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금주의 국감 스타 - 김예지·이인선·우원식·조승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윤석열정부 첫 국정감사가 막이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저마다 준비한 송곳 질의를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후회 없이 쏟아낸다. <일요시사>는 그중에서도 특별히 눈길을 끈 의원들을 금주의 국감 스타로 선정했다.

[문체위] 김예지 의원
“열린 관광지 조성사업 실효성 확보해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만 15세 이상 국민 중 93.9%가 국내여행의 경험이 있는 반면, 장애인의 국내여행 경험률은 12.6%에 그쳤다고 밝혔다.

해당 결과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지난해 국민여행조사 보고서와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실시한 2020년 장애인의 삶 패널조사 결과다.

수년간 열린관광환경 조성 사업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여행 빈도 격차가 벌어졌다. 현실적으로 무장애관광이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김 의원은 정부의 주요 장애인 여행사업인 열린관광지 마저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열린관광지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장애인 여행을 지원하는 초록여행의 장애인 대상 관광여행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열린관광지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응답은 64.5%에 달한다.

인지도가 낮으면 이용률이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관광지 홈페이지의 웹 접근성이 문제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의 지난해 관광환경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 텍스트가 시각장애인의 웹접근성에 필수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누락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관광지 편의시설 이용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유도블록과 유도 및 안내시설과 점자 안내판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청각장애인도 열린관광지 내에서 자막 또는 수어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준비되지 않은 여행길은 고생길”이라며 “장애인이 혼자 여행할 수 있고, 더 많은 장애인이 넓은 세상을 볼수 있도록 실효성있는 무장애관광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통위] 이인선 의원
“인증 부담으로 중소기업 힘들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이 중소기업의 인증제도 부담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KS표시인증제도’ 등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14개의 인증 취득·유지에 기업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지난해 62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인증제도별로 살펴보면 KS표시인증 50.8억원, 단체표준인증 52.6억원, 녹색인증 6.3억이다. 또 고효율 에너지기자재 인증은 34.2억원, 신기술인증 1.5억원, 어린이 제품 안전 인증 45.2억원,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 관리 제도 145.7억원, 가스 용품 검사 75.2억원 등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20년 300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업체들은 인증 취득 및 유지를 위해 연간 평균적으로 2180만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63.7%가 인증 수수료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안전, 환경 등의 정책목표에 따라 부처별로 도입하는 인증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부담이 한층 더 가증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의 제품에 목적이 다른 유사 인증들이 중복으로 요구되고 있다는 셈이다.

LED조명은 7개 인증(KS, KC, 전자파, 효율등급, 고효율, 환경표지, 녹색인증)이 유사 중복 상황이다. 이 중 주요 5개 인증(KS, KC, 전자파, 고효율, 환경표지) 취득일은 약 350일, 12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 24개 부·처·청에서는 222개(의무 89개, 임의 133개) 법정 인증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의원은 “인증제도는 제품의 품질·안전성 검증에 꼭 필요하지만, 기업의 부담 증가와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산업계의 실정을 반영하지 못하는 유사·중복 인증은 통폐합하고, 중소기업의 부담 경감을 위해 인증 유효기간 연장과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노위] 우원식 의원
“원전사고 후 폐기물 1600만톤 수입”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한국이 지난 12년간 일본으로부터 석탄재, 폐타이어, 폐섬유 등 주요 수입 재활용 폐기물 1678만9744톤을 수입했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이 환경부와 각 지방환경청으로부터 제공받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이후부터 한국은 석탄재 1473만9201톤, 폐타이어 189만9704톤, 폐섬유 15만9838톤을 수입했다.

특히 시기가 2012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국은 원전 사고로 인해 방사능에 노출될 가능성이 다분한 폐기물을 대량으로 수입해왔다. 


지지역별로는 강원도와 충청북도 일부의 폐기물 수입을 관리하는 원주지방환경청 구역의 수입량이 1568만8088톤으로 전체 수입 물량 중 9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강원도 및 충청권에 있는 시멘트 공장에서 사용하기 위한 폐기물 원료 수입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우 의원실 측은 2017년 이후로는 폐기물 수입 물량이 점차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2011년 135만1338톤에서 2017년 174만3788톤으로 증가한 것에 비해 2017년 이후 최근 5년간 수입 규모는 1/3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2022년 올해는 56만7474톤만 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환경부가 지난 2021년 발표한 23년 이후 폐기물 수입금지 조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치 중 하나인 ‘일본 석탄재 즉시 수입 조치’ 보도문에서 환경부는 “방사능 오염된 석탄재를 이익이 좀 된다고 수입하는 행위를 즉시 금할 것”이라며 “누구의 이익을 봐주기 위해 하는 것인지 즉시 금지 요함”이라 발표했다.

또한, 우 의원실은 오염 노출 가능성이 높은 폐기물에 대한 감시가 소홀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지난 12년간 일본산 폐기물 수입업체에 대한 수시 점검 횟수는 환경청별로 평균 142건, 연평균 11건에 불과했다. 폐기물 수입량에 대비했을 때 1회 점검 시 수입 폐기물 1만6815톤을 검사한 꼴이다.

 

[과방위] 조승래 의원
“달탐사 헌신 연구원 월급 깎였다”


국내 최초의 달탐사선 ‘다누리’를 개발한 연구원들이 연구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해 논란인 가운데, 당시 과기정통부 관료가 직접 ‘급료 삭감’ 지시를 내렸다는 증거가 포착됐다.

그동안 과기정통부는 이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라 해명해온 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과기정통부 산하 연구기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연구원들의 연구수당 등을 5개월치 삭감하라’는 취지의 지시가 담긴 당시 과기정통부 사무관의 이메일을 공개했다.

2019년 6월 과기정통부 사무관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담당자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보내드린 것에 맞춰 별지를 작성”라는 지시와 함께 제8차 달탐사사업추진위원회에 상정할 달탐사 개발사업 2019년도 시행계획의 초안을 첨부했다.

초안에는 ‘간접비, 인건비, 연구수당 등은 7개월로 계상하고 19년도에 발생한 직접비도 불인정한다’고 쓰여있었다. 이는 항우연이 최초 작성한 시행계획 초안에는 빠져있던 내용이다.

항우연이 작성한 시행계획 초안을 보고받은 사무관이 ‘연구수당 등을 5개월치 삭감해 다시 작성하라’는 지시를 그대로 이행한 것이다.

이는 과기정통부의 기존 해명과 관련 실무자들이 법원에 제출한 답변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과기정통부는 달탐사 연구수당 청구소송에 대해 “항소 여부는 항우연이 결정할 일”이라며 직접 관련은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해왔다.

법원은 소송 과정에서 ‘과기부가 연구수당을 삭감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느냐’고 직접적으로 물었고, 이때 이들의 대답은 “아니다”였다.

한편 달탐사 연구수당 청구 소송은 지난 2020년 항우연 연구원 16이 항우연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항우연이 대형 로펌까지 동원해 항소하면서 소송이 2년반가량 이어지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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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