있다. 현 정권에 부담이 되는 사안인 만큼 여론몰이도 신경 쓰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속영장
검은 속내?


지난 9일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해당 국조 요구서에는 이태원 참사 발생 원인 및 책임소재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고, 대통령실·행정안전부·경찰청·소방청·서울시·용산구청 등 참사에 관련된 모든 국가 부처가 조사 범위로 포함됐다.

그러나 국정조사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거셌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이 대표에게 검찰 수사가 쏠리니 ‘물타기용’으로 국정조사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에서는 초선 운영위원들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송언석 원내수석 부대표 등이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현장에 모인 취재기자들은 원내 지도부와 당의 주요 세력인 초선 의원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의미있는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5명 중 과반(63명)인 초선 의원들은 6명의 운영위원에게 초선의 뜻을 담아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모두의 기대대로 이 자리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발표됐다. 국정조사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수용 불가 의견이 만장일치는 아니지만 다수 의원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모았으며, 반대를 위해 민주당과 끝까지 대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선 운영위원인 전주혜 의원은 이날 간담회 후 “초선 의원 대다수는 현재 국정조사를 수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이라며 “이재명 대표를 향해 오는 수사의 칼끝을 피하려는 물타기용, 방탄용이기 때문이다. <더탐사> 등 친 민주당 성향 언론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족의 동의 없이 공개하는 행위를 볼 때 이번 국조 역시 결국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적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도 초선 의원들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는 국회서 ‘국정조사를 다시 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본다. 거의 다가 반대”라며 “예산이든 법안이든 하고 난 뒤에 국정조사를 받는 것이 어떠하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반대가 너무 압도적”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국조 찬성을 당론으로, 국민의힘은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상황에서 국회의장의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가 보고된 이상,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대표와의 합의를 진행시켜야만 한다.

여야 합의
사실상 불가

민주당은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의결한다는 방침이지만 김 의장의 결정에 따라 그 시기가 조될 수도 있다. 만일 김 의장이 국정조사 강행을 반대한다면, 이날 본회의 처리를 의장 직권으로 연장시킬 수 있다.

반대로 찬성 시 여야 합의가 없더라도 의장이 ‘특위 구성’을 직권으로 추진할 수 있다. 특위 구성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국정조사가 실시되는 셈이다. 김 의장이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특위 구성 추진을 기대하는 눈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정조사 진행을)낙관적으로 본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을 것”이라며 “여야 합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균형을 잡으면 양측의 합의를 조정하던 김 의장은 지난 17일 균형을 깨고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야당이 요구한 국정조사 특위 명단을 국민의힘에게 요청했다. 여당에게 국정조사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날 김 의장은 특위 구성 시 필요한 위원 명단을 오는 21일 정오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에게 보냈다.

공문에는 조사 목적과 범위, 국정조사 특위 구성 시 위원 수와 배분 방안 등이 적혀 있어 공문을 받은 각 정당은 김 의장이 국조를 구체화하길 원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야 “국조 물타기로 사법리스크 이용”
여 “사법리스크 물타기로 국조 이용”

김 의장의 반대가 없다면 국민의힘으로선 물리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야당만의 의석수로 의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당으로서는 여러 모로 부담스러운 국조를 민주당이 끝까지 고수하는 만큼, 정쟁의 불꽃은 계속 타오를 전망이다.

국조를 두고 양당은 치열하게 평행 구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민주당의 승리로 정쟁이 귀결될 조짐을 보이자 국민의힘이 사법 리스크로 균형을 맞추려한다고 민주당은 생각하고 있다.

<일요시사>와 만난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싸움에 사법 리스크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야당의 힘을 이렇게 치사하게 뺄 수 있느냐”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더 나아가 다음 총선, 다음 대선에까지 검찰 수사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이번 정 실장의 경우처럼 수사를 질질 끌다가 결정적일 때 터트린다는 분석 아래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이런 짓(정실장 구속)을 벌이는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 항상 타이밍이 교묘했다”며 “이제 정 실장 다음은 이 대표일 텐데, 이 대표는 당장 터트리지 않을 것이다. 내년 총선 직전, 즉 내년 이맘때쯤 수사가 종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팔다리를 다 잘린 이 대표를 두고 검찰은 여권이 유리할 ‘적기’를 찾아 몸통을 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즉, 총선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칠 내년 말쯤이 검찰이 생각하는 적기라는 것이다. 그는 “늘 그랬다. 김 부원장도 그랬고, 정 실장도 그랬다. 이것(이 대표 구속)은 총선과 그 다음 집권까지 노리는 포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예상대로 만일 이 대표가 내년 말쯤 구속된다면 총선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지배적이다. 게다가, 이재명이라는 유력한 대권주자도 한순간에 잃게 된다. 정계에서는 차기 대통령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에게 이 대표는 눈엣가시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시기는 
내년 말?

여의도 관계자들은 검찰의 수사가 집요하게 이 대표를 노리는 이유 중 하나가 ‘그의 정치생명을 끊어놓겠다’는 현재 집권여당의 뜻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여권 내부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동훈 장관은 이미 정치인의 행보를 걷고 있다. 윤 대통령도 그것을 원하는 것 같다”며 “이 대표를 직접적으로 신경 쓰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지금은 한 장관 대권가도에 파란불이 켜진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김건희 여사, 수사 상황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야권에서는 예견된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수사가 너무 일방적이라는 지적이다.

야권이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항의할 때마다 여권 측은 “이미 대통령 선거 기간 중 나왔던 혐의들을 수사할 뿐인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냐”라며 응수했다.

그러나 대선 기간 중 불거진 혐의점은 이 대표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뛰던 시절, 김건희 여사는 학력 위조와 논문 표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여러 범죄 정황이 발각되며 수차례 곤욕을 치렀다.

특히 학력 위조와 관련된 부분은 본인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와 사과하며 혐의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한마디로 ‘지지부진한’ 수준이다.

우선 김 여사에게 제기됐던 이력서 허위 기재건은 9월19일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일단 멈춤’ 상태가 됐다.

불송치 결정에 반발한 고발인이 불송치 결정에 반박하며 이의 신청을 냈고, 결국 같은 달 26일 검찰에 송치됐으나 이후 뚜렷한 수사 진전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김 여사는 각종 수상 실적을 허위로 기재하고 경력을 뻥튀기하는 등 취업에서 유리한 대우를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경력서를 조작했다.

김 여사는 이에 대해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공식 사과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또한 수사가 속도가 매우 더디다.

주가조작 사건 관련해 권오수 회장은 연일 재판을 받는중이지만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권 회장에게만 수사가 집중되는 가운데,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 심리로 재판이 열렸다.

여기서 권 회장은 “(주가조작)계좌를 김 여사의 모친이 일임받아 관리했다”며 “(김 여사의 모친이) 손해나 이익이 나는 것도 전부다 관리했다”고 폭로했다.

그동안 권 회장이 해오던 법정 진술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이 폭로로 검찰의 수사가 김 여사에게까지 향할지 많은 이가 지켜보고 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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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