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째라 버티는’ 이상민 장관발 후폭풍 셋

날 새는 줄 모르고 ‘의리 타령’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의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자신의 최측근이자, 수족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의리’로 지켜주고 있는 상황으로 이러다가는 거센 후폭풍은 물론 역풍도 배제할 수 없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2주가 흘렀다.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났지만 국민은 아직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그 사이 정치권에서는 책임 소재를 두고 의견이 갈리며,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 소방서장까지 책임론이 가해지는 상황이다.

여야 모두
사퇴 의견

심지어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당시 현장에 있었음에도 재난 대응 2단계를 제대로 발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건된 상태다.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대상에 정부는 빠져 있다. 정치권에서는 도대체 누가 책임지느냐는 격앙된 목소리가 계속 쏟아져 나온다. 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 장관은 참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여러 발언들로 책임론에 시달리는 중이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장관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됐을 정도다. 여러 언론에서도 이 장관이 정부의 책임자로 거론됐다. 일각에서는 사퇴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으나 이 장관은 사퇴할 생각이 없는 모양새다.

이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통령실로부터 사의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해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퇴 입장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 장관 본인과 더불어 대통령실도 이 장관을 지키겠다는 기조가 느껴졌다.

이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관을 바꾸는 게 후진적으로 보인다”고 밝혀서다. 김 실장은 “국정상황실은 대통령 참모조직이지 대한민국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김 실장의 컨트롤타워 발언은 즉시 야당의 반발을 샀다. 여당 일각에서도 이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점점 이 장관의 책임론이 커지면서 점차 윤석열 대통령에게까지 책임론이 불붙기 시작했다.

이 같은 책임론을 조기에 종식시키고자 정부는 범정부 재난안전관리체계 개편 태스크포스(FT)를 구성했다. 국가재난안전시스템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겠다는 셈이다. 

윤 대통령은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이 장관을 공식적으로 꾸짖지 않는 대신, 윤희근 경찰청장의 면전에서 질타했다고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을 상당히 아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장관은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의 최측근 중의 측근으로 불린다.

두 인물은 상당히 격의없는 사이로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4년 후배이자, 서울대 법대 법학과 직속 후배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을 사석에서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관계가 상당히 돈독한 것으로 여겨진다. 윤 대통령에게 답답한 일이 생길 때마다 이 장관을 찾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정도다. 

구청장, 경찰서장, 소방서장만…꼬리 자르기?
경찰청장과 함께 경질론 확산 “바로 사퇴해야”

대선 기간에도 이 장관은 윤 대통령과 함께했던 사이다. 당시 그는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경제사회위원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이 장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외협력특별보좌관으로 합류했다. 

당시 인수위는 이 장관에게 국민의 권익 향상과 윤리의식 제로를 위한 활동을 전개한 인물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지향했던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인사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이 장관을 향한 믿음은 윤석열정부 첫 행정안전부 장관으로까지 임명시킨 배경이다. 이 장관은 취임 이후 줄곧, 경찰과 소방에 대한 행정안전부의 지휘 및 감독을 강화시켜왔다. 이 장관 체제에 들어서면서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 지휘 규칙이 신설됐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면서 책임론이 이 장관에게 향했다. 그의 책임론이 확산한 이유는 경찰 병력 등 몇 가지 발언 때문이었다. 그는 참사 다음날 브리핑에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발언했고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고도 했다.

이런 탓에 끊임없이 이 장관을 향한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여전히 버티기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한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은 “사퇴 같은 방식으로 책임질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며 “말로는 무한 책임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책임을 통감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탓에 점차 이태원 참사 책임이 윤 대통령에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이 장관이 물러나지 않거나 경질조차 되지 않는다면 추후 ‘대통령이 아끼는 사람은 무조건 감싼다’는 전례를 남길 수밖에 없다.

말로만 
무한 책임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지켜주는 탓에 이 장관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성역까지 생겼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앞으로 윤정부의 누군가가 잘못을 저질러도 이 장관처럼 경질하거나 사퇴 요구를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대통령실이 이 장관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액션을 취하자 윤정부 책임론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과거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행동을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로 여겼다.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재난이 발생했지만, 슬그머니 애도 기간으로 지정한 뒤, 슬그머니 발을 뺐다. 보통 국가적 참사라고 할 수 있는 사건들에 대해서는 정부의 누군가는 책임지기 마련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직접적인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게 단순히 법적 책임 관계만 따진다는 인식 때문이다. 윤정부 내각이 도의적인 부분은 안배하지 않고 법적 부분만 따지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앞으로 ‘검찰공화국’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여전히 대통령실을 비롯해 여러 정부부처에는 검찰 출신 및 윤석열 사단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경찰과 소방이 책임을 지지만 정부는 도의적 책임에 대해 여전히 회피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여전히 검찰총장 시절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한다. 이 장관이 사실상 버티기를 하고, 대통령실에서도 선을 긋자 또 다른 대형 참사가 발생할 경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번 참사를 두고 피해자들을 탓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윤정부가 참사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감이 낮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전 참사들과 달리 유난히 정부 책임론이 확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그날(이태원 참사 당시) 정부는 없었다”는 발언으로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말이 나오지만 바꿔 말하면 없던 책임은 있지만,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은 직접적으로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말실수를 가지고 경질시키지 않는다는 기조가 강하다”고 전했다.

이 장관 사퇴는 야당만 요구하는 게 아니다. 여당에서도 꾸준히 언급해오고 있다. 몇몇 국민의힘 관계자는 “참사의 책임은 주무부처를 소관하는 장관의 책임”이라며 이 장관 책임론에 불을 지폈다. 그동안 윤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홍준표 대구시장마저 “이 장관의 사퇴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사고 날라

과거 박근혜정부 내각에서 근무하던 한 고위직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장관이 충분히 지시를 할 수 있는 위치인데, 왜 장관이 대통령만 바라보고 일하는지 모르겠다”며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만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참사 책임을 누군가는 내각에서 짊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이 장관의 버티기 논란은 ‘경찰국’ 논란으로까지 불거지는 양상이다. 이 장관은 경찰을 직접 지휘할 수 있는 인물로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직접 경찰 지휘권이 없다”던 자신의 과거 발언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형국이다. 

그는 정부조직법 규정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이 치안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지만, 경찰청의 업무를 수시로 확인하고 지휘 및 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또 경찰국 출범을 앞두고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의 경우 직접 수사를 지시하겠다고도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이 경찰에 대한 책임론을 물고 늘어질수록 이 장관도 함께 부각되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수사는 경찰의 윗선으로 향해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 행정안전부는 법리적 검토만 했기 때문이다. 경찰청 특수수사본부(이하 특수본)가 윤희근 경찰청장실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장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행위로 해석한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정부의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야당에서는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국정조사는 국회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추진할 수 있다. 특별위원회 또는 상임위원회가 특정사안에 관해 조사를 시행하는 제도다.

앞서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윤정부에 대한 국정조사 카드를 꺼냈으나 역풍을 맞아 자제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소수당인 기본소득당, 정의당도 함께 참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모처럼 야당이 뜻을 같이해 야권 연대가 이뤄진 셈이다.

윤심 측근들 책임 있어도 성역?
아직도 총장 시절 버릇 남았나?

총 181명 의원들이 동참한 ‘용산 이태원 참사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는 지난 9일, 국회 의안과에 제출됐다. 해당 요구서를 제출한 이들은 참사의 발생 원인, 참사 전후 대처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재발방지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 국민의 미래 안정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조사 범위는 ▲참사 발생 전후의 서울시와 용산구 등 지방자치단체 및 소방청·경찰청,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국무총리실, 대통령실 등 정부의 상황 대응과 관련해 재난안전관리체계의 작동 실태 조사 ▲참사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사실관계 은폐와 축소, 왜곡 의혹의 규명 등이다.

이 밖에 희생자와 피해자 및 유가족, 현장 수습 공무원, 시민 등에 대한 정부 지원대책의 적절성 및 후속 대책 점검도 포함시켰다. 국조 특위는 교섭단체 및 비교섭단체의 의석 비율로 선임하고 국조 위원을 포함해, 총 18명으로 구성하는 특별위원회로 구성한다.

지난 9일 국회의장 정례회동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번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반대 여부와는 관계 없이 국회 본회의서 통과 시 국정조사권은 즉시 발동된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이유는 경찰 수사(특수본)에 몰두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국정조사를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국정조사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윤정부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를 수 있다. 국조 이후 야당은 반드시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있는 결론을 내려고 할 것이고, 특검을 도입하자고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또다시 야권이 뭉치는 빌미를 윤 대통령이 제공하게 되는 꼴이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윤 대통령과 정부에는 책임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엔 가능
지금은 불가?

만일 특검법이 도입돼 국회서 해당 특검법이 통과될 경우, 윤 대통령은 즉시 거부권을 행사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로 인한 여론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국회로 법안이 돌아오지만 야당 입장에서는 오히려 호재다. 본회의서 과반수가 출석하고 이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특검 가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경찰에게만 책임을 묻고 장관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 행동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과연 이것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결정일지 윤 대통령이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부 이태원 책임론 기름 부은 김은혜·강승규

이태원 참사를 두고 윤석열정부와 여당이 경찰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 책임론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국정감사장에 참석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메모지 적힌 ‘웃기고 있네’ 라는 글귀가 한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해당 메모는 김은혜 홍보수석이 강 수석의 메모지에 작성한 것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즉시 “국회 모독”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강 수석과 김 수석이 곧바로 사과했다.

김 수석은 “강 수석과 제가 다른 사안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호영 운영위원장이 대화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강 수석은 “사적 대화”라며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거부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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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